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해설(방편과 비유의 극치)
묘법연화경(竗法蓮華經)은 줄여서 법화경(法華經)이라고도 한다.
묘법연화경은 대승불전 중에서도 백미(白眉)로 손꼽힌다.
내용도 대승불교의 사상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전으로서 문학적인 가치도 높다.
소승을 포함한 삼승(三乘:성문의 길,독각의 길,보살의 길)의
가르침을 먼저 설해 보인 후 결국엔 일승(一乘)의 가르침이
가장 뛰어남을 설하고 있다.
묘법연화경은 특히 ‘절묘한 방편과 비유의 극치’라는
특색을 갖고 있으며 어느 경전보다도 신앙의 경전,독송의 경전,
찬불(讚佛)문학의 경전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묘법연화경의 사상과 성립
‘삼승’이란 성문의 길,독각의 길,보살의 길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앞의 둘은 소승이고,보살의 길이야말로 대승의 길이다.
소승의 수행자들은 사제나 연기의 이치를 관찰해서,
투철한 이지를 갖고 있지만 그들은 자애어린 이타행을 도외시한다.
반면 대승 혹은 보살승에서는 육바라밀의 행이 주가 되며,
반야의 지혜를 바탕으로 하여 자기를 버리고
남을 위해 봉사(利他行)하는 것을 최고의 선으로 여긴다.
대승경전인 묘법연화경은 대승불교가 성립하여 만개했던
기원 1세기경 서북 인도에서 성립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독송해 왔던 구마라집이 역출한 묘법연화경은 전 28장으로
되어 있으나 산스크리트본(梵本)은 27장으로 되어있다.
민족사판 묘법연화경은 산스크리트본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하였고
27장을 구마라집 한역에 기준하여 다시 28장(28품)으로 나누었다.
*일반인들은 도인들의 신통력에 관심이 많다. 제21장의 샤카붓다님의 신통력 부분을 먼저 살펴본다.
제 21장 여래의 신통력 (如來神力品)
그때 대지의 틈새에서 나온 소천세계의 티끌 수와도 같은 수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모두 세존을 향해 합장하며 이와 같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어떤 불국토에서 열반에 드실지 모르지만,
저희들은 그 뒤 이 법문을 널리 펴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처럼 위대한 법문을 수지하거나 독송하거나 가
르치거나 옮겨 적기 위해 찾았던 것이옵니다.”
그때 문수사리를 비롯한 사바세계에 사는 수천 코티 니유타의 많은 보살들, 그리고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인간과 인간이외의 것들, 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많은 보살들이 다음과 같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또한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법문을 널리 펴겠사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공
중에 서서, 소리를 낼 것이며 아직 선근을 심지 않은 중생들에
게 선근을 심게 하겠사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위대한 지도자이고 스승이며, 대지의 틈새에서 나온 보살들의 우두머리의 한 사람인
상행(上行)이라는 보살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상행이여,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여라. 이 법문을 위해서
여래께서는 그대들을 이끄신 것이다.”
그때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서는 탑 중앙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계셨다.
두 분 다 미소를 띠시며, 입에서 혀를 내셨는데,
그 혀는 범천의 세계에까지 이르렀으며, 수천 수백의 빛을 발
했다. 그 빛 한 줄기 한 줄기마다 수천 수백의 많은 보살들이
나타났다. 몸은 금색이며, 위대한 인물의 32상을 갖춘 그들은
연꽃 속에 있는 사자좌에 앉았다.
그리고는 사방팔방에 있는 천의 세계로 가서, 공중에 선 채 가르침을 설했다.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서 혀로 신통력의 기적을 보이신 것처럼 수천의 다른 세계로부터 와서,
보석나무 아래 사자좌에 앉은 여래들은 모두 혀로 신통력의 기적을 보였다.
그때 석가여래와 그 여래들은 꼭 백천 년 동안 신통력을 발휘했다.
백천 년이 지나자 그 여래들은 혀를 원래대로 넣고, 모두 한 순간에 사자처럼 큰소리를 냈으며,
또 한 순간에 손가락퉁기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 때문에 시방의 모든 불국토는 진동했다.
그 모든 불국토에 있는 중생들, 천신들, 용, 야차,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도 부처님의 위신력 덕분에 거기에 있으면서 사바세계를 이와 같이 보았다.
말하자면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여래들께서 보석나무 아래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으며,
다보여래께서 보석으로 된 거대한 탑 속에 있는 사자좌에 석가여래와 함께 앉아 계시는 것과 사중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그들은 경이롭고 드문 일이라고 생각해
큰 기쁨을 느꼈는데, 공중에서 이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벗이여,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수백 수천의 세계를 지
난 저편에 ‘사바’라고 불리는 세계가 있는데, 그곳에 석가여래
가 계신다. 그분은 지금 모든 부처님께서 지시하시는 광대한
경전이며 보살을 위한 가르침인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보살들을 위해 설하고 계신다. 그대들은 그 법문을 깊
이 바라므로 기뻐할 것이며,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 경례하여라.”
그때 모든 중생들은 공중으로부터 이와 같은 소리를 듣고 그곳에서
“석가여래께 경례하옵나이다”라고 하며 합장했다.
또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 공양했으며,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공양하기 위해 온갖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 승리의 깃발과 여러 장식품, 목걸이, 마니구슬을
사바세계를 향해 던졌다. 그것들은 사바세계에와 여래들의 머리 위 공중에서
하나의 커다란 꽃 휘장이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상행보살을 비롯한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여래들께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위력을 지니고 계신다.
이 법문을 위촉하기 위해서 수백 수천 겁 동안, 나는 여러 가르침으로 이 법문의 많은 공덕을 설했다.
그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이 법문 속에서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 모든 존엄, 모든 비밀, 모든 심원한 입장을 간결히 설했다.
그러니 그대들은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공경 수지해서 가르치고 옮겨 적거나 독송하며
수습해서 공양해야 할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지상의 어떤 곳에서 이 법문이 독송되거나 설해지거나 옮겨 적거나 책이 된다고 하자. 숲이든 정사든 집이든 마을이든 나무 아래든 높은 건물이든 방이든 동굴이든,
지상의 그곳에는 여래를 위한 탑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모든 여래들의 보리좌이며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곳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곳에서 모든 여래들께서 가르침의 법륜을 굴리셨고 열반에 드셨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세존께서는 이와 같을 게송을 설하셨다.
신통의 지혜를 지니시고 세간의 행복을 원하시는
부처님들께서 설하신 법의 본성은 생각으로도 미치지 않는다.
무한을 꿰뚫어보는 눈을 지니신 부처님들께서는
이 세상의 중생들 모두를 기쁘게 하려고 신통력을 보이신다.
수천의 광명을 발하시며 범천의 세계에까지 혀를 뻗치신다.
최고의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운 이들을 위해 놀랄 만한 신통력을 보이신다.
부처님들께서는 기침을 하시며 동시에 손가락 퉁기는 소리를 내신다.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에 그 소리가 들린다.
세간의 행복을 원하시는 자애 깊으신 부처님들께서는 선서가 열반에 드신 뒤
‘어떻게 하면 중생들이 그때 기쁘게 이 경전을 수지할까’하고 생각하시어
다른 기적과 공덕을 보이신다.
세간의 지도자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최고의 경전을 수지하는 선서의 아들들에 대해
수천 겁 동안 내가 칭찬한다고 하자.
그들의 공덕은 마치 시방의 허공계처럼 한이 없을 것이다.
이 빛나는 경전을 언제나 수지하는 이들의 공덕은 생각도 미치지 않을 정도이다.
석가여래인 나와 모든 세간의 지도자들과 이미 열반에 든 다보여래를 이 경전의 수지자들은 본다.
또 많은 보살들과 사중들을 본다.
그는 지금 여기서 나를 기쁘게 하며 모든 지도자들과 열반에 드신 다보여래와
시방에 계신 다른 부처님들도 기쁘게 한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미래나 과거의 부처님들과
지금 시방에 계신 부처님을 보며 그분들께 잘 공양할 것이다.
진실의 가르침인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보리좌에서 깨달으신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의 비밀스런 지혜를 빨리 생각해 낼 것이다.
이 훌륭한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어디서든 자유로운 바람처럼
무한한 웅변력을 지닌 이가 되어 가르침과 의미와 해석을 알 것이다.
그는 지도자들께서 깊은 뜻을 담아 설하신 여러 경전들의 관계를 이해 할 것이며
내가 열반에 든 뒤에도 여러 경전의 진실된 의미를 알 것이다.
그는 달에 비유되며 태양처럼 빛날 것이며
지상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서 많은 보살들을 격려할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보살들은 이 세상에서 이런 이익을 듣고
내가 열반에 든 뒤 이 경전을 수지할 것이다.
그들이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제 1장 서 품(序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왕사성(라자그리하)의 기사굴산에서 1천 2
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으로
더러움과 번뇌를 끊었으며, 모든 결박에서 벗어났으며, 지혜롭
고 자유자재한 마음을 얻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아야교진여, 마하가섭, 우루빈나가섭, 가야가
섭, 나제가섭, 사리불, 대목건련, 마하가전연, 아니루타, 겁빈
나, 교범파제, 이파다, 필릉가바차, 박구라, 마하구치라, 난
타, 손타라난타, 부루나미다라니자, 수보리, 아난, 라후라 존
자들로서 위대한 아라한이었다.
이 밖에 아직 배울 것이 있는 비구(有學)와 더 배울 것이 없
는 비구(無學) 2천 명도 함께 있었다.
또 마하 파시파제 비구니를 비롯한 6천 명의 비구니들과 라
후라의 어머니인 야쇼다라 비구니도 그 시종들과 함께 있었다.
또 그곳에는 8만 명의 보살들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최고의 바른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물러서는 일 없이, 윤회의 세
계에 한 번 더 윤회하는 생을 남겨놓았을 뿐이며, 다라니를 얻
었고 위대한 웅변력(辯才)이 있으며, 되돌지 않는 법륜을 굴리
며, 수백 수천의 많은 부처님을 섬기며, 그 밑에서 선근을 쌓
고 그분들로부터 칭찬받아 몸도 마음도 자애에 넘치며, 여래의
지혜를 이해하는 데 뛰어난 대지혜자였다. 또 그들은 지혜의
완성인 반야바라밀에 숙달하고 수백 수천의 세계에 그 이름이
알려졌으며, 수천 수백 코티 니유타의 많은 생명들을 구제한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문수사리불, 관세음보살, 득대세보살, 상정진
보살, 불휴식보살, 보장보살, 약왕보살, 용시보살, 보월보살,
월광보살, 만월보살, 대력보살, 무량력보살, 월삼계보살, 발타
바라보살, 미륵보살, 보적보살, 도사보살 등 8만명의 보살과
함께 있었다.
또 신들의 왕인 제석천(帝釋千)과 그 시종인 월천자(月天
子), 일천자(日千子), 보향천자(普香千子), 보광천자(寶光天
子), 광요천자(光耀天子)를 비롯한 2만 명의 천자들도 함께 있
었다. 또 4대 천왕도 함께 있었으니 그들은 증장(增長)천왕,
광목(廣目)천왕, 지국(持國)천왕, 다문(多聞)천왕이며, 또 자
재천자(自在千子)와 대자재천자(大自在天子)와 또 그들의 시종
인 3만 명의 천자들도 함께 있었다. 또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
천(梵天)도 시종인 1만 2천 명의 범천들과 함께 있었다.
또 수천 코티나 되는 많은 시종을 거느린 여덟 용왕(龍王)도
함께 있었으니 그들은 난다용왕, 우파 난다용왕, 사가라용왕,
바스키용왕, 타크샤카용왕, 마나스빈용왕, 아나바타프타용왕,
우트파라카용왕이었다.
또 수천 코티나 되는 많은 시종을 거느린 긴나라의 네 왕도
함께 있었으니, 그들은 법(法)긴나라왕, 대법(大法)긴나라왕,
묘법(妙法)긴나라왕, 지법(持法)긴나라왕이었다.
또 수백 수천의 많은 건달바를 거느린 네 명의 건달바왕들도
함께 있었으니, 그들은 낙(樂)건달바왕, 낙음(樂音)건달바왕,
미(美)건달바왕, 미음(美音)건달바왕이었다.
또 수천 코티나 되는 많은 시종을 거느린 아수라의 네 왕도
함께 있었으니, 그들은 바치 아수라왕, 거라건타 아수라왕, 비
마질다라 아수라왕, 라후 아수라왕이었다.
또 수천 코티나 되는 많은 가루다의 시종을 거느린 네 명의
가루다왕도 함께 있었으니, 그들은 대위력(大威力)가루다왕,
대신(大身)가루다왕, 대만(大滿)가루다왕, 득대신력(得大神力)
가루다왕이다.ㅤ
또 바이데히부인의 아들로 마가다국의 국왕인 아자타사투왕
도 함께 있얜)’ 라는
이름의 경전을 설하셨다. 그 뒤 세존께서는 자리에서 결가부좌
하시고 무한한 가르침의 기초인 ‘무량의처(無量義處)’라는 삼
매에 드시어,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셨다. 세존께서 삼매
에 드시자마자, 천상의 꽃인 만다라바, 대만다라바, 만주샤카,
대만주샤카의 꽃비가 내려, 세존과 사부대중의 위를 덮었다.
그리고 전불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다.
그때 그곳에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천신, 용, 야
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그리고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이 모여 있었다. 또 지방의 왕후와 군대를 통
솔하는 전륜왕, 사주(四州)를 지배하는 전륜왕들이 모여 권속
들과 함께 세존을 우러러보면서, 놀라움과 신기함을 감추지 못
하고 크게 환희했다.
그때 세존의 미간에서 한 줄기 백호 광명이 뻗쳤다. 그 빛은
동쪽으로 1만 8천의 많은 국토를 비추어, 아비지옥으로부터 유
정천(有頂千)이르기 까지 모든 불국토와 육취(六趣)에 있는 모
든 중생들에게 똑똑히 보였다. 또 그 불국토에는 부처님께서
계시는 것도 보였으며, 부처님의 설법도 전부 들렸다. 그 불국
토에는 비구, 비구, 우바새, 우바이의 수행자가 있어 선정의
결과를 얻은 이도 있으며, 아직 얻지 못한 이도 있었다. 또 위
대한 보살들이 있어 여러가지 절묘한 방편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도 보였다. 부처님들께서 완전한 열반(般涅槃)에 드시는 것
도 보였으며, 보석으로 된 사리탑도 보였다.
그때 미륵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아, 여래께서는 위대하고 상서로운 모습으로 이런 기적을
보이셨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세존께서 이런 위대하고 상
서로운 모습으로 기적을 행하신 것은 무슨 까닭일까? 세존께서
는 삼매에 들어계시다. 그래서 이와 같이 상상할 수 없는 위대
한 기적, 신통력에 의한 훌륭한 기적이 나타났다. 그 의미를
묻고 싶은데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누가 가장 좋을까?’
그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문수사리보살은 이전에 많은 부처님을 공양하여 선근을 쌓
았으며 수많은 부처님을 섬겼다. 바른 깨달음을 얻으신 존경받
는 과거의 여래들께서 보이신 상서로운 모습을, 문수사리보살
은 이전에 본 적이 있을 것이며, 또 이전에 위대한 설법을 들
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물어보자.’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사부대중과 많은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그리고 인간
과 인간 이외의 것들도, 이와 같은 세존의 상서롭고 위대한 모
습을 보고 놀라움과 신기함을 느끼며 이렇게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위대한 신통력으로 훌륭한 기적을 나타내셨는
데, 우리는 그것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미륵보살은 바로 그 순간 마음으로 사부대중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알고, 그 역시 의문을 느껴 문수사리보살에게 말했
다.
“문수사리여, 색색으로 아름다고 화려한 1만 8천의 불국토에
서 여래를 우러러보면서 여래를 지도자로 하고 있는 것이 보이
는데, 세존께서 신통력으로써 이와 같이 보기 드문 기적을 보
이시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이유와 인연에서인가?’
미륵보살은 문수사리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답했다.
문수사리여, 사람들의 지도자이신 부처님께서는
어떤 이유로 이 광명을 뻗치셨는가.
이 한 줄기 빛은 미간의 백호로 부터
뻗쳐나와 빛나고 있다.
천신들은 기쁨에 넘쳐
만다라바의 꽃비를 뿌리고 있다.
또 전단의 향기와 함께
상쾌한 천상의 만주샤카 꽃비를 뿌린다.
그 꽃으로 이 대지는 어디든 빛나며
사부대중은 커다란 기쁨에 넘쳐 있다.
또 전국토가 두려울 정도로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있다.
이 빛은 동쪽으로 1만 8천 국토에 가득 차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비추며
국토는 황금처럼 빛나고 있다.
그 국토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아비지옥에서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육도 속에서 생사를 되풀이 한다.
육도 속에 있는 그들의 여러가지 행위가 보인다.
그 결과로서 그들의 안락과 괴로움이 보이며
또 업연이 천한 것, 훌륭한 것, 중간 것 모두 보인다.
인왕(人王)의 사자(獅子)이신 부처님들께서
설법하시는 것도 보이며
그분들께서는 수코티나 되는 많은 중생에게
상쾌한 음성과 말로 가르치신다.
그분들은 각자 자신의 국토에서
깊고 광대하며 일찍이 듣지 못한 법을 설하시며
수코티 니유타의 비유와 인연으로써
가르침을 분명히 하신다.
그분들은 괴로움에 번민하는
생로(生老)에 지친 무지한 중생들에게
‘비구들이여,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이다’라고
적정의 열반을 설하신다.
광대한 힘을 얻은 이들
또 부처님을 뵙는 복 있는 이들에게는
독각의 탈것을 설하시어 이 법을 찬탄하신다.
또 위없는 지혜를 구해
언제나 여러 가지 수행을 해온
선서(善逝)의 아들들에게는
깨달음을 찬탄해서 설하신다.
문수사리여, 나는 여기 있으면서
저곳의 일을 듣고 또 보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분을 말하겠다.
많은 국토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수천 코티의 많은 보살들이 있어
여러가지로 정진노력해서
깨달음을 얻으려 하는 것이 보인다.
어떤 이는 보시를 하는데
재산과 금, 은, 황금, 진주, 나패, 파리, 산호,
또 심부름꾼과 하인, 탈것, 말, 양을 보시한다.
또 보석으로 장식된 가마를
기쁜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보시한다.
그리고 그 공덕을
‘가르침의 탈것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는 데 돌린다.
여래들께서 삼계의 가장 훌륭한 탈것으로 칭찬하신
부처님의 탈것을 빨리 얻고 싶어서
그들은 이런 것을 보시한다.
어떤 사람들은 손잡이가 달리고 꽃과 깃발로 장식된
승리의 깃발을 세운 사두마차를 보시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보물을 보시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아들들과 딸들을 보시하며
또 자신의 소중한 살조차도 보시한다.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자는
요구되는 대로 손과 발도 보시한다.
어떤 사람은 머리를, 어떤 사람은 눈을
또 어떤 사람은 가장 소중한 자신의 몸을 보시한다.
깨끗한 마음으로 이런 보시를 해서
여래의 지혜를 얻으려 한다.
문수사리여, 어떤 이들은
영예로운 왕위와 후궁, 전국토, 대신, 친척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세간의 지도자이신
부처님들이 계신 곳으로 가
영광을 훌륭한 법을 물으며
갈색 옷을 입고 머리털과 수염을 깎는다.
어떤 보살들은 비구로서 숲에 살며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 살며
설법과 독송을 즐기고 있다.
또 어떤 보살들은 의지가 굳세어서 동굴에서 살며
부처님의 지혜를 수행하며
널리 생각하고 관찰한다.
또 다른 여래의 아들인 보살들은
애욕을 남김없이 버기고 자신을 닦아서
그 행위가 깨끗하며
다섯 가지 신통력을 얻어 황야에 살고 있다.
의지가 굳센 어떤 이들은 단정하게 서서
지도자들을 향해 합장하고
수천이나 되는 게송으로 여래를 찬탄한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을 닦아서 설법하는 데 두려움이 없으며
미묘하게 행하는 길을 알며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의 법을 묻고 들은 뒤에
법의 보호자가 된다.
여기저기서 여래의 아들들인 보살들 중
어떤 보살은 스스로를 닦아서 수코티나 되는 중생에게
수니유타의 많은 비유와 인연으로써
부처님의 법을 설하고 있다.
기쁨에 넘쳐 법을 설하고
많은 보살들을 법으로 이끌며
군대를 거느리고 전차를 타고 오는
마왕을 쳐부수어 법고를 울린다.
어떤 여래의 아들들은
인간, 천신, 야차, 나찰(羅刹)들로부터
숭앙받더라도 기뻐하지 않으며
여래의 가르침 속에서 우쭐대지 않고
조용히 행동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여래의 아들들은 삼림에 있으면서
몸에서 광명을 뻗쳐 지옥에 있는 중생을
구제해 보리로 이끈다.
여래의 다른 아들들은 힘써 정진하여
마음이 활발하지 못하고 몸이 무거운
수면(睡眠)도 버렸으며 경행을 하며 숲에 산다.
그들은 정진노력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언제나 청정해서 부족함이 없으며
계율을 보물처럼 지키며 행동도 완전무결하다.
그들은 계율로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한다.
여래의 아들들 중 어떤 이는 인내력으로
교만한 비구들의 욕이나 험담을 참는다.
그들은 인내로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한다.
또 어떤 보살들은 모든 오락의 즐거움을 버리고
어리석은 동료들을 피해
성자들과 교제를 즐기며 마음의 안정시키어
미혹한 마음을 버리고 숲이나 동굴 속에서
마음을 한곳에 집중해서
수천 코티의 세월 동안 선정에 들어 있다.
그들은 선정으로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한다.
또 어떤 사람은 여래와 그 제자인 성문들에게
여러 가지 음식물과 약을 보시한다.
