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大君以前搆匪懈堂, 欲得佳製懸板, 而諸客之詩, 皆未滿意, 强邀進士, 設宴懇之,

대군은 전에 비해당(匪懈堂)을 짓고 현판을 맨드러 걸랴 하엿스나 모든 객의 시가 뜻에 맛지 아니하야 현판을 맨들지 못하다가 이에 김진사를 불러 잔채를 배설하고 이것을 청하엿다.

一揮而就, 文不加點, 而山水之景色, 堂搆之形容, 無不盡焉, 可以驚風雨, 泣鬼神.

진사가 글을 쓰매 점을 더하지 아니하고 산수의 경물이든지 당구(堂構)의 형용을 허비함이 업시 써서 풍우를 놀내이고 귀신을 울니인다.

大君句句稱賞曰:

대군은 시구마다 칭상하였다.

“不意今日復見王子安! ”

“뜻밖에 오늘 다시 왕자안 같은 신선을 만났구나.”

吟咏不已. 但一句有"隨墻暗竊風流曲"之語, 停口疑之.

음영하여 마지 않다가 [재삼 읇흐시다가] 다만 한 구 ‘수장암절풍류곡(隨墻暗竊風流曲)“이란 말의 이르러 입술을 닫고 의심하였다. [고개를 수구린다.]

進士起而拜曰:

진사는 일어 절을 올렸다.

“醉不省人事, 願爲之辭退.”

“취하여 인사불성이니 원컨대 물러나겟나이다.”

[진사는 대취하야 일을 분별지 못하며 나아가기를 쳥한다]

大君命童僕, 扶而送之.

대군은 동복(童僕)으로 부츅하야 보내엿다

翌日之夜, 進士入語妾曰:

잇튼날 밤에 진사는 셔궁의 드러가 운영에게 말하기를,

“可以去矣. 昨日之詩, 疑入大君之意, 今夜不去, 恐有後禍.”

“도망가야 하오. 어제의 시에서 의심이 대군의 생각에 들엇으니 오늘밤 도망가지 않으면 후환이 닥칠까 두렵소.”

["인제는 다라나지 아니하면 아니되오. 대군이 어제 시의 뜻을 의심하고 잇소. 지금 가지 아니하면 엇지 될지 모르겟소."]

妾對曰: “昨夕夢見一人, 狀貌獰惡, 自稱冒頓單于曰:

운영은 "어제밤에 용모가 흉악한 자가 스사로 모돈단우라 칭하면서 [모돈(冒頓)이라 하는 단우(單于)가] 말하기를,

‘旣有宿約, 故久待長城之下.’

'언약한 바가 잇서 오래 동안 성 밋헤서 기대리고 잇다.'고 말하기에

覺而驚起, 甚怪. 夢兆之不祥, 郞君其亦思之乎?”

꿈에서 깨어나 놀라 일어났으니 심히 괴이하오. 몽조가 불길한데 낭군께서도 그리 생각하시는지요?”

進士曰: “夢裡虛誕之事, 何可信也?

진사:“꿈이란 것은 허황된 일인데 어찌 믿을 수 있는가?

妾曰: “其曰長城者, 宮墻也. 其曰冒頓者, 此特也. 郞君熟知此奴之心乎?”

운영:“ 장성(長城)은 궁장(宮墻)이오 모돈은 특(特)입니다. 낭군게서는 특의 마음을 익히 아시는지요?”

進士曰: “此奴素頑兇, 然於我則前日盡忠, 今日與娘結此好緣, 皆此奴之計也. 진사:“이놈은 본디 미련하고 음흉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날 충성을 다했고, 오늘 낭자와 이런 호연을 맺은 건 모두 이놈의 계교입니다.

豈獻忠於始, 而爲惡於後乎?”

어찌 처음에 충성을 다하다가 나중에 나쁜 짓을 하겠습니까?

[젼의 츙성을 다하다가 나종에 낫분 짓을 할니는 만무하다고 밋고 잇다]

妾曰: “郞君之言, 如是懇眷, 何敢辭乎?

운영:“낭군의 말씀이 이같이 정성스러운데 어찌 감히 거역하리오?

但紫鸞, 情若兄弟, 不可不告也.”

