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翌日, 門外有車馬騈闐之聲, 閽者奔入而告曰: “衆賓至矣.”

이튿날 문밖에서 요란한 수레소리가 들리더니 문지기가 달려와 알렸다.

“많은 손님들이 오십니다.”

大君掃東閣延入, 皆文人才士也. 坐定, 大君以妾等所製賦烟詩示之, 滿坐大驚曰:

대군은 동각을 소제케 하고 들어와 맞으니 모두 문인 재사들이었다. 자리를 정하고 대군은 저희들이 지은 부연시를 내보이니 모두들 크게 놀랐다.

“不意今日復見盛唐音調. 非我等所可比肩也. 如此至寶, 進賜從何得之?”

“뜻밖에 오늘 다시 성당 시절의 시를 보니 우리들은 비견할 바가 못됩니다. 이처럼 훌륭한 작품을 어디서 얻었습니까?”

大君薇笑曰: “何爲其然耶? 童僕偶然得於街上而來, 未知何人之所作, 而想必出於閭閻才士之手也.”

대군이 미소를 지었다.

“무엇이 그런가요? 하인이 우연히 길에서 주워와 어떤 사람 작품인지 알 수 없으나 여염집 재사의 손에서 나온 듯하오.”

群疑未定, 俄而成三問至曰:

여러 사람의 의심이 풀리지 않았는데 조금 후에 성삼문이 이르렀다.

“才不借於異代, 自前朝迄于今, 而已六百餘年, 以詩鳴於東國者, 不知其幾人,

재주는 다른 시대에 빌린 것이 아니라 고려조에서 지금까지 육백여 년간 시로써 우리나라에 이름을 떨친 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或沉濁而不雅, 或輕淸而浮藻, 皆不合音律, 失其性情, 吾不欲觀諸,

혹은 침탁(沉濁)하여 불라(不雅)하고 혹은 경청(輕淸)하고 부조(浮藻)하여 모두 모두 음률에 맞지 않고 그 성정을 잃어버려 내가 보고자 하지 않습니다.

今觀此詩, 風格淸眞, 思意超越, 小無塵世之態, 此必深宮之人, 不與俗人相接, 只讀古人之詩, 而晝夜吟誦, 自得於心者也.

이제 이 시를 보니 풍격이 정진하고 사의가 초월하여 조금도 속세의 태도가 없으니 이는 반드시 깊은 궁안의 사람이 속인과 서로 만나지 아니하고 다만 고인의 시를 읽고 주야로 음송하여 스스로 그 정서를 체득한 것입니다.

詳味其意, 其曰 ‘臨風獨惆悵’者, 有思人之意.

그 뜻을 자세히 음미해 보면,

“바람을 쐬며 홀로 슬퍼한다.”는 구절에는 님을 그리워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其曰 ‘孤篁獨保靑’者, 有守貞節之意.

“외로운 황죽은 홀로 푸른빛을 가졌다.”는 구절에는 정절을 지키려는 뜻이 있습니다.

其曰 ‘風吹自不定’者, 有難保之態.

“바람이 불어 저절로 안정하지 못한다.”는 구절에는 마음을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 있습니다.

其曰 ‘幽思向楚君’者, 有向君之誠.

“그윽한 그리움이 초나라 임금을 향한다.”는 구절에는 대군을 향하는 정성이 있습니다.

其曰 ‘荷葉露珠留’者, ‘西岳與前溪’者, 非天上神仙, 則不得如此形容矣.

“연잎에는 구슬 같은 이슬이 머문다.” 와 “서악과 앞 시내”라고 한 구정에는 천상이 신선이 아니면 이 같은 형용을 얻지 못합니다.

格調雖有高下, 而薰陶氣像, 則大約皆同. 進賜宮中, 必儲養此十仙人, 願毋隱一見.”

격조에는 고하가 있지마는 훌륭한 솜씨와 기상은 크게 보면 모두 같습니다. 궁중에는 반드시 열 선인을 두고 양성할 것이니 숨기지 말고 한 번 보여 주시지요.“

大君內自心服, 而外不頷可曰:

대군은 내심으로 탄복하면서도 겉으로는 수긍하지 않았다.

“誰謂謹甫有詩鑑乎, 我宮中豈有此等人哉! 可謂惑之甚矣.”

누가 근보가 시감이 있다고 하는가? 내 궁안에 어찌 이런 사람이 있단 말이오? 의혹함도 심하다고 말할 수 있다.“

于時, 十人從窓隙暗聞, 莫不歎服.