어떤 사람은 제자들과 함께 계신 여래 앞에서
수백 코티의 의복을 보시한다.
그 의복은 수백 수천 코티나 되는 가격이거나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이다.
어떤 사람은 보물과 전단과 수많은 침구와
자리로 장식된 정사를
수백 코티나 만들게 해서 여래께 보시한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린
깨끗하고 상쾌한 휴식을 위해
제자를 거느린 부처님께 보시한다.
기쁨에 넘친 사람들은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것들을 보시하며
깨달음을 향해 정진노력한다.
그들은 보시로써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한다.
어떤 이들은 수코티나 되는 많은 비유와 인연으로써
수천 코티의 중생에게 적정의 가르침을 설한다.
그들은 지혜로써 깨달음을 지향한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처럼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여래의 아들들을
모든 것은 움직이지 않으며
차별되게 나타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지혜로써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한다.
문수사리여,
그 밖에도 열반에 드신 여래의 가르침 밑에서
도심(道心)이 굳은 많은 보살들이 나타나
열반에 드신 승리자의 사리에
존경을 표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수천 코티의 탑이 보인다.
그 탑들은 수천 코티의 국토를
언제나 장식하고 있으며
여래의 아들들이 만들게 한 것이다.
그 탑들은 칠보(七寶)로 만들어져서 화려하며
높이 5천 요자나, 둘레가 2천 요자나며
그 위에 수천 코티의 우산과 깃발이 서 있다.
그 탑은 깃발로 장식되어 있고 언제나 빛나며
또 언제나 많은 종이 울리고 있다.
인간, 천신, 야차, 나찰들이
꽃과 향으로 공양하거나 악기를 연주하여 공양한다.
여래의 아들들은 여래의 사리에
이런 공양을 하게 한다.
그 탑 때문에 전세계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마치 활짝 핀 파리자타나무로
한 면이 빛나는 것처럼.
나와 수천 고티의 사람들은
여기서 이 모두를 본다.
여래께서 한 줄기 빛을 뻗쳐
천신들의 세계를 포함한 이 세상에 꽃이 피는 것을.
아아, 사람 중의 왕이신 여래의 위력이여ㅤ
아아, 더러움 없는 광대한 지혜여
뻗친 한 줄기 빛이 지금 세간에 퍼져
수천이나 되는 국토를 비추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으며
이전에 들은 적도 없는 상서로운 모습을 보고
신비롭게 생각하고 있다.
문수사리여, 그 의미를 말해 주시오.
부처님의 아들이여, 우리의 바람을 들어주시오.
용자여, 사부대중은 훙분에서
지금 그대와 나에게 주목하고 있다.
그대에게 기쁨을 주고 의심을 풀어주시오.
선서의 아들이여, 그들에게 수기(授記)해 주시오.
어떤 목적으로 선서께서
지금과 같은 광명을 뻗치시는지
거기에 대한 수기를
아아, 사람 중의 왕이신
부처님께서 지니신 위력의 위대함이여
아아, 그 지혜는 얼마나 광대하며 맑은가.
그 한 줄기 빛이 지금 세간에 퍼져
수천 국토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이 커다란 광명이 뻗친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람 가운데 가장 고귀한 선서께서는
이전에 보리수 아래에서 최고의 법을 깨달으셨는데
그것을 설하시는 것인가
아니면 보살들에게 수기하시는 것인가?
수천의 국토에 계신 많은 부처님께서
석존의 빛에 의해 보이며
또 아름다운 보석으로 장식된
무한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보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래의 아들인 문수사리여
인간, 천신, 야차, 나찰은
나 미륵이 물어보기를 바라고 있다.
이 사부대중은 문수사리가
여기서 무엇을 수기하는지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법의 왕자인 문수사리는 미륵보살과 다른 보살들을
향하여 말했다.
“선남자들이여, 전세계에 울려퍼지는 위대한 법을 설하시려
는 생각이 여래께 있는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이것이 위대한
법의 비를 내리고, 위대한 법의 북을 울리며, 위대한 법의 깃
발을 높이 걸고, 위대한 법의 등불을 타오르게 하고, 위대한
법라를 불며, 위대한 법의 심벌즈를 울리고, 위대한 법을 지금
설하려는 생각이 여래께 있는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번득이는 영감과 이전에 내가 본 징조로 미루
어본다면, 이전의 여래들께서도 마찬가지로 그 뻗친 빛을 받아
빛났으며, 그로 인해 나는 다음과 같은 것을 알았다.
‘여래께서는 지금 위대한 법이 울려퍼지게 하는 법을 설하려
하시며, 위대한 법이 울려퍼지는 것을 듣게 하려고 하신다. 그
때문에 이런 징조가 나타나는 것’임을.
왜냐하면 모든 세간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믿을 수 없는 가르
침의 문을 여래께서 듣게 하시려 할 때는, 거기에 맞게 이와
같은 대기적이나 광명을 뻗쳐 빛나게 하는 징조를 보이시기 때
문이다.
선남자들이여,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헤아릴 수 없고 광
대하며 잴 수도 없으며 생각도 미치지 않고 측량도 초월한 무
한한 겁의 과거세에, 아니 그보다도 훨씬 오래 전에 있었던 일
이다.
‘일월등명(日月燈明)’이란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분은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이끄시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
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셨다.
그 부처님께서는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고, 의미도 좋고, 글
귀도 좋은 법을 설하였으며, 순수하고 완전하고 청정하고 결백
하고 순결한 생활(梵行)을 분명히 하셨다. 즉 성문들을 위하여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와 12인연(十二緣起)법을 설하셨다. 그
것은 생, 로, 병, 사와 괴로움, 슬픔, 걱정, 혹란을 부수기 위
한 것이며, 마침내는 열반에 이르기 위한 것이다. 또 보살들에
게 육바라밀을 동반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비롯하여 일체지
자인 부처님의 지혜에 이르기까지의 법을 설하셨다.
또 선남자들이여, 일월등명여래를 이어 같은 이름의 여래께
서 이 세상에 나타나셨다. 미륵(아지타)이여, 그 뒤 계속해서
같은 이름, 같은 집안에 속하는 2만 명의 여래들께서 계셨다.
미륵이여, 그 여래 한 분 한 분이 일월등명이라는 이름으로
존경받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이끄시는 분이시
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셨다. 그 한
분 한 분이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으며 의미와 글귀도 좋은 법
을 설하셨으며, 순수하고 완전하고 청정하고 결백하고 순결한
생활을 분명히 하셨다. 즉 성문들을 위해서 네가지 성스러운
진리 12인연법을 설하셨다. 그것은 생, 로, 병, 사 괴로움, 슬
픔, 걱정, 혹란을 부수기 위한 것이며, 마침내 열반에 이르기
위한 것이다. 또 보살들에게는 육바라밀을 동반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비롯하여 일체지자의 지혜에 이르기까지의 법을 설하
셨다.
또 미륵이여, 일월등명여래가 태자로써 아직 출가하지 않고
재가생활을 할 때, 8명의 아들이 있었다. 유의(有意), 선의
(善意), 무량의(無量意), 보의(寶意), 증의(增意), 제의의(除
疑意), 향의(響意), 법의(法意)라는 이름의 왕자였다. 광대한
위력을 지닌 이 왕자들은 각자가 사대주를 영토로 해서 군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존께서 재가생활을 버린 것을 알고, 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으신 것을 듣고 왕위를 버리고 세존
을 따라 출가하였다. 그들 모두가 위없는 깨달음을 지향했으며
법을 설하는 자가 되었다. 그들은 언제나 순결한 생활을 하는
자가 되어, 수백 수천이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 밑에서 선근을
쌓았다.
미륵이여, 그때 일월등명여래는 모든 부처님께서 지지하시는
광대한 경전이며 보살들을 위한 가르침인 ‘무량의(無量意)’라
는 법문을 설하셨다. 다 설하신 순간 그 자리에서 결가부좌로
‘무량의처(無量義處)’삼매에 드시어, 몸도 마음도 움직이지 않
고 계셨다. 그 세존께서 삼매에 드시자마자, 하늘의 꽃인 만다
라바, 대만다라바, 만주샤카, 대만주샤카의 커다란 꽃비가 내
려 세존과 주위에 있는 분들을 덮었다. 그리고 전불국토가 6종
으로 진동하였다.
미륵이여, 그때 그곳에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천
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그
리고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이 모여 있었다. 또 지방의 왕후
와 군대를 통솔하는 전륜왕, 사주를 지배하는 전륜왕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시종과 함께 세존께 예배하고 놀라움과
신기함을 느끼며 크게 기뻐하였다.
그때 일월등명여래의 미간 백호로 부터 한 줄기 광명이 뻗쳤
다. 그 광명은 동방에 있는 1만 8천 명의 부처님의 국토에 퍼
졌다. 그리고 그 부처님들의 국토 모두가 그 광명 때문에 똑똑
히 보였다. 미륵이여, 그것은 바로 지금 이 부처님들의 국토가
보이는 것과 같다.
미륵이여, 또 그때 그 세존을 따르는 20코티의 보살들이 있
었는데, 이곳에서 법을 들은 그들은 거대한 광명에 의해 세계
가 빛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생각을
하며 기뻐하셨다.
미륵이여, 또 그때 그 세존의 가르침의 자리에 ‘묘광(妙光)’
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8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세
존께서는 삼매로부터 깨어나시어 묘광보살을 위하여 ‘바른 가
르침의 백련(妙法蓮華經)’ 이라는 법문을 설하셨다. 60중겁 동
안 같은 자리에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시고 설하셨다.
모든 청중도 같은 자리에 앉은 채 60중겁 동안 세존으로 부터
법을 들었는데, 그곳에 모인 중생은 어느 누구도 몸과 마음이
피곤한 사람이 없었다.
일월등명여래 께서는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
하시어 60중겁이 지난 그 순간 완전한 열반에 들 것이라고 선
언하셨다. 즉 천신, 마왕, 범천을 포함한 이 세간을 향하여,
또 사문, 바라문을 포함해서 천신, 인간, 아수라를 포함한 생
명이 있는 것들 앞에서, ‘비구들이여, 오늘 한밤중에 나는 무
여의열반(無餘依涅槃)에 들 것이다’라고.
미륵이여, 일월등명여래께서는 ‘길상태(吉祥胎)’보살이 위
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
게 수기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길상태보살은 내 바로 뒤에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이구안(離垢眼)’이라는 존경받는 여래
가 될 것이다’라고.
또 미륵이여, 일월등명여래께서는 그날 밤중에 무여의열반에
드셨다. 그리고 그 ‘바른 가르침의 백련’의 법문은 묘광보살이
간직하셨다. 80중겁 동안 묘광보살은 완전한 열반에 드신 세존
의 가르침을 간직해서 설하였다. 미륵이여, 그때 세존의 8명의
아들들은 이 묘광보살의 제자가 되었다. 묘광보살에 의해 그들
은 위없는 깨달음을 향하여 점차 성숙되었는데, 그 뒤 백코티
니유타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을 뵙고 모셨다. 그들 모두 위없
는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 중 마지막이 디팡카라부처(燃燈佛)이
시다.
묘광보살의 제자 8백 명 가운데 이익과 사람들의 존경과 세
간의 평판을 소중히 여기며, 명성을 바라는 한 보살이 있었다.
그 보살은 가르침을 받거나 설해진 문구와 문자를 오래 간직하
지 못하고 명성을 바라기 때문에 ‘구명(求名)’이라고 불렀다.
이런 사람이었지만 여러 가지 선근을 쌓아서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을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들을 공경, 공양하며 찬탄하였다.
미륵이여, 그때 그곳에서 위대한 보살이며 설법자인 묘광보
살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왜냐하면 바로 내가 그
때 그곳의 그 묘광이라고 불리는 보살이었으며 설법자였기 때
문이다. 미륵이여, 그대야말로 그때 그곳의 게으름뱅이인 구명
이라고 불리던 보살이었다.
미륵이여, 이런 까닭에 세존께서 뻗치신 광명의 징조를 보고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세존께서도 모든 부처님들이 지지하시는 광대한 경전이며
보살을위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하려고 하신
다’라고.
또 문수사리보살은 같은 의미를 다음의 게송으로 읊었다.
헤아릴 수도 없고 생각도 미치지 않는
무량한 겁인 과거가 생각난다.
그때 사람 중의 최고자이며
일월등명여래라고 불린 여래가 계셨다.
사람들의 안내자인 그분은 바른 법을 설하시고
무량한 중생을 교화하시고
생각할 수도 없는 많은 보살들을
최고인 부처님의 지혜로 향하도록 격려하셨다.
이 지도자께서 왕자였을 때, 8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들은 위대한 현자이신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것을 보고
모두 곧바로 애욕을 버리고 출가하셨다.
세간의 보호자께서는 수코티의 인간들을 위하여
광대한 대승경이라고 불리는
훌륭한 무량의 경전을 설하셨다.
여래께서는 법을 다 설하시자마자
결가부좌를 하시고 그 자리에서
훌륭한 무량의처라는 삼매에 드셨다.
그러자 천상의 만다라바의 꽃비가 내리고
울리지도 않은 많은 큰 북이 울렸다.
천신들과 야차들은 공중에 나타나서
인간의 최고자께 공양을 올렸다.
그 순간 모든 국토가 진동하고
놀랄 만한 아주 드문 일이 일어났다.
즉 세간의 지도자께서는 미간으로 부터
아주 아름다운 한 줄기 광명을 뻗치셨다.
그 광명은 동쪽으로 뻗쳐
1만 8천의 국토에 퍼져 일체의 세간을 빛냈다.
그 가운데 어떤 국토는 보옥으로 되어 있고
또 어떤 국토는 유리로 빛나서
여래의 광명을 받아 훌륭하고 아주 아름답게 보였다.
그곳에는 천신, 인간, 용, 야차, 건달바, 긴나라들과
선서의 공양에 애쓰는 자들이 있어
여러 세계 속에서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또 부처님들이 계시는 것도 저절로 보였다.
그분들은 금으로 된 기둥처럼 아름다우며
유리 속에 놓여진 금색의 상(像)처럼
집회의 중앙에서 법을 설하고 계셨다.
그 곳에는 무수한 성문들이 있고
또 선서에 속하는 성문들도 무량하였는데
광명은 여래의 모든 국토에 있는
성문들을 비추고 있었다.
부처님의 아들들이 산의 동굴에 살며 오직
정진노력에 힘쓰며
주옥처럼 굳게 계를 지키고 있었다.
전재산을 보시하고, 인내심이 있으며
선정을 즐기는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의지가 굳센 많은 보살들이 있는데
그들도 모두 이 빛을 받아 빛났다.
부동이어서 흔들리지 않고, 인내심이 있으며
선정을 즐기고 마음이 통일된
선서의 친아들들이 보인다.
그들은 선정으로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한다.
그들은 적정이며 번뇌가 없는
진실한 것을 알고 있으며
많은 세계에서 그 법을 분명히 설한다.
그들의 이와 같은 행동은 선서의 위력 때문이다.
사부대중은 일월등명여래의 이 위력을 보고
그 순간 모두 환희에 넘쳐
서로 무슨 영문인지를 묻는다.
인간, 천신, 야차들로 부터 공양받는 지도자께서는
곧 삼매에서 깨어나시어
현명한 보살이며 묘광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현명한 그대는 세상사람들을 바로 이끄는 눈이며
그들의 의지처이다.
내가 신뢰하는 자이며, 내법을 간직하는 자이다.
그대는 중생의 행복을 위해
지금부터 내가 설하는 법의 증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보살들을 격려하고 기쁘게 하며
칭찬하고 찬미하신 뒤
일월등명여래께서는 최고의 법을
60중겁 동안 설하셨다.
또 세간의 보호자이신 여래께서는 같은 자리에서
가장 훌륭하고 최고의 법을 설하셨는데
여래의 친아들인 묘광도 법을 설하게 되어
그 설법을 전부 기억하였다.
또 여래께서는 최고의 법을 설하시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신 뒤
같은 날 천신들을 포함한 이 세간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가르침의 지도방법을 설하고
가르침의 본질을 그대로 설했다.
비구들이여, 나는 오늘 한밤중에 열반에 들 것이다.
그대들은 내 가르침에 전념해서
게을리 하지 말고 신심을 굳게 지켜라.
수코티 니유타의 겁이 지나더라도
깨달음을 얻으신 위대한 여래를 뵙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최고자께서
너무 빨리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듣고
많은 부처님의 아들들은
슬퍼하며 대단히 괴로워했다.
인간의 왕 중 왕께서는 수코티의
생각을 초월한 많은 사람들을 격려하며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열반에 들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내 뒤에 다른 부처님께서 나타나실 것이다.
현자인 길상태보살은 번뇌가 없는 지혜에 정통하며
최상이며 최고의 깨달음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이구안이라는 이름의 여래가 될 것이다.’
그날 한밤중에 기름이 다한 등잔불처럼
여래께서는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셨다.
그 사리는 널리 여러 국토에 나뉘어
수코티 니유타의 무수한 탑이 세워졌다.
그때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비구와 비구니들이
최고이며 최상인 깨달음을 지향하여
여래의 가르침에 전념하였다.
그때 묘광보살은 설법사인 비구였으며
그 법을 간직하는 자였는데
80중겁 동안 일월등명여래의 가르침에 따라
최고의 법을 여러 가지로 설하였다.
그때 그에게는 8백 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그는 그들 모두를
최고의 깨달음으로 향하도록 성숙시켰다.
그 제자들은 수코티의 많은 부처님들을 뵙고
존겅하며 섬겼다.
그들은 그때 깨달음에 맞는 수행에 힘써
많은 세계에서 부처님이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수기하셨다.
또 이 부처님들께서 순서대로 나오셨는데
그 마지막이 디팡카라부처님이었다.
이 부처님께서는 신들 중의 최고신으로
성선(聖仙)의 무리에게 공양을 받으시고
수코티의 인간을 교화하셨다.
이 선서의 아들인 묘광이 법을 설할 때
게으름뱅이에다 매우 탐욕스러우며
세간의 평판을 바라는 한 제자가 있었다.
그는 명예욕이 많아서
부호의 집에 거듭 태어나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법도 스승의 가르침도 경전의 독송도
그의 기억 속에 남지 않았다.
그는 구명이라고 불리며
그 이름을 사방에 떨쳤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수행의 공덕을 쌓아서
수코티의 부처님들을 기쁘게 하고
또 광대한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깨달음에 맞는 수행을 훌륭히 하여
이 세상에서 석가모니불을 뵐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최후로
위없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는 자가 될 것이다.
미륵의 가문에 속하는 여래가 되어
수코티의 인간을 교화할 것이다.
그때 열반에 드신 여래의 가르침에
게으른 구명은 바로 그대였으며
나는 설법자인 묘광이었다.
이런 이유와 인연으로 오늘 이런 징조를 보고
내가 일월등명여래께서 계실 때 처음 본 것과 같은
지혜의 징조가 나타났다고 하는 것이다.
일체를 널리 꿰뚫어보시고
최고의 진리를 아시는 세존께서
그때 내가 들은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려고 하심이 분명하다.
오늘 상스러운 조짐이 이렇게 원만한 것은
지도자들의 절묘한 방편이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바르게 써서
가르침의 본질의 특색을 말씀하실 것이다.
마음을 바르게 하고 자제해서 합장하라.
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부처님께서는
법을 설하시고
무한한 법의 비를 내리시어
깨달음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만족해 하실 것이다.
깨달음을 지향하는 보살들에게
의심이나 불안이 있더라도
현자께서는 자신의 아들들의 의혹을 없애주시리라.
제 2장 절묘한 방편(方便品)
그때 세존께서는 전생의 서원을 스스로 아시고 삼매에서 깨
어나 사리불(샤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정각을 이룬 존경받는 여래께서는 깊고 한량없
으며 깨닫기 어려운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고 계신다. 그 지혜
를 성문이나 독각들은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사리불이여, 정
각을 이룬 존경받는 여래께서는 과거세부터 수백 수천 코티 니
유티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을 섬기고 수행하며, 오랫동안 최고
의 바른 깨달음을 향하여 정진 노력하고, 이전에 없던 보기드
문 법을 익히고, 알기 어려운 법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바른 깨달음을 얻는 존경받는 여래의 깊은 뜻이
담긴 말씀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여래들께
서는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과 지견(知見)을 통해, 즉 원인과
이유, 비유와 인연, 언어와 해석과 교리로써 법을 설하시기 때
문이며, 또 때와 맞는 절묘한 방편으로 여러 갈래로 집착하고
있는 중생들을 해탈시키시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는 위대하고 절묘한 방편과 지견의 최
고의 경기에 도달해 계신다. 그분들께서는 집착과 장해가 없는
지를 지니시며, 부처님으로서의 십력(十力), 네 가지 두려움
없는 자신(四無畏), 열여덟 가지 부처님께 특유한 성질(十八不
共法), 다섯 가지 기능(五根), 다섯 가지 능력(五力), 일곱가
지 깨달음을 돕는 부분(七覺支), 선정, 해탈, 삼매, 등지(等
至)라는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하는 덕성을 갖추시고 여러 가
지 가르침을 설하신다.
사리불이여, 이런 까닭에 여래들께서는 가장 보기 드문것을
얻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리불이여, 여래만이 여래의 법을
여래에게 설할 수가 있다. 모든 법을 여래만이 설하며 모든 법
을 여래만이 아신다. 그 법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있는지, 어
떤 상태인지, 어떤 성질이 있는지, 어떤 본성이 있는지, 즉 법
자체, 존재양식, 상태, 특질, 본성이라는 범주에 대해 여래만
이 바로 알며, 명석한 지혜를 지니신다.”
세존께서는 다시 그 의미를 알게 하시려고 다음과 같이 게송
을 설하셨다.
천신과 인간을 포함한
이 세간에 계시는 부처님들의 수는 무량하다.