다만 자란은 정이 형제 같으니 알리지 않을 수 없어요.”

卽呼紫鸞. 三人鼎足而坐, 妾以進士之計告之,

곧 자란을 불러 세 사람이 가마솥발처럼 둘러앉아 나는 진사의 계교를 알렸다.

紫鸞大驚, 罵之曰:

자란은 깜짝 놀라 꾸짖었다.

“相歡日久, 無乃自速禍敗耶!

서로 즐긴 지 오랜데 스스로 화패를 빨리 불러들임이 아닌가?

一兩月相交, 亦可足矣, 踰墻逃走, 豈人之所忍爲也?

한두 달 동안 서로 사귐도 만족하거늘 담을 넘어 도망하다니 어찌 사람으로서소 차마 할 수 있으리오?

主君之傾意已久, 其不可去一也.

대군이 정성을 쏟은 지가 이미 오래니 도망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고,

夫人之慈恤甚重, 其不可去二也.

마님이 불쌍히 여기시고 애중해 하시니 도망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고,

禍及兩親, 其不可去三也.

화가 양친에 미치니 도망할 수 없는 세 번째 이유고,

罪及西宮, 其不可去四也.

죄가 서궁에 미치니 도망할 수 없는 네 번째 이유다.

旦天地一網罟, 非陞天入地, 則逃之焉往.

또한 천지는 하나의 그물망이니 하늘로 솟구쳐오르거나 땅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도망친들 어디로 가겠는가?

倘或被捉, 則其禍豈止於子之身乎?

혹 잡히게 되면 그 화가 어찌 너 일신에 그치겠는가?

夢兆之不祥, 不順言之, 而若或吉祥, 則汝肯往之乎?

몽조가 불길하여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만약 길했다면 네가 기꺼이 도망가겠는가?

莫如屈心抑志, 守貞安坐, 以聰於天耳.

마음을 굽히고 뜻을 억제하고 정절을 지키며 편히 앉아서 하늘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만 같지 못할 것이다.

娘子若年貌衰謝, 則主君之恩眷漸弛矣.

낭자의 얼굴이 쇠하면 대군은 은총과 보살핌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觀其事勢, 稱病久臥, 則必許還鄕矣.

사세를 보아 병을 일컫고 오래 나오지 아니하면 대군도 반듯시 고향에 돌아가기를 허락하리라.

當此之時, 與郞君携手同歸, 與之偕老, 計莫大焉, 不此之思耶.

이때를 당하여 나군과 손잡고 함께 가서 더불어 해로하면 계획이 이보다 큰 것은 없다.

當此之計, 汝雖欺人, 敢欺天乎?”

이런 계교 당하여 네가 사람을 속일 수는 있을지라도 감히 하늘을 속이겠느냐?

進士知事不成, 嗟歎含淚而出.

그 날은 진사도 뜻대로 되지 아니함을 알고 차탄하고 눈물을 먹음고 궁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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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進士密窺其處, 則墻垣高峻, 自非身俱羽翼, 莫能至矣.

진사는 그날 밤에 셔궁의 왓스나 장원이 놉고 몸의 날개가 업서 이를 수 없었다.

[엇지할 줄 몰나 방황하다가 문득 한 생각을 하고 도라왓다. ]

還家, 脉脉不語, 憂形於色.

집으로 돌아가 말을 못하고 얼굴에는 근심스런 기색이었다.

其奴名特者, 素稱能而多術. 見進士之顔色, 進而跪曰:

진사의 집에는 특이라 하는 종이 잇스니 그는 슐책(術策)이 능한 사람이다. 진사의 안색이 초췌하고 형용이 달너짐을 보고 나아와 땅에 굻어앉았다.

“進士主, 必不久於世矣.”

"진사님, [신관에 낫타난 빗을 보면 진사는] 반드시 오래 사시지는 못함니다"

伏庭而泣. 進士跪而執其手, 悉陳其懷抱,

[그는 당에 엎드려 울었다. 진사는 굻어앉아 그의 손을 잡고 [특이에 거울 가티 아러보믈 탄복하야] 심즁에 잇는 사정을 다 털어놓았다.

特曰: “何不早言? 吾當圖之.”

특:"웨 진작 말슴을 아니하섯슴니까? 내 마땅히 도모하리다."

