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一日, 大君呼翡翠曰:

대군은 무슨 생각을 하엿는지 하로는 비취를 부르사


“汝等十人, 同在一室, 業不專一 當分五人置之西宮.”

"너의 열 사람이 한방에 잇스면 학업의 방해로우니 다섯 명은 서궁의 두기로 하겟다"


妾與紫鸞, 銀蟾, 玉女, 翡翠, 卽日移焉.

운영. 자연. 은섬. 옥녀. 비취는 즉일로 서궁(西宮)으로 갓다.


玉女曰: “幽花細草, 流水芳林, 正似山家野庄, 眞所謂讀書堂也.”

옥녀가 말햇다.

"그윽한 꽃과 가는 풀, 흐르는 물과 꽃다운 나무는 정히 산가의 야장(野庄)과 같아서 참으로 이른바 독서하는 집이로다"


妾答曰: “旣非舍人, 又非僧尼, 而鎖此深宮, 眞所謂長信宮也.”

운영이 말을 이었다.

"첩등은 사인(舍人)도 아니며 니고(尼姑)도 아닌데 이 심궁의 갖쳐 잇는 것은 이것이 소위 장신궁이라 하는 것이오"


左右莫不嗟惋.

이 말을 듯고 좌우의 모든 사람들이 차탄함을 마지않았다.


其後, 妾欲作一書, 以致意於進士, 以至誠事巫, 請之甚懇, 而終不肯來,

그 후로 운영은 한 글월을 지어 진사에게 보내랴고 지성으로 무녀 오기를 비럿스나 무녀는 오지 아니 하엿다.


盖不無挾憾於進士之無意於渠也.

그것은 확실이 진사가 무녀에게 뜻이 업스매 무녀가 함원(含寃)하는 까닭으로 오지 아니한 것이다.

[일로좃차 운영은 번민으로 날을 보내는데]

一夕, 紫鸞密言于妾曰:

하루 저녁은 자란이 비밀히 운영에게 말하기를,


“宮中之人, 每歲仲秋, 浣紗於蕩春臺下之水, 仍說盃酌而罷. 今年則設於昭格署洞, 而往來尋見其巫, 則此第一良策.”

"궁즁의 사람들은 매년 즁추가절이면 탕츈대 아래 물에서 완사(浣紗)를 행하야 주연을 베푸는데 금년에는 아마 소격셔동(昭格署洞)에다 베푸는 모양이다. 그런즉 그 핑계를 대고 무녀를 찾는 것이 상책입니다."


妾然之, 若待仲秋, 度一日如三秋. 翡翠微聞其語, 佯若不知, 而語妾曰:

운영도 이 말에 동의하야 즁추를 기다리기 일각이 여삼추로 생각한다. 비취는 모든 비밀을 알고도 모르는 듯이 야살스럽게 운영에게 말했다.


“汝初來時, 顔色如梨花, 不施鉛粉, 而有天然綽約之恣, 故宮中之人, 以虢國夫人稱之. 比來容色減舊, 漸不如初, 是何故耶?”

"운영은 처음 궁에 오실 때에는 안색이 리화 가트사 분을 아니 발느서도 텬연미가 사람을 황홀케 하야 궁인은 모다 운영을 괵국부인이라고 존칭하여 왓는데 얼굴빛이 옛날보다 못하고 점차로 처음 같지 아니하니 이게 무슨 까닭입니까?"


妾答曰: “稟質虛弱, 每當炎節, 則例有署渴之病, 梧桐葉落, 繡幕生凉, 則自至稍蘇矣.”

"날 때부터 허약한대다 더욱 더위에 몸이 파리하야지는 병이 있엇는데 오동잎이 떨어지고 선늘한 가을이 도라오면 조금 낫겠지요."


翡翠賦一詩戱贈.

비취는 일수시를 지어 운영을 야유(椰揄)한다.


無非翫弄之態, 而意思絶妙, 妾奇其才而羞其弄.

희롱하는 뜻이 없지 않앗으나 시상이 절묘하엿다. 나는 그 재주를 기이하게 여기면서도 그 희롱을 부끄러워하였다.


荏苒數月, 節屬淸秋,

凄風夕起, 細菊吐黃,

草虫歛聲, 皓月流光.

妾知西宮之人, 已不可隱,


그럭저럭 두어 달이 지나가고

어언간 절긔는 가을이 되었도다

서늘한 바람은 저녁에 이러나

가는 국화풀은 누른 빗을 토하도다

온갖 벌레가 추위에 신음하고

흰 달은 빛을 흘니도다

나는 서궁 사람들을 알지[마음으로는 조와하나]

겉흐로는 자기를 나타내지 않는도다


以實告之曰: “願勿使南宮之人知之.”

이리하야 사실을 알렸다. [서궁의 사람에게는 숨길려 하야도 쓸 데가 업시 되엿다.]

“다만 남궁의 사람들만 모르도록 하여 주오.”


于時, 旅鴈南飛, 玉露成團, 淸溪浣紗. 正當其時, 欲與諸女, 牢定日期, 而論議甲乙, 未定浣濯之所.

이대에 기러기떼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풀잎에는 구슬 같은 이슬이 맺히면, 맑은 시냇물에 빨래를 해왔는데 정히 그때를 당하였더라. 여러 궁녀들과 날짜를 정하려했으나 의론이 분분하여 완사(浣紗)하는 쟝소를 정하지 못했다.


南宮之人曰: “淸溪白石, 無踰於蕩春臺下.”

남궁사람들은 “쳥계백셕(淸溪白石)이 탕츈대 아래보다 나은 곳은 없다.”고 하고,


西宮之人曰: “昭格署洞泉石, 不下於門外, 何必舍邇而求諸遠乎.”

셔궁사람들은, “소격셔동의 천셕(泉石)이 문밖보다 못하지 않은데 하필 가가운 곳을 버리고 먼데서 찾는가?”라고 말했다.

南宮之人, 固執不許, 未決而罷.

남궁사람들이 고집을 피우고 허락지 아니하여 장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끝낫다.


其夜, 紫鸞曰:

“南宮五人中, 小玉主論, 我以奇計, 可回其意.”

그날밤 자란이 말했다.

“남궁 오인가운데 소옥이 주론인데 내가 기이한 계교로써 그 뜻을 돌릴 수 있다.”


以玉燈前導, 至南宮,

옥등으로 앞에서 인도하여 남궁에 이르렀다.


金蓮喜迎曰:

“一分西宮, 如隔秦楚, 不意今夕玉體左臨, 深謝厚意.”

