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평 가평에서 흘러오는 왼쪽의 북한강과 여주에서 흘러온 위쪽의 남한강이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만나 하나의 강줄기 한강이 됩니다. 가까운 곳에 팔당댐이
보이는군요. 오른쪽 물길은 태촌앞 경안천에서 한강으로 오는 물길입니다.
어제는 문중13 홈피 운영자인 전병근님 덕분에 Seoul International Hiker's Club회원들과
중학동기 심대섭 교장님, 이유식 사장님과 하남 검단산에 다녀왔습니다. 나는 '검단'의
'검'이 '가미(神)과 관련이 있나 하여 '검단'이라는 산이름에 다소 흥분했습니다만 백제 때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이곳에 은거하였다 하여 검단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여 흥분을
가라앉혔습니다.
657미터의 산이었지만 산행하는 이들도 많았고, 약수터부터는 가파른데다 얼음길이어서
아이젠 없이는 오르기 힘든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산에나 있는 깔닥고개란 이름을 붙였나 봐요, 등산객이 얼마나 밟았는지
얼어 있어야 할 산길은 먼지가 풀풀 날렸습니다. 중학동기홈피에 운영자님께서 사진을
올려주셨는데, 너무 여러 장 올려 동기님들게 미안하군요.
외국인들요? 대개 영어권 사람들인데, 언론사, 영어 원어민교사, 자동차 부품 수출입
업무를 하는 사람 등 하는 일도 다양했습니다.한국인들은 운영자님처럼 영어권에 살다온
사람들이 많았고,영어교사 등 영어와 관련 있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회원들은 심성도 착해보였고 이해력도 풍부해 보였습니다.
클럽의 코디네이터[리더]를 맡은, 현직 영어교사인 박종호 선생님은 1960년생이라 했는데
하는 말이나 사려 깊은 생각은 회갑을 지난 나와 동급이이거나 한 수 위였습니다. 학부
전공은 영문학이었지만 대학원에서 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근대장편시가의 근대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셔서 전공이 같은 내겐 친밀감이 배가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국어국문학을 뽑는 대학들도 많지 않았고, 또 창작하는 교수들이 많아 국문학
전공자들끼리 만나면출신대학에 상관없이거의 지인관계나 다름없었습니다. 교수나 교재,
또는 작가나 시인, 문학지에 수록된 화제작 등을 대상으로 담론이 자연스레 어어졌거던요.
---현재는 국문학 모집 대학을 대충 조사해 보니 71개 대학이더군요. 캠퍼스를 달리하면
둘로, 주야간은 같은 대학 교수가 가르치니 하나로 계산했습니다. 그러니 요즈음은
교수끼리라도 이름이 생소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원주에서 영어 교사를 한다는 젊은이 패트릭의 텍사스에 사는 어머니가 아들이 일하는
나라를 찾아 산행을 빛내주셨다. 한국에 온지 사흘밖에 되지 않아 밤낮의 시차 적응도
안 되었을 텐데, 아들과 함께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70세 정도의 그 할머니는 마카로니
웨스턴 총잡이 영화에서 자주 목도했던, 운영자의 표현대로 미국인의 도전정신을 보여준
산 증인이셨습니다.
---그 할머니는 카메라를 사용하고는 가슴 쟈크를 열고 집어 넣었습니다.
가슴가리개의 다양한 용도에 감탄했습니다. 그 카메라 되게 따뜻하겠지요잉?---
그 할머니는 아이젠도 없이 정상에 올라, 일단 모임에 참여했으면 끝까지 생사를 같이 하는
미국인의 자긍심과 책임감과 그 인내심에 나는 경탄했습니다.
중학동기 이유식 사장님이 운영자 보고 “왜 혼자 왔냐?” 물어보라고 하니,
코디 박선생이 달려왔습니다.
“이 사람들은 퍼라이버시를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시면
실례가 됩니다. 친한 사이가 아니면 나이도 잘 묻지 않습니다. ”
그들의 관계를 보니 실제로 연령을 의식하지 않았고 만남을 가지면 대체로
대등한 관계에서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마주하면 friends인거죠. 연장자라고 따로 대접 받을 일도 없으니 나이를
내세울 필요조차 없겠지요.