卽造槎橋, 甚爲輕捷, 能捲能舒.

[조금도 어려운 빗이 업시 말하고] 특이는 한 개의 사다리를 맨드럿다. 심히 가벼운데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었다.

捲之則如貼屛風, 舒之則五六丈許, 而可運於掌上.

그것을 접으면 병풍처럼 접히고, 펼 것 가트면 길이가 오륙장(五六丈)쯤 되었는데 손으로 운반할 만하게 된 것이다.

特敎之曰:

특이 가르쳤다.

“持此橋, 上宮墻而還, 捲舒於內, 下之來時, 亦如之.”

“이 사다리를 가지고 궁궐 담장을 올라가서는 환수하여 안에다 접어 두었다가 돌아올 때에도 그와 같이 하소서.”

進士使特試於庭, 果如其言, 進士甚喜之.

진사는 특이에게 그것을 집에셔 시험을 식혀보니 과연 특이에 말과 같다. 진사는 이것을 보고 깁붐을 이기지 못한다.

其夕將往時, 特又自懷中出給豹皮襪, 曰:

잇튼날 밤에 진사는 가만이 셔궁의 가랴할 때에 특이는 회즁에서 모구(毛狗)의 피말(皮襪)를 내여 주면서,

“非此難越.

“이것이 아니면 담장을 넘기 어렵습니다.

進士用着而行之, 輕如飛鳥, 所踐無足聲. ”

"진사님은 이것을 착용하고 걸으면 몸이 가뵈엽기 새와 갓슴니다. 땅에서 걸어도 신발소리가 아니 남니다."

進士用其計, 踰墻而入, 伏於竹林中, 月色如晝, 宮中寂廖.

진사도 그 계교를 써서 안밧담을 넘어드러가 대숩 속에서 엿보고 잇슨즉 월색은 낮같고 궁즁은 고요하다.

少焉, 有人自內而出, 散步微吟.

얼마 아니 잇서서 [인긔척이 나더니] 사람이 안에서 나와 이러저리 건일며 가만히 노래를 읇흔다. [그 사람은 자연이다.]

進士披竹出頭曰:

진사는 [생각할 사이도 업시] 대나무를 헤치고 뛰여나갔다.

“何人來此?”

“어떠한 사람이기로 여기에 오느뇨?”

其人笑而答曰:

그 사람이 웃으며 답했다.

“郞出郞出.”

“낭군님은 나오소서. 낭군님은 나오소서.”

進士趨而揖曰:

진사는 나아가 절을 올렸다.

“年少之人, 不勝風流之興, 冒犯萬死, 敢至于此, 願娘怜我.”

"나이 어린 사람이 상사함을 견대지 못하야 [명재경각으로] 만 번 죽음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왓슴니다. 바라옵나니 낭자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紫鸞曰: “苦待進士之來, 若大旱之望雲霓也.

자란:" 진사님 오심을 고대한 것이 큰 가뭄에 무지개[비]를 기다림과 같앗습니다.

今幸得見, 妾等蘇矣. 郞君, 願勿疑焉”

이제 다행히 만나게 되어 우리들은 살아났습니다. 낭군께서는 의심치 마옵소서.“

卽引而入, 進士由層階循曲欄, 竦肩而入.

곧 인도하여 들어가 진사는 충계를 따라 올라가 구부러진 란간을 도라 어깨[몸]를 조심하며 들어왔다.

妾開紗窓, 明玉燈而坐,

운영은 사창을 열고 옥등의 촉불을 밝키고 안젓다.

以獸形金爐, 燒鬱金香, 琉璃書案, 展太平廣記一卷, 見進士至, 起而迎拜.

수형금로(獸形金露)에 울금향을 피우고 유리 서안의 태평광긔(太平廣記) 한권을 펴놋코 진사를 보고 일어나 절하고 맏이하였다.

郞亦答拜, 以賓主之禮, 分東西坐, 使紫鸞設珍羞奇饌, 而酌紫霞酒飮之.

낭군도 답례하야 빈주의 례를 맛친 후에 동셔로 갈러 안젓다. 그리하야 운영은 자란으로 진수긔찬을 차려놓케 하고 자하주를 따라 마셨다.

酒三行, 進士佯醉曰:

자하주 삼배에 진사는 거짓으로 취척했다.