모든 중생이 그 부처님들을
모두 알 수는 없다.
부처님들의 힘과 해탈과
두려움 없는 자신이 어떤 것인지
또 부처님들의 특성이 어떤 것인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수코티의 많은 부처님들을 섬기며
내가 행한 수행은 심원하고 미묘하며
알기 어렵고 가늠하기가 아주 어렵다.
사유를 초월한 수코티의 겁 동안 닦은
수행의 결과가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깨달음의 자리에서 보았다.
그것이 어떻게 존재하며 어떤 것이며
또 어떤 상태인지 나도 알고 있으며
다른 세간의 여래들께서도 알고 계신다.
그것을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을 나타내는 말도 없다.
이 법을 설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중생은
이 세간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신심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보살들을 제외하고는.
부처님의 성문으로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여
선서의 칭찬을 받고 더러움이 멸하여
지금의 몸이 윤회의 마지막 몸인 성문들도
여래의 지혜를 알 수는 없다.
설령 모든 세계가 사리불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
그들이 하나가 되어 생각하더라도
선서의 지혜를 알 수는 없다.
비록 그대와 같은 현자들로 시방세계가 가득 차고
또 그 밖의 성문들로 전세계가 가득 찬다 하더라도
지금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선서의 지혜를 고찰한다 하더라도
내가 지닌 무량한 부처님의 지혜를
그대로 알 수는 없다.
번뇌가 없고 근기가 예민하며
윤회의 마지막 몸인 독각들이
마치 갈대나 대나무로 차 있는 숲처럼
사방에 가득하다고 해서
그들이 하나가 되어 나의 최고의 가르침을
수코티 니유타 겁 동안 생각한다 하더라도
부처님의 지혜의 진실한 의미를 알 수는 없다.
새로운 탈것을 타고
수코티의 많은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가르침의 의의를 분명히 이해하고
많은 법을 설하는 보살들이 시방에 가득하다고 하자.
마치 갈대가 전세계에 빽빽하게
가득 차 있는 것과 같다고 하자.
그들이 하나가 되어
여래께서 보이신 법을 직접 고찰하고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무량한 코티 니유타 겁 동안
한 마음이 되어 미묘한 지혜로써 고찰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지혜로는 여래가 직접 보이신 법을
알 수는 없다.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불퇴전의 보살이 있어
한 마음이 되어 고찰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지혜로는 이 법을 알 수 없다.
온갖 심원한 법은 미묘해 세상의 상식을 초월하며
더러움을 벗어나 있는데
그것을 부처님께서는 깨달으셨다.
그 법이 어떤 것인지
나와 시방의 여래께서는 알고 계신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 설하셨을 때
그것을 믿도록 하여라.
위대한 성선인 여래께서는
잘못된 것을 설하실 분이 아니며
오랫동안 최고의 진리를 설하고 계신다.
모든 성문과 독각의 깨달음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과
내가 열반 속에 머물게 하여
괴로움의 연속으로부터 해탈시킨 사람들에게
나는 설한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최고의 절묘한 방편이다.
그 방편으로 세간에 많은 법을 설하고
이것저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해탈시키기 위해
세가지 탈것(三乘)을 설한다.’
그때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에 위대한 성문인 교진여 비구
를 비롯해 번뇌를 끊고 자재를 얻은 1천 2백 명의 아라한들과
성문의 길을 지향하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과 독각
의 길을 지향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이유와 원인으로 세존께서는 여래들의 절묘한
방편을 크게 칭찬하시는 것일까? 세존께서 깨달으신 법은 심원
한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또 모든 성문과 독각들은 알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어떤 까닭에서일까? 아무튼 세존께
서 해탈은 오직 하나라고 하신 것으로 보아 우리들도 부처님의
법을 얻고 열반을 얻었다. 세존께서 그렇게 설하신 의미가 우
리는 이해되지 않는다.’
사리불 존자는 마음으로 사부대중에게 의문이 있음을 알고,
또 자신도 부처님의 법에 의문이 있었으므로 세존께 다음과 같
이 여쭈었다.
“어떤 이유와 인연에서 세존께서는 거듭 여래들의 절묘한 방
편과 지견과 설법을 칭찬하시는 것이옵니까? 또 ‘나는 심원한
법을 깨달았다’ 또는 ‘깊은 의미가 담긴 말은 알기 어렵다’라
고 계속 설하시는 것이옵니까? 이런 가르침을 저는 이전에 직
접 들은 적이 없사옵니다. 사부대중도 의문을 품고 있사옵니
다. 세존께서 여래의 심원한 법에 대해 거듭 찬탄하시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때 사리불 존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오늘 인간의 태양인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사옵니다.
‘헤아릴 수 없는 힘과 해탈과 선정을 나는 얻었다.
깨달음의 자리에서 증득하신 법을
당신께서는 찬탄하셨는데
아무도 당신께 질문하지 않았사옵니다.
당신께선 깊은 의미가 담긴 가르침을 찬탄하셨는데
아무도 당신께 질문하지 않았사옵니다.
누구의 질문도 받지 않으신 채 설하시고
자신의 수행을 찬탄하시옵니다.
지혜를 얻으신 것을 찬탄하시며
그것이 심원한 것을 설하시옵니다.
지금 해탈을 얻어 번뇌가 없으며
열반을 의지처로 하는 사람들이
‘여래께서는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하고
의문을 품고 있사옵니다.
독각의 깨달음을 구하고 있는 자도
비구와 비구니, 성문 들도
천신, 야차, 건달바, 마후라가 들도
서로 물어보고 의문스러워 갖가지로 생각하면서
인간의 최고자이신 당신을 우러러보고 있사옵니다.
위대한 현자시여, 부디 설명해 주시옵소서.
가장 뛰어난 부처님께서 여기 있는 성문들 중
사리불이 최고의 완성에 도달하리라고 설하셨지만
인간의 최고자인 부처님이시여
저 자신도 스스로의 경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사옵니다.
‘그 때 내게 설해 주신 수행법이
열반에 이르는 궁극적인 것일까’라고.
훌륭한 북소리의 소유자이신 부처님이시여
말씀을 들려주시옵소서.
이 법을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시옵소서.
여래의 친아들들은 서서 합장하면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사옵니다.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수코티의 천신들과 용과 야차
그리고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들이
8만 명이나 있사옵니다.
또 수천 코티의 국토에서 모인
왕들과 전륜왕들도 있사옵니다.
이 모두가 합장, 공경하면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어떻게 해야 수행을 완성할 수 있을까’하고.
이렇게 말씀드렸을 때,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그만두어라. 그 의미를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
겠는가? 그 의미를 설명하면, 천신들도 세간의 중생들도 두려
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리불 존자는 다시 간청했다.
“세존이시여, 그 의미를 말씀해 주시옵소서. 이곳에 있는 수
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중생들은 과거에 많은 부처님들을 뵈었
기 때문에 지혜를 갖추고 있사옵니다. 그들은 세존의 말씀을
믿을 것이오며 신뢰할 것이옵니다.”
그 때 사리불 존자는 다음과 같이 한 구절의 게송을 올렸다.
인간의 최고자시여, 분명히 설해 주시옵소서.
이곳에는 수천의 중생이 있사온데
그들은 신앙이 두터우며
선서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어
세존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할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사리불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그 의미를 분명히 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
느냐? 천신들도 세간의 중생도 그 의미를 설명하면 두려워할
것이며, 교만한 비구들은 대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음의 게송을 설하셨다.
그 법을 여기서 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지혜는 미묘해서 분별을 초월한 것이다.
법을 설하면, 교만하고 어리석으며 무지한 자들은
그것을 비방할 것이다.
사리불을 세 번이나 거듭 세존께 간청했다.
“세존이시여, 그 의미를 설해 주시옵소서. 이곳에는 저와 같
은 수백의 중생이 있사오며, 또 그 밖에도 수백 수천 코티 니
유타의 중생이 있어, 그들은 전생에 여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 자들이옵니다. 그들은 세존의 말씀을 믿을 것이며, 신뢰
할 것이며, 지킬 것이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오랫동안 행복
과 이익과 안락이 될 것이옵니다.”
사리불 존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올렸다.
인간의 최고자시여, 법을 설해 주시옵소서.
저는 가장 연장의 아들로서 당신께 간청하옵니다.
이곳에 수천 코티의 중생이 있사온데
그들은 당신께서 설하신 법을 믿을 것이옵니다.
또 과거세에 당신께서 오랫동안 성숙시킨 중생들도
모두 합장하며 이곳에 있사옵니다.
그들도 당신의 법을 믿을 것이옵니다.
저와 같은 비구가 1천 2백 명 있어
그들도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사온데
그들을 보시고 설해 주시옵소서.
그들에게 최고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시옵소서.
세존께서 사리불이 세 번이나 설법을 간청하시는 것을 보시
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세번이나 간청했다. 그런 그대에게 어
찌 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잘 듣거라. 마음곳으로 생각하거
라. 그대에게 설하겠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곳에 우쭐대고 있던 5천 명
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두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는 그곳을 떠나가 버렸다. 왜냐하
면 우쭐대는 자들은 과거의 선하지 못한 행위로 인해, 아직 얻
지 못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또 이해하지 못한 것
을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의 결점을
알지 못하고 그곳을 나가자 세존께서는 침묵으로 그것을 인정
하셨다.
세존께서 사리불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모임에 필요 없는 자와 기력이 없는 자가 없어
지고 신앙의 핵심 위에 선 자만이 남게 되었다. 교만한 자들이
이곳을 떠났으니 잘된 일이다. 이제 그 의미를 설하겠다.”
사리불이 세존께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설해 주시옵소서.”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언젠가 여래께서는 이런 식으로 설법하신다.
그것은 예를 들면 아주 드물게 피는 우담바라꽃이 언제가 피게
되는 것처럼, 여래께서도 언젠가 이런 설법을 하신다. 나를 믿
으라. 사리불이여, 나는 진실을 말하는 자이며 있는 그대로 말
하는 자이며 사실과 어긋나지 않게 말하는 자이다. 깊은 의미
가 담긴 여래의 말씀은 알기 어렵다. 여러 가지로 해석하고 설
명하시며 말씀으로 나타내시는 비유를 사용하시고, 또 수백 수
천이나 되는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으로 법을 명백히 하시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바른 법은 사려분별을 초월하여 있으며, 여래만
이 이해하신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오직 한 가지 해야 할 큰
일을 위하여 세간에 나타나시기 때문이다. 그 큰일이란 여래의
지견을 중생들이 얻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여래의 지견을
중생들에게 보이기 위하여, 여래의 지견으로 중생들을 깨달음
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여래의 지견을 중생들이 깨닫도록
하기 위하여 나타나신다. 여래의 지견의 길로 중생들이 깨닫도
록 하기 위하여 여래께서는 세간에 나타나신다. 사리불이여,
이것이 여래께서 해야 할 가장 큰일이며, 세간에 나타나시는
유일한 목적이다.
사리불이여, 이처럼 여래께서는 해야 할 오직 한 가지 큰일
을 하시는 분이시다. 나는 여래의 지견을 얻은 자며 중생들에
게 보이는 자며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자며, 또 그것을 깨
닫게 하는 자며 그 길로 들어가게 하는 자다.
사리불이여, 나는 단 하나의 탈것(一佛乘)에 대해 중생들에
게 설한다. 그것은 부처님의 탈것으로 그 밖에 제2, 제3의 탈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방세계에서 이것이 법의 본래
모습이다.
사리불이여, 과거세에도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가 계셔서,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천신과 인간 등 대중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
해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부처님들께서 중생들의 믿음과
소질과 소망이 다른 것을 아시고 그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설
하시고 원인, 이유, 비유, 인연, 말의 해석 등 여러 가지 절묘
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셨는데,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단
하나의 탈것에 대해 중생들에게 설하셨다.
즉 일체지자가 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부처님의 탈
것을 설하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중생들에게 여래의 지견을
얻게 하고 보이시고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깨닫게 하고 그
길로 들어가는 법을 설하신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여래들로
부터 직접 바른 법을 들은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음
을 얻었다.
또 사리불이여, 미래세에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들이 계셔서, 많은 사람들의 행복
과 안락을 위해, 그리고 천신들과 인간 등 대중의 이익과 행복
과 안락을 위해 이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다. 그 부처님들께서
도 중생들의 믿음과 소질과 소망이 다른 것을 아시고, 그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설하시고 원인, 이유, 비유, 인연, 말의 해
석 등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실 것이며, 모든
미래의 부처님들께서도 단 하나의 탈것에 대해 중생들에게 설
하실 것이다.
즉 일체지자가 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부처님의 탈
것을 설하실 것이다. 달리 말하면, 중생들에게 여래의 지견을
얻게 하시고 보이시고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하시고 깨닫게 하시
고 그 길로 들어가는 법을 설하실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여래
들로부터 직접 바른 법을 들은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
달음을 얻을 것이다.
또 사리불이여, 현재에도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들이 계셔서, 많은 사람들의 행복
과 안락을 위해 법을 설하고 계신다. 그 부처님들께서도 중생
들의 믿음과 소질과 소망이 다른 것을 아시고, 그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설하고 원인, 이유, 비유, 인연, 말의 해석 등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고 계시는데, 그 부처님들께서
도 단 하나의 탈것에 대해 중생들에게 설하신다.
즉 일체지자가 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부처님의 탈
것에 대해 설하고 계신다. 달리 말하면, 중생들에게 여래의 지
견을 얻게 하고 보이고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깨닫게 하고
그 길로 들어가는 법을 설하고 계신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여
래들로부터 직접 그 법을 들은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
달음을 얻을 것이다.
사리불이여, 나 또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로써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그리고 천신과
인간 등 대중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법을 설한다. 중생
들의 믿음과 소질과 소망이 다른 것을 알아서, 그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설하고 원인, 이유, 비유, 인연, 말의 해석 등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는데, 나 역시 단 하나의 탈것
에 대해 중생들에게 설한다.
즉 일체지자가 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부처님의 탈
것에 대해 설한다. 달리 말하면, 중생들에게 여래의 지견을 얻
게 하고 보이고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깨닫게 하고 그 길로ㅤ
들어가는 법을 설한다. 그래서 지금 나의 설법을 듣는 중생들
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러니 사리불이
여, ‘과거, 미래, 현재의 시방세계 어디서든 제2의 탈것은 마
련되어 있지 않으며, 제3의 탈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
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사리불이여, 여래들께서는 시대의 오탁(汚濁), 중생
의 오탁, 번뇌의 오탁, 견해의 오탁, 수명의 오탁 속에서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 여래들께서는 중생들이 그런 오탁 속에 있
으며, 탐욕스럽고 선근이 적은 것을 아시고, 단 하나인 부처님
의 탈것을 절묘한 방편으로써 세 가지 탈것으로 나누어 설하신
다. 성문이든 아라한이든 독각이든 이것을 여래의 방편이라고
듣고 이해하고 깨닫지 않는다면, 그들은 성문도 아라한도 독각
도 아닐 것이다.
또 사리불이여, 비구든 비구니든 스스로 아라한이라고 칭하
면서 깨달음을 향한 서원은 세우지 않은 채 ‘나는 부처님의 탈
것과는 인연이 없다’고 하거나, ‘이 몸이 윤회하는 나의 마지
막 몸이다’라고 우쭐댄다면, 그대는 그 자를 교만한 자라고 보
아야 한다. 왜냐하면 여래가 눈앞에 계실 때 아라한으로서 번
뇌를 끊어버린 비구가 이 법을 듣고 믿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또 도리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
래가 이미 열반에 들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여래께서 열반에 들었을 경우는 성문들이 여러 경전들을 간직
하거나 설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또 사리불이여, 다른 여래들이 이 세상에 계실 때는, 그들은
부처님의 법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그대들은 나를 믿고 신뢰하고 따라야 한다. 여
래의 말씀에는 거짓은 없다. 탈것은 오직 부처님의 탈것이 있
을 뿐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의미를 다시 분명히 하시고자 다음의 게
송을 설하셨다.
그때 교만하며 믿음이 없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들의 수는
5천 명을 넘었다.
구멍투성이인 계율의 학문을 익힌 어리석은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고
번뇌의 상처를 숨기면서 떠났다.
설령 이 법을 들으려 한다 해도
그들은 그만한 미덕을 갖추지 못했으며
오히려 이곳의 오점에 지나지 않으므로
나는 그들이 떠나는 것을 묵인했다.
이리하여 법회의 준비는 끝났다.
법회가 청정하게 되어
불필요한 자와 기력이 없는 자가 사라지고
가장 뛰어난 정수만이 남았다.
사리불이여, 최고자이신 부처님께서
이렇게 이 법을 깨달으셨는지 설하겠다.
또 세간의 지도자이신 부처님들께서
어떻게 수백이나 되는 절묘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시는가를.
부처님들께서는 믿음이 각각 다른
수토티나 되는 중생들의 의욕과 행동과 행위
그리고 과거에 쌓은 선업을 아시고 설하신다.
나도 여러 가지 해석과 설명으로
중생들이 이 법을 얻도록 한다.
또 여러 가지 원인과 수백의 비유로
각각의 상황에 맞게 여러 중생들을 만족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러 가지 경전을 설하며
시송, 전설담, 전생담, 기서담, 인연담과
수백의 비유담, 가영, 논의의 아홉 가지 법도 설한다.
무지하고 천한 가르침을 즐기며
또 부처님 밑에서 수행한 적도 없으며
생사윤회에 집착해서 고뇌하는 그들에게
나는 열반을 보인다.
여래께서는 부처님 지혜를
사람들이 깨닫게 하시려고
이와 같은 방편을 쓰신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그대들도 이 세상에서 부처님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설하시는 일은 결코 없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적절한 시기를 보아
법을 설하시기 때문이다.
오늘은 적절한 시기이므로
나는 이곳에서 참으로 결정적인 법을 설하겠다.
아홉 가지로 된 나의 가르침은
중생들의 능력에 따라 설해진다.
그것은 사람들은 부처님 지혜로 들어가도록
설하는 방편의 가르침이다.
이곳에 언제나 청정하고 명석하며
결백하고 온순한 부처님의 아들인 보살들이 있는데
이미 수코티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 밑에서 공양을 했다.
그들에게 나는 여러 가지 광대한 경전을 설하겠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청정한 계를 완성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그대들은 장래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부처님이 될 것이다’라고 설한다.
이 말을 듣고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부처님이 된다고 기뻐한다.
나는 그들의 수행을 알고
다시 여러 가지 광대한 경전을 설한다.
이 최고의 가르침을 들은 자는
세간의 지도자이신 부처님의 제자이며
한 게송만이라도 듣거나 기억한다면
모두 틀림없이 깨달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탈것은 하나이다. 제2의 탈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세간에 제3의 탈것은 결코 없다.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께서 방편으로써
따로 설하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처님 지혜를 분명히 하기 위해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하신 일은 단 하나로
제2의 탈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열등한 탈것인 소승으로써
사람들을 이끌지는 않으신다.
부처님께서 어떻게 하여 무엇을 깨달으셨든
그 속에 안주시키시는 사람들은
스스로 안주하는 곳에서 선정에 들어 해탈을 바라는
체력과 감각의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더러움이 없는 뛰어난 깨달음을 얻은 뒤
만일 한 사람의 중생이라도 소승 속에 있게 된다면
좋지 못한 일이며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나는 아까워하는 마음도 지니지 않으며
질투심도 없고 욕망이나 탐욕도 없다.
나는 모든 악을 끊었다.
세간을 널리 알고 있으므로 부처님인 것이다.
32상을 지닌 나의 신체는 빛을 뻗쳐
여러 세간을 비추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많은 중생들로부터 숭앙받으며
법의 본성의 표식이 되는 것을 설한다.
사리불이여, 나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한다.
’32상을 갖춘 세간을 잘 아시는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빛을 내신다.
어떻게 하면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이 될 수 있을까’라고.
그런 나의 서원은 내가 보고
생각한 대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나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아직 거기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사리불이여
‘대승의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일으켜라’하고
내가 중생들에게 설한다 해도
무지한 그들은 미혹하여
내가 바르게 설한 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과거세에도 수행하지 않고
애욕의 기쁨에 빠져 집착하고
애욕의 갈증에 겨워하는 어리석은 자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애욕 때문에 불행한 생인 악취에 떨어져
여섯 가지의 생존상태인 6취를 편력하며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죽음을 되풀이해서 무덤을 늘리며
복덕이 적어 괴로워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잘못된 견해의 밀림 속에서
있다, 없다 혹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62가지 잘못된 견해를 바탕으로
그들은 진실하지 않은 것에 머물고 있다.
교만하고 사람을 속이며
마음이 비뚤어지고 기만하며
학문이 얕은 어리석은 자들을 바로잡기는 어렵다.
그들은 수천 코티의 생을 되풀이 하더라도
결코 부처님의 훌륭한 음성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사리불이여, 나는 그들에게
‘괴로움의 생활을 소멸시켜라’ 하고
방편인 가르침을 설하며
또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중생들에게
스스로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이 설하기도 한다.
‘이 모든 존재는 처음부터 적정이며
언제나 적멸상태에 있다’ 라고
그러나 부처님의 아들들은 수행을 마쳐
미래에는 깨달은 자가 될 것이다.
내가 세 가지 탈것을 설하는 것은 절묘한 방편이다.
그러나 진실한 의미에서 도리는 하나이며
탈것도 하나이다.
따라서 지도자들의 설법도 모두 같다.
이 점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는 그 의문을 풀어주어야 한다.
세간의 지도자들께서
잘못된 것을 설하시는 일은 없으며
탈것은 이것 하나로
제2의 탈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여래께서 이전에 출현하셨고
수천이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께서 이미 열반하셨다.
과거의 셀 수 없는 겁 동안에 출현하신
부처님들의 수는 결코 셀 수가 없다.
