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년(辛亥年: 1731년) 봄에
본 설화집 '파수록'을 편찬한
김연이 영변(寧邊)에 가서
몇 달을 머물게 되었다.
그 때 이웃에 옥매(玉梅)라는
늙은 기생이 살면서,
수시로 김연의 거처에 찾아와
노래도 들려주고 이야기도 해주며,
집을 떠나 사는
김연의 적적함을 달래 주었다.
하루는 기생 옥매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소인의 나이 지금 일흔이지만,
머리가 세어 성성해진 것은
마흔 살 이전이랍니다.
이는 소인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기생들은 모두 그러하답니다."
이에 김연은 그 까닭을 물으니,
기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대체로 기생이 남자를 따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재물을 탐해서 따르는 경우도 있고,
욕정에 빠져서 따르는 경우도 있지요.
그 풍채에 반해서 따르기도 하고,
인정에 이끌려서 따르기도 한답니다.
또, 그 사람을 매우 싫어하지만
위압에 굴복하여 따르기도 하고,
우연히 만나 따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남자를 따르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자연히 정이 들어
떠나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남자들은
기생을 영원히 데리고 있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면
이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답니다.
그리하여 님자들이
이별의 노래 한 곡조로
손을 흔들고 떠나갈 때,
기생들은 정말로 참기 어려운
단장의 쓰라림을
겪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고 돌아와 울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되니,
목석(木石)이 아닌 사람으로서
어찌 빨리 늙지 않겠습니까?"
이에 부묵자 김연은
기생이 남자와 다르다는 것이
꼭 이익을 좇고
재물을 탐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늙은 기생 옥매를 위로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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