---중요한 건 어떤 사고를 하는 사람인가이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니까요.---
더치페이 모습도 나에게는 이색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더치페이라는 게 철저하게
자기로 인연해서 발생한 비용은 자기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기호와 상관없이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은 주문할 수 있지만 물론
그 비용은 자기가 지불하는 거죠.
예를 들면, 그날 회비는 일만원이었는데 술을 마신 사람들은 6천원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게 정확한 산법에 나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일본에서도 회식자리에는 대개 더치페이를 한다는데 더치페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그 실상을 보았습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교수가 대접을
받는 일은 없고, 또 우리나라처럼 교수가 한 턱 쏘는 그런 일도 드물다고
들었습니다. 모임에 참여했으면 동등한 자격으로 더치페이를 하는 거죠.
이유식 사장님은 운영자님이 남겨온 막걸리만 마셨지만 술자리팀에 앉은
운영자님의 middleschool friends로 묶여 16,000원을 부담했습니다.
그 지방 포도주처럼 클럽에서 향취를 풍겼던 캘리포니아 출신인, 강남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미국나이 23살의 신디는 운영자가 회비를 만원으로 깎아주니
"Thank you."를 연발하며 좋아라 박수를 쳐댔습니다.
6천원 가지고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우리 문중 산행에 동행하면 여자분들은 꽁짜인데 말입니다.
누가 만든 룰인지 모르지만 그분들 정말 신사군요.
사실은, 신디는 그날 처음으로 동향의 남자 친구를 만난데다 남자 친구와는 맥주를 ,
심교장님과는 소주를 대작하여 소맥으로 들떠 있었습니다.
잠깐 미친 늙은이의 남대문 방화사건 얘기도 나왔는데, 이유식님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언급했습니다. <문화유산답사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유모 장관의 관상이 그저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관상을 얘기하는 건 좀
조심스러운 노릇이지만 당나라 때엔 인재 서용의 기준으로 身言書判을 적용했거던요.
身言書判의 身이란 풍채, 곧 외모를 말하고, 言이란 언변, 곧 말솜씨를 말합니다.
그리고 書란 지금의 글쓰기, 그 말썽 많은 대입 논술시험에 해당하겠군요.
남을 설득할 때 말과 글, 둘다 사용하걸랑요. 끝으로 判이란 판단력, 곧 맹자의
기준으로 보면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정의, 어느 편을 중시하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뉴스시간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고개숙인 남자들을 상기하면 오늘날에도 판단력의
위상의 중요성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불필요한 관급공사, 매년 연말이면 목도하는 도로포장, 이월이 되지 않아 섭씨
18도에도 화끈화끈하게 불태워버리는 공공기관의 난방비, 부처간의 중복투자 등,
판단력 없는 행정 때문에 국민들은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했는지 모릅니다.
하산길의 오리고기도 맛있었고요.여자들이 들어가기 전에 "또오리"라고 해
웃었지요."또 오리고기냐?"라는 말도 되고, "또 오겠느냐?"는 회의(懷疑)적
自問의 중의(重意)적 의미를 지니기에, 그 여자분은 "또오리"를 몇 번이나
되뇌었습니다.
[사진] 설명을 반복하면 청평 가평에서 흘러오는 왼쪽의 북한강과 여주에서
흘러온 위쪽의 남한강이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만나 하나의 강줄기 한강이 됩니다.
가까운 곳에 팔당댐이 있군요. 오른쪽 물길은 태촌앞 경안천에서 한강으로
오는 물길입니다.
오는 2월25일 출범하는 새 정부도 두 개의 한강을 하나의 한강으로 모은
저 두물머리처럼 우파와 좌파, 곧 생산성 향상과 복지정책의 확대로 대변되는
둘로 갈라진 다른 생각들을 잘 조절하여 한마음으로 묶는 국민 통합을
이뤄내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어제의 검단산 산행은 신호체계를 연동하는 첫 신호등 앞에서 초록불을
만난 것처럼 기분 좋은 하루였다.
Seoul International Hiker's Club회원및 네 중학동기 사진은 아래의 글과
이 홈피 왼쪽 메뉴판 <동창앨범>에 실었습니다.
http://www.munjung13.com/board/read.php?table=m13sarang&no=23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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