금련이 반가이 맞이하였다.

“한 번 서궁으로 갈라지니 소원하기가 진나라와 초나라 같았는데, 뜻밖에 오늘 저녁 옥체가 왕림하시니 후의에 깊이 감사한다.”


小玉曰: “何謝之有? 此乃說客也.”

소옥:“사례할 게 뭐 있니? 이들은 세객이야.”


紫鸞歛袵正色曰:

“他人有心, 予忖度之, 其子之說歟?”

자란이 옷깃을 여미고 정색했다.

“남의 마음을 내가 헤아리나니 어째서 너는 세객이라 하는가?”


小玉曰:

“西宮之人, 欲往昭格署洞, 而我獨堅執. 故汝中夜來訪, 其謂說客, 不亦宜乎.”

소옥:“서궁 사람들은 소격서동으로 가고자 하는데 내가 혼자서 고집을 세웠다. 그러므로 네가 밤중에 찾아왔으니 세객이라 함도 또한 적절하지 않니?”


紫鸞曰: “西宮五人中, 吾獨欲往城內也.”

자란:“서궁 오인중 나 홀로 성내로 가고자 한다.”


小玉曰: “獨思城內, 其何意哉?”

소옥:“홀로 성내를 생각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紫鸞曰: “吾聞昭格署洞, 乃祭天星之處, 而洞名三淸云.

자란:“내가 듣기로는 소격서동은 천성에 제사하던 곳으로 동명을 삼청동이라 한다.


吾徒十人, 必是三淸仙女, 誤讀黃庭經, 謫下人間.

우리들 열 사람은 반드시 삼청동의 선녀로 황정경을 잘못 읽어 인간세상에 귀양온 거야.


旣在塵寰, 則山家野村, 農墅漁店, 何處不可?

이미 인간세상에 잇다면 산가 야촌 농막 어점 어느 곳인들 불가하겠는가?


而牢鎖深宮, 有若籠中之鳥, 聞黃鸝而歎息, 對綠楊而歔欷.

그런데 심궁에 굳게 갇쳐 새장안의 새와 같고, 꾀꼬리 노래소리에도 탄식하고 봄날 푸른 버들을 보고도 한숨짓는다.


至於乳燕雙飛, 栖鳥兩眠, 草有合歡, 木有連理, 無知草木, 至微禽鳥, 亦稟陰陽, 莫不交歡.

제비가 쌍쌍이 날고, 깃든 새가 마조보며 졸고, 풀에도 합환초가 잇고 나무에도 연리지 있는 데 이르러서는, 무지한 초목과 미물인 새들도 음양을 받아 즐거움을 나누지 않는 것이 없다.


吾儕十人, 獨有何罪, 而寂寞深宮, 長鎖一身, 春花秋月, 伴燈消魂, 虛抛靑春之年, 空遺黃壤之恨, 賦命之薄, 何其至此之甚耶!

우리들 열 명은 유독 무슨 죄가 있기에 적막한 깊은 궁궐에서 길이 일신을 가두고 봄날의 꽃구경과 가을날의 달놀이할 적에도 등불을 벗하여 넋을 소진하며 허망히 청춘의 나이를 포기하고 공연히 땅 속의 한을 남겼으니 타고난 목숨의 기박함이 어찌 이다지 심한가?


人生一老, 不可復少, 子更思之, 寧不悲哉!

인생이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젊어질 수 없는 것을 네가 다시 생각해 보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今可沐浴於淸川, 以潔其身, 入于太乙祠, 扣頭百拜, 合手祈祝, 冀資冥佑, 欲免來世之此若也. 豈有他意哉?

이제 맑은 시내에 목욕하고 몸을 깨끗이 하여 태을사에 들어가 머리를 조아려 백 번 절하고 손모아 축원하여 하늘의 도움을 빌어 이 같은 처지를 면하고자 함이지 어찌 다른 뜻이 있으리오.


凡我宮之人, 情若同氣, 而因此一事, 疑人於不當疑之地耶? 緣我無狀, 言不見信之致也!”

우리 둥녀들은 인정이 동기와 같았는데 이 한 가지 일로 인하여 부당하게 의심하는 입장에서 남을 의심하다니? 내가 터무니없이 믿지 못할 말을 하였구나.


小玉起而謝曰:

소옥이 일어나 사례했다.

“我燭理未瑩, 不及於君遠矣. 初不許城內者, 城中素多無賴俠客之徒, 慮有意外强暴之辱, 故疑之, 今汝能使余, 不遠而復通.

내가 밝은 이치에 어두워 너에게 미치자면 멀었구나. 처음 성내를 허여하지 않은 것은 성안에는 본디 무뢰한 협객의 무리가 많아 뜻밖에 강포한 욕을 당할까 염려하여 그 점을 의심하였는데 너는 나로 하여금 멀리 아니하고 다시 소통하게 하였구나.


自今以後, 雖白日昇天, 而吾可從之, 雖憑河入海, 而亦可從之, 所謂因人成事, 而及其成功則一也.”

지금 이후로는 비록 대낮에 하늘에 오른대도 내가 따르고 강을 의지하고서 바다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또한 따르리라. 소위 남을 인연하여 일을 이루어도 성공에 이르기는 매한가지다 라고 했다.”


芙蓉曰: “凡事心定, 上言未定, 兩人爭之, 終夜未決, 事不順矣.

부용:“무릇 일이란 마음을 결정해야 하는데, 먼저 정해지지 않은 것을 말하여 두 사람이 다투니 일이 순조롭지 않겠구나.


一家之事, 主君不知, 而僕妾密議, 心不忠矣, 日間所爭之事, 宵未半而屈之人, 人不信矣.

한 집안의 일을 대군도 모르게 우리 구녀끼리 밀의하니 마음이 불충함이라. 낮에 다투던 일을 밤이 반도 안 가서 굴복하는 사람은 남이 불신한다.


且淸湫玉川, 無處不有, 而必往城祠, 似不宜矣.

또한 맑은 소와 옥 같은 시내가 없는 곳이 없는데 바드시 성사로 가려하니 옳지 않은 듯하다.


匪懈堂前, 水淸石白, 每歲浣洗於此, 而今欲所轍, 亦不宜矣. 一擧而有此五失, 妾不從命.”

비해당 앞에 물이 맑고 바위가 희어 매년 여기서 빨래를 하였는데 이제 장소를 바꾸고자 함도 옳지 않다. 한 번 거동에 이 다섯 가지를 잃으니 나는 그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


寶連曰: “言者文身之具, 謹與不謹, 慶殃隨之. 是故, 君子愼之, 守口如甁.