이때 열 명은 창틈으로 몰래 엿듣고는 탄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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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十人皆退在洞房, 畵燭高燒, 七寶書案, 置唐律一卷, 論古人宮怨詩高下, 妾獨倚屛風, 悄然不語, 如泥塑之人.

열 명은 모두 물러나 동방(洞房)에 있었다.

[대군이 어젼(御前)에서 나와서] 동방의 촉불을 도드고 칠보서안(七寶書案)에 당률(唐律) 한 권을 놋코 고인궁원(古人宮怨)의 시를 평론한다. 첩은 홀로 병풍에 기대여 초연히 인형(人形)가티 입을 담은 채로 잇다.

小玉顧見妾曰,

소옥은 이 모양을 보고 운영에게 말하기를,

“日間賦烟之詩, 見疑於主君, 以此隱憂而不語乎? 抑主君向意, 當有錦衾之歡, 故暗喜而不語乎? 汝心所懷, 未可知也.”

"아가 낮에 부연(賦烟)에 시로 주군에 의심하신 바 정령 그것이 불만하사 잠잠히 계심니다만은 주군의 생각은 비단이불(錦衾)의 환락에 듯이 있어 일부러 몰래 기뻐하여 말하지 않습니까? 네 마음에 품은 것을 모르겠구려."

妾歛容而答曰:

운영은 옷깃을 여미면서,

“汝非我, 安知我之心哉? 我方賦一詩, 搜奇未得, 故若思不語耳.”

"너는 내가 아닌데 어찌 내 마음을 알겠는가? 나는 지금 시 한 수를 어드랴고 기구를 찾다가 얻지 못하여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것 같을 뿐이다."

銀蟾曰: “意之所向, 心不在焉, 故旁人之言, 如風過耳. 汝之不言, 不難知也. 我將試之.”

은섬은 곳 말을 이었다.

“뜻이 지향하는 곳에 마음은 없군요. 그러므로 주위 사람들의 말이란 바람이 지나가듯 할 뿐입니다. 네가 말하지 않으니 알기 어렵군요. 내 장차 시험하리다.

卽以窓外葡萄爲題, 使作七言四韻促之,

곧 창외포도(窓外葡萄)를 제목으로 하여 칠언사운시를 짓도록 재촉했다."

妾應口卽吟, 其詩曰:

운영은 곧 여러 사람의 시긔와 의심을 풀니게 하랴고

蜿蜒藤草似龍行, 翠葉成陰忽有情.

署日嚴威能徹照, 晴天寒影反虛明.

抽絲攀檻如留意, 結果垂珠欲效誠.

若待他時應變化, 會乘雨雲上三淸.

구불구불 넝쿨은 용이 기어가는 것 같고

푸른 잎 그늘을 이루니 모든 게 유정하구나.

더운 날에도 위엄은 훤히 비치고

맑은 하늘엔 찬 그림자가 도리어 밝아라.

덩굴이 뻗어 난간을 감음은 뜻을 머물러 둠이오

열매를 맺어 구슬을 드리움은 정성을 본받고자 함이라.

만약 다른 날을 기다려 변화를 부린다면

응당 비구름 타고 삼청궁에 오르리라.

小玉見詩, 起而拜曰:

소옥이 시를 보고 일어나 절을 올렸다.

“眞天下之奇才也! 風格之不高, 雖似舊調, 而蒼卒製作如此, 此詩人之最難處也. 我之心悅誠服, 如七十子之服孔子也.”

“참으로 천하의 기재로다. 풍격이 높지 아니함은 옛 가락과 비슷하지만 갑자기 지은 것이 이와 같으니, 이는 시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곳이다. 내가 마음속으로 기뻐하여 복종함은 칠십제자가 공자님께 복종함과 같다.”

紫鸞曰: “言不可不愼也, 何其許如之太過耶? 但文字蜿曲, 且有飛騰之態, 則有之矣.”

자란이 말했다.

“말이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찌 그리 허여함이 지나친가? 다만 문자가 완곡하고 비등하는 태도가 있다면 그렇긴 하구나.”

一座皆曰: “確論也.”

妾雖以此詩解之, 而群疑猶未盡釋.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정확한 논평이오.” 라고 했다.

나는 이 시로써 해명했을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의심이 아직도 다 풀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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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一日, 大君自外而入, 呼妾等曰:

하루는 대군이 첩들을 불러서 말했다.

 

“今日與文士某某飮酒, 有祥靑烟, 起自宮樹, 或籠城堞, 或飛山麓.