모든 부처님들께서 비유를 사용하시고
이유와 인연으로 말씀하시며
수백이나 되는 절묘한 방편으로
많은 청정한 법을 설하셨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한 가지 탈것을 설하셨으며
수천 코티 중생들을 한 가지 탈것으로
나아가게 하여
그 속에서 성숙시키실 것이다.
여래들께서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방편이 있다.
중생들의 믿음과 마음을 알아
이 방편으로 천신들을 포함한 이 세간의 중생들에게
최고의 법을 설하신다.
그곳에는 여래들 앞에서 법을 듣고 있거나
이미 다 들은 중생들이 있다.
그들은 보시도 하고 계율도 지키며
인내로써 여러 가지 수행을 완성하였다.
또 정진노력과 선정으로 부처님께 봉사하고
지혜로 가르침을 사유하며
여러 가지 덕행을 이루었다.
그런 중생들은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이는 이미 열반에 드신 여래께서
가르침을 펴신 곳에서 마음이 안정되었고
그들도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또 어떤 이는 열반에 드신 여래의 사리에 공양하며
보석으로 된 수천이나 되는 많은 탑을 만들어
금, 은이나 수정으로 된 탑을
또 어떤 이는 마노로 된 탑을
혹은 묘목석(猫目石)오로 된 탑을
진주로 된 탑을
혹은 훌륭한 유리로 된 탑을
또는 푸른 옥으로 된 탑을 세운다.
그들은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또 어떤 이는 돌로 된 탑을 만들고
어떤 이는 전단이나 침향으로 된 탑을
또 어떤 이는 소나무로 된 탑을
혹은 그 밖의 다른 나무들을 조합한 탑을 만든다.
또 기쁨에 넘쳐 기와를 사용하거나
진흙을 쌓아올려 여래의 탑을 만드는 자가 있으며
또 탑을 만들려고 황야나 험준한 곳에
모래를 쌓아올리는 자도 있다.
또 아이들 중에는 장난으로
여기저기 모래산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여래의 탑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이 모두가 이미 깨달음을 얻었다.
또 어떤 이는 의식적으로
32상을 한 보석으로 불상을 만들게 한 이도 있는데
그들도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또 어떤 이는 칠보로 된 여래의 상을
또 어떤 이는 동으로 된 여래의 상을
또 어떤 이는 놋쇠로 된 여래의 상을 만들게 한다.
그들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아연으로, 철으로, 진흙, 혹은 회반죽으로
여래의 아름다운 상을 만들게 한 이도 있는데
그들도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또 벽화에다가 수백의 복덕의 상을 갖춘
완전 원만한 상을 스스로 그리거나
혹은 그리게 한 자도 있다.
그들도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또 어른은 수행하면서
어린아이는 즐겁게 놀면서
벽 위에 손톱이나 나뭇조각으로
불상을 그린 자도 있는데
그들 모두 자비심을 지닌 자가 되었고
수코티의 중생들을 구제하고
많은 보살을 깨달음으로 향하게 했다.
그들도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또 어떤 이들은 여래들의 사리나 탑에
진흙으로 된 상과 불상이 그려진 벽이나 모래탑에
꽃이나 향을 공양하였다.
어떤 이는 거기서 묘한 음색의 북과 법나패(法螺貝)
그리고 큰북 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또 어떤 이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을
공양하기 위해 큰 북을 울렸다.
또 어떤 이는 듣기 좋은 음색의 비파나
심벌즈나 작은 북, 장고나 피리, 일현금을 연주하고
또 아주 부드러운 음색의 에코차바 악기를 불었다.
이들 모두 깨달음을 얻었다.
또 어떤 이는 쇠방울을 울리고
큰북 대신에 물을 두드리거나 손뼉을 치면서
여래들을 공양하기 위해
감미롭고 기분 좋은 노래를 절묘하게 불렀다.
그렇게 여러 가지로 사리에 공양하여ㅤ
그들 모두 이 세상에서 부처님이 되었다.
여래의 사리에 조금이라도 공양하거나
단 한 악기로 연주하거나
또 벽에 그려진 여래의 상을
단 한 가지 꽃으로 공양하더라도
비록 산만한 마음으로 한 공양이었다 하더라도
이런 이들을 수코티의 부처님을
차례로 뵙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이가 탑에 두 손으로 합장하든
창처럼 한 손으로 합장하든
또 조금 머리를 숙일 뿐이든
단 한 번 몸을 숙일 뿐이든
사리를 모신 탑을 향해 단 한 번이라도
‘여러 부처님들께 귀의하옵나이다’라고 한다면
산란한 마음이든 단 한 번이든
모두 최고의 깨달음에 도달할 것이다.
이미 열반에 들었든, 혹은 아직 이세상에 있든
여러 여래들로부터 가르침의 이름만 들어도
그 중생들은 모두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또 미래에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수없은 부처님들이 계시는데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이들 여래께서도 이 방편을 설하실 것이다.
그들 여래는 절묘한 방편이 무한이 있어
그 방편으로 이 세상의 중생들을
더러움이 없는 부처님의 지혜 속으로 이끄실 것이다.
이 여래들의 가르침을 듣고
부처님이 되지 않는 중생은 한 사람도 없다.
‘나는 스스로 깨달음을 향해 수행하며
다른 사람들도 깨달음으로 향하게 하겠다’는 것이
여러 여래의 서원이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미래에 수천 코티나 되는
많은 가르침을 설하실 것이다.
그때도 여래의 입장에서
단 한 가지 탈것을 설하실 것이다.
이 법의 도리는 언제나 계속되며
여러 가지 법의 본성은 언제나 빛난다.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들께서는 이것을 아시고
‘여기 일승(一乘)이 있다.’고 설하실 것이다.
법의 상주성과 법의 결정성은
이 세간에서 흔들림 없는 것으로 언제나 존재한다.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으신 뒤
절묘한 방편으로 설하실 것이다.
시방세계에는 인간이나 천신으로부터 공양받는
수많은 부처님들이 계신다.
이 부처님들도 모든 중생들이 행복을 얻도록
최고의 깨달음을 이 세상에 설하신다.
최고로 적정한 경지를 깨달은 부처님께서는
절묘한 방편을 설하시고
여러 가지 다른 길을 보이지만
일승을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설하신다.
이 부처님들께서는 중생들의 행동
즉 어떤 마음으로 이전에 어떤 수행을 했는가
그리고 그들의 정진노력과 기분을 아시고
그들의 마음을 고찰해서 설하신다.
세간의 보호자인 여래께서는 지혜의 힘으로
많은 비유와 인연을 말씀하시며
중생들 각자의 마음을 아시고
그들 각자에게 다른 수행의 길을 설하신다.
나도 지금은 승리자 중의 왕인 지도자로서
중생들이 행복을 얻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갖가지 수행의 길로써 보이겠다.
나는 중생들의 마음과 의욕을 알아
많은 종류의 법을 설하며
여러 가지 방편을 사용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이것이 나에게 독특한 지혜의 힘이다.
또 나는 가난한 중생들을 본다.
그들은 지혜와 복덕이 없으며
윤회 속을 달음질치며
악한 상황에 얽매이고 괴로움의 연속에 묻혀 있다.
욕망에 매여 있는 것은
마치 소가 자기 꼬리털에 애착하는 것과 같으며
그들은 언제나 애욕에 눈먼 자가 되어
위대한 위력을 지니신 부처님과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가르침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의 여섯가지의 생존상태에 얽매여
사악한 견해나 사상 속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며
한 가지 괴로움에 이어 새로운 괴로움을 받고 있다.
그들에 대한 나의 자비는 변함이 없다.
나는 그것을 보리수 아래 깨달음의 자리에서 알았다.
꼭 21일 동안 그 자리에 앉아 나무를 쳐다보며
어떻게 그들을 해탈로 이끌까 생각했다.
나는 그 보리수를 눈도 움직이지 않은 채 쳐다보며
명상에 열중한 채 그 아래를 거닌다.
‘이 지혜는 아주 뛰어나고 세상에 드물며
중생들은 미망에 눈멀고 무지인 채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때 범천, 제석천, 사천왕, 대자재천, 자재천
그리고 수천 코티의 마루투신의 무리가
모두 합장해서 경의를 나타내며
나에게 설법을 간청한다.
그래서 나는 그 일을 생각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깨달음을 찬탄해서 설한다 해도
중생들은 괴로움에 시달린다.
어리석은 이들은 내가 설한 법을 나쁘게 말하고
악의로 비방했기 때문에
최악의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설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지금이야말로 적정의 열반에 들어갈 때이다’라고.
그러나 동시에 과거의 여러 부처님들과
그분들의 절묘한 방편이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나서
‘그렇다면 나도 방편으로 이 깨달음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가 이 법에 대해 생각했을 때
시방에 계시는 다른 부처님들께서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내시어
‘좋은 일이오’라고 칭찬의 말씀을 하셨다.
‘세간을 이끄는 분으로 최고인 현자여
위없는 지혜를 이 세상에서 깨닫고
과거 세간의 여러 여래들의
절묘한 방편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배우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요.
우리도 부처님의 최고의 경지를 깨달았을 때
세 가지 탈것으로 나누어 설했소.
마음이 천한 무지한 인간들은
‘그대들은 마침내 부처님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믿을 수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인연을 잘 파악해서
절묘한 방편으로 그들이 부처가 되는 결과를
얻도록 널리 찬탄해서
많은 보살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것이오’라고
그때 나도 부처님의 훌륭한 말씀을 듣고 기뻐했다.
기뻐서 나는 그분들께 말씀드렸다.
‘아주 뛰어난 설법자이신 성선들이시여
경배하옵나이다.
세간의 현명한 지도자이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행하겠사옵니다.
저도 이 두렵고 흔들리는 세계에
사람들이 타락한 한가운데 출현한 것이옵니다’라고.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알고
나는 그때 바라나시를 향해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적정의 경지에 속하는 법을
다섯명의 비구에게 방편으로 설하였다.
이렇게 해서 나의 법륜이 움직였다.
즉 열반이라는 말도 이 세간에 있게 되었고
아라한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로 법이라는 말도
승단이라는 말도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나는 법을 설하였고
열반의 경지도 분명히 해서
이것이야말로
생사윤회와 괴로움의 끝이라고 언제나 설하였다.
그리고 그때 사리불이여ㅤ
나는 인간의 최고자의 아들인 보살들을 보았다.
그들은 이미 가장 뛰어난 최고의 깨달음을 향하여
뜻을 굳혔으며 그 수는 수천 코티나 되었다.
그들은 내 곁으로 와서
모두가 존경심을 가지고 합장했다.
그들은 이전에 여래들로 부터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인 법을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최고의 법을 설할 때가 되었다.
그것을 위하여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지금 여기서 최고의 깨달음을 설해야겠다.
사물의 모양만 생각하고 생각이 어리석으며
무지하고 교만한 자는 이 가르침을 믿기 어렵지만
그러나 보살들은 나의 설법에 귀기울일 것이다’라고.
그때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환희에 넘쳐
모든 소심한 마음을 버리고
보살들의 한가운데에서 법을 설하여
그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였다.
이런 부처님의 아들들이 있는 것을 보고
사리불이여, 그대의 의심도 사라졌을 것이다.
1천 2백 명의 아라한들은 모두 이 세상에서
장래 부처님이 될 것이다.
과거의 여래들과 미래의 여래들과
나에게 있어 이 법의 본래의 모습이
얼마나 생각을 초월한 것인지
지금 그대들에게 설하겠다.
이 세상에 언젠가 어느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여래께서는 나타나실 것이다.
무한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분들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여도
이 법을 아주 드물게 설하여질 뿐이다.
이와 같은 최고의 법을 얻는 것은
수코티 니유타 겁이 지나도 아주 여려울 것이다.
또 최고의 법을 들어도
그것을 믿으려는 중생들은 아주 드물 것이다.
마치 얻기 어려운 우담바라꽃과 같아서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든 나타난다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며
천신을 포함한 전세계의 상서로운 일이 될 것이다.
만일 어떤 자가 이 법이 바르게 설해지는 것을 듣고
기뻐하여 찬탄의 말을 한마디라도 한다면
그는 모든 부처님을 섬긴 것이 될 것이다.
이는 우담바라꽃 이상으로 상서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 점을 의심하지 마라.
나는 보살을 최고의 깨달음으로 향하도록 격려하며
‘나에게는 이 지상에서 한 사람도
성문의 길을 걷는 자는 없다’고
법의 왕인 나는 선언한다.
사리불이여, 이것을 그대의 비밀의 가르침으로 하라.
내 모든 제자들과 훌륭한 보살들도
이 비밀의 가르침에 따르도록 하라.
다섯 가지 오탁이 있는 시대(五濁惡世)의 중생들은
열등하고 악의에 찬 자이며 애욕에 눈멀고
어리석은 생각밖에 하지 않으며
깨닫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단지 하나인 나의 탈것을
과거의 여래께서도 설했다는 말을 듣고
미래의 중생들은 혼란스러워 이 경을 비방한 뒤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청아하며
이미 가장 훌륭한 최고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중생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두려움 없이 설법하는 자로서
그들에게 일승을 설하고 무한히 칭찬할 것이다.
여래의 이와 같은 설법은
가장 뛰어난 절묘한 방편이며
깊은 의미가 담긴 많은 말씀으로써 설해진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세간의 스승이시며 성자이신
부처님들의 깊은 의미가 담긴 말씀을 알아
의심을 버린다면 부처님이 될 것이다.
그것을 기뻐하여라.
제 3장 비유의 가르침(譬喩品)
그때 사리불 존자는 한없이 기뻐하며, 세존이 계시는 곳을
향하여 합장하고 우러러보면서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설법을 직접 듣게 되니 경탄스럽고 너
무나 기쁩니다. 제가 여래의 가르침을 듣지 못했을 때는, 다른
보살들을 보거나 그들의 이름을 들으면 여래로부터 버림받았다
는 생각에 매우 슬프고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는 산이나 동굴, 밀림이나 유원, 강가나 나무 밑의 한적한
곳에서 자주 오후의 휴식을 위하였는데 그때에도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법계에 들어가는 것은 같더라도, 세존께서는 우리를 열등한
가르침인 소승으로써 이끄셨다. 이것은 우리의 잘못이지, 세존
의 잘못은 아니다.’
왜냐하면 만일 저희가 세존께 절묘한 설법인 위없는 바른 깨
달음으로 이끄는 대승의 설법을 간청했더라면, 세존께서는 당
연히 대승의 가르침으로 저희를 이끄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때마침 보살들이 곁에 없었기 때문에 저
희들은 세존께서 설하신 말씀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습
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래의 깊은 의미가 담긴 말씀을 듣고 당
황하여 그 가르침을 궁극의 것으로 받아들여 수행 정진하고 있
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처럼 자신을 비난하면서 오후를
보내고 있었으나 오늘 비로소 열반을 얻었습니다. 오늘 저는
완전한 열반,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늘 저는 세존의 장남으로서 세존의 가슴으로
부터 태어난 자이며, 입으로부터 법으로부터 태어난 자이며,
법의 화신, 법의 상속자, 법으로부터 나타난 자이옵니다. 세존
이시여, 오늘 이와 같이 이전에 들은 적이 없는 경탄할 만한
법을 친히 듣게 되어, 저희들의 고통은 사라졌사옵니다.”
그때 사리불은 세존께 다음과 같은 게송을 올렸다.
위대한 지도자시여
훌륭한 말씀을 듣고 저는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아무런 의문도 없습니다.
저는 최후의 탈것인 대승 속에서 성숙하였습니다.
훌륭하고 경탄할 만한 선서의 말씀으로
중생들의 의혹과 근심은 끊어졌습니다.
번뇌가 다한 저도 그 말씀으로
근심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이전에 저는 오후의 휴식 때
밀림이나 유원, 나무 밑동이나 동굴을 산책하면서
이런 걱정을 하였습니다.
‘아아, 나는 사악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비록 번뇌와 더러움 없는
평등한 가르침 속에 있지만
장래 삼계(三界)의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지는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갖추신 32상은 나에게서 사라지고
황금색 피부도 색이 바래고
부처님의 10가지 힘이나 해탈 등
모든 것이 나에게는 없다.
아아, 평등한 가르침 속에 있으면서도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위대한 현자이신 부처님께서 갖추신
가장 훌륭한 80종호나
열여덟가지 특유한 성질
그 모두를 잃어버렸다.
나는 잘못된 길에 빠져 있다.’
세간의 행복을 위해 자비를 베푸시는 당신을 뵙고는
홀로 오후의 휴식을 하기 위해 걸으면서
‘아아, 나는 장해 없는 불가사의한 지혜로부터
멀리 떠나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고민하면서
낮과 밤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아무튼 세존께 여쭙고 싶사옵니다.
‘저는 바른 길로 벗어난 것이옵니까?
그렇지 않은 것이옵니까?’라고
승리자의 왕이시여
저는 이처럼 밤낮으로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는 것은 세간의 지도자이신 당신께서
다른 많은 보살들을 칭찬하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오며
또 승리자이신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의 자리에서 번뇌에 물들지 않는
사유를 초월한 미묘한 지혜를 얻으신 뒤
그 지혜로 깊은 의미가 담긴 가르침을
방편으로 설하신다고 들었기 때문이옵니다.
이전에 저는 잘못된 견해에 집착한 외도로 부터
존경받는 유행자였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제가 원하는 바를 아시고
잘못된 견해로부터 해탈시키기 위해
열반에 대해 말씀해 주셨사옵니다.
저는 잘못된 견해에서 벗어나
존재는 모두 공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나는 열반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참된 열반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최고의 인간인 부처님이 되어
인간, 천신, 야차로부터 숭앙받고
32상을 갖추게 되었을 때
비로서 완전히 열반한 것이옵니다.
부처님의 말씀으로 쓸데없는 생각이 모두 사라져
오늘 저는 열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천신들을 포함한 전세계 앞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수기하여 주셨을 때이옵니다.
그러나 처음 말씀을 들었을 때
저는 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마귀가 부처님의 모습으로 변하여
나를 어지럽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그런데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가 설해지고
또 수코티 니유타의 비유로써
훌륭하신 부처님의 깨달음이 보이고 확립되었을 때
그 가르침을 듣고 의심이 없어졌습니다.
완전한 열반에 드신 수천 코티의 과거 부처님들께서
절묘한 방편으로 같은 법을 설하시는 모습을
찬탄하셨을 때
또 미래의 많은 부처님들과
현재 이 세상에 계시는 부처님들께서
최고의 진리를 보이시고
수백의 방편으로 장래 법을 설하실 것이며
또 지금 설하고 계신 것을 찬탄하실 때
또 당신께서 출가하셔서
어떻게 수행하셨으며
어떤 법륜을 깨달으셨으며
어떻게 설법하셨는가를 말씀하셨을 때
그것을 듣고 저는 그때
‘이분은 마귀가 아니다.
세간의 보호자로 진실한 덕행을 보이시므로
거기에 마귀들이 들어갈 틈은 없다.
마귀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의심이었다’라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감미롭고 심원하며 미묘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저에게 기쁨이 생겼을 때
모든 의혹과 의심은 사라지고
저는 부처님의 지혜 속에 있었사옵니다.
천신을 포함한 이 세간에서 숭앙받으며
저는 반드시 여래가 될 것이옵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구하는 많은 보살들을 이끌어
부처님의 깨달음이 담긴 법을 설할 것이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자,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다음과 같이 말
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천신과 마왕, 범천, 사문, 바라문을 포함한 모
든 사람들 앞에서 그대에게 말하겠다. 그대에게 진실을 말하겠
다. 사리불이여, 나는 그대를 오랜 옛적부터 지금까지 2백만
코티 니유타의 부처님들 밑에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으로 향하
도록 성숙시켜 왔다. 그리고 그대는 오랫동안 내 제자였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과거에 보살로서 깊이 생각한 결과와 보
살의 신비에 의해 이 세상에서 내 설법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
러나 그대는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위력으로 인한 과거의 수행
이나 서원을 잊어버리고, 또 과거에 보살로서 깊이 생각한 결
과와 보살의 신비를 생각해 내지 않고, ‘나는 열반에 들었다’
고 착각하고 있다.
사리불이여, 나는 그대에게 과거의 수행과 서원, 지혜를 깨
달은 것을 생각케 하기 위하여,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 – 그것은 모든 부처님이 찬탄하는 광대한 경전이며 보살
을 위한 가르침이다 – 을 성문들에게 지금 분명히 하는 것이다.
또 사리불이여, 그대는 장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헤아릴
수 없는 무한한 겁 동안,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의 바른 법을 간직하고 여러 가지를 공양하고 보살의
수행을 완성하여 ‘화광(華光)’이라는 이름의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 그분은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이끄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시다.
사리불이여, 그 화광여래의 국토는 먼지가 하나도 없는 ‘이
구(離垢)’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그곳은 평탄하고 쾌적하
며 훌륭해서 가장 아름답고 청정하고 넒으며, 번영하고 안온한
곳이리라. 또 식물은 풍부하며, 많은 남녀의 무리와 천신들로
가득하고, 땅은 유리로 되었으며 금실로 바둑판처럼 장식되어
있을 것이다. 바둑판 모양의 길가에는 보석나무가 있어 칠보의
꽃이나 과일이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다.
사리불이여, 그 여래는 오탁(汚濁)이 있는 겁에는 태어나지
않지만, 본래의 서원의 힘으로 오탁악세에서도 법을 설하실 것
이다.
사리불이여, 그 겁은 ‘대보장엄(大寶莊嚴)’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떤 이유로 그 겁이
대보장엄이라고 불리는가? 사리불이여, 그 부처님의 국토에서
는 모든 보살들을 보물이라고 부른다. 그때 그 이구세계에는
많은 보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수는 무한하여 생각도 미
치지 않으며, 비교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어 여래의 생각으로
밖에는 알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대보장엄겁’이라고 불린다.