보련:“말이란 문신하는 도구와 같아서 삼가고 삼가지 않는 데 따라 경사와 재앙이 따른다. 이러므로 군자는 이를 삼가 입 지키기를 병과 같이하였다.


漢時, 丙吉張相如, 終日不語, 而事無不成, 嗇夫喋喋利口, 而張釋之, 秦詆之.

한나라 때에 병길 장상여는 종일 말하지 않아도 일을 이루지 못함이 없었고, 색부는 척척 예리한 말로 죄었다 풀었다 하니 진에서는 그를 꾸짖었다.


以妾觀之, 紫鸞之言, 隱而不發, 小玉之言, 强而勉從, 芙蓉之言, 務在文飾, 皆不合吾意, 今此之行, 妾不與焉.”

내가 보건대 자란의 말은 숨기고서 다 말하지 않았고, 소옥의 말은 억지로 다르겠다는 것이고, 부용의 말은 힘써 말을 꾸미니 모두 나의 뜻에는 맞지 않는다. 이번 행사에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


金蓮曰: “今夜之論, 終不歸一, 我且穆卜.”

금련:“오늘밤 의론은 끝내 결론을 못냈으니 나 또한 화목하는 점을 쳐 보리라.”


卽展羲經而占之, 得卦解之曰:

곧 주역을 펴고 점을 쳐서 괘를 얻어 이를 해석했다.


“明日, 雲英必遇丈夫矣. 雲英容貌擧止, 似非人世間者也.

내일 운영은 반드시 대장부를 만나리라. 운영의 용모와 행동거지는 인간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主君傾心已久, 而雲英以死拒之, 無他故矣, 不忍負夫人之恩也.

대군이 마음을 기울인 지가 이미 오래다. 운영이 죽음으로써 항거하는 것은 다른 연고가 아니라 차마 부인의 은혜를 저버릴 수 없어서이다.


主君之威令雖嚴, 而恐傷雲英之身, 故不敢近之.

대군의 권위 있는 명령이 엄할지라도 운영의 몸을 손상할까 하여 감히 가까이 하지 않는다.


今舍此寂寞之處, 而欲往彼繁華之地, 遊俠少年見其色, 則必有喪魂欲狂者. 雖不能相近, 而指點送目, 斯亦辱矣.

지금 이 적막한 곳을 버리고 저 번화한 곳에 가고자 하는데, 유협한 소년들이 그 미색을 보면 반드시 정신을 잃고 미치고자 하는 자가 있으리라. 비록 서로 가까이하지 않더라도 손가락질하고 눈길을 보낼 것이니 이 또한 욕된 일이다.


前日, 主君下令曰:

‘宮女出門, 外人知名, 其罪皆死.’

今此之行, 妾不與焉.”

지난 날 대군이 명령하셨다.

‘궁녀가 대문을 나가 바깥사람들이 그 이름을 안다면 그 죄는 죽음에 해당한다.’

이번 행차에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


紫鸞知事不儕, 憮然不樂, 方欲辭去.

자란은 일이 성사되지 못함을 알고 무안하고 섭섭하여 지금 떠나가고자 했다.

飛瓊泣把羅帶, 强留之, 以鸚鵡盃, 酌雲乳勸之, 左右皆飮.

비경이 울면서 비단허리띠를 잡고 억지로 만류하고 앵무잔에다 유하주를 다루고 권하여 좌우에서 모두 마셨다.


金蓮曰: “今夕之會, 務在從容, 而飛瓊之泣, 妾實悶之.”

금련:“오늘 저녁 모임은 힘써 조용히해야 하는데 비경의 울음소리에 나는 참으로 괴롭다.”


飛瓊曰: “初在南宮時, 與雲英交道甚密, 死生榮辱, 若與同之, 今雖異居, 寧忍忘之.

비경:“처음 남궁에 있을 적에 운영과 사귐이 심히 은밀하여 사생과 영욕을 함께 할 것 같이 했는데 이제 거처를 달리할지라도 어찌 차마 잊겠는가?


前日, 主君前問安時, 見雲英於堂前, 纖腰瘦盡, 容色憔悴. 聲音細縷, 若不出口. 起拜之際, 無力仆地, 妾扶而起之, 以善言慰之.

전날 대군 앞 문안시에 당 앞에서 운영을 보니 가는 허리는 더 가늘어졌고 얼굴빛이 초췌하고 목소리는 가는 실낱 같아 입에서 나오지 못할 듯했다. 일어나 절을 올릴 즈음에는 힘이 없어 땅에 엎어져 내가 부축하여 일으키고 좋은 말로 위로했었다.


雲娘答曰: “不幸有疾, 朝夕將死. 妾之微命, 死無足惜, 而九人之文章才華, 日就月長, 他日, 佳篇麗什, 聳動一世, 而妾不及見矣, 是以悲不能禁.”

운영이 대꾸하기를, “불행히 병이 있어 조석으로 죽을 듯하다. 나의 미미한 목슴이야 죽어 아까울 게 없지만 아홉 명의 문장과 재화가 일취월장하니 다른 날 아름다운 시구를 모아 일세를 덜칠 터인데 첩이 볼 수 없으니 이 때문에 슬픔을 금할 수 없구나.” 라고 했다.


其言頗極悽切, 妾爲之下淚, 到今思之, 其疾實在於所思也.

그 말이 자못 처절하여 내가 눈물 떨구던 일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질병이란 게 실로 그리움에 있었다.



嗟呼! 紫鸞, 雲娘之友也. 欲以垂死之人, 置之於天壇之上, 不亦難哉. 今日之計, 若不得成, 則泉壤之下, 死不暝目, 怨歸南宮, 其有慨乎?

아, 자란은 운영의 벗이로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을 천단 위에 두고자 함도 또한 어려운 일이다. 오늘의 계획을 만약 이루지 못할 것 같으면 지하에 죽어서라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요 원한은 남궁에 돌아올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書曰: ‘作善降之百祥, 不善降之百殃’ 今此之論, 善乎, 不善乎?”

서경에, ‘선한 일ㅇ을 하면 하늘이 백 가지 상스러운 일을 내리시고, 선하지 않을 일을 하면 하늘이 백 가지 재앙을 내리신다.’고 했는데 지 이 논의가 착한 일인가. 착하지 않은 일인가?


小玉曰: “妾旣許諾, 三人之志, 旣已順矣, 豈可半塗而廢乎. 設或事泄, 雲英獨被其罪, 他人何與焉哉. 妾不爲再言, 當爲雲英死之.”