“夜如幾何?”

“밤이 얼마나 되었나요?”

紫鸞會知其意, 垂帳閉門而出.

자란은 눈치를 채고 장막을 내린 후에 문을 닷고 나갓다.

妾滅燈同枕, 喜可知矣.

나는 등불을 끄고 동침하였으니 그 기쁨은 짐작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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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是夕來時, 紫鸞與妾又先出. 而向東門, 則小玉微笑, 賦一絶以贈之,

저녁이 되야 자란과 운영은 먼저 나와 동문 밧그로 가랴할 적에 소옥이 시 한 수를 지어준다.

無非譏妾之意也. 妾中心羞赧, 而含忍受之,

이는 운영을 희롱하는 말이다. 마음에 부끄러움을 참고서 바덧다.

其詩曰:

그 시에는,

太乙祠前一水回, 天壇雲盡九門開.

細腰不勝狂風急, 暫避林中日暮來.

태을사(太乙祠)압 수면(水面)에

텬단(天壇)우에 구름이 다 되고 구문(九門)이 열니도다

가는 허리 광풍을 못 이기여

잠시 숩풀 속에 피하야 날이 어둡워 돌아오도다

紫鸞卽次其韻, 翡翠玉女, 相繼次之, 亦皆譏妾之意也.

비경이 곧 차운하고, 비취, 옥련이 서로 계속하야 차운 한 것도 모두 운영을 희롱하는 뜻이었다.

妾騎馬, 而先來至巫家, 則巫顯有含慍之色, 向壁而坐, 不借顔色. 운영은 말을 타고 먼저 무녀의 집으로 가니 무녀는 원한을 품엇는지 박글 향하야 안저 도라다 보지도아니 하고,

進士抱羅衫, 終日飮泣, 喪魂失性, 尙不知妾之來矣.

진사는 라삼(羅衫)을 부여잡고 종일 울어서 상혼실성(喪魂失性)하야 오히려 운영이 돌아오는 것도 몰랐다.

妾解左手所着雲南玉色金環, 納于進士之懷中曰:

운영은 왼손에 끼엿든 운남(雲南)옥색의 금지환(金指環)을 내여 진사의 품속에다가 넣어 주었다.

“郎君不以妾爲菲薄, 屈千金之軀, 來待陋舍, 妾雖不敏, 亦非木石, "박명한 첩을 박정하다 않으시고 천금귀톄를 굽혀 누추한 집에 와 기다려 주시니 첩이 불민하오나 또한 목석이 아니외다.

敢不以死許之, 妾若食言, 有此金環”

죽음으로써 맹세하고 구든 마음을 이 금지환으로써 표하야 밧침니다."

行色忽遽, 起以將別, 流涕如雨.

급히 일어나서 가랴한다.  다시 리별을 당함에 흐르는 눈물이 비가티 쏘다진다

與進士附耳語曰:

운영은 진사의 귀에다 입을 대고 말했다.

“妾在西宮, 郎君來, 暮夜, 由西墻而入, 則三生未盡之緣, 庶可續矣.”

"셔궁에서 기다리겟슴니다. 밤이 늦거든 셔쪽 담장을 따라 드러오세요. 드러오시면 거의 삼생의 미진한 인연을 이을 수 있을 것입니다."

言訖, 拂衣而去, 先入宮門, 則八入繼至.

말을 마치고 옷을 떨치고 떠나갔다. 먼저 궁문에 들어가니 팔인도 뒤따라 들어왔다.

其夜二更, 小玉與飛瓊, 明燭前導, 而來西宮曰:

그날 밤 이경에 소옥과 비경이 촛불을 앞세우고 서궁으로 왓다.

“日間之詩, 出於無情, 而言涉戱翫.

낮의 시는 무정한 데서 나와 말에 희롱한 데가 있다.

是以不避深夜, 負荊來謝耳.”

이러므로 심야를 피하지 않고 험한 길을 무릅쓰고 와서 사과한다.

紫鸞曰: “五人之詩, 皆出南宮. 一自分宮之後, 頗有形跡,

자란:“오인의 시는 모두 남궁에서 나왔어. 한 번 거처를 나눈 후로 자못 형적이 있어

有似唐時牛李之黨, 何不爲其然也. 女子之情則一也.