"오날은 문사 아무와 주배를 나누었는데 상스런 한 줄기 파란 연기가 궁중의 나무로부터 일어나 궁성을 싸고 산기슭으로 스르르 날아갔다.

 

我先占五言一絶, 使坐客次之, 皆不稱意. 汝等以年次, 各製以進.

내가 먼저 오언 일절을 짓고 손님들에게 짓게 했으나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희들은 그것을 시제(詩題)로 하야 너희들의 사의대로 연령 순서로 글을 지어 올려라"

 

小玉先呈曰:

먼저 소옥으로부터 올리기 시작하였다

 

緣烟細如織,

隨風伴入門.

依微深復淺,

不覺近黃昏.

 

풀은 연기에 인연하여 가는 비단실 같이

바람을 따라 비스듬히 문으로 드러와

흐릿하게 깊었다가 다시 엷어지더니

어느덧 황혼이 가까웠네.

 

芙蓉次呈曰:

부용이 다음으로 올렸다.

 

飛空遙帶雨,

落地復爲雲.

近夕山光暗,

幽思尙楚君.

 

하늘로 날아가 멀리서 비를 몰아와

땅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구름이 되도다

저녁이 가까워 산빛은 어두웠네

그윽한 생각이 다만 초왕을 그리노라

 

翡翠呈曰:

비취의 시에는,

 

覆花蜂失勢,

籠竹鳥迷巢.

黃昏成小雨,

窓外聽蕭蕭.

 

꽃 속의 벌은 갈 길을 일코

통속에 새는 아직도 깃에 들지 못하엿서라

어두운 밤은 가는 비로 되아

창 밧게 소슬한 소리를 듯는도다

 

飛瓊呈曰:

비경의시에는,

小杏難成眼,

孤篁獨保靑.

輕陰暫見重,

日暮又昏冥.

적은 은행으로 눈알을 맨들기 어려와라

외로운 대피리는 홀로 푸른 빗을 보젼하엿도다

가비야운 그늘은 잠시 무거왓서라

해는 저물고 또 황혼이 되리라

 

玉女呈曰:

옥녀의 시에는,

蔽日輕紈細,

橫山翠帶長.

微風吹漸散,

猶濕小池塘.

 

해를 가리는 얄분 깁은 가늘고

산 엽흐로 빗긴 풀은 띠는 길드라

가는 바람의 불니여 점점 사라지어라

아직 마르지 아니한 적은 연못이여라

 

金蓮呈曰:

금련의 시에는,

山下寒烟積,

橫飛宮樹邊.

風吹自不定,

斜日滿蒼天.

산밋헤 찬 연긔는 메여드러

비스듬이 날니는 궁의 나무 가는

바람의 불니여 몸을 가누지 못하여라

넘어가는 해빗은 창텬에 가득하도다

 

銀蟾呈曰:

은섬의 시에는,

山谷繁陰起,

池臺緣影流.

飛歸無處覓,

荷葉露珠留.

산골의 잇다금 근을을 지우고

못가으로 푸른거림자가 흘르도다

날어서 도라가보니 볼곳이 업고

적은 연입의 이슬에 구슬이 담겨 잇서라

 

紫鸞呈曰:

자연의 시에는,

早向洞門暗,

橫連高樹低.

須臾忽飛去,

西岳與前溪.

나즌 골문을 향하야도 어둡고

모루 놉흔 나무를 싸노아얏더라

참다 못하야 홀연히 나러가드라

서녘 뫼부리와 압 내가로

 

妾亦呈曰:

첩 운영의 시에는,

望遠靑烟細,

佳人罷織紈.

臨風獨惆悵

飛去落巫山.

멀니 바라보니 풀은 연긔는 가늘고

아름다운 사람은 깁짜기를 마치고

바람을 대하야 홀로 슬퍼하노라

날아가서 무산에 떨어지리라

 

寶蓮呈曰:

보련의 시에는,

短壑春陰裡,

長安水氣中.

能令人世上,

忽作翠珠宮.

짜른굴 푸른 그늘속

장안의 물긔운 속에서

능히 세상사람을 오르게 하며

홀연히 취쥬궁(翠珠宮)이 되리로다

 

大君看罷, 大驚曰:

대군이 한번 보더니 놀나는 빗이 얼골에 가득하야,

“雖比於晩唐之詩, 亦可伯仲, 而謹甫以下, 不可執鞭也.”

"당나라 시에 비하야도 첫째 둘째가 될 것이라. 근보[성삼문] 이하는 채찍을 잡지 못하리라.”