사리불이여, 또 그때 그 부처님의 국토에 있는 대부분의 보
살들은 보석으로 된 연화를 밟고 다니게 될 것이다. 그 보살들
은 처음으로 깨달음을 지향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선근을
쌓고 수백 수천의 많은 부처님들 밑에서 깨끗히 생활하여, 여
래로부터 칭찬받고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는 데 전념함으로써
커다란 신통의 덕을 닦았기 때문이다. 또 가르침에 널리 정통
하며 온화하고 사려 깊은 이들이다. 사리불이여, 그 국토는 대
체로 그런 보살들로 가득할 것이다.
또 사리불이여, 그 화광여래의 수명은 왕자였을 때를 제외하
고는 12중겁일 것이다. 중생들의 수명은 8중겁일 것이다. 그리
고 화광여래는 12중겁이 지난 후, 다음과 같이 ‘견만(堅滿)’이
라는 보살이 위없는 바른 개달음을 얻을 것을 예언하신 뒤 열
반에 드실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 견만보살은 내 뒤를 이어 위없는 바른 깨달
음을 얻을 것이다. 즉 존경받는 분이시며, 바른 깨달음을 얻은
분이시며,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
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시며, 신들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신 화족안행(華足安行)이라는 이
름의 여래로서 이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다’라고.
사리불이여, 이 화족안행여래의 국토도 조금 전에 말한 것과
같을 것이다.
또 사리불이여, 화광여래가 열반하셔도 바른 가르침은 32중
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 뒤 바른 가르침(正法)이 다했을
때, 32중겁 동안 바른 가르침과 유사한 가르침인 상법이 계속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사리불이여
그대도 장래 승리자인 여래가 될 것이다.
화광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보는 눈을 지니고
수천 코티의 중생들을 이끌 것이다.
수코티라는 많은 부처님 밑에서 공양을 올리고
그곳에서 보살로서의 수행의 힘을 얻고
또 열 가지 능력(十力)이 생겨
가장 훌륭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헤아릴 수도 없으며
생각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겁이 지난 뒤
‘대보엄(大寶嚴)’이라는 겁이 있을 것이다.
또 그때 ‘이구’라는 이름의 청정한 국토가 있어
그곳이 이 부처님의 국토이다.
땅에는 유리가 깔려 있고
금실로 장식되어 있으며
보석으로 된 수백의 아주 아름다운 나무가 있어
꽃이나 과실로 장식되어 있다.
그곳의 많은 보살들은 언제나 사려 깊으며
수행에 정통해 있다.
그들은 수백 명의 부처님 밑에서 수행을 쌓은 뒤
이 국토에 태어난다.
그 승리자는 마지막 인간의 몸으로 왕자가 되어
애욕의 생활을 버리고 출가해서
가장 훌륭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 승리자의 수명은 그때 꼭 12중겁일 것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수명은 8중겁일 것이다.
이 승리자께서 열반에 드셨을 때
바른 가르침은 천신들을 포함한
이 세간의 행복을 위해
32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바른 가르침이 다했을 때
그와 유사한 가르침이 다시 32중겁 계속될 것이다.
그 여래의 유골은 널리 유포되어
언제나 인간이나 천신들에 의해 크게 공양될 것이다.
이런 부처님께서 장래 나타나실 것이다.
사리불이여, 기뻐하라.
필적할 자가 없으며
인간의 최고자이신 이 부처님은 바로 그대이니까.
그때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사부대중과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그리고 인간
과 인간 이외에 모든 중생들은 사리불 존자가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세존으로부터 직접 듣고 기뻐하며 각자 자신의
옷을 세존께 바쳤다.
신들의 왕인 제석천과 사바세계의 왕인 범천과 그외 수천 코
티의 천신들이 세존께 천상의 옷을 바치고, 천상의 만다라바꽃
과 대만다라꽃을 부처님 위에 뿌렸다. 그들은 천상의 옷을 커
다란 꽃비를 내리게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 세존께서는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법륜을 굴리셨는
데 오늘 다시 최고의 법륜을 굴리셨다.”
그때 그 천신들은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세간에서 필적할 자가 없는 부처님이시여
당신께서 법륜을 굴리셨사옵니다.
바라나시에서 여러 가지 온(五蘊)이 생기고
멸하는 것을 설하시는 법륜을.
여래시여, 바라나시에서는 법륜이 처음 굴려졌으며
지금 이곳에서 두 번째로 굴려졌사옵니다.
여래시여, 그들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오늘 설해진 것이옵니다.
저희들은 세간의 보호자이신 당신으로부터
많은 법을 들었사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은
이전에는 결코 들은 적이 없사옵니다.
위대한 용자시여
위대한 성인들의 깊은 뜻이 담긴 말씀을 듣고
저희들은 환희하옵니다.
두려움 없는 성자 사리불에게 수기하신 것을 듣고
저희들은 환희하옵니다.
저희들도 이 세상에서 마침내는
이런 위없는 부처님이 되어
깊은 의미가 담긴 말로
부처님의 위없는 깨달음을 설하고 싶사옵니다.
저희들이 이 세상에서 혹은 과거에
부처님을 기쁘게 해드린 것과
착한 일을 한 것이 깨달음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사옵니다.
사리불은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직접 세존 앞에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수기를 들었으니 이제 저는 아무런 의심도 없으며 미
혹을 벗어났습니다. 세존이시여, 자재로운 힘을 얻은 1천 2백
명의 제자들을 전에는 아직 배울 것이 있는 곳에 두셨는데, 오
늘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사옵니다.
‘비구들이여, 내가 설하는 가르침과 계율을 생로병사의 근심
을 넘어 열반에 도달하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라고 그
리고 또 아직 배울 것이 있는 이든 혹은 더 배울 것이 없는 이
든, 세존의 제자들 중에는 모두 자아와 존재와 세계의 파멸에
관한 사견과 모든 잘못된 견해를 버리고 자신들은 이미 열반의
경지에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비구가 2천 명 있사옵니다.
이들이 이전에 들은 적이 없는 이 법을 세존으로부터 직접 듣
고 의혹을 풀 수 있도록, 또 사부대중의 의심과 미혹이 없어지
도록 말씀해 주시옵소서.”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
다.
“사리불이여, 이전에 내가 그대에게 설하지 않았더냐.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는 중생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를 아신 뒤, 그들이 수행해야 할 길을 여러 가지로 설하시며
원인과 이유, 비유와 인연, 말의 해석 등 여러 가지 절묘한 방
편을 써서 법을 설하신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리고 모든 설법
은 최고의 바른 깨달음에 대한 것으로 이는 사람들을 보살의
길로 이끌기 위함이다.
사리불이여, 그 의미를 다시 널리 알리기 위하여 그대에게
한 가지 비유를 들겠다.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이라면 설해진
의미를 비유로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예를 들어 고을이든 마을이든, 도시든 시골이
든, 시골의 어느 지방이든 서울이든 어디라도 좋다. 그곳에 어
떤 가장(家長)이 있다고 하자. 그는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했
으며, 장자로서 고령에 이르렀으나 부유하여 재력이 있고 생활
도 풍요롭다. 그의 저택은 높고 넓으나 오래 되어 낡았으며, 2
백, 3백, 4백, 혹은 5백이라는 많은 중생들이 살고 있다. 그
저택에는 문이 단 하나 있다. 현관은 무너졌으며 기둥은 썩었
고 외벽이나 담장도 칠이 벗겨져 있는 바로 이 저택이 갑자기
큰 불덩이에 싸여 여기저기서 불꽃이 타올랐다고 하자. 또 그
사람에게는 5명이나 10명 혹은 20명의 많은 아들들이 있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사람만이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고 하자.
사리불이여, 그때 그 사람은 자신의 저택이 큰 불덩이에 휩
싸여 타오르는 것을 보고 두려워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하자.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하자.
‘나는 이 큰 불덩이에 닿지도 않고 타지도 않게 재빨리 도망
쳐 나왔지만 내 아들들은 아직 어려서 집 안에서 장난감을 가
지고 각자 즐겁게 놀고만 있다. 이 집이 불타고 있는 것도 모
르며 생각도 않고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이 큰 불덩이
에 싸여 있으면서도 그들은 느끼지 못한다. 또 밖으로 나가야
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라고
사리불이여, 그 가장은 힘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나에게 힘과 능력이 있으니 아이들을 모두 업어서 구출한다
면 어떨까.’
그러나 그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이 집 입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 또 아이들은 얌전치 못하
여 이리저리 돌아다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화를
입기 전에 알리자.’
이렇게 생각해서 그는 아이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이리 나오너라. 빨리 도망치거라. 지금 집이 불타
고 있으니 다치지 전에 어서 나오너라.’
그러나 아이들은 놀이에 빠진 나머지 밖에서 부르는 것도 모
르고 안절부절못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밖으로 나오
려고 하지도 않았다. 집이 불타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일인
지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친이 있는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것이 무지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가장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집은 큰 불덩이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다. 나와 아이들이
화재 때문에 재앙을 입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방편을 써서 아
이들을 나오게 해야겠다.’
이 가장은 아이들이 전부터 무엇을 가지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었으며 성격도 잘 알았다.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여러 종류의 장난감 -가지각색의 재미난 것으로 모두가 원하
는 보기 좋고 마음에 꼭 들면서 구하기 힘든 것- 이었다.
‘얘들아, 저희들이 가지고 놀기도 아주 좋고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여러 가지 장난감 -너희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보기 좋고
마음에 꼭 드는 소 수레, 양 수레, 사슴 수레 장난감- 을 전부
집 밖에 놓아두었다. 자, 얘들아, 이리 나오너라. 그러면 원하
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겠다. 이것을 가지러 빨리 나오너라.’
그러자 아이들은 전부터 가지고 싶던 장난감 이름을 듣고 재
미나게 놀 생각에 타오르는 집에서 재빨리 뛰쳐나왔다. ‘누가
제일 빨리 나가는지 보자’ 하며, 서로 다투듯 재빨리 타오르는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때 가장은 아이들이 무사히 나오는 것을 보고, 땅 위에 주
저앉아 기쁨에 젖어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때 아이들은 부친
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소 수레, 양 수레, 사슴 수레 같은 여러 가지 즐거
운 장난감을 주세요’라고.
사리불이여, 그래서 가장은 아이들에게 바람처럼 빠른 소 수
레를 주었다. 이것은 칠보로 되었고 손잡이가 있으며, 방울이
달린 그물이 드리워져 있고, 높고 크고 멋지게 진귀한 보석으
로 장식되었고, 보옥의 화환이 아름답게 빛나고 화만으로 장식
되었으며, 자리에는 천과 모포가 깔리고 양측에 옥양목과 비단
으로 덮인 붉은 베개가 놓여 있는 수레였다. 또한 발이 빠른
흰 소가 끌며 많은 사람들이 딸려 있고 왕자의 표시로서 깃발
이 있는 수레였다. 가장은 같은 모양과 같은 종류의 소 수레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었다.
왜냐하면 사리불이여, 그는 부유한 큰 재산가이고 많은 창고
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형편없는 수레를 주지는 않겠다. 이 아이들은
다 내 아들들이고 모두 사랑스러우며 마음에 든다. 더욱이 나
에게는 이런 큰 탈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평등
하게 대해야지 불평등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나는 많는 보물
창고가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런 큰 탈것을 줄 수가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어찌 아이들에게 주지 않으랴’라고. 아이들
은 그때 큰 탈것을 타고 훌륭하다고 놀랄 것이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에는 아
이들에게 세 가지 탈것을 말했는데 나중에 훌륭한 큰 탈것만
준다면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이 되는가?”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 사람은 절묘한 방편으
로 아이들을 불타고 있는 집에서 나오게 하여 생명을 구했습니
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옵니
다. 아이들이 모두 죽지 않았기 때문에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설령 그 사람이 아이들에게 수레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거짓말쟁이는 아니옵니다. 그는 처음부
터 ‘절묘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거대한 불덩어리로부터 벗어나
게 하자’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보아도 그 사람
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
에 자신의 부유함에 맞는 큰 탈것을 준 것이옵니다. 세존이시
여, 그 사람에게 거짓말한 죄는 없사옵니다.”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
다.
“그렇다, 사리불이여. 그대의 말대로이다.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는 모든 두려움을 없애고,
모든 곤혹과 곤란, 고뇌, 걱정으로부터 벗어났으며, 또 무명의
어두운 막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계신다. 또 여래는 여러 가
지 지혜, 열 가지의 힘, 네 가지의 두려움 없는 자신, 열여덟
가지의 부처님에게만 있는 특유한 상호를 갖추고 신통력으로써
대단한 힘을 가지며, 세간의 아버지시며, 위대하고 절묘한 방
편과 최고의 지혜의 궁극에 도달한 분이시며, 대자비자시며,
싫증내지 않고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심 깊은 분이시다.
여래는 큰 괴로움과 근심의 불덩어리에 타오르는 낡은 집과
같은 이 삼계속에 태어나신다. 그것은 생로병사와 비탄, 고뇌,
우울, 근심 속에서 무명의 어두운 막에 싸여 있는 중생들을 애
욕과 증오, 어리석음으로부터 해탈시키기 위해서이며, 최고의
바른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해서이다. 여래께서는 이 삼계속에
출현해서 다음과 같이 보신다.
‘사람들은 생로병사와 비탄, 고뇌, 우울, 근심으로 불타고
삶아지고 달구어지고 시달린다. 또 그들은 향락과 욕락 때문에
여러 가지 괴로움을 겪는다. 즉 현세에서 세속적인 것을 찾고
재물을 모으기 때문에 내세에는 지옥이나 축생, 야마(염마)의
세계에서 여러 가지 많은 괴로움을 맛볼 것이다. 비록 신이나
인간 속에 태어나더라도 허약하거나 반갑지 않은 사람을 만나
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하는 괴로움을 경험한다. 더
욱이 그런 괴로움 덩어리 속을 윤회하면서도, 장난치고 기뻐하
며 즐기고 있다.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공포에 떨지도 않으며 알아차
리지도 못하고 생각해 보지도 않고 당황해하지도 않기 때문에
도망칠 궁리도 하지 않는다. 불타고 있는 집과 같은 삼계에서
즐거움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커다란 불덩어리에 시달리
면서도 그것을 괴로움이라 느끼지 못하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라고.
사리불이여, 여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나는 진실로 중생의 아버지이므로, 중생들을 이런 큰 괴로
움으로부터 해탈시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리고 중생들이 즐
겁게 놀고 장난할 수 있도록 부처님의 지혜로 헤아릴 수 없는
신기한 즐거움을 그들에게 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고.
사리불이여, 그래서 여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에게 지혜의 힘과 신통력이 있다고 해서 적절한 방법을
쓰지 않고 중생들에게 여래의 지혜의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
는 자신을 가르친다 해도 그들이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생들은 5욕의 즐거움에 집착하고 삼계의 환락에
집착해서 생로병사, 비탄, 괴로움, 우울, 근심으로부터 해탈하
지 못하고, 그것으로 불타고 삶아지고 달구어지고 시달리고 있
기 때문이다. 괴로움의 불꽃에 싸여 있는 낡은 집과 같은 삼계
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부처님의 지혜를 누릴 수가
있겠는가’ 라고.
사리불이여, 가장이 센 팔힘이 있었으나, 그 힘을 쓰지 않고
절묘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불타고 있는 집에서 도망치게 한 뒤
크고 훌륭한 탈것을 주는 것처럼, 여래는 여래의 지혜의 힘과
두려움 없는 자신을 감추고 계시지만 삼계로부터 중생을 벗어
나게 하기 위해 절묘한 방편과 지혜로 세 가지 탈것을 보이신
다. 즉 성문을 위한 탈것과 독각을 위한 탈것과 보살을 위한
탈것, 이 세 가지 탈것으로 중생들에게 의욕이 생기게 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그대들은 불타고 있는 집과 같은 삼계 속에서 천한 모양과
소리, 향기, 맛, 접촉에 기쁨을 느껴서는 안된다. 이 삼계에서
즐기고 있는 그대들은 5욕의 즐거움을 동반한 애욕으로 불타고
달구어지고 시달리고 있다. 이 삼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하면 그대들은 성문을 위한 탈것, 독각을 위한 탈것, 보살
을 위한 탈것의 세 가지 탈것을 얻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
증하며 틀림없이 세 가지 탈것을 줄 것이다. 그러니 삼계로부
터 벗어나도록 전심으로 노력하여라’라고.
또 나는 이런 말로 의욕이 생기게 한다.
‘아아, 중생들이여, 훌륭한 탈것은 성자들의 찬탄과 위대한
즐거움을 갖추었다. 그대들은 그 탈것으로 온갖 놀이를 하고
기뻐하며 즐길 수 있다. 다섯 가지 기능과 다섯 가지 능력, 일
곱 가지 깨달음을 돕는 부분과 네 가지 선정, 여덟 가지 해탈
과 삼매, 등지(等至)로써 큰 기쁨을 체험할 것이고 또 큰 안락
과 기쁨을 누리는 자가 될 것이다’라고.
사리불이여, 그 경우 현명한 중생들은 세간의 아버지인 여래
를 믿는다. 그리고는 여래의 가르침에 전심, 노력한다. 그중
가르침을 듣고 그것을 따르려고 하는 중생들은 자신의 완전한
열반을 위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깨달으려고 여래의 가르
침에 전심한다.
그들은 삼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성문의 탈것을 구한다.
그것은 마치 사슴 수레를 원하는 아이들이 불타고 있는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과 같다. 또 스승 없이 얻은 지혜와 선정에 의한
조용함을 구하는 중생들은 자신의 완전한 열반을 위한 인연의
도리를 깨달으려고 여래의 가르침에 전심한다. 그들은 삼계로
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독각의 탈것을 구한다. 그것은 마치 양
수레를 원하는 아이들이 불타고 있는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과
같다.
또 일체지자의 지혜, 부처님의 지혜, 저절로 생기는 지혜,
스승 없이 얻는 지혜를 구하는 중생들은 세간을 자비로이 여겨
천신과 인간 등 대중의 이익과 행복을 바라며, 또 모든 중생을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게 하려고 여래의 지혜와 네 가지 두려움
없는 자신의 여러 복덕을 깨달으려고 여래의 가르침에 전심한
다. 그들은 삼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큰 탈것(大乘)을 구한
다. 그렇기 때문에 보살대사(菩薩大士)라고 불린다. 그것은 마
치 소 수레를 원하는 아이들이 불타고 있는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과 같다.
사리불이여, 아이들이 불타고 있는 집에서 무사히 뛰쳐나오
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부유함에 맞게
아이들에게 한 가지 훌륭한 탈것을 주는 가장처럼 여래께서도
마찬가지이시다. 즉 수코티나 되는 많은 중생들이 삼계로부터
벗어나고 괴로움과 두려움과 재앙으로부터 벗어나 여래의 가르
침이라는 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가 열반의 평온에 이르는 것을
보신다.
그리고 사리불이여, 그때 여래는 스스로의 위대한 지혜의 힘
과 두려움 없는 자신의 복덕이 풍부한 것을 아시고 또 그들 모
두가 자기 아들이라는 생각에서, 오직 부처님의 탈것으로 그들
모두를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게 하신다. 그러나 중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적인 완전한 열반이 있다고 설하는 것이 아니
라 일체중생을 모두 여래와 같은 열반, 즉 위대한 완전한 열반
(船涅槃)에 의해 열반에 들어가게 하시는 것이다.
또 사리불이여, 삼계로부터 벗어나 있는 중생들에게 여래는
선정, 해탈, 삼매, 등지라는 훌륭하고 최고의 안락이며 즐겁게
놀 장난감을 주신다. 사리불이여, 그것은 마치 조금 전의 비유
처럼 비록 가장은 세 가지 탈것을 말하였지만 아이들에게 다같
이 칠보와 여러 가지 장식으로 덮이고 모양이 같으며 대단히
크고 훌륭한 탈것을 주었다. 그렇다고 거짓말한 것은 아닌 것
처럼 마찬가지로 사리불이여, 여래도 미리 절묘한 방편으로 세
가지 탈것을 보이셨지만 나중엔 오직 큰 탈것인 대승으로써 중
생을 열반에 들게 했다고 하여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사리불이여, 왜냐하면 여래는 풍부한 지혜의 힘과 두려움 없
는 자신의 보고(寶庫)를 가지고 계시며, 모든 중생에게 일체지
자의 지혜로 가르침을 설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이런 이유에서 여래는 절묘한 방편과 지혜로써 오직 하나인 대
승을 설하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존께서는 그때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오래 되어 낡은 큰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 집은 현관도 부서지고
기둥도 밑동이 썩어 있다.
창이나 누각은 여기저기 부서지고
외벽도 담장도 칠이 벗겨지고
서까래도 오래 되어 무너질 것 같으며
초가 지붕은 모두 낡아서 벗겨져 있다.
적어도 5백 명의 중생이 사는 그곳은
배설물로 가득 찬 악취 나는 작은 방이 많이 있다.
집 주위는 전부 부서지고
벽도 담도 무너져 있다.
그곳에는 수코티의 독수리가 살며
비둘기와 올빼미를 비롯한 다른 새들도 있다.
그곳은 황폐해서 맹독을 지닌 무서운 독사가
여기저기 우글대며
여러 종류의 전갈과 쥐가 있는 등
위험한 생물이 살기도 한다.
여기저기 인간 이외의 생물이 있고
집은 똥과 오줌으로 폐허와 다름없으며
구더기와 곤충, 반디불이 우글우글하며
개와 여우 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는 무서운 늑대가 있어서
인간의 시체를 먹고 있다.
또 늑대들이 먹다가 남기기를 기다리는
많은 개와 여우가 살고 있다.
무력한 개와 여우들은 언제나 굶주려서
여기저기 서로 물어뜯으면서
으르렁대며 싸우고 있다.
그 집은 이처럼 너무나 무서운 곳이다.
또 아주 난폭한 야차들이
인간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살고 있다.
