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북해도 7월 꽃축제. 라벤더 재배지.
[편자주]
잘 짜여진 황금설연휴 즐거우셨나요?
라디오방송에서, 이번 연휴 같으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말할 수 있을 거라는 천상병 시인의 시구를 듣고 그럴싸해서 올려봅니다.
고향에 못간 분들을 위해 같은 시인의
“저승가는 데도 여비가 든자면”이라는 시집 제목의 시구가
들어간 작품도 함께 승차합니다.
1964년 김현옥 부산 시장의 공보 비서로 약 2년간 재직하던 한 엘리트
젊은이였던 기인 천상병은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른 후,
불혹의 나이에 어느 날 실종되었습니다.
과음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형려병자가 되었던 겁니다.
제1시집 『새』는 친구들이 우정을 모아
유고시집이라는 모자를 씌워 출간되었습니다.
그후로 그는 부인이 인사동에서 연 "귀천"다방에서 벌어온 돈으로
생활하는 기구한 팔자의 삶을 살다가 갔습니다.
공짜로 중정에 여행 가 전기고문 세 번도 당한 나[我]인데
여비가 없으면 저승을 못가냐구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생김새를 궁금해 한 지상의 딱 한 사람이고
동어반복의 어눌한 말투지만
하늘과 통화가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문학은 실상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불타는 정열의 사나이 예수도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말했잖아요?
그는 어린아이였으니까
살아서는 하늘과 통화하는 천상의 시인이었고,
죽어서는 어린아이로 천당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실 겁니다.
"여보개, 저승갈 때 뭘 가져가지."
란 한 승려의 수필집의 제목은
하늘과 담화하는 천재시인에게 빚지고 있군요.
그의 홈피 년보에는 다음 사항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류되어 체포, 약 6개월간 옥고를 치름.
1971년
고문 휴유증과 심한 음주로 인한 영양 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짐. 행려병자로 서울 시립
정신병원에 입원됨.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행방불명, 사망으로 추정되어
문우 민영, 성춘복 등의 노력으로 유고 시집 [새]가 발간됨. 이로써 살아있는 시인의
유고 시집이 발간되는 일화를 남김.
천상병(千祥炳)
홈피
http://chunsangbyung.new21.org/main.htm
1930년 경상남도 창원 출생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 수학
1952년 『문예』에 시 <강물>, <갈매기>가 추천되어 등단
1952년 『현대문학』에 평론 추천
1993년 사망
시집 : 『새』(1971), 『주막(酒幕)에서』(1979), 『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등
귀천(歸天)
―主日-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르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소릉조(小陵調)>
─ 七十年 秋日에─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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