 

再三吟咏, 莫知其高下, 良久曰:

하고 재삼 읇흐면서 우열을 정하지 못하더니 한참 읽다가,

“芙蓉詩, 思戀楚君, 余甚嘉之,

"부용의 시에 그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 되었고,

翡翠詩, 比前騷雅,

비취의 시는 앞의 것에 비하면 이소경의 아취가 있고,

玉女詩, 意思飄逸, 末句有隱隱然餘意,

소옥의 시는 표일하고 끝구에는 은근한 취미가 잇다 .

以此兩詩, 當爲居魁.”

먼저 이 두 글을 제일로 정한다."

 

又曰:

다시 말하기를,

“我初見詩, 憂劣莫辨, 一再翫繹, 則紫鸞之詩, 意思深遠, 令人不覺嗟嘆而蹈舞也.

"처음에는 우렬을 말하지 안엇스나 재삼 해셕하야 보니 자연의 시는 심원한 곳이 잇스나 무의식하게 모르는 사이에 사람으로 하여금 차탄하고 춤추게 한다.

 

餘詩亦皆淸雅, 而獨雲英之詩, 顯有惆悵思人之意.

그리고 그 나마지 글도 아름다웁게 되엿스나 홀로 운영의 시는 초창하고 누구를 상사하는 듯이 표현하야 잇다.

 

未知其所思者何人, 事當訊問, 而其才可惜, 故姑置之.”

그리워하는 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 일은 마당히 힐문할 것이로되 그의 재조를 보아 그대로 내버려둔다."

 

妾卽下庭, 伏泣而對曰:

이 말을 드른 운영은 즉시 뜰에 내려 업다려 울면서,

 

“追辭之際, 偶然而發, 豈有他意乎! 今見疑於主君, 妾萬死無惜.”

"시를 지을 적에 우연히 나온 것이오 결코 다른 뜻은 업슴니다. 지금 주군의 의혹을 바드니 첩은 만 번 죽어도 오히려 애석할 게 없습니다."

大君命之坐曰:

대군은 운영을 불너 올려 자리를 준 후에,

 

“詩出於性情, 不可掩匿, 汝勿復言.”

"시는 성졍으로 나와 억지로 숨기지는 못하는 것이다. 너는 다시 말하지 말라."

 

卽出綵帛十端, 分賜十人.

곧 채단 열필을 꺼내 열 명에게 나누워 주엇다.

 

大君未嘗有私於妾, 而宮中之人, 皆知大君之意, 在於妾也.

대군은 첩에게 마음 잇는 풍정을 조금도 나타내지 않으시나 궁녀들은 모다 대군이 첩에게 마음을 두신 것으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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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乃言曰: “莊憲大王子, 八大君中, 安平大君最爲英睿.

세종대왕의 왕자 팔 대군 중에서 셋째 왕자인 안평 대군이 가장 영특하였지요.

上甚愛之, 賞賜無數, 故田民財貨, 獨步諸宮.

그래서 상이 매우 사랑하시고 무수한 전민과 재화를 상사하시니, 여러 대군 주에서 가장 나았사옵더니,

年十三, 出居私宮, 宮名卽壽聖宮也.

나이 십삼 세에 사궁에 나와서 거처하시니 수성궁이라 하였습니다.

以儒業自任, 夜則讀書, 晝則或賦詩, 或書隷, 未嘗一刻之放過,

유업(儒業)으로써 자임(自任)하고, 밤에는 독서하고 낮에는 시도 읊으시고 또는 글씨를 쓰면서 일각이라도 허송치 아니하시니,

一時文人才士, 咸萃其門, 較其長短, 或知鷄叫參橫講論不怠,

한 시대의 문인재사들이 다 그 문(門)에 모여서 그 장단을 비교하고, 혹 새벽닭이 울어도 그치지 않고 담론(談論)을 하였지마는,

而大君尤工於筆法, 鳴於一國.

대군은 더욱 필법(筆法)에 장(長)하여 일국에 이름이 났지요.

文廟在邸時, 每與集賢殿諸學士, 論安平筆法曰:

문종대왕이 아직 세자(世子)로 계실 적에 매양 집현전 여러 학사와 같이 안평대군의 필법을 논평하시기를,

“吾弟若生於中國, 雖不及於王逸少, 豈後於趙松雪乎!” 稱賞不已.

'우리 아우가 만일 중국에 났더라면 비록 왕희지에게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어찌 조맹부에 뒤지리오.'

하면서, 칭찬하시기를 마지않았사옵니다.

一日, 大君於妻等曰:

하루는 대군이 저희들을 보고 말씀하셨지요.

“天下百家之才, 必就安靜處, 做工而後可成.