소옥:“나는 이미 허락했고 세 사람의 뜻도 이미 따르기로 했으니 어찌 중도에 폐기하리오? 설혹 일이 누설되어 운영이 홀로 죄를 당하더라도 어찌 다른 사람에게 미치겠는가? 나는 다시 말하지 않고 마땅히 운영을 위하여 죽으리다.”


紫鸞曰: “從之者半, 不從者半, 事不諧矣.”

欲起而還坐, 更探其意, 或欲從之, 而以兩言爲恥.

자란:“따르는 자 반이오 따르지 않는 자 반이니 일은 글렀다.”

일어낫다가 다시 앉으며 다시 그들의 뜻을 탐색하니 혹 따르고자 해도 두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더라.


紫鸞曰: “天下之事, 有正有權, 權而得中, 是亦正矣. 豈無變通之權, 而膠守前言乎.” 左右一時從之.

자란:“천하의 일에는 정도와 권도가 있다. 권도도 사리에 맞으면 이 또한 정도이다. 어찌 변통하는 권도를 쓰지 않고 앞의 말을 굳게 지키려하는가?”

좌우에서 일시에 따랐다.


紫鸞曰: “余非好辯, 爲人謀忠, 不得不爾.”

자란:“내가 변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충성을 도모하다 보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飛瓊曰: “古者蘇秦, 使六國合從, 今紫鸞能使五入承順, 可謂辯士.”

비경:“엣날 소진은 여섯 나라를 합종케 했는데 이제 자란은 다섯 사람을 따르게 했으니 변사라 말할 수 있다.”


紫鸞曰: “蘇秦能佩六國相印, 今吾以何物贈之乎?”

자란:“소진은 여섯 나라의 재상인을 찼는데 지금 나에게 무슨 물건을 줄래?”


金蓮曰: “合從者, 六國之利也. 今此承順, 有何所利於五人乎?”

因相對大笑.

금련:“합종한 것은 육국의 이익이나 지금 따르는 것은 우리 오인에게 이익될 것이 무엇이냐?”

그들은 상대하여 크게 웃었다.


紫鸞曰: “南宮之人皆善, 而能使雲英復繼垂絶之命, 豈不拜謝?”

乃起而再拜, 小玉亦起而拜.

자란:“남궁 사람들은 모두 착하여 운영으로 하여 절박한 목숨을 다시 잇게 했으니 어찌 사례하지 않으리오?”

이에 일어나 재배하니 소옥도 일어나 절을 했다.


紫鸞曰: “今日之事, 五人從之, 上有天, 下有地, 燈燭照之, 鬼神臨之, 明日, 豈有他意乎?”

乃起拜而去, 五人皆拜送于中門之外.

자란:“오늘 일은 오인이 따르기로 했다. 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는 땅이 있으며 촛불이 밝히고 귀신이 임하였으니 내일 어찌 다른 뜻이 있으리오?”

이에 일어나 절하고 가니 오인은 모두 중문 밖까지 나와 배송하더라.


紫鸞歸於妾, 妾扶壁而起, 再拜而謝曰:

자란이 나에게 돌아오기에 나는 벽을 잡고 일어나 재배를 올려 사례했다.


“生我者父母也, 活我者娘也. 入地之前, 誓報此恩.”

“나를 낳은 이는 부모요 나를 살린 이는 낭자로다. 죽기 전에 맹세코 이 은혜를 갚으리다.”


坐以待朝, 小玉與南宮四人, 入而問安, 退會於中堂.

앉아서 아침을 기다렸다. 소옥과 남궁 네 사람이 들어와 문안하고 물러나 중당에 모였다.


小玉曰: “天朗水冷, 正當浣紗之時, 今日設帳於昭格署洞, 可乎?”

소옥:“하늘이 맑고 물이 차니 저히 빨래할 시절이로다. 오늘은 소격서동에다 장막을 치는 게 좋겠지요?”


八人皆無異辭.

여덟 명은 모두 다른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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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拆而視之, 悲不自勝, 不忍釋手, 思念之情, 倍於曩時, 如不能自存. 卽欲答書以寄, 而靑鳥無憑, 獨自愁歎而已

진사는 편지를 열어보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차마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리운 정은 지난날보다 배나 더하여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했다. 곧 운영에게 답서를 전하랴하나 쳥조(靑鳥)가 업서 홀로 가슴만 태울 뿐이었다.


聞有一巫女, 居在東門外, 以靈異得名, 出入其宮中, 甚見寵信. 進士訪至其家,

우연히 한 무녀(巫女)가 동문밖에 사는데 영험하기로 일홈이 높아 수성궁의 츌입하야 대군의 총애를 밧고 잇다는 말을 들엇다. [그리하야 무녀를 식혀 답서를 젼하랴고 어느 날] 진사가 무녀의 집을 심방하엿다


則其巫年未三旬, 姿色殊美, 早寡, 以淫女自處, 見進士至, 盛備酒饌, 而待之甚厚.

무녀는 나히가 삼십에 각거왓스나 자색이 슈미(秀美)하였다. 그러나 일즉이 과부가 되야 춘정을 조와하는 색녀(色女)의 성질이 있음을 자처했다. 진사가 심방하매 자긔가 친히 나가서 성심으로 주찬을 갖추어서 진사의 호긔심을 어드랴 하였다.


進士把盃不飮曰: “今日有忙迫之事, 明日再來矣.”

진사는 술잔을 들기는 들엇스나 마시지는 않았다.

“오늘은 바쁜 일이 있으니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翌日又往, 則亦如之. 進士不敢開口, 但曰: “明日又再來矣.”

이튿날도 무녀를 심방하엿스나 그대로 도라갔다. 진사는 [무녀의 마음만 호리면서] 한 말도 아니 하고 다만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라고 말햇다.


巫見進士容貌脫俗, 中心悅之, 而連日往來, 不出一言. 意謂年少之人, 必以羞澁不言,

무녀는 보고 볼사록 진사의 늠늠한 풍채의 정염(情炎)이 불가티 이러난다. 진사가 연일 와도 한 말도 아니 함은 년소하야 수삽한 까닭이다 하고 무녀는 스사로 생각하였다.


我先以意挑之, 挽留繼夜, 要以同枕. 明日, 沐浴梳洗, 盡態凝粧, 多般盛飾,

오늘은 내가 뜻을 먼저 말하고 만류하야 밤이 되거든 강제라도 동침(同枕)하도록 하겟다고 결심하고 아츰부터 목욕소제하고 화장을 더욱 소쇄하게 하고 홀난히 옷 입엇다.