그곳에는 여기저기 지네와 독사, 맹수가 살고 있다.
그들은 여기저기 둥지를 만들어 새끼를 낳고 있으나
낳은 새끼를 끊임없이 야차들이 먹어버린다.
난폭한 야차들은
배부를 때까지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데
배가 부르면 격렬한 싸움을 시작한다.
집 안의 부서진 은신처에는
1비타스티와 1하스타, 2하스타 크기의
두렵고 포악한 악귀인 쿰반다가 살며
근처를 어슬렁대고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개를 잡아
발을 위로하여 목을 졸라 겁을 주거나
괴롭히며 즐기고 있다.
도 나체이며 몸이 검고 괴력을 지닌
키 크고 덩치 큰 아귀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다.
어떤 것은 침처럼 뾰족한 입을 하고
어떤 것은 소머리를 하고 있고
몸집이 인간만한 것이 있는가 하면
개만한 것도 있다.
먹을 것을 구하느라 애태우면서
머리털을 뒤헝클어뜨린 채 울고 있다.
또 그곳에는 야차와 아귀
흡혈귀와 매가 먹이를 찾아
창이나 문틈으로 줄곧 사방을 살피고 있다.
그 집은 이렇게 무서운 곳이라고 하자.
크고 높지만 허름하고 오래 되어서 낡았다.
어떤 사람이 그 집을 소유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집 밖에 나와 있을 때
갑자기 불이 나 사방으로부터
수천의 불길에 싸여 타오른다고 하자.
불이 붙은 대나무와 목재
그리고 타오른 기둥과 장벽이
아주 무서운 소리를 내며
야차와 아귀들도 울부짖고 있다.
수백 마리의 매가 불길에 괴로워하고
쿰반다들은 얼굴에 화상을 입고 펄쩍펄쩍 다니며
수백 마리의 맹수가 불에 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고 있다.
그곳에는 많은 흡혈귀들이 어슬렁대다
전생의 복덕이 적어서 불타는 것이다.
그들은 불타면서도 서로 이빨로 찢고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다.
늑대는 이미 죽었고 맹수들은 서로 잡아먹는다.
토한 것이 불에 타
불쾌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다.
지네는 불에 쫓겨 구멍에서 도망친다.
쿰반다들이 그것을 잡아먹는다.
또 아귀들은 머리털에 불이 붙어
굶주림과 불길에 괴로워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처럼 수천의 무서운 불길을
뿜고 있는 집을 보면서
이 집주인은 문 근처에 서 있었다.
그는 장난감을 가지고 정신없이 놀고 있는
자기 아들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여서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듣고 그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서둘러 그 집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모두 불에 타 죽기 전에 구해야지’
하고 생각하며.
그는 아이들에게 집이 무서운 곳이라고 알린다.
‘얘들아 이곳은 아주 무서운 곳이다.
여러 가지 생물이 있는데다 불타 오르고 있어
큰 괴로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맹독을 가진 독사와 아주 난폭한 야차
쿰반다와 아귀가 아주 많이 살고 있다.
또 늑대나 개, 여우떼와 매가 먹이를 노리고 있다.
이처럼 많은 생물이 여기 살고 있어서
불이 나지 않더라도 아주 무서운 곳이다.
무서울 뿐만 아니라 지금은 불이 났다.’
이렇게 말해도 지혜 없는 아이들은
장난감 놀이에 빠져
아버지가 부르고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무서운 동물이나 불은 생각도 않는다.
그 사람은 생각했다.
‘아이들이 너무 걱정이다.
만일 나에게 아이들이 없다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랴.
그러니 어서 아이들을 구해야겠다’라고.
그는 아이들을 구해 낼 방법을 생각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는데
이곳에는 놀잇감이나 즐거움은 하나도 없다.
아이들의 마음은 이처럼 어리석다.
그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여기 사슴과 양 그리고
훌륭한 소가 매인 탈것이 여럿 있다.
이 수레들은 높고 크며 장식이 되어 있다.
이 탈것들이 집 밖에 있으니 어서 나오너라.
이것들을 마음대로 가져라.
너희들을 위해 내가 만들게 한 것이니
모두 기뻐하며 빨리 나오너라.’
그런 탈것이 밖에 있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뛰쳐나왔다.
고난으로부터 벗어나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섰다.
그 사람은 아이들이 탈출한 것을 보고
마을 가운데에 있는 네거리로 가서
훌륭한 자리에 앉아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나는 겨우 안심하였습니다.
마침내 구출한 20명의 어린 아들들은
내 사랑하는 친아들입니다.
많은 생물들로 가득해서 아주 무섭고
살기 어려운 집 속에 이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집이 수천의 불길에 싸여 타오르고 있을 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모두 구해 냈기 때문에
지금은 안심하고 있습니다.’
부친이 안심하자
아이들은 곁으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말씀하신 대로
세 가지 재미있는 탈것을 주세요.
저희들에게 세 가지 탈것을 주시겠다고 한 말씀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것을 주세요.
지금 주세요.’
그 사람에게는 금, 은, 진주는 물론이고
또 적지 않은 금화와 하인이 있었지만
그는 한 가지 탈것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것은 보석으로 훌륭한 소 수레로
손잡이가 붙어 있고 방울이 달렸으며
우산과 깃발로 장식되고 진주와 보석의 그물로 덮이고
황금꽃으로 만들어진 화환이 여기저기 달려 있고
우아한 의장으로 덮었으며 희고 질 좋은 천이 깔려 있다.
또 그 수레에는 부드러운 비단이 깔리고
값이 수천 코티나 되는
한사 모양의 코탐바카 천도 깔려 있다.
크고 힘세며 아름다운 흰 소가
이 보물과 같은 수레에 매여 있으며
소를 돌보는 많은 사람들이 딸려 있다.
그 사람은 이런 훌륭한 수레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준다.
아이들은 이 선물에 만족해서
기뻐하며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사리불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성인인 나는
중생들의 보호자이며 아버지이며
모든 중생은 나의 아들이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그들은 삼계 속에서
애욕에 집착하고 있다.
삼계는 마치 불타는 그 집과 같아서
무서우며 수백 가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곳은 어디나 생로병사라는
수백 가지의 많은 불로 타고 있다.
또 나는 삼계로부터 해탈하여
정적의 경지에 있으며 숲속에서 홀로 산다.
그러나 삼계는 내가 소유하는 집이며
그곳에서 불타고 있는 자들은 바로 내 아들들이다.
나야말로 그들의 의지처이다.
나는 삼계의 여러가지 괴로움을 보였지만
그들은 모두 애욕에 집착하고 있으므로
어리석게도 내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나는 절묘한 방편으로
세 가지 탈것을 그들에게 설한다.
삼계에 많은 결점이 있음을 알고
그곳으로부터 그들을 탈출시키기 위하여
방편의 가르침을 설한다.
그들 중의 어떤 이는 나에게 의지해서
가르침을 듣는 제자 즉 성문이며
여섯 가지 신통과 세 가지의 영적인 지혜와
큰 위력을 갖추었다.
또 어떤 이는 독각이며
어떤 이는 물러서지 않는 보살이다.
사리불이여, 나는 그때 아들들 모두에게
뛰어난 비유로써 오직 하나인 부처님의 탈것을 설한다.
그것을 받드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대들은 모두 깨달은 자가 될 것이다.
부처님의 탈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것
아주 기쁜 것 특히 걸출한 것이다.
그것은 고귀한 모습이며 사람들이 존경해야 할 것이다.
그곳에는 많은 힘과 선정과 해탈이 있으며
수백 코티의 많은 삼매가 있다.
부처님의 탈것은 이처럼 가장 뛰어난 것이며
그것을 타고 부처님의 제자인 보살은
언제나 즐거워한다.
그들은 이것을 타고 즐거이 놀면서
몇 날 몇 밤 몇 달 몇 계절을 보내며
또 몇 년 몇 중겁 수천 코티의 겁을 보낸다.
보물로 된 이것은 가장 훌륭한 것이다.
그것을 타고 많은 보살들과 성문은
선서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면서
즐거이 놀면서 깨달음의 자리로 향해 간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이렇게 알아야 한다.
‘시방을 널리 찾더라도 인간의 최고자인
부처님의 탈것 외에 제2의 탈것은 없다’라고.
그대들은 나의 아들이며
나는 그대들의 부친이다.
그리고 나는 그대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공포로 가득 찬 삼계로부터 수코티 겁 동안
괴롭게 불타던 그대들을.
이렇게 해서 나는 그때
그대들이 열반할 것이라고 설하였으나
아직 그대들은 진실로 열반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윤회의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부처님의 탈것을 구해야 한다.
누군가 보살이 된 자가 여기 있다면
그는 부처님인 나의 인도에 귀기울인 자로
그 모두가 보살이다.
많은 보살을 이끄는 것
그것이 깨달은 자의 절묘한 방편이다.
여기 있는 중생들이 천하고 혐오스러운
애욕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때
진실을 설하시는 세간의 지도자는
이 세상에서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를 설하신다.
또 무지해서 괴로움의 근원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에 대해서는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서
애욕이 일어날 때 괴로움이 생긴다고 설하신다.
언제나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애욕을 버려라.
이것이 내가 설하는 제3의 소멸의 진리이다.
잘못 없이 해탈로 이끄는 길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람은 해탈자가 된다.
사리불이여
그 경우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해탈하였는가?
진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해탈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모든 의미에서 완전히 해탈한 것이 아니며
그들에게 ‘아직 참된 열반을 얻지 못하였다’고
여래는 말씀하신 것이다.
가장 뛰어난 대승의 깨달음을 아직 얻지 못했으면
해탈한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나는 모든 사람들을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법왕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
사리불이여, 오늘 내가 최후로 설한 것이
내 가르침의 근본이다.
천신들을 포함한 이 세간의 행복을 휘해
그대는 그 가르침을 사방으로 설하여라.
그대가 설할 때 어떤 사람이
‘나는 이 가르침에 기꺼이 따르겠습니다’하거나
이 경전을 머리에 인다면
그야말로 불퇴전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 경전을 믿는 사람은
과거세로부터 여래를 뵙고 공양한 사람이며
또 이전에 이와 같이 훌륭한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다.
내가 설한 이 가르침을 믿는 사람은
나나 그대를 과거세에 만난 적이 있으며
나의 모든 비구들과 모든 보살들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이 경전은 어리석은 사람을 혼란시키기도 하지만
깊은 신통과 지혜있는 사람들을 위해 설한 것이다.
그것은 성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독각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리불이여,그대는 이 경전을 굳게 믿는다.
다른 제자들도 그러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도 나를 믿으므로
이 경전에 가까이 다가올 것이며
믿음 이외에 각자에게 지혜가 있을 리가 없다.
완고한 사람들이나 교만한 사람들
바른 수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설해서는 안 된다.
닦음이 없는 어리석은 자들은
언제나 애욕에 빠져 무지하므로
설해진 가르침을 나쁘게 말할 것이다.
부처님의 인도로 언제나 세상에 세워져 있는
나의 절묘한 방편을 비방하고 눈살을 찌푸리고
훌륭한 탈것을 버리고 가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서 받는 과보가 얼마나 큰지
그대는 들으라.
내가 아직 이세상에 있을 때든
완전한 열반에 든 뒤든 이 경을 비방하고
비구들에게 가혹한 행동을 한 자는
어떤 과보를 받는지 지금 내가 말하겠다.
어리석은 자들은 인간으로서의 생이 끝난 뒤
1겁 동안 아비지옥에 산다.
그 뒤 많은 겁 동안 그들은 몇 번이나 죽고
다시 그곳에 떨어질 것이다.
죽어 지옥의 생이 끝난 뒤에도
다시 축생으로 태어나 방황하고
아주 허약한 개나 늑대가 되어
다른 것들의 장난감이 된다.
그런 뒤 그들은
내가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것을 증오하고
반점과 종양이 나 있고
뒤틀린 검은 몸에 털은 없으며 힘도 전혀 없다.
그들은 생명 있는 것들 사이에서 언제나 미움받으며
흙덩이 세례를 받거나 매맞아 흐느껴 울며
여기저기서 막대기로 위협당하고
기갈에 고통받고 몸은 아주 초라해져 간다.
부처님 가르침을 비방한 어리석은 자들은
다시 낙타가 되거나 노새가 되어
무거운 짐을 운반하면서
채찍이나 막대기로 매를 맞으며
먹이 걱정으로 괴로워한다.
또 어리석은 자들은
애꾸눈과 절름발이인 추한 여우가 되어
마을의 어린아이들로 부터
흙덩이 세례를 받거나 매를 맞는다.
어리석은 자가 죽은 뒤 다시 태어나면
그는 50요자나나 되는
우둔하고 바보 같은 긴 생물이 되어
그냥 몸부림칠 뿐이다.
그들은 이 경전을 비방했기 때문에
발 없이 가슴으로 기는 생물이 되어
수코티의 많은 생물에게 잡아먹히는
아주 심한 고통을 받는다.
나의 이 경전에 믿음을 일으키지 않는 그들은
비록 인간의 몸을 얻어도
손발이 마비되거나 절름발이, 곱사거나 애꾸눈
우둔하거나 비천한 몸으로 출생하게 된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믿지 않는 그들은
세간에서 신용받지 못하고
그들의 입에서는 악취가 나며
몸에는 야차나 마귀가 옮아가 있다.
언제나 가난하고 허약하며
남의 하인이 되어 잔심부름으로 혹사당한다.
병에 걸리는 등 고통도 많으며
의지할 곳 없이 살아간다.
그들이 섬기는 사람은
그들에게 많은 것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또 받은 것도 얼른 없어진다.
악행의 결과는 이와 같다.
그들이 병에 걸렸을 때
훌륭한 의사가 만든 적절한 약을 먹었더라도
그들의 병은 더욱 악화되고
결코 병이 낫는 일은 없다.
다른 사람이 물건을 훔치거나
폭력을 쓰거나 싸움을 하거나
재산을 약탈하거나 할 경우에도
그 행위의 결과가 그들에게 돌아온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방했기 때문에
그들은 세간의 보호자이며ㅤ
지상에서 가르침을 설하는
부처님은 결코 만나지 못하며
부처님의 설법이 들리지 않는
여덟 가지 불행한 세계에 산다.
어리석은 그들은 귀머거리이고
사려 없는 자여서
가르침을 들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이 깨달음을 비방하는 자에게는
언제까지라도 해탈의 적정은 없다.
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수천 코티 겁 동안
그들은 우둔한 존재로 손발도 불완전하다.
경전을 비방한 결과로 이런 재앙을 만난다.
그들에게는 유원지가 그대로 지옥이며
집은 악취(惡趣)의 세계와 같다.
그곳에 살고 있는 그들을
노새와 산돼지, 여우, 개가 언제나 따라다닌다.
비록 인간의 몸을 얻었다 하더라도
장님이나 귀머거리나 우둔한 자가 되어
늘 가난하며 남의 하인이 된다.
그때 여러 가지 악업의 과보로써 장식된다.
그의 몸에는 여러 가지 병이 따라다니며
신체에는 수코티 니유타의 상처가 있다.
습진이나 옴에 걸리고 부스럼이 생기며
나병도 있어 흰 반점이 생기고 악취를 뿜는다.
그는 몸이 영원하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으며
그의 분노는 부풀고 탐욕은 격렬하다.
이처럼 삼독번뇌에 짓눌린 그는
축생으로 태어나는 것을 언제나 즐기고 있다.
사리불이여,
이 경전을 비방하는 자가 받을 과보에 대해
1겁이 걸린다 해도 다 마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리불이여,
그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대에게 말한다.
그대는 이와 같은 경전을
어리석은 사람들 앞에서는 결코 설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사려와 지식을 갖추고
최고의 뛰어난 깨달음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진리을 설하여라.
그들은 과거세에 많은 부처님을 뵌 사람들
또한 그곳에서 헤아릴 수 없는 선근을 쌓은 사람들
또 부처님의 길로 향하려는 의욕이 굳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그대는 최고의 진리를 설하여라.
언제나 정진노력하고 자비심이 있으며
몸도 생명도 버리고
오랫동안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대는 이 경전을 설하여라.
서로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어리석은 자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산속 동굴에서 사는 데 만족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대는 이 훌륭한 경전을 설하여라.
착한 친구를 사귀며 악한 친구를 피하는 사람들
그런 부처님의 아들들을 만나면 이 경전을 설하여라.
계를 지키는 데 부족함이 없고
마니구슬처럼 청정하며
대승의 광대한 경전을 지키고 간직하는 사람들
이런 부처님의 아들들을 만나면
그대는 이 경전을 설하여라.
많은 대중들 앞에서 막힘 없이 법을 설하며
마음을 바르게 집중해서
수코티 니유타의 많은 비유로
설법하는 이런 사람에게
그대는 이 경전을 설하여라.
일체지자의 존재를 널리 구하면서
합장하고 이마를 숙여 예배하는 자
또 법을 잘 설하는 비구를 찾아서
시방을 널리 편력하는 자
또 광대한 대승의 경전을 지키고 간직해서
결코 다른 가르침에 기뻐하지 않고
다른 가르침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사람에게
그대는 뛰어난 경전을 설하여라.
여래의 사리를 찾아
그것을 지키고 간직하는 사람처럼
이 경전을 구하고 머리에 이며 지키고 간직하는 자
그런 사람은 다른 경전을 생각하지 않고
어리석은 자에게 어울리는 외도의 가르침이나
다른 논서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일이 없다.
어리석은 자들을 피해 이런 사람에게
그대는 이 경전을 설하여라.
사리불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훌륭한 깨달음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수천 코티의 사람들에게
나는 1겁을 채울 정도로 설할 수가 있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그대는
이 경전을 설하는 것이 좋다.
제 4장 믿 음(信解品)
그때 수보리 존자와 대가전연 존자와 대가섭 존자와 대목
건련 존자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들었으며, 세존으로부터 사리불 존자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말씀을 직접 듣고 경탄하며 크게 기뻐했다. 그
때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다가가, 한
쪽 어깨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한 뒤, 몸을 구
부려 존경의 뜻을 표하고 세존을 우러러 보면서 이렇게 말씀
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나이도 고령이고 또 비록 비구들은
저희를 장로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나이 먹은 탓에 저희는 스
스로 열반에 이르렀다고 자만하였습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희
들은 게을러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정진노력하지 않
았습니다. 세존께서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설법하실 때에도,
세존의 시중을 들면 몸은 물론 손발 마디마디가 시렸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세존께서 법을 설하셨을 때, 모든 것은 실체
가 없고(空), 형상이 없으며(無相), 욕구의 대상이 아닌(無願)
것을 분명히 알았으며, 부처님 특성이나 부처님 국토의 장엄이
나 보살의 자유로운 신통이나 여래의 자유로운 신통에 대해서
알았으나 그렇게 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지 못했나이다.
그것은 저희들이 고령인 탓에 망령되이 삼계로 부터 벗어나
열반을 얻었다고 잘못 생각하였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
들은 다른 보살들에게 최고의 바른 깨달음에 대해 가르치거나
알려주긴 하였지만 저희들 스스로가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고
자 하는 마음은 한 번도 일키지 못했던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저희들이 지금 세존으로부터 친히 성문들
도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수기를 받으니, 경이로운
마음과 함께 드문 일이라는 생각에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늘 갑자기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이러한 여래
의 말씀을 듣고, 저희들은 헤아릴 수 없는 양의 훌륭한 보물을
얻었습니다. 찾지도 바라지도 생각지도 구하지도 않은 이런 훌
륭한 보물을 얻은 것이옵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예를 들면 어떤 남자가 부친 곁을 떠나 집을 나
갔습니다. 그는 다른 나라로 가서 그곳에서 오랜 세월을 홀로
살았습니다. 그는 어른이 되었지만 가난해서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다 어느 나라로 갔
습니다. 그의 부친도 어느 나라로 갔습니다. 부친은 많은 재보
와 곡물, 황금, 창고는 물론 금, 은, 주옥, 진주, 유리, 나패,
파리, 산호, 진금, 백은을 소유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종
과 노예, 하인, 심부름꾼을 거느리며 많은 코끼리와 말, 소,
양 등을 소유한 큰 부자가 되어 사업을 하고 돈을 빌려주며
농사와 장삿일로 크게 번성하였습니다.
한편 가난한 남자는 먹을 것이나 입을 옷을 구하기 위해 마
을이나 성, 시골 등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자신의 부친이 살
고 있는 마을까지 왔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가난한 남자의 부
친은 그 마을에 살면서 50년 전에 실종된 아들을 늘 생각하고
있엇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을 생각하면서도 혼자 마음
속으로 괴로워하고 있었을 뿐,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나이를 너무 먹었다. 비록 많은 재산과 황금이
있지만 물려줄 아들이 없다. 아아, 만일 내가 죽는다면 이 모
든 것은 흩어져 버릴 것이다.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는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아들을 떠올리면서, ‘아아, 만일
내 아들이 이 산과 같은 재물을 물려받을 수 있다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가난한 남자는 옷과 먹을 것을 구하다가 마침내 마을에
들어와 부호의 저택이 있는 곳 가까이 왔습니다. 그 가난한 남
자의 부친은 자신의 저택 근처에서 많은 바라문들과 왕족, 상
인, 노예의 무리에게 둘러싸여 공경받으면서, 발 디딤대가 붙
어 있고 금, 은으로 장식된 사자좌에 앉아 있었습니다. 옆에서
는 짐승의 꼬리털로 만든 부채로 부채질을 해주었으며, 머리
위에는 천개(天蓋)가 드리워져 있고, 아래에는 꽃을 따서 뿌려
두었으며, 보옥의 화환이 걸려 있는 그곳에서 위엄을 갖추고
앉아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가난한 남자는 자기 부친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위엄을 지니고 앉아 일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
다. 그리고는 놀라서 털이 곤두설 정도로 부들부들 떨면서 어
쩔줄 몰라 하며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왕인지 대신인지 모를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곳에는
나 같은 사람이 할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물쭈물하고 있어서
는 안 된다. 여기 있다가는 강제로 붙잡혀 일하게 되거나,다른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 얼른 이곳을 떠나자.’
