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에 대여섯 살 된 아이 셋이
친구가 되어 늘 함께 놀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다른 애들보다 숙성하여,
남녀간의 잠자리와
성적(性的)인 문제에 대해서도
먼저 깬 상태였다.
그리하여 모여 놀면서도
여성과 관련된 농담을 자주하곤 했다.
이 세 아이는 한 훈장 밑에서
'천자문'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평소 여인들이 들에서 일하다가
밭 구석에 소변을 보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 소리와 음부의 모습에 대해
농담하던 것들을
자신들이 배워나가는 '천자문' 속의
넉 자로 된 글귀와 연관시켜,
제각기 한 구절씩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읊었다.
먼저 한 아이가
여자들 소변 볼 때의 소리와 관련하여,
空谷傳聲(공곡전성)
"텅 빈 골짜기에 전해지는 메아리 소리.
라고 읊으니,
다른 아이는
소변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읊었다.
川流不息(천류불식)
"냇물이 흘러 내려 쉬지를 않는구나.
마지막 한 아이는 소변을 볼 때
음부 주위의 음모에 대해,
如松之盛(여송지성)
"청청한 소나무와 같은 왕성함이여.
이러고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낄낄거리고 웃었다.
이 소리를 들은 훈장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
지나치게 성적인 문제에
앞서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들을 나무라는 뜻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에 선비가 크게 되려면
도량과 지식이 앞서고,
문예적 기능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공자도 자기 고향 마을 아이들이
분수없이 난잡하게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니 너희들 셋은
나이가 어리면서 하는 말은 어른스럽고,
학식은 얕으면서 재주만 뛰어나니,
재주와 기능으로
이름은 날릴 수 있을지 모르나
큰 출세는 장담할 수 없노라."
훈장은 이렇게 우회적으로 꾸짖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 세 아이는 자라서 훈장의 말처럼
큰 인물은 되지 못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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