당나라 때에도 우이(牛李)의 당과 같은 것이 있었으니 어찌 그렇게 하지 않으리오? 여자의 정은 한 가지다.

久閉離宮, 長弔隻影, 所對者燈燭而已, 所爲者絃歌而已.

오래 이궁에 유폐되어 길이 외그림자를 조상하고 대하는 것은 촛불뿐이요 하는 일이란 거문고와 노래뿐이다.

百花含葩而笑, 雙燕交翼而戱,

백화는 꽃송이를 머금고 웃음 디고, 상쌍이 나는 제비는 날개를 부비며 희롱하는데

薄命妾等, 同銷深宮, 覽物懷春, 情思如何.

박명한 우리들은심궁에 갇쳐 사물을 보고 봄을 생각하니 그리운 정이 오죽하겠는가?

朝雲岱神, 而頻入楚王之夢, 王母仙女, 而幾參瑤臺之宴.

조운모우하는 무산의 신녀는 자주 초왕의 꿈속에 들어갔고, 서왕모는 요대의 잔치에 자주 참여하였었다.

女子之意, 宜無異同, 而南宮之人, 何獨與姮娥苦守貞節, 不悔靈藥之偸乎!”

여자의 마음은 의당 다름이 없거늘 남궁 사람들은 어찌 유독 항아와 정절을 고수하면서 영약의 도적질을 늬우치지 않는가?”

飛瓊與玉女, 皆不禁淚流曰:

비경과 옥녀는 노두 흐르는 눈물을 금하지 못했다.

“一人之心, 卽天下人之心也.

“한 사람의 마음은 곧 천하 사람의 마음이다.

今承盛敎, 悲憾之懷, 油然而出矣.” 起拜而去.

지금 훌륭한 가르침을 듣고 비감한 회포가 기름 번지듯 하는구나.”

그들은 일어나 절하고 떠나갔다.

妾謂紫鸞曰:

나는 자란에게 말했다.

“今夕, 妾與進士有金石之約.

“오늘 저녁은 나와 진사가 금석의 맹약하였다.

今若不來, 明日必踰墻而來矣. 來則何以待之?”

오늘 오지 않을 것 같으면 내일은 반드시 담장을 넘어 올 것이다. 오면 무엇을 대접할까?”

紫鸞曰: “繡幕重重, 綺席燦爛, 有酒如河, 有肉如坡,

자란:“수놓은 장막이 겹겹이고 비단 자리가 찬란하며 순은 강하와 같고 고기는 언덕과 같은데

有不來則已, 來則待之何難.”

오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온다면 대접하기가 무엇이 어려우리오?”

其夜果不來.
그날 밤엔 과연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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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妾退還西宮, 以白羅衫, 書滿腔哀怨而懷之, 與紫鸞故爲落後, 謂執馬者曰:

운영은 물러나 서궁으로 돌아와 백라삼(白羅衫)의 한 가닥에 만강(滿腔)의 애원을 적어 그것을 몸에 품고 자란과 두 사람이 모든 사람 즁에서 일부러 뒤쳐져서 채찍을 잡은 동복(童僕)에게 말했다.

“東門外巫女, 最爲靈驗云, 我將往其家, 問病而行.”

"동문 밧게 영험한 무녀가 잇다니 거기서 병을 진찰하고 곳 여러 사람 잇는 곳으로 갈 터이다"

僮僕如其言. 至其家, 巽辭哀乞曰:

동복은 그 말과 같이했다. 급히 무녀에게 가서 공순한 말로 애걸했다.

“今日之來, 本欲爲一見金進士耳. 可急通之, 則終身報恩.”

오늘 온 것은 본디 김진사를 한 번 만나고자 합입니다. 급히 통기해 주시면 종신토록 그 은혜는 갚겟슴니다"

巫如其言送人, 則進士顚到而至矣. 兩人相見, 不得出一言, 但流涕而已.

무녀도 그 쳥을 들어 사람을 김진사에게로 보내엿다. 그리하야 김진사는 죽을둥살둥하고 달려왓다. 사랑하는두 사람이 셔로 보매 가슴이 맥키여 한 말도 못하고 다만 서로 붓들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妾以封書給之曰: “乘夕當還, 郞君於此留待.” 卽上馬而去.