그 가난한 남자는 괴로운 일만 계속 생긴다 싶어 그곳에 머
물려고 하지도 않고, 얼른 떠나려고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부
호는 자택 문 근처에서 한눈에 그 남자가 자기 아들임을 알아
보고 기쁨에 넘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거대한 황금과 재물과 창고를 물려줄 수 있게 되었으
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가 저 아이 생각을 얼마나 했던가.
저 아이는 제발로 찾아와 주었다. 더욱이 내가 고령일 때.’
세존이시여,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부
호는, 그 즉시 발빠른 사람을 보내 그 남자를 데려오게 하였습
니다. 하인들이 달려가 그 가난한 사람을 붙잡자 그 사람은 놀
라고 두려워서 큰소리로 ‘나는 당신들에게 아무런 나쁜 짓도
한 적이 없소’라고 울부짖었지만 하인들은 억지로 그 남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 가난한 남자는 두려움에 떨며 ‘죽거나 두
들겨 맞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하
였습니다. 그는 정신이 아찔하여 의식을 잃고 땅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부친이 그 곁으로 와서 하인들에게 ‘일으켜
세우지는 말라고 한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사옵니다. 왜냐
하면 부호는 가난한 남자가 자신의 위세를 두려워한 나머지 무
서움에 떨고 있으며, 그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그 부호는 방편이 뛰어나서, 이 사람이
내 아들이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또 부호는
하인을 시켜 그 가난한 사람에게 ‘어디든지 가고 싶은 데로 가
라. 너는 자유다’라고 말하게 하였습니다.가난한 사람은 그 말
을 듣자 기뻐하며 일어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러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부호는 그 가난한 사람을 스스로 오도록 하기 위하여 절묘한
방편을 썼습니다. 옷차림이 남루한 두 사람을 고용해서 가난한
남자에게 다가가 월급을 두 배로 주고 자기 집에서 일하도록
하였습니다. 만일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거든 함께 쓰레기통을
청소하는 일이라고 대답하게 하였습니다.
드디어 두 사람은 가난한 남자를 데리고 부호의 집으로 돌아
와 함께 일했습니다. 이리하여 가난한 남자는 부호로부터 월급
을 받고, 그 집의 쓰레기통을 청소하며,부호의 저택 근처에 있
는 초가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부호는 창문이나 통풍구를 통하
여 쓰레기통을 청소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는 기특하게 생각하
였습니다.
그때 부호는 저택에서 내려와 몸에 붙이고 있던 화환과 장신
구를 떼어내고 훌륭하고 깨끗한 옷 대신 어러운 옷으로 갈아입
고 오른손에 바구니를 들고 진흙으로 자기 몸을 더럽힌 뒤, 천
천히 가난한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
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이 바구니를 사용하라. 머뭇거리지 말고 진흙을 떼
어내라’고.
이런 방법으로 아들과 함께 말을 나누기도 하고 같이 일하기
도 하였습니다.
‘여보게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하도록 하게. 특별히 급료를 올
려줄 테니까,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가지는 말게. 혹시 돈이 필
요하다면 말하게. 무엇이든 좋으니 안심하고 나에게 청구하게.
여보게, 나한테 낡은 비단이 있는데 필요하다면 주겠네. 신변
잡화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주겠네. 나는 노인이고
그대는 젊으니 안심하고 나를 아버지처럼 생각하게. 그대는 나
를 위하여 이 쓰레기통을 청소하고 있지 않은가. 그대는 여기
서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남을 속이거나 비뜰어지거나 불성실
하거나 교만하거나 위선적인 일을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
을 것이네. 그대가 하는 모든 일에서 나는 나쁜 점이라곤 하나
도 찾아낼 수 없었다네.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결함이 있지만,
그대는 다르네. 이제부터 그대는 내 친아들과 마찬가지네’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부호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아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남자도 부호를 부친으로 생
각하였습니다. 부호는 아들의 사랑에 목말라하면서, 이렇게 20
년 동안 아들에게 쓰레기통을 청소시켰습니다. 20년이 지나자
가난한 남자는 부호의 저택을 안심하고 출입하게 되었으나 거
처는 아직도 이전의 초가집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즈음 부호는 병으로 몸져눕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임종이 가까운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
난한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이리 가까이 오게.내게는 이렇게 많은 황금과 재물,
곡물,곳간이 있지만, 중병에 걸려 있네. 이것들을 누구에게 물
려주며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 가에 대해 그대가 알아두었으면
좋겠네. 나는 이 재물의 소유자이지만 그대 또한 그러하며, 그
대가 이 재산을 잘 보존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네.’
이리하여 가난한 남자는 부호의 많은 재산을 모두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남자는 그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욕심도 없고, 조금도 갖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줌의 밀
가루조차도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의 초가집에 계속 머
물면서 자신은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호는 아들이 능력 있는 재산 관리자이며 넓은 마음도 지녔
으나, 가난했을 때의 성격이 남아 있는 것을 알고 그 남자를
불러 친족들에게 소개한 뒤, 왕후와 대신 그리고 마을사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이 아이는 내 친아들입니다.
어떤 마을에서 이 아이를 잃어버린 뒤 50년이 흘러버렸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아무개라 하며 나도 아무개라는 이름입니다.
나는 이 아들을 찾아 저 마을에서 이 마을로 떠나왔습니다. 이
아이는 내 아들로 나는 이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내가 가진 모
든 것을 이 아이에게 물려주겠습니다. 내 재산에 대해서는 무
엇이든 이 아이가 알고 있습니다.’
그때 그 가난한 남자는 이 말을 듣고 놀라서,’이렇듯 갑자기
많은 황금과 재물을 얻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로 이 비유와 같이 저희들은 여래의 아들입니
다.또 여래께서 저희들에게 ‘내 아들인 그대들’이라고 하신 것
은 바로 그 부호와 같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그 가난
한 남자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오는 괴로움(苦苦), 사물이 변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行苦), 좋아하는 것을 잃게 되는 괴로움(壞
苦)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윤회 속에 있으면서 천한 것을 믿
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초가집과도 같
은 차원이 낮은 가르침을 고찰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 가르침에 전념해서 노력하고 애쓰
면서 마치 매일 급료에만 신경 쓰는 가난한 사람처럼 열반만을
추구해 왔습니다. 저희들은 이 열반을 얻은 것에 만족하고, 여
래 곁에서 가르침에 전념하며 노력하고 애썼기 때문에 많은 것
을 얻었사옵니다. 여래께서는 천한 것을 믿으려는 저희들을 잘
알고 계시옵니다. 그래서 저희들을 내버려두시고 간섭하지도
않으시며, ‘여래의 지혜의 곳간이 그대들의 것이 될 것이다’라
는 말씀도 하지 않으시옵니다. 또 세존께서는 뛰어난 방편으로
저희들에게 여래의 지혜를 상속할 수 있게 하셨사옵니다만, 저
희들은 미처 생각이 모자라 마치 매일 임금을 받는 것처럼,’여
래로 부터 친히 열반을 받을 때 비로소 소중한 것이다’라고 생
각하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그런 저희들이 위대한 보살들에게 여래
의 지견에 대해 고상한 설법을 하고, 여래의 지혜를 드러내보
이며 분명히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에게는
여래의 지혜를 얻으려는 욕망이 없었사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천한 것을 바라는 저희들의 성향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방편으로 소승을 설하셨습니다. 세존께서
마치 친아들에게 하시는 것처럼, 저희들에게 방편으로 소승을
설하신 것도 알지 못했고 또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사옵니다.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여래의 지혜를 상속할 사람임을 생각
해 내도록 하셨습니다. 그것은 물론 저희들에게 여래의 친아들
이라고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천한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저희들에게 뛰어난 대승의 힘이 있
었다면 세존께서는 보살이라는 이름을 주시고 대승의 법을 설
하여 주셨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저희들에게 두 가지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하나는 일찍이 보살들 앞에서 저희들을 열등한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으며, 또 한편으로는 광대
한 부처님의 깨달음을 향하여 가도록 격려해 주신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경 속에서 세존께서는 저희들에게 보살과 같
이 대승을 바라고 믿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셨으며, 또 일
승의 법이 있을 뿐이라고 설하셨사옵니다. 이런 까닭에 여래의
지혜를 얻으려는 욕망이 없던 저희들이, 지금까지 구하지도 찾
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체지자라는 보물을, 바로 여래의 아들
인 보살들이 얻는 것처럼 갑자기 얻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옵
니다.”
그때 가섭 존자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말씀을 듣고 우리는 경이로움과
일찍이 느끼지 못했던 큰 기쁨을 얻었다.
오늘 우리는 뜻밖에
인도자이신 부처님의 속시원한 말씀을 들었다.
오늘 우리는 아주 훌륭한 많은 보물을
한 순간에 얻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결코 생각해 보지도
구하지도 않았던 것이어서
그 말씀을 듣고 모두 경이로움을 느꼈다.
비유해서 말하면
우리는 마치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다른 어리석은 사람들의 꾐에 빠진 것과 같다.
그는 부친 곁을 떠난 아주 먼 곳을 유랑한다고 하자.
그때 그 부친은 자기 아들이 달아나 버린 것을 알고
너무 슬퍼한 나머지 50년 동안이나
사방으로 아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는 아들을 찾아다니다
어떤 큰 마을의 저택에 정주하며
오욕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에게는 많은 황금과 재보
나패, 유리, 산호가 있으며
또 코끼리, 시종 그리고 소, 양도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며 금리를 모으고
많은 토지와 하인, 하녀, 심부름꾼들을 거느리며
많은 사람들로 부터 존경을 받으며
언제나 왕후의 친한 상대이기도 했다.
이웃사람들도 마을사람들도 그에게 합장하며
많은 상인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그의 장사를 돕고 있다.
그는 이처럼 위세를 갖춘 사람이지만
해가 갈수록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되자
언제나 아들 걱정을 하면서 밤낮을 보냈다.
그 사람은 이렇게 걱정할 것이다.
‘내 아들은 어리석어서 지금까지
50년 동안이나 방황하고 있다.
나에게는 이런 막대한 재물이 있고
더구나 내 임종이 가까워오는데도.’
그 즈음 어리석은 그의 아들은
언제나 가난과 비참함 속에서
이 마을 저 마을로 떠돌아 다니며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찾고 있었다.
어떤 때는 조금 얻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 어리석은 자는 남의 오두막에 기숙했는데
비척 말랐으며 습진이나 옴으로 온몸이 엉망이었다.
그는 부친이 있는 마을에 오게 되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다가
점점 자기 부친의 저택이 있는 곳에 가까이 왔다.
큰 재산을 소유한 이 부호는
문 근처에 있는 좋은 의자에 앉아
수백 명에게 존경을 받았으며ㅤ
공중에는 그를 위해 천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의 시종으로 신임이 두터운 자들이 있었는데
어떤 이는 재물이나 황금을 세고
어떤 이는 서류를 작성하고
어떤 이는 이자를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
그 남자는 과거 가난했던 때를 생각했다.
그리고 천한 것을 바라는 자신의 성격과
부친의 덕을 생각하면서
‘저택에 딸려 있는 모든 것을 얻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하며
일찍이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에 빠졌다.
이처럼 인도자이신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천한 것을 바라고 있음을 알고 계시므로
‘그대들은 부처님이 될 것이다.’
또는 ‘그대 성문들은 진정 내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께서는
보살들을 가르치기를 원하신다.
‘가섭이여, 위없는 깨달음을 향하여ㅤ
길을 나서는 보살에게
그대는 최고의 길을 설하여라.
그것이 부처님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하시며.
그래서 선서께서는 우리에게
보살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보내셨다.
우리는 수니유타 수코티 비유와 인연으로
그들에게 최고의 길을 설하였다.
보살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최고로 좋은 길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 부처님으로부터
‘그대들은 현세에서 부처님이 될 것이다.’라는
수기를 받는다.
가르침의 곳간을 지키고 보살들에게 법을 설하면서
우리는 여실한 분인 부처님을 위하여
이와 같은 일을 한다.
그것은 마치 부호의 신임이 두터웠던
가난한 남자와 같다.
우리는 부처님의 곳간을
보살들에게 나누어주지만
스스로는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처님의 지혜로 보살들에게 설명하지만
스스로는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신의 소멸이
궁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만족했지만
그 지혜는 그 정도밖에 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여러 부처님의 국토가 빛난다고 듣고도
일찍이 한 번도 기뻐한 적이 없었다.
진정으로 존재(法)는 모두 공적(空寂)하며
더러움과 생멸(生滅)모두 벗어나 있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떠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우리는 사색은 하지만
정작 그것을 믿는 기쁨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오랫동안 최고의 가르침인
부처님의 지혜에 대한 욕망이 조금도 없었다.
얻고 싶다는 바람이 하나도 없었다.
더욱이 세존께서 그것이 최고의 궁극적인 진리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열반이 최후인
이 육체적 존재로 공성의 진리를 수행했으며
삼계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세존의 가르침을 보살들에게 설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깨달음을 향해 길을 나선
세존의 아들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분명히 전했으며
또 그들에게 법을 설했다.
그러나 정작 그 법에 대한 욕망이
우리에게는 전혀 없었다.
그러므로 세간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는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시며 우리를 내버려두셨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시면서
진실하며 깊은 뜻이 있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마치 부호의 뛰어난 방편과도 같다.
언제나 천한 것을 바라는 아들을 훈련시켜
훈련이 끝난 적당한 때에 재산을 물려준다.
그처럼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께서는
아주 어려운 일을 하신다.
뛰어난 방편으로 설하시면서
천한 것을 바라는 아들들을 훈련시키시고
그 훈련이 끝나야 부처님의 지혜를 전해 주신다.
우리는 재산을 물려받은 가난한 남자처럼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밑에서 처음으로 훌륭하고
또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결과를 얻었으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오랫동안 계를 지켜
오늘 우리는 그 결실을 얻었다.
세존의 가르침 밑에서 우리는
가장 청정하고 순결한 생활을 해왔으며
오늘 그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
적정이며, 훌륭하고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결과를.
우리는 지금 성문이지만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
깨달음이라는 말이 세상에 퍼지게 함으로써
의연한 성문이 될 것이다.
신들이나 마왕, 범천을 포함한 세간으로부터
또 모든 인간으로부터
직접 공양받을 자격이 있는
참된 아라한이 될 것이다.
수코티 겁 동안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당신 흉내를 낼 수 있겠는가.
당신께서는 인간계에서 우리를 교화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하셨다.
그 은혜에 대한 답례로 손과 발
또 머리를 숙여 공양하고 예배한다 해도
부처님을 기쁘게 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겁 동안
머리와 어깨 위에 부처님을 모시고
딱딱한 음식과 부드러운 음식, 입을 것과 마실 것
침대와 방석을 바치고 깨끗한 옷을 드리며
전단으로 정사(精舍)를 만들게 하고
깔개를 온통 깔아서 바친다 해도
또 세존께 병을 고치는 여러 가지 약을
강가 강의 모래알 수 같은 겁 동안
공양한다 해도
결코 언제까지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을 것이다.
위대한 법을 몸소 하시고
견줄 데 없는 위력을 지니시며
대신통력과 인내력을 지니신 부처님께서는
위대한 왕이시며 청정한 승리자이시다.
그런 분께서 어리석은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일을 참고 견디신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세간에 맞추어서
겉모습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중생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신다.
그분은 법의 자재자시며
모든 세계의 자재자시며
위대한 자재자시며
세간의 지도자들 중의 왕이시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근기를 알고 계시므로
거기에 맞는 여러 가지 방편을 보이신다.
중생들 각자의 믿음이 다른 것을 아시고
수천의 비유로 법을 설하신다.
여래께서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행위를 알고 계시므로
최고의 깨달음을 보이시면서
많은 종류의 가르침을 설하신다.
제 5장 약초의 비유(藥草喩品)
그때 세존께서는 가섭 존자와 다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양하는 것은 참으로 좋
은 일이다. 가섭이여, 부처님께는 진실하고 헤아릴 수 없는 공
덕이 있다. 그것을 무량 겁 동안 설한다 해도 궁극에 도달할
수 는 없다.
가섭이여, 여래께서는 법의 소유자시며 모든 법의 왕이시며
지배하시는 분이시며 위덕(威德)갖추신 분이시다. 여래께서는
어떤 가르침을 어디에서 설하시든 그 가르침은 그대로 진실한
법이다.
또 가섭이여, 여래께서는 모든 법을 도리에 맞게 보이시며
설하신다. 여래께서는 지혜로써 그 가르침들이 일체지자인 부
처님의 경지를 향하도록 설하신다. 여래께서는 모든 법의 의미ㅤ
가 귀착되는 것을 보고 계시며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계신다.
또 모든 법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바람을 아시며, 모든 법을
교리적으로 뛰어나게 정하시는 지혜가 최고로 완성되셨다. 일
체지자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보이시는 분, 일체지자의 지혜 속
으로 사람들을 인도하시는 분, 일체지자의 지혜를 수립하시는
분, 가섭이여, 이런 분이 바른 깨달음을 얻는 존경받는 여래이
다.
가섭이여, 예를 들면 삼천대천세계에는 갖가지 색과 종류가
다른 여러 가지 풀, 약초, 수목이 있고,이름이 다른 여러 가지
식물들이 평지나 산,동굴에 나 있다. 그곳에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고 하자. 솟아올라서는 삼천대천세계
의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린 뒤, 동시에 모든 곳에 비를 뿌린다
고 하자.
그때 가섭이여,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풀과 관목, 약초, 수목
들 중에는 줄기와 잎과 꽃이 부드럽고,아직 다 자라지 않은 것
도 있으며, 크게 성장한 풀, 관목, 약초, 수목도 있고, 가지가
굵은 것,거목이 된 것도 있다.그 각각의 식물들이 자기 능력과
환경에 맞게 거대한 구름이 뿌리는 비로부터 물을 빨아들인다.
그 식물들은 같은 구름이 뿌린 같은 맛의 물로, 각각의 종자에
맞는 열매를 맺어 생장하며 싹트며 크게 자란다. 또 마찬가지
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각각 다른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
리는데, 같은 곳에 있는 약초의 군락,종자의 군락은 모두 같은
맛의 물로 적셔진다.
가섭이여,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께서는 이와 같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 마치 거대한 구름이 솟아오르듯이,여래
께서도 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인간, 천신, 아수라를 포함한 모
든 세간에 말씀으로써 알리신다.
가섭이여, 예컨대 거대한 구름이 사천대천세계의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것처럼, 여래께서는 인간, 천신, 아수라를 포함한
세간사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써 널리 삼천대천세
계에 그 음성이 들리게 하신다.
‘그대 신들이나 인간들이여, 나는 여래이며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이이다. 나는 이미 윤회의 세계로부터 피안으로
건너와 다른 사람들을 건너게 하며, 이미 해탈해서 다른 사람
들을 해탈케 하며, 이미 평온해서 다른 사람들을 평온케 하며,
완전한 열반에 들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열반에 들게 한다.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바른 지혜로 있는 그대로 아는 일체지자
이며, 모든 것을 보는 이이다. 그대 신들이나 인간들이여,법을
듣기 위해 내 곁으로 오라. 나는 길을 말하는 이이며, 길을 설
해 보이는 이, 길을 아는 이, 길을 들려주는 이, 길에 정통한
이다’라고.
가섭이여, 그래서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 인간들은 여래의
법을 듣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자 여래께서도 중생들에게 능력
(根機)과 우열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아시고,각자에게 알맞는 법
문을 설해 주셨다. 그리고 기쁨과 만족을 주시고 환희가 생기
게 하시고 행복과 안락을 증대시키는 수많은 서로 다른 종류의
각자에게 알맞는 법의 설화를 말씀하셨다. 그 설화에 의해 중
생들은 현세에서는 안락하고 사후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
는데,그곳에서 많은 애욕을 누리며 법을 듣는다. 그 법을 듣고
장해가 없어지고 그 근기와 환경과 기세에 따라 차례로 일체지
자의 법에 전심한다.
예를 들면 가섭이여, 큰 구름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것을
덮고, 평등하게 비를 내려 모든 풀, 관목, 약초, 수목은 그 능
력과 환경과 기세에 따라 물을 빨아들여 각각의 종류에 맞는
크기로 성장한다.
가섭이여, 그와 마찬가지로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
래께서 법을 설하시면, 그 법은 모두 같은 맛, 즉 해탈이라는
맛, 탐욕을 벗어난 맛, 적멸의 맛과 일체지자의 지혜를 궁극의
목표로 하는 같은 맛을 지닌다.
그 경우 가섭이여, 중생들은 여래께서 설하시는 법을 들어
기억하고 그 수행에 전심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하며 눈치채지도 못하며 이해하
지도 못한다.
가섭이여, 중생들이 어떤 자이며 어떻게 존재하며 무엇과 닮
았는가 하는 것은 오직 여래께서만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으로 생각하는
가 하는 것과 , 그들이 무엇을 수행하며 어떻게 수행하며 무엇
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그들이 무엇을 그 결과로서
얻으며 어떻게 얻으며 무엇을 수단으로 얻는가 하는 것을 여래
께서만 알고 계신다.
가섭이여, 오직 여래께서만이 그것을 직접 아시며, 직접 보
고 계시기 때문이다. 또 중생들이 각자 다른 입장에 서 있으므
로 풀, 관목, 약초, 수목처럼 열등한 것, 뛰어날 것,중간 것의
구별이 있는 것을 그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오직 여
래께서만이 있는 그대로 보고 계신다.