'천하의 모든 재사(才士)는 반드시 안정한 곳에 나아가서 갈고 닦은 후에야 이루어지는 법이니라.

都城門外, 山川寂寥, 閻落稍遠, 於此做業, 可以專精.”

도성(都城) 문밖은 산판이 고요하고, 인가에서 좀 떨어졌을 것이니 거기에서 업을 닦으면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

卽搆精舍十數間于其上, 扁其堂曰: ‘匪懈堂’,

곧 그 위에다 정사(精舍) 여남은 간을 짓고, 당명을 비해당(匪懈堂)이라 하였으며,

又築一壇于其側, 名曰: ‘盟詩壇’, 皆顧名思義之意也.

또한 그 옆에다 단을 구축하고 맹시단이라 하였으니, 다 명(名)을 돌아다보고 의(義)를 생각한 뜻이었지요.

一時文章鉅筆, 咸集其壇, 文章則成三問爲首, 筆法則崔興孝爲首.

한 시대의 문장(文章)과 거필(巨筆)들이 단상에 다 모이니, 문장에는 성삼문이 으뜸이었고, 필법에는 최흥효가 으뜸이옵니다.

雖然, 皆不及於大君之才也.

비록 그러하오나 다 대군의 재주에는 미치지 못하였사옵지요.

一日, 大君乘醉, 呼諸侍女曰:

하루는 대군이 취함을 타서 궁녀 보고 말씀하셨지요.

“天之降才, 豈獨豊於男而嗇於女乎?

'하늘이 재주를 내리심에 있어서, 남자에게는 풍부하게 하고 여자에게는 재주를 내리심에 있어서 적게 하였으랴.

今世以文章自許者, 不爲不多, 而皆莫能相尙, 無出類拔萃者, 汝等亦勉之哉!”

지금 세상에 문장으로 자처하는 사람이 많지마는, 능히 다 상대할 수 없고, 아직 특출한 사람이 없으니. 너희들도 또한 힘써서 공부하여라.'

於是, 宮女中, 擇其年少美容者十人敎之.

대군께서는 궁녀 중에서 나이가 어리고 얼굴이 아름다운 열 명을 골라서 가르치셨습니다.

先授諺解小學, 讀誦而後, 庸學論孟詩書通史, 盡敎之,

먼저 <언해소학>을 주시고 읽고 암송한 이후에, <중용>, <대학>,<논어>, <맹자>, <시경>, <통감>, <사략> 등을 다 가르치시고,

又抄李杜唐音數百首敎之, 五年之內, 果皆成才.

또 이백, 두보, 당음의 시 수백 수를 뽑아서 가르치시니, 5년 이내에 과연 모두 대성하였지요.

大君入則使妾等, 不離眼前, 作詩斥正, 第其高下, 明用賞罰, 以爲勸獎,

안평대군게서는 집에 들면 첩등에게 안전에서 시를 짓게 하여 시의 우열을 정하야 가작자(佳作者)에게는 상을 주어 권장하였다.

其卓犖之氣像, 縱不及於大君,

탁월한 기상이 안평대군에게는 미치지 못하나

而音律之淸雅, 句法之婉熟, 亦可以窺盛唐詩人之蕃蘺也.

음률에 청아함과 필법의 완숙함은 당나라 시인에 울타리를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되었다.

十人之名, 則小玉, 芙蓉, 飛瓊, 翡翠, 玉女, 金漣, 銀蟾, 紫鸞, 寶蓮, 雲英, 雲英卽妾也.

열 명의 이름은 소옥, 부용, 비경, 비취, 옥녀, 금련, 은섬, 자란, 보련, 운영이니, 운영은 바로 저였어요.

大君皆甚撫恤, 尙畜宮內, 使不得與人對語,

대군이 열명 시녀를 심히 사랑하고 긍휼이 여겼으나 항상 궁문 밧게를 나지 못하게 하고 접어(接語)도 절대로 금하였다.

日與文士, 盃酒戰藝, 而未嘗以妾等, 一番相近者, 盖慮外人之或知也. 常下令曰:

날마다 문사들과 주배젼(酒杯戰)을 하였지만 한 번도 시녀들을 가까이 잇지 못하게 하였다. 대개 외인이 혹 알까하여 언제나 하명을 내렸다.

“侍女一出宮門, 則其罪當死, 外人知宮女知名, 其罪亦死.”

"시녀가 궁문 박글 나가면 그 죄는 죽음이 마당하고 궁문밖 사람이 궁인의 이름만 알아도 사죄를 면치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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