布滿花氈瓊瑤席, 使小婢坐門外候之.

구슬자리에 화전을 펴고 시비로 식켜 일부러 문밧게서 마즁하게 하엿다.


進士又至, 見其容飾之華, 鋪陳之美, 中心怪之.

진사는 그 날도 무녀의 집을 심방하엿스나 얼골을 화장한 것이든지 집안을 황홀이  꾸며논 것이든지 아모 말이 업고 다만 심즁에만 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한 말을아니하니 무녀는 애교 잇게 한 번 웃는다.] 


巫曰: “今夕何夕? 見此至人.”

"오늘 밤은 무엇이라고 말삼할 수 업시 기쁜 밤이외다. 옥인을 맞아 첩은 한울이라도 오르고자 생각함니다"


進士意不在焉, 不答其語, 愀然不樂.

진사는 무녀에게 뜻이 업고  한 무어라고 말을 하여야 조흘는지 알지 못하엿다. 수연(愁然)한 빗이 잇서 질기지는 아니 하였다. [ 엇더케 보고 잡앗는지는 알 수 업스나 무녀는 무릅을 닥어 안저서 손만 아니 쥐힐 뿐이었다.]


巫怒曰: “寡女之家, 年少之男, 何往來之不憚煩!”

무녀가 노여워햇다.

"과부의 집에 젊은 사내가 어찌하여 왕래함이 번거러움을 꺼리지 않는가?”

[년소한 몸으로 심방하야 주시니 첩은 이만치 기쁜 일은 업슴니다"]


進士曰: “巫若神異, 則豈不知我來之意乎?”

진사는 [점점 궁박하야지매 필사(必死)의 생각으로]

"만약 그대가 신통함이 잇슬진대 내가 이가티 심방하는 일을 알겟지요?"


巫卽就靈座, 拜于神前, 搖鈴祝說, 遍身寒戰, 頃之,

진사의 침착한 어조에 음탕한 무녀도 무의식으로 자리를 곳처 안저 신단(神壇)으로 가서 신에게 배례하고 방울을 흔들며 무엇이라고 한참 눈을 감고 업듸여 잇드니


動身而言曰:

다시 몸을 이러안지면서 말을 한다.


“郎君誠可怜也. 以齟齬之策, 欲遂其難成之計, 非但其意不成, 未及三年, 其爲泉下之人哉.”

"랑군은 정말 가련합니다. 사리에 닿지 않는 방법으로 이루기어려운 계획을 이루려하니 그 뜻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삼년이 미치지 못하여 황천의 사람이 되겟슴니다"


進士泣而謝曰:

진사는 이 말을 듯고 읍배(泣拜)하면서


“巫雖不言, 我亦知之. 然中心怨結, 百藥未解. 若因神巫, 幸傳尺素, 則死亦榮矣.”

"신무게서 말하지 않아도 나 또한 그것을 압니다. 그러나 마음 가운데에 원한이 맺쳐 백약도 해소하지 못합니다. 만약 신무를 인연하여 다행히 편지를 젼하야 주시면 죽어도 영광이겠습니다"


巫曰: “卑賤巫女, 雖因神祀, 時或出入, 而非有招命, 則不敢入. 然爲郎君, 試一往焉.”

"비천한 무녀의 몸인 까닭에 신사(神祀)를 인연할지라도 간혹 출입하고 부르시는 명이 없으면 대군의 궁에 드러가지 못함니다. 그러나 랑군을 위하여 한번 가 보지요."


進士自懷中出一封書,

그리하야 진사는 품속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냈다.


以贈曰: “愼毋枉傳, 以作禍機.”

‘삼가 잘못 전하여 화의 기틀을 만들진 마십시오.’

["비옵나니 생명의 관계되는 일이오니 전하시기 어려우시지만 렴치를 불고하고 말슴함니다"]


巫持入宮門, 則宮中之人皆怪其來, 巫權辭以對,


무녀도 년소한 진사를 가련히 여겨서 자진하야 편지를 가지고 수성궁으로 드러갓다 궁즁의 여러 사람들은 괴상히 생각하야 주목한다. 무녀는 궁즁에서도 신의 령험을 자랑하고 잇다.


乃得間目, 引妾于後庭無人處, 以封書授之. 妾還房拆而視之,

틈을 봐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안케 운영을 후원으로 다리고 나와서 진사의 서한을 젼햐엿다. 운영은 방으로 도라와서 이것을 뜯어 보앗다.


其書云:

“自一番目成之後, 心飛魂越, 不能定情,

한번 꿈 가티 본 후에,

마음은 붕 뜨고 넋이 나가 정을 진정할 수 없도다


每向城西, 幾斷寸腸.

曾因壁間之傳書,

敬承不忘之玉音, 開未盡而咽塞,

날마다 궁성을 향하야 멧번이나 간장을 사르도다

의외에 벽새 틈으로 옥가튼 글을 바든 후로

잊을 수 업는 옥가튼 소래 펴서 보기도 전에 먼저 목이 맥키도다


讀未半而淚滴濕字.

自是之後, 寢不能寐, 食不下咽,

病入膏盲, 百藥無效,

번뢰하며 읽어 아직 반도 못 읽고 눈물이 글자를 적시도다

잠을 자도 능히 일우지 못하고 먹어도 넘어가지를 안어

병은 골수의 매처 백약이 무효로다


九原可見, 唯願溘然而從.

蒼天俯憐, 神鬼黙佑,

황천에서나 만난다면 다만 이것을 원할 뿐이라

창텬이 어엽비 여기시고 귀신은 묵우하야


倘使生前, 一洩此恨,

則當紛身磨骨,

以祭于天地百神之靈矣.

텬행으로 생전의 한번 만나 이 원한을 풀어보며는

즉셕에서 몸을 가루를 맨들고 뼈를 갈아

그것을 텬디신명께 제사지내리로다.


臨楮哽咽, 夫復何言, 不備謹書.”

닥나무의 임하야 목이 메여함은 무엇을 말하랴 함인가?

불비근서.


書下復有七韻一詩云:

이럿케 쓰고 다시 시 한 수를 적엇다.


樓閣重重掩夕霏, 樹陰雲影摠依微.

落花流水隨溝出, 乳燕含泥趁檻歸.

倚枕未成蝴蝶夢, 回眸空望鴈魚稀.

玉容在眼何無語, 草緣鸞啼淚濕衣.