나는 그에게 봉서를 주었다.

"첩은 오늘밤 돌아올 터이오니 낭군님은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하고 말 한마듸를 남기고 편지를 손수 젼하면서 말을 타고 갓다

進士坼封書而視之, 其辭曰:

진사는 편지를 봉서를 열어 보니 사연은 이러했다.

曩者, 巫山神女, 傳致一札, 琅琅玉音, 滿紙丁寧.

지난 번 무산신녀가 전해준 편지에는 낭랑한 옥음이 편지에 가득했는데 편안하신지요?

敬奉三復, 悲歡交至, 意不自定. 받들어 재삼 읽자니 슬픔과 기븜이 교차되어 마음을 안정할 수 없었습니다.

卽欲答書, 而旣無信便. 且恐漏泄, 引領懸望, 欲飛無翼, 斷腸消魂.

곧 답서를 부치고자 하나 이미 믿을 만한 인편이 없는데다 또한 일이 누설될까 두려워 옷깃을 당겨 바라보지만 날아가고자 하나 날개가 없으니 애가 끊어지고 넋을 불사릅니다.

只待死日, 而未死之前, 憑此尺素, 吐盡平生之懷, 伏願郎君留神焉.

다만 죽을 날을 기다리며 죽기 전에 이 편지에 의지하여 평생의 회포를 다 토하오니 엎드려 비옵건대 낭군께서는 나를 기억해 주소서.

妾鄕南方也, 父母愛妾, 偏於諸子中, 出遊嬉戱, 姙其所欲.

"첩의 고향은 남방이외다. 부모는 자손 즁 특이 첩을 사량하시어 나가 놀아도 내가 하고자 한는 대로 맡겨 두었나이다.

園林溪水之涯, 梅竹橘柚之蔭, 日以遊翫爲事.

숲속 시냇물 가, 매화,대나무,귤,유자나무의 그늘 아래 날마다 놀기를 일삼았습니다.

苔磯釣漁之徒, 罷牧弄笛之兒, 朝暮入眼.

이긴긴 바위에서 물고기 낚는 무리와 소풀을 뜯기고 피리부는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其他山野之態, 田家之興, 難以毛擧.

기타 산야의 풍경과 농촌의 흥취는 다 적기 어렵습니다.

父母初敎以三綱行實, 七言唐音.

부모님은 처음에는 삼강행실과 칠언당시를 가르쳤지요.

年十三, 主君招之, 故別父母, 遠兄弟, 來入宮門. 나희 십삼세에 주군이 부르시매 부모를 리별하고 형뎨를 떠나 궁즁의 사람이 되엿슴니다.

不禁思歸之情, 日以蓬頭垢面, 藍縷儀裳, 欲爲觀者之陋, 伏庭而泣,

이러한 후에 도라갈 생각이 간절하야 날마다 흐트러진 머리에 댓국이 흐르는 얼굴을 하고 남루한 의상을 입고 보는 이들이 더럽다고 하고자 하여 땅의 업듸여 운 적도 많았슴니다.

宮人曰: “有一朶蓮花, 自生庭中.”

궁인:“한 떨기 연꽃이 절로 뜨락에 피었구나.”라고 했습니다.

夫人愛之, 無異己出. 主君亦不以尋常視之. 宮中之人, 莫不親愛如骨肉.

그러나 부인이 종애(鍾愛)하사 심상한 시녀와 가티 대우치 안으시고 궁즁의 사람들도 골육가티 친애하나이다

一自從事學問之後, 頗知義理, 能審音律, 故宮人莫不敬服. 그 후 학문을 배워 자못 의리를 알고 음률을 해득하였으므로 궁인들이 경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及徙西宮之後, 琴書專一, 所造益深. 凡賓客所製之詩, 無一掛眼, 才難不其然乎!

셔궁의 온 후에는 금셔(琴書)를 전일하여 조예가 더욱 깊엇습니다. 무릇 손님들이 지은 시는 하나도 눈에 걸리는 게 없어

恨不得爲男, 立身揚名, 而爲紅顔薄命之軀, 一閉深宮, 終成枯落而已, 豈不哀哉!

