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재]

[은자주]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든 일제 만행은 아래 창에서도 한 번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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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궁 몽유록>

한문필사본으로 전해오던 운영전[수성군몽유록]은 영창서관에서 국역본(1925)이 출간되었으나 완역본은 김기동 번역이 처음이다. 국역된 작품은 ‘한국고전문학전집5(희망출판사,1965)’에 수록되어 있다. 한문본은 한국에 유학온 임명덕이 ‘한국한문소설전집3권(중국문화학원출판부,1980)’에 이 작품을 수록한 덕분에 국립도서관본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은자는 이 국역본과 영창서관본, 한문본 등을 비교하여 다시 정리해 보았다. 영창서관본은 여러 군데 번역을 포기하여 김기동 국역본을 참고하였다. 그러나 전자는 역자가 군말을 넣은 의역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왔고, 1920년대 국문 표기가 흥미를 증가시켜 문맥이 소통되면 그대로 두기도 하였다. [ ] 속의 것은 생략해도 좋은 부분이거나 재미난 의역으로 보면 된다.

작품의 분량이 많아 독자의 지루함을 덜기 위하여 24회 회장체를 참고하여 24꼭지로 나누어 분재한다.

시작부터 치면 쉬엄쉬엄 1년이 넘는 작업이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국한문 대역으로 완역한 것은 처음이어서 그것을 보람으로 여기겠다.

초급한문 학습자가 한문의 어순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고 김기동님은 대학시절 은자의 은사님이셨다. 은자의 전공 선택도 본관이 같은 그분의 영향이 컸다.

<이조시대소설론>(정연사,1959)은 국문학도들의 필독서였고, 고소설 연구논문의 참고문헌에는 어김없이 이 서명이 올랐다. 이 책을 보완한 것이 <한국고전소설연구>(교학사,1981)이다.

김기동 선생님의 작품 발굴작업은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여름이면 네모난 밥상을 마루에 놓고 학교 시험용지에다 만년필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연히 떠오른다. 그분 덕분에 수많은 고소설이 세상에 알려져 고소설 연구자들의 연구자료가 된 점을 생각하면 그분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선생님 덕분에 재학시절 한 해 여름을 창경궁 장서각에서 보내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곳에 총독부놈들이 추가한 동물원을 그대로 두어 점심시간이면 원숭이와 낙타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지루함을 달랬다.

돌이켜 생각하면 남의 나라 궁궐을 동물원으로 만들고 이름도 창경원이라 하고 정원을 벚꽃나무로 채워 시민들을 불러모아 야사구라구경을 시킨다며 궁궐을 짓밟고 소란 속에 몰아넣케 했었으니 총독부놈들의 한민족 멸시 방법이 얼마나 잔인하고 저열했던가를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완월회맹연>이었던가? 달필이긴 하나 그 글씨가 그 글씨인 한글필사본의 음운을 알기 어려워 흰 모시옷을 입고 거기 나온 궁녀 출신 할머니에게 자주 묻곤 했었다.

[작품 해설]

* 연대: 숙종 때

* 갈래: 애정 소설, 몽유 소설

* 특징: 비극적 결말 구조

* 별칭: 수성궁몽유록(壽聖宮夢遊錄)

* 주제: 비극적 사랑, 인간성 해방

* 출전: 한문본(국립도서관본), 한글본:연정 운영전, 영창서관(1925)

이 작품의 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유영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김진사와 운영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의 비극적 연애담을 다 듣고 나서,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나자 김진사가적은 책자가 풀밭에 던져져있었다.

몽자류소설이나 몽유록계소설은 꿈속의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데, 이 작품에서는 김진사가 기록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적은책이 현실 공간에 던져진다는 점이 특이하다.

<운영전>은 안평대군의 궁궐인 수성궁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을 다룬 애정소설인데, 고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비극적 결말을 지니고 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고소설의 주제인 '권선징악(勸善懲惡)'에서 벗어난 개성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수성궁몽유록>이라는 제목이 보여 주듯이 <운영전>은 몽유록계 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운영과 김 진사가 나타나 자신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후 유영은 꿈에서 깨어난다는 형식이 그것이다.

몽자류소설은 <구운몽>처럼 주제가 꿈이나 이상을 추구하는 환상적 세계를 형상화하고, 몽유록계소설은 현실비판적 성격이 강하다. <수성궁몽유록> 역시 제목에 걸맞게 후자쪽을 선택했으나 사랑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전자도 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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