누각은 깁고깁허 저녁문을 다첫는데

나무그늘과 구름 그림자는 희미하도다

꽃은 떠러지고 물은 흘러 개천으로 나가니

제비는 흙을 물고 란간을 너머 도라오도다

괴화나무에 의지하야 아직 되지 아니함은 호졉의 꿈이오

창을 열고 남천을 바라보니 기럭기가 드믈도다

옥가튼 얼골은 눈에 잇는대 엇지하야 말이 업나뇨

풀은 푸르고 꾀꼬리는 울고 눈물은 옷깃을 적시도다

妾覽罷, 聲斷氣塞, 口不能言, 淚盡繼血. 隱身於屛風之後, 唯畏人知.

운영은 이것을 보고 소래는 끊어지고 기운은 맥키여 입속으로도 한탄키 어렷왓다.

다만 병풍 뒤에 몸을 감추고 오직 사람이 알가 겹만 날 뿐이다.


自是厥後, 頃刻不忘, 如癡如狂, 見於辭色, 主君之疑, 人言之怪, 實不虛矣.

그 후로부터는 세월 가는 줄도 모른다. 텬치도 가트며 때로는 밋친 사람도 갓다. 이러한즉 대군의 의혹함이나 타인들 소문의 괴이함도 무리라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紫鸞亦怨女, 及聞此言, 含淚而言曰:

자연도 운영의 자세한 말을 듯고 들을수록 비통한 일이라고 생각하야 동정의 눈물을 흘렸다.


“詩出於性情, 不可欺也.”

“시는 성정(性情)에서 나와 속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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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其後, 大君頻接進士, 而以妾等不相見, 故妾每從門隙而窺之,

그 후로 대군은 자주 진사님과 접촉하였으나, 저희들은 서로 보지 못하게 한 까닭으로 매양 문틈으로 엿보았다.

一日, 以薛濤牋寫五言四韻一首曰:

하루는 설도전에다 오언사운 한 수를 썼습니다.

布衣革帶士, 玉貌如神仙.

每從簾間望, 何無月下緣.

洗顔淚作水, 彈琴恨鳴絃.

無限胸中怨, 擡頭欲訴天.

포의 혁대의 션비여

옥가튼 얼골은 신션과 갓도다

날마다 발을 향하야 틈으로 바라보니

언제나 달 아래의 손이 되려는고

얼골을 씻으면 눈물은 물이 되도다

거문고를 타매 원한이 줄에서 우러나도다

한이 업는 가슴속의 원한을

머리를 들고 혼자 하늘에게 하소연하리로다

以詩及金鈿一隻同裏, 重封十襲, 欲寄進士, 而無便可達.

시에다가 금젼 한 꾸러미와 속옷 일습을 동봉하야 진사에게 젼하랴고 가슴 태우나 그 기회가 업서 그대로 지내엿다

其夜月夕, 大君開酒大會, 賓客咸稱進士之才, 以二詩示之,

어는 날 달밤에 대군이 즁빈을 청하야 연셕에서 김진사의 시재를 칭찬하며 그의 지은 바 시 두 수를 즁빈에게 내여 뵈이엿다.

俱各傳觀, 稱贊不已, 皆願一見,

모다 경이의 눈을 굴이면서 전하야 구경하고 칭찬 아니하는 자가 업섯다. 그리고 한번 보기를 간절히 원했다.

大君卽送人馬請之.

그 자리에서 대군이 인마를 보내여 진사를 마저왓다.

俄而, 進士至而就坐, 形容癯瘦, 風槪消沮, 殊非昔日之氣像.

얼마 후, 진사가 당의 오르는 모양을 본 즉 의외에 무슨 근심이 잇는지 용모가 초췌하야 풍체가 사라지고 아조 엣날의 기상은 없었다.

大君慰之曰:

“進士未憂楚之心, 而先有澤畔之憔悴乎?”

대군이 위로했다.

"진사는 근심하는 마음이 없을 터인데 굴원처럼 못가를 거닐며 시를 읊느라고 초췌해졌는가?"

滿坐大笑.

이 말에 일좌가 모두 크게 웃었다.

進士起而謝曰:

“僕以寒賤儒生, 猥蒙進士之寵眷, 福過災生, 疾病纏身, 食飮專廢, 起居須人,

진사가 일어나 사례했다.

"한미한 유생이 외람이 대군의 은총을 받음인지 복이 지내고 화가 당도하엿는지 질병이 전신을 얽어매어 근일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기거를 남에게 의지하였습니다.

今承厚招, 扶曳來謁矣.”

이제 후한 부름을 받들고 몸을 이끌고 와서 뵈옵니다."

坐客皆歛膝而敬.

좌즁은 모두 무릅을 가다듬고 공경하였다.

進士以年少儒生, 坐於末席,

진사는 좌즁의 가장 년소한 소년이다. 그리하야 그는 말셕에 안젓다.

與內只隔一壁.

그의 안즌편에는 내외가 다만 벽 한겹으로 격하여 잇슬 뿐이다.

夜已將闌, 衆賓大醉.

이미 밤도 야심하고 즁빈은 모다 취하엿다.

妾穴壁作孔而窺之, 進士亦知其意, 向隅而坐.

나는 벽에 구멍을 내고 엿보니 진사도 도한 그 뜻을 알고 구석을 향하여 앉았다.

妾以封書, 從穴投之 .

나는밀서(密書)를 벽틈으로 던졌다 .

進士拾得歸家,

진사는 얼른 받아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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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是夜, 紫鸞以至誠問於妾曰:

이날 밤에 자란이 지성으로 나에게 물었다.

“女子生而願爲有嫁之心, 人皆有之.

"여자로 태어나서 시집가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汝之所思, 未知何許情人, 悶汝之形容, 日漸減舊, 以情悃問之, 妾須毋隱.”

네가 생각하고 있는 애인이 누군지는 알지 못하나, 너의 안색이 날로 수척해 가므로 안타까이 여겨 내 지성으로 묻나니, 조금도 숨기지 말고 이야기하라."

妾起而謝曰:

저는 일어나 사례하며 말했다.

“宮人甚多, 恐有囑喧, 不敢開口, 今承悃愊, 何敢隱乎?”

"궁인이 하도 많아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 말을 못하겠거니와 네가 지극한 우정으로 묻는데 어찌 숨길 수 있겠니?"

上年秋, 黃菊初開, 紅葉漸凋之時,

지난 가을 국화꽃이 피기 시작하고 단풍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大君獨坐書堂, 使侍女磨墨張縑, 寫七言四韻十首.