만약 남쟈로 태어나 일홈을 당세의 빗내지 못하고 홍안박명(紅顔薄命)의 몸이 되어 한 번 깊은 궁에 갇치고는 끝내 말라죽을 뿐이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人生一死之後, 誰復知之. 是以恨結心曲, 怨塡胸海.

인생이 한번 죽은 후에 누가 다시 이것을 알리오? 이러므로 한이 마음에 맺치고 원이 가슴에 차오릅니다.

每停刺繡, 而付之燈火, 罷織錦, 而投杼下機, 裂破罷幃, 折其玉簪.

매양 수를 놋타가도 그만두고, 등불을 붙여 비단짜기를 끝내고 [한번 애닯븐 생각을 하면 걷잡을 수 업시] 북 같 튼 기계를 던지고 커틴을 열파하며 옥잠(玉簪)을 꺾거버립니다.

暫得酒興, 則脫爲散步, 剝落階花, 手折庭草, 如癡如狂, 情不自抑.

잠시 주흥을 얻으면 일상에서 벗어나 정젼(庭前)의 산보하고 계단 아래 꽃을 박락(剝落)하고, 뜨락의 풀을 손으로 꺾거 버림니다. 마티 밋친 사람과 갓슴니다. 이것은 정을 스사로 억제치 못한 까닭이외다.

上年秋月之夜, 一見君子之容儀, 意謂天上神仙, 謫下塵寰.

상년 가을밤에 헌 번 랑군에 옥가튼 얼골을 벽 사이로 보고 텬상의 션인이 인간세상에 적강하엿나 하고 의심하엿슴니다

妾之容色, 最出於九人之下,

저의 용색은 궁녀 즁 아홉 사람의 가장 아래에 났는데도

而有何宿世之緣, 那知筆下之一點, 竟作胸中怨結之祟. 슉세(宿世)의 인연이 잇었는지 어찌하여 붓 아래 일점이 마침내 가슴속에 원한을 맺는 빌미가 될 줄 알았으리오?

以簾間之望, 擬作奉箒之緣, 以夢中之見, 將續不忘之恩.

그리고 발 사이로 바라보고는 부부의 인연을 맺을까 헤아렸으며, 꿈속가티 만나보고는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이어갈까 하엿습니다.

雖無一番衾裡之歡, 玉貌手容, 恍在眼中.

한 번도 이불 속의의 즐김은 없을지라도 랑군의 옥모수용(玉貌手容)에 황홀하야 눈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梨花杜鵑之啼, 梧桐夜雨之聲, 慘不忍聞,

배꽃의 두견(杜견)의 울음소리와 오동나무의 밤비 소리가 처량하여 들려 차마 들을 수 없고,

庭前細草之生, 天際孤雲之飛, 慘不忍見.

뜰 압헤 가는 풀이 나고 한울가의 한 조각 구름이 흘러도 처량하게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或倚屛而坐, 或憑欄而立, 搥胸頓足, 獨訴蒼天而已.

혹은 병풍에 의지하여 앉기도 하고 혹은 난간에 의지하여 서기도 하며,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홀로 창천에 호소할 뿐입니다.

不識郎君亦念妾否?

낭군님게서 또한 첩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只恨此身未見郎君之前, 先自溘然, 則地老天荒, 此情不泯.

다만 한스러운 것은 이몸이 낭군님을만나기 전에 먼저 죽는다면 천지가 없어져도 이 정은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今日浣紗之行, 兩宮侍女皆已集, 故不得久留於此.

오날은 완사의 가는 길이오 양궁의 시녀도 모혀 잇는 까닭에 암만하여도 잇슬 수는 업게 됨니다.

淚和墨汁, 魂結羅縷, 伏願郎君, 俯賜一覽.

눈물은 먹물로 화하고 넉(魂)은 비단실에 맺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낭군께서는 몸을 굽혀 일람하소서."

又以拙句謹答前惠, 非此之僞弄, 聊以寓咏好意.

또 졸구로써 삼가 앞의 은혜에 답하옵니다. 이것이 거짓으로 기롱하는 것이 아니요 다만 호의를 두고 읊은 것입니다.

其文則傷秋之賦, 其詩則相思之詩也.

그 문은 가을을 슬퍼하는 글이요 시는 상사의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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