'어수신화'의 편찬자 장한종(張漢宗)이
한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1)장한종(張漢宗 : 순조 때 사람.
마침 그 친구는 어디로 외출을 하고,
그의 아들과 조카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기에,
들어가서 함께 어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때 유수관(流水館) 도인(道人)
이씨가 찾아와서
역시 함께 참석해 놀았는데,
친구 아들이 죽순 껍질로 된
둥근 방석을 내놓자
이씨는 그 자리를 깔고 앉았다.
한참 동안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가,
이씨는 자신이 깔고 앉은
죽순방석을 만지작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방석은 시원하고
무늬도 아름다워 좋기는 한데,
튼튼하지 못해 잘 부스러지는 것이
큰 결점이란 말이야."
이러면서 부스러져 튀어나온
죽순 껍질 끄트머리를
잘라 보이는 것이었다.
이에 장한종은 웃으면서 말했다.
"영감님! 천하에 어찌 아무런 결점 없는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사물이 있겠습니까?
수박이 비록 달고 시원하여 맛있지만
씨가 많아서 먹기 힘들고,
준치란 생선이 비록 맛은 있지만
뼈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게
만물의 원리가 아니겠습니까?
영감님께서는
물렁한 살만 있는 오징어가
딱딱한 전복 껍질을 등에 업고 있어야
비로소 완전하고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러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날 장한종이
다시 그 집을 방문했더니,
친구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말했다.
"자네는 어제 무슨 말 끝에
세상의 초. 충. 어. 해(草蟲魚蟹)를
모두 끌어다 썼다고 하던데,
너무 유식한 체 한 게 아닌가?"
이러면서 손을 잡고 마주보며
크게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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