대군이 홀로 서당에 앉아 시녀들에게 먹을 갈고 비단을 펼치게 하고는 칠언사운 10수를 베껴 쓰시고 있었는데,

小童自外而進曰:

동자가 들어와 고하기를,

“有年少儒生, 自稱金進士見之.”

"나이 어린 선비가 김진사라 자칭하면서 대군을 뵈옵겠다 하옵니다."하니,

大君喜曰: “金進士來矣.”

대군은 기뻐하시면서,

"김진사가 왔구나."하시고는,

使之迎入, 則布衣革帶士, 趨進上階, 如鳥舒翼. 當席拜坐, 容儀神秀, 若仙中人也.

맞아들이게 한즉, 베옷을 입고 가죽띠를 맨 선비로서 얼굴과 거동은 신선 세계의 사람과 같더구나.

大君一見傾心, 卽趨席對坐,

대군이 한 번 보고 마음을 기울여 곧 자리를 옮겨 마주앉았다.

進士避席而拜辭曰:

진사님이 절을 하고 아뢰었다.

“猥荷盛眷, 屢辱尊命, 今承警咳, 無任悚恢.”

"외람 되어 많은 사랑을 입고 존명을 욕되게 하고 이제야 인사를 올리게 되오니 황송하기 말할 수 없사옵니다."

大君慰之曰:

대군은 위로의 말을 하시었다.

“久仰聲華, 坐屋冠盖, 光動一室, 錫我百朋.”

“오랜동안 명성을 사모하다가 집에 갓을 마주하고 앉으니 빛이 방안 가득하니 나에게 백 명의 벗님들을 주심입니다.

進士初入, 已與侍女相面, 而大君以進士年少儒生, 中心易之, 不令以妾等避之.

진사님이 처음 들어올 때에 이미 우리와 상면을 하였으나, 대군은 진사님의 나이가 어리고 착하므로 우리로 하여금 피하도록 하지도 아니 하였었지.

大君謂進士曰:

대군이 진사님 보고 말씀하시었다.

“秋景甚好, 願賜一詩, 以此堂生彩.”

"가을 경치가 매우 좋으니 원컨대 시 한 수를 지어 이 집으로 하여금 광채가 나도록 하여 주오."

進士避席而辭曰:

진사가 자리를 피하고 사양하며 말했다.

“虛名蔑實, 詩之格律, 小子安敢知乎?”

“허황한 이름이 사실을 가렸군요. 시의 격률을 소가 어지 감히 알겠습니까?“

大君以金蓮唱歌, 芙蓉彈琴, 寶蓮吹簫, 飛瓊行盃, 以妾奉硯.

대군은 금련에겐 노래 부르기를, 부용에겐 탄금을, 보련에겐 소 불기를, 비경에겐 술잔 심부름을, 나에겐 벼루 심부름을 시켰다.

于時, 妾年十七, 一見郎君, 魂迷意闌. 郎君亦顧妾, 而含笑頻頻送目.

그때 내이 열일곱 살이었다. 낭군을 한 번 보고는 정신이 어지럽고 생각이 아득했다. 낭군도 첩을 돌아보고는 미소를 머금고 자주자주 눈길을 주었다.

大君謂進士曰: “我之待君, 誠款至矣. 君何惜一吐瓊琚, 使此堂無顔色乎?”

대군이 진사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를 기다리며 정성을 다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옥구슬 같은 시구 한 번 짓기를 아껴서 내 집으로 하여금 안색이 없게 하는가?

進士卽握筆, 書五言四韻一首曰:

진사는 곧 붓을 잡고 오언사운 한 수를 써내려갔다.

旅鴈向南去, 宮中秋色深.

水寒荷折玉, 霜重菊垂金.

綺席紅顔女, 瑤絃白雪音.

流霞一斗酒, 先醉意難禁.

기러기 남쪽을 향해 가니

궁안에 가을빛이 깊구나.

물이 차가워 연꽃은 구슬 되어 꺾이고,

서리가 무거우니 국화는 금빛으로 드리우네.

비단 자리엔 홍안의 미녀

옥 같은 거문고 줄엔 백운 같은 음일세.

노을이 흐르니 한 말 슐이로다[유하주 한 말 술에]

먼저 취하니 몸 가누기 어려워라.

大君吟咏再三而驚之曰: “眞所謂天下之奇才也. 何相見之晩耶!”

대군이 재삼 읊으시며 놀라워했다.

"진실로 천하의 기재로다. 어찌 서로 만나기가 늦었던고."

侍女十人, 一時回顧, 莫不動容曰:

시녀 십인도 서로 얼골을 돌니여 경탄하지 안는 자가 업섯다

“此必王子晋, 駕鶴而來于塵寰. 豈有如此人哉!”

시녀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하길,

"이는 반드시 신선 왕자이 학을 타고 진세에 오신 것이니, 어찌 이와 같은 사람이 있으리오." 라고 하였지.

大君把盃而問曰:

대군은 잔을 들면서 물었다.

“古之詩人, 孰爲宗匠?”

"옛날 시인의 누구를 종장(宗匠)이라 하느뇨"

進士曰: “以小子所見言之, 李白天上神仙, 長在玉皇香案前, 而來遊玄圃, 餐盡玉液, 不勝醉興, 折得萬樹琪花, 隨風雨散落人間之氣像也.

진사가 답했다.

“소자의 소견으로 말씀드리면 이백은 천상의 신선으로 오래도록 옥황상제의 향안 앞에 있다가 현퐁에 와서 노닐며 옥액을 다 마시고 취흥을 이기지 못하여 온갖 나무와 기화를 꺾어 비바람을 따라 인간세상에 떨어진 기상입니다.

至於盧王, 海上仙人, 日月出沒, 雲華變化, 滄波動搖, 鯨魚噴薄, 島嶼蒼茫, 草樹薈鬱, 浪花菱葉, 水鳥之歌, 蛟龍之淚, 悉藏於胸襟, 此詩之造化也.

노왕에 이르러서는 해상의 신선으로 일월의 출몰, 창파의 동요, 고래의 분출, 도서의 창망함, 풀과 숲의 울창함, 갈대꽃과 마름의 잎, 물새의 노래, 교룡의 눈물 등을 모두 가슴에 품었으니 이것은 시의 조화입니다.

孟浩然音響最高, 此學師曠, 習音律之人也.

맹호연은 음향이 가장 높으니 이는 사광에게서 배웠습니다.

李義山學得仙術, 早役詩魔, 一生編什, 無非鬼語也. 自餘紛紛, 何足盡陳.”

이의산은 신선술을 배워 일찍이 시마를 부렸으며 일생동안 지은 것이 귀신의 말 아닌 것이 없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제각기 특색이 있으니 어찌 다 진술하리오?“

[진사는 이럿케 대군이 무르심에 대하야 리태백 로왕 맹호연 리의산 두자미를 의론하고 각각 그들에 장단을 드러 말하엿다. 그의 온츅(蘊蓄)하고 해박(該博)한 사리는 정통하다 아니할 수 업다.]

大君曰:

“日與文士論詩, 以草堂爲首者多, 此言何謂也?”

날마다 문사들과 시를 논하면 두보를 제일로 곱는 이가 많은데 이것은 어떤 점을 말하는가?“

進士曰:

“然. 以俗儒所尙言之, 猶膾炙之悅人口. 子美之詩, 眞膾與炙也.”

“그렇습니다. 속유들이 숭상하는 바를 말씀드리면 회와 구운 고기가 사람들 입을 즐겁게 함과 같습니다. 두보의 시는 참으로 회와 구운 고기입니다.

大君曰:

“百體俱備, 比興極精, 豈以草堂爲輕哉?”

백체가 구비하고 비와 흥이 극히 정밀한데 어찌 두보를 경박하다 하는고?“

進士謝曰:

“小子何敢輕之. 論其長處, 則如漢武帝, 御未央之宮, 憤四夷之猖夏, 命將薄伐, 百虎萬態之士, 連亙數千里,

“소자가 어찌 그를 경박하다 하리오? 그 장점을 논하면 한무제가 미앙궁에 앉아 오랑캐가 중원을 침공하는 것에 분노하여 장수들에게 쳐 없애기를 명령하면 백만 군사들이 수천 리에 뻗친 것 같고,

言其短處, 則如使相如賦長楊,馬遷草封禪. 求神山, 則如使東方朔侍左右, 西王母獻天桃. 是以杜甫之文章, 可謂百體之俱備矣.

그 단점을 말한다면 사마상여에게 장양부를 짓게 하고 사마천에게 봉선문을 초한 것과 같으며, 신선산을 구한 것으로는 동방삭에게 좌우에서 모시게 하고 서왕모에게 천도를 바치게 함과 같습니다. 이러므로 두보의 문장은 백체를 구비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至比於李白, 則不啻天壤之不侔, 江海之不同也. 至比於王孟, 則子美驅車先適, 而王孟執鞭爭道矣.’

이백과 비교함에 이르러서는 하늘과 땅이 가지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과 바다가 다른 것과 같습니다. 왕유 맹호연과 비교함에 이르러서는 두보가 수레를 몰아 앞서 가면 왕유 맹호연이 채직을 잡고 길을 다투는 것과 같습니다.

大君曰

.‘聞君之言, 胸中惝恍, 若御長風上太淸. 第杜詩, 天下之高文, 雖不足於樂府, 豈與王孟爭道哉?

그대의 말을 들으니 가슴 속이 황홀하여 징풍을 타고 태청궁에 오르는 것 같네. 다만 두시가 천하의 고귀한 문장이라 비록 악부에는 적합하지 않지마는 어찌 왕유나 맹호연과 길을 다투겠는가?

雖然, 姑舍是, 願君又費一吟, 使此堂增倍一般光彩.”

비록 그러하나 여기서 그만두고 원컨대 자네는 시 한 편을 지어 이 집을 광채를 배가시켜 주오.“

進士卽賦七言四韻一首, 其詩曰:

진사는 즉시 칠언사운을 지었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烟散金塘露氣凉, 碧天如水夜何長.

微風有意吹垂箔, 白月多情入小堂.

夜畔隱開松反影, 盃中波好菊留香.

院公雖小頗能飮, 莫怪瓮間醉後狂.

연파금당(烟波金塘)에 이슬 긔운이 차고

푸른 히늘은 물결 같은데 밤은 어이 긴고

가는 바람은 뜻이 잇서 부러 발을 걷어치니

흰 달은 다정히 적은 집으로 들도다

들두던의 그늘 지우믄 솔나무 그림자의 반사함이로다

슐잔 가온데의 기우러지믄 조흔 국화의 향긔를 도드도다

완공은 연소하다 하지만 자못 능히 마시고

괴상함은 업스나 마시고 취한 후에는 미치도다

大君益奇之, 前席摎手曰:

“進士非今世之才. 非余之所能論其高下也. 且非徒能文章筆法, 又極神妙, 天之生君於東方, 必非偶然也.”

대군은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각가히 하사 손을 잡으시면서.

"진사는 금세의 재사는 아니로다. 내가 그 고하를 논할 바 아니로다. 도한 문장 필법에 능할 뿌만 아니라 또한 극히 신묘하도다. 한울이 그대를 동방에 나게 하시믄 우연한 일이 아니로다."

又使草書, 揮筆之際, 筆墨誤落於妾之手指, 如蠅翼. 妾以此爲榮, 不爲拭除, 左右宮人, 咸顧微笑, 比之登龍門.

진사가 붓을 드러 글시를 쓸 때에 먹점이 그릇 운영의 손가락에 떨어졌다. 마치 파리날개를 그린 것 같았다. 운영은 이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야 씻으려고도 아니 한다. 좌우의 궁인들은 모다 미소지으며 이를 등용문에 비했다.

時夜將半, 更漏相催, 大君欠身思睡曰:

“我醉矣. 君亦退休, 勿忘‘明朝有意抱琴來’之句.”

어언간 밤중에 이르러 시간을 재촉하니 대군도 하품하고 졸음이 왔다.

“나는 취햇다. 그대는 물러나 쉬라. ‘명조유의포금래(明朝有意抱琴來)’란 구절을 잊지 말게.”

翌日, 大君再三吟其兩詩而歎曰: “當與謹甫爭雄, 而其淸雅之態, 則過之矣.”

이튿날 아침에 대군은 두 편의 시를 재삼 읊조리면서 감탄했다.

“성삼문과 자웅을 겨를 만하지만 진사의 시는 오히려 쳥아(淸雅)한 맛이 있는 점에서는 지나치도다.”

妾自是, 寢不能寐, 食滅心煩, 不覺衣帶之緩, 汝未能織之乎?”

나는 이로부터 누워도 능히 자지를 못하고, 밥맛은 떨어지고 마음이 괴로워서 허리허리띠를 푸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는데, 너는 느끼지 못하였는가?

紫鸞曰: “我忘之矣. 今聞汝言, 恍若酒醒.”

자란은,

"그래 내 잊었었군. 이제 너의 말을 들으니 정신의 맑아짐이 마치 술깬 것과 같구나." 라고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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