가섭이여, 여래인 나는 해탈이라는 맛과 지멸(止滅)이라는
맛이 있고, 열반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며,언제나 적멸이며, 오
직 한 입장인 허공에 널리 퍼지는 같은 맛의 법을 알고 있지
만, 중생의 바람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들에게 일체지자의
지혜를 성급하게 설하지 않는다.
가섭이여, 그대들은 ‘성문들도 여래가 될 수 있는 참된 부처
님의 아들이다’라는 말을 듣고 경탄했다. 그것은 그대들이 본
래 여래께서 깊은 의미를 담아서 설하신 말씀을 깨달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가섭이여, 존경받는 여래들께서 설
하신 깊은 의미의 말씀을 그대들이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그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법의 왕인 나는 존재(有)를 타파하는 이로서
세상에 나타나 중생들이 바라고
지향하는 바를 알아 그들에게 법을 설한다.
그러나 보리의 지혜가 견고한
위대한 용자인 부처님들께서는
설하신 말씀의 참된 의미를 분명히 하지 않으시고
중요한 법의 의미를 오래 간직하시어
인간들에게 설하려 하지 않으신다.
또 보살의 지혜는 깨닫기 어려워
어리석은 자들이 갑자기 듣는다면
그들은 의혹을 일으킬 것이므로
그 경우에 맞게 나는 설한다.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근기가 있으므로
그 경우에 맞게 나는 설한다.
각각 다른 사물의 인연에 의해
나는 그 사람의 견해를 바르게 한다.
예를 들면 가섭이여
구름이 올라와 대지를 덮어
모든 것을 감싸는 것과 같다.
거대한 구름은 물을 가득 머금고
번개의 화관을 달고 천둥 소리를 내면서
모든 생명 있는 것을 기쁘게 할 것이다.
구름은 햇빛을 막아서 시원한 곳을 만들면
손이 닿을 정도로 낮은 곳에 있으면서
모든 곳에 골고루 비를 내릴 것이다.
구름이 한 번에 내리는 비의 양은 많아서
골고루 뿌리면서 대지를 흠뻑 적실 것이다.
대지 위에 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약초이든 풀이든 관목이든 수목이든
혹은 줄기가 두터운 것이든 거목이든
또 온갖 종류의 곡물이든 야채든
그것들이 산속이나 동굴 속
혹은 덤불 속에 나 있다 하더라도
구름은 그 모두와 말라버린 대지도
흠뻑 적시며 약초 위에도 비를 내린다.
지상에 뿌린 빗물은 같은 맛을 지닌다.
만물은 그 물을 능력과 환경에 맞게 빨아들인다.
교목이든 거목이든
작은 것이든 중간 크기의 것이든
모두 나이와 능력에 맞게 물을 빨아들이며
빨아들여서는 마음껏 생장한다.
구름이 뿌린 비가 젖어
고귀한 약초류는 줄기와 껍질 큰 가지와 잔가지
잎과 꽃이나 과실을 생장시킨다.
그 식물들에게는 각각에게 맞는 상태와 종자가 있어
각각의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생장하고 번식한다.
그러나 내린 빗물의 맛은 같은 맛이다.
가섭이여, 세간에 물을 머금은 구름이 나타나듯이
부처님께서도 이 세상에 나타나신다.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께서는 설법하시며
인간들이 진실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신다.
위대한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께서는
천신을 포함한 세간으로부터 존경을 받으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인간의 최고자이고 승리자이며 여래인 나는
구름처럼 이 세상에 나타났다.
나는 삼계에 집착해서 신체가 말라 시들어 있는
중생들 모두에게 물을 주어 만족하게 할 것이다.
고뇌 때문에 말라 시들어 있는 사람들을
안락하게 할 것이다.
또 나는 세간의 애락과 열반의 평안도
누리게 할 것이다.
천신과 인간의 무리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를 보기 위하여 가까이 오라.
나는 여래이며 세존이며
어느 것에도 지배되는 일이 없다.
사람들을 해탈의 피안으로 건너게 하기 위하여
이 세간에 태어났다.
나는 수천 코티의 중생들에게
청정하고 훌륭한 가르침을 설한다.
거기에는 같은 맛의 평등성과 진리가 있다.
그것은 해탈과 열반이다.
나는 언제나 깨달음을 주제로 하여
같은 소리로 법을 설한다.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여
어떠한 혐오나 애착도 없다.
나에게는 어떠한 탐착도 없으며
어떤 것에도 애착이나 증오가 없다.
나는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법을 설하는데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다.
다른 일은 그만두고 나는 오로지 법을 설한다.
걸을 때에도 설 때에도 앉아 있을 때에도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에도
내가 태만할 때는 결코 없다.
마치 구름이 평등하게 비를 내려
초목을 흠뻑 적시는 것처럼
나는 전세계를 만족하게 한다.
고귀한 사람이든 천한 사람이든
파계한 사람이든 계를 지키는 사람이든
나는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대한다.
행위가 바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며
행위와 거동이 함께 바른 사람도 있으며
잘못된 견해에 집착해서
바른 견해를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으며
바르고 맑은 견해를 지닌 사람들도 있다.
천한 사람들에게도
견줄 데 없는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도
근기가 둔한 사람들에게도
나는 평등하게 법을 설한다.
모든 태만한 마음을 버리고
나는 바른 법의 비를 그들에게 내린다.
그들은 나로부터 법을 듣고 각자의 근기에 맞게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생장한다.
즐거운 신들이나 인간 속에
제석천이나 범천 또는 전륜왕들 속에 안주한다.
이 세상에는 작은 약초도 있으며
중간 정도나 큰 약초도 있고
그대들은 들으라.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설하겠다.
더러움 없는 법을 체득하고 열반에 도달한 이들
또 여섯 가지 신통을 얻고
세 가지 영지(三明)를 갖춘 사람들
그들은 작은 약초라고 불린다.
동굴에 사는 사람들
홀로 깨달음을 바라는 사람들
아주 맑은 각지(覺知)가 있는 사람들
그들을 중간 정도의 약초라고 한다.
부처님이 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자신은 인간이나 천신의 보호자이신
부처님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정진노력과 선정을 행하는 사람들
그들은 최고의 약초라고 불린다.
세존의 아들들로서 수행에 전심하며
이 세상에서 자애를 베풀고 적정의 수행을 행해서
여래가 되는 데에 의심이 없는 사람들
이와 같은 사람을 교목이라고 부른다.
퇴전하지 않는 법륜을 굴리며
신통력을 지닌 견고한 보살로
수코티나 되는 많은 사람들을 해탈시키는 이
그와 같은 사람은 거목이라고 부른다.
부처님께서 평등하게 법을 설하시는 것이
마치 구름이 한결같이 비를 뿌리는 것과 같다.
이처럼 뛰어난 부처님의 지혜 작용은
마치 땅 위에 갖가지 식물이 나 있는 것과 같다.
이 같은 비유처럼 여래의 방편은 갖가지로 뛰어나다.
즉 여래께서는 같은 법을 설하시지만
여러 가지로 해석하는 것은
마치 하나의 비에 수많은 물방울이 있는 것과 같다.
내가 내리는 법의 비로 세간의 모든 것은 만족한다.
그러나 그들은 훌륭히 설해진 일미(一味)의 법을
각자의 근기에 맞게 각기 다르게 생각한다.
풀이나 관목 혹은 중간 정도의 약초
혹은 교목이나 거목 등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비가 오면 생생하게 빛나는 것처럼.
언제나 세간을 행복하게 하는 이 가르침은
모든 세간을 법으로써 만족시킨다.
세간은 만족하여 이윽고 약초처럼 꽃을 피운다.
중간 정도의 약초란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데 안주하는 아라한들이나
삼림에서 홀로 수행하는 독각들이다.
그들은 훌륭하게 설해진 이 법을
실제로 실천한 이들이다.
많은 보살들은 의지가 돈독하고 견고하며
삼계에 속하는 모든 사물에 정통하고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교목처럼 크게 성장한다.
네 가지 선정을 행해 신통력을 얻고
공성의 진리를 듣고 기뻐하며
수천의 광명을 발해 사람들을 구제한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거목이라고 불린다.
가섭이여, 이와 같이 법을 설하는 것이
마치 구름이 평등하게 비를 뿌리는 것과 같다.
비로 인해 많은 약초가 생장하는 것처럼
설법에 의해 사람들의 꽃이 수없이 핀다.
나는 스스로 체득한 법을 분명히 알고
때가 되면 여래의 깨달음의 지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이것은 나와 모든 세간의 지도자이신
부처님들의 최고로 뛰어난 방편이다.
내가 진실로 설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최고의 진리이다.
‘모든 성문들은 평안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그들은 뛰어난 깨달음으로 향하는 수행을 하여
장래 부처님이 될 것이다.’
“또 가섭이여, 여래는 사람들을 지도하시는 데에 평등하다.
예를 들면 달이나 태양의 빛은 모든 세간을 비춘다. 선한 행위
를 한 이나 악한 행위를 한 이, 지위가 높은 이나 낮은 이, 좋
은 향기가 나는 것이나 악취가 나는 것 등 모든 것에 평등하게
빛을 비춘다. 불공평하게 비추는 일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가섭이여, 존경받는 여래들의 지혜로부터
나온 마음의 빛은 모든 중생에게 바른 법의 설법으로서 평등하
게 나타난다. 여래의 지혜의 빛이라는 설법에는 과부족이 없으
며, 그 결과로서 중생들이 복덕이나 지혜를 얻게 된다.
가섭이여, 세 가지 탈것의 구별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 단
지 중생들이 각자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세 가지 탈것이 마
련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가섭 존자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세 가지 탈것이 없다면 어떻게 지금 성문
과 독각, 보살의 구별이 있을 수 있사옵니까?”
이렇게 말씀드리자. 세존께서는 가섭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가섭이여, 그럿은 도공이 같은 흙으로 여러 가지 용기를 만
드는 것과 같다. 그 경우 어떤 것은 설탕그릇이 되고, 어떤 것
은 기름그릇이 되고, 어떤 것은 발효유나 우유그릇이 되고, 또ㅤ
어떤 것은 더러운 것을 넣는 막그릇이 된다. 흙에는 차이가 없
으나 각기 다른 것을 넣어두기 때문에 그릇의 구별이 생긴다.
가섭이여, 이처럼 탈것은 단 하나인 불승(一佛乘)만이 있는 것
이지, 제2, 제3의 탈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또 가섭 존자는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비록 중생들이 지향하고 바라는 바가 각각 다
르다고 하더라도, 만일 그들이 삼계로부터 벗어난다면 그들의
열반은 단 하나이옵니까? 아니면 둘 혹은 셋이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모든 법은 평등하다. 또 깨달음으로 해서 열반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 하나의 열반만 있을 뿐, 둘이 있는
것도, 셋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섭이여,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어 설하겠다. 그러면 이 세상의 학식 있는 자는 누구라도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가섭이여, 선천적인 장님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색과 나쁜 색은 없으며 좋은 색과 나쁜 색을 보는 사
람들도 없다. 태양이나 달도 없으며 별자리도 없고 유성도 없
으며 유성을 보는 사람들도 없다.’라고.
그러나 사람들은 선천적인 장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은 색과 나쁜 색은 있으며 좋은 색과 나쁜 색을 보는 사람
들도 있다. 태양이나 달도 있으며 별자리도 있고 유성도 있으
며 유성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그러나 선천적인 장님은 이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으며 그
말뜻을 모른다.
그때 온갖 병에 정통한 의사가 있다고 하자. 그는 선천적인
장님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전생의 죄업 때문에 병이 났다. 대개 병은 모두
네 종류인데, 풍성(風性)인 것과 담즙성(膽汁性)인 것 그리고
담성(痰性)인 것, 또 이 세 요소가 복합된 것이다.’
그 뒤 의사는 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
한다.
‘이 병은 널리 사용되는 약들로는 고칠 수가 없다. 그러나
산 중의 왕인 설산(雪山)에는 네 종류의 약초가 있다. 첫째는
‘모든 색과 맛을 지닌이라는 이름의 약초이며, 둘째는 모든 병
으로 부터 해방한다는 약초이며, 셋째는 모든 독을 없앤다는
이름의 약초이며, 넷째는 각각의 증상에 맞게 약을 주는 것이
라는 이름의 약초이다’라고
그래서 그 의사는 선천적인 장님을 불쌍히 여겨 어떻게 하면
산 중 왕인 설산으로 갈 수 있을까 하고 방법을 생각한다. 설
산에 도착해서 높은 곳을 오르기도 하고, 낮은 곳으로 내려가
기도 하고, 혹은 좌우로 돌아다니며 약초를 찾은 결과 네 종류
의 약초를 모두 손에 넣는다.
그리고는 어떤 약초는 씹어서 주고, 어떤 약은 가루로 주고,
어떤 약은 다른 약과 섞어 찐 뒤에 주고, 어떤 약은 생약제와
섞어서 주고, 어떤 약은 몸 속으로 찔러넣고, 어떤 약은 불로
태워서 준다. 또 어떤 약은 여러 다른 약과 혼합하거나 음식물
속에 섞어서 준다.
이렇게 머리를 짜낸 결과 선천적인 장님은 눈을 뜨게 된다.
그는 눈을 떠서 달과 태양의 빛, 별자리나 유성 등 모든 것을
본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아아,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이전에는 말해 주는 사람
이 있어도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그 말뜻도 몰랐다. 그런 내가
지금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장님으로부터 해방되어 눈
뜬 이가 되었다. 나보다 뛰어난 이는 아무도 없다.”
그때 다섯 가지 신통을 지닌 성현들께서 계셨다고 하자. 즉
신과 같은 눈인 천안통, 신과 같은 귀인 천이통, 타인의 마음
을 아는 타심통, 전생을 잘 아는 숙명통, 생각대로 기적을 행
하는 신족통이 그것이다. 남을 해탈시키는 데에 뛰어난 그분들
은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대는 단지 눈을 뜬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그대는 왜 그렇게 교만한가? 그대에게는 지혜
도 없으며, 그대는 현자도 아니다’라고.
또 그분들은 그에게 말씀하신다.
‘그대는 집 안에 앉아 있으면 밖에 있는 것은 보이지도 않으
며 알 수도 없다. 그대는 사람을 보아도 부드러운 마음씨를 지
닌 사람인지 적의 있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대는 5요자나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 수 없으며, 마찬가지
로 북이나 법나패 등의 소리도 모르며 들리지도 않는다. 그대
는 아주 가까운 거리도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는 갈 수가 없다.
또 그대는 모태 속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그때의 행동을 생
각해 낼 수도 없다. 그런 그대가 어떻게 현자이며 나는 모든
것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아, 사내여, 그대가 어두운
것을 밝다고 생각하고, 밝은 것을 어둡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
연한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성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런 힘을 얻는 방법은 무엇이옵니까? 어떤 선업을 행하면
그와 같은 모든 것을 아는 지혜를 얻을 수 있사옵니까? 저는
당신들의 은혜로 그 덕성을 얻고 싶사옵니다.’
성현들께서는 그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만일 그것을 얻고 싶다면 숲에서 살아라. 혹은 동굴에 앉아
서 법을 고찰하고 법뇌를 끊어라. 이리하여 두타행의 덕을 닦
는다면, 그대는 온갖 신통을 얻을 것이다’라고.
그래서 그 사람은 그 말씀을 듣고 명심해서 출가한다. 숲에
서 살며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세간의 갈망을 끊어 다섯 가
지 신통을 얻는다. 신통력을 얻은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전에 나는 바르지 않은 행위 때문에 아무런 덕성도 얻지
못하였다. 이제는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있다. 이전의 나는 지
혜도 부족하였고 이해력도 부족한 장님이었다.’
가섭이여, 이와 같은 비유를 설하는 것은 그 의미를 알게 하
기 위해서이다. 또 다음과 같은 의미도 알아야 한다. 가섭이
여, 선천적인 장님을 6도윤회 속에 있는 중생을 가리킨다. 그
들은 바른 가르침을 모르며, 번뇌의 어둠인 암흑을 늘리는 자
이며, 무명(無明)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자이다. 무명에 눈
먼 자들은 생성작용을 되풀이하며 생성하게 하는 작용으로 인
하여 정신과 물질의 통일체인 명색(明色)이 생기게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마침내는 거대한 괴로움 덩어리(苦蘊)가 생긴다.
이처럼 무명 때문에 눈먼 중생들은 생사윤회 속에 안주하고
있다. 여래께서는 삼계를 벗어나 있지만, 마치 사랑하는 외아
들을 대하는 부친과 같은 자비심으로 삼계 속으로 들어오셔서,
중생들이 윤회의 바퀴 속에서 방황하는 것을 보신다. 그런데
중생들은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모른다. 그런 중생들을 세
존께서는 지혜의 눈으로 보신다. 그리고는 그 중생들이 이전에
선행을 했기 때문에 쉽게 화를 내지는 않으나 탐욕이 강하거나
혹은 탐욕은 그다지 없으나 쉽게 화 를 내는 것을 아신다. 또
어떤 자는 지혜가 부족하고 어떤 자는 현자이며 어떤 자는 성
숙해서 청정하나 어떤 자는 잘못된 견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아신다. 여래께서는 그런 중생들을 위해 뛰어난 방편으로 세
가지 탈것을 설하신다.
이 비유 속에서 다섯 가지 신통을 지닌 맑은 눈의 성현들께
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살들은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
켜, 사물은 본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지혜(無生法忍)를
얻고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는다.
또 이 비유에서 여래는 위대한 의사와 같으며, 미망에 눈먼
중생들은 선천적인 장님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탐욕과
분노와 미밍은 풍(風)과 담(膽)과 담(痰)의 체액과 같으며, 62
가지 잘못된 견해(六十二見)도 그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모든 것이 공이라는 공성(空性), 형상이 없다는 무상(無相)
욕구의 대상을 벗어나 있다는 무원(無願) 그리고 열반의 문(
門)의 네 가지는 네 종류의 약초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 가지 약으로 각각의 병을 낫게 하는 것처럼, 공, 무상,
무원이라는 세 가지 해탈문(三解脫門)을 닦어서 사람들은 무명
을 없앤다. 무명을 없애면 생성작용이 없어지는데, 이런 식으
로 해서 마침내는 거대한 괴로움 덩어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
이 소멸하게 된다. 이리하여 그 사람의 마음은 선에도 머물지
않고 악에도 머물지 않는다. 성문의 길을 걷거나 독각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장님이 눈을 뜬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들은 윤회와 번뇌의 속박을 끊었고, 번뇌의 속박으로부터 해
탈한 자는 삼계에 속하는 여섯 가지 생존상태로부터 해방된다.
그래서 성문의 길을 걷는 사람은, ‘이제 더 깨달아야 할 법은
없다. 나는 열반에 도달했다’라고 한다. 그때 여래께서는 그에
게 법을 설하신다. 세존께서는 ‘모든 법을 체득하지 않은 자에
게 어찌 열반이 있겠는가’라고 하시며, 깨달음을 향하여 그를
격려하신다. 그는 보리심을 일으켜 윤회 속에 머물지는 않지
만, 아직 열반에 도달해 있지 않는 보살이 된다. 그는 시방의
어느 곳에서든 삼계에 속하는 것은 모두 공인 것을 깨달으며,
또 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환상, 꿈, 아지랑이, 메아리와
같다고 본다. 그는 모든 존재가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
으며, 속박도 아니며 해탈도 아니고, 암흑도 아니고 광명도 아
닌 것을 본다. 여러 가지 심원한 법을 이처럼 보는 자는 보지
않고 보는 것이다. 즉 삼계에 속하는 모든 것이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의욕이나 지향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본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의미를 다시 알리기 위하여, 다음과 같
이 게송으로 설하셨다.
달이나 태양의 빛은 사람들 위로 평등하게 비친다.
덕 있는 이에게도 악한 이에게도
빛은 많고 적음이 없이 비친다.
여래의 지혜의 빛도
태양이나 달처럼 평등하게 비치며
모든 중생들을 인도한다.
그 지혜의 빛은 모자라거나 남는 일이 없다.
마치 도공이 같은 흙으로 토기를 만들지만
그 토기는 설탕, 우유, 버터, 기름, 물 등
여러 가지 용기가 되는 것처럼.
어떤 것은 더러운 것을 담는 그릇이 되고
어떤 것은 우유그릇이 되지만
도공은 그 그릇을 같은 흙으로 만든다.
어떤 것을 담아두는가에 따라 용기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중생들에게 차별은 없으나
의욕이 다르므로 여래께서는
탈것을 구별해서 설하신다.
그러나 부처님의 탈것이 참된 탈것이다.
사람들은 윤회의 바퀴에 대해 무지하므로
열반의 적정을 모른다.
그에 비해 모든 것은 공이며
실체가 없다고 아는 사람은
바른 깨달음을 얻으신 세존들의 깨달음을
진실로 아는 것이다.
중간 정도의 지혜를 지닌 이를 독각이라고 하며
공에 대한 지혜가 부족한 이를 성문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모든 법을 깨달은
즉 바른 깨달음을 얻으신 분을
부처님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수백 가지나 되는 뛰어난 방편으로
언제나 인간들에게 법을 설하신다.
예를 들면 어떤 선천적인 장님이
태양, 달, 별자리, 유성 등을 보지 않고
‘물체’라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훌륭한 의사가 있어
이 선천적인 장님을 불쌍히 여겨
설산으로 가서 이리저리 다니며
산에 있는 ‘모든 색과 맛을 지닌’이라는
약초를 비롯한
네 가지 약초를 구해 조제한다.
어떤 약은 이로 씹고
어떤 약은 가루로 내고
또 어떤 약은 침 끝에 묻혀 몸 속에 넣어
선천적인 장님을 치료한다.
이렇게 해서 눈을 뜨게 된 뒤
그는 태양이나 달, 별자리, 유성을 보고는
‘이전에는 무지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생들은 아주 무지해서
말하자면 선천적으로 장님이라서 윤회하는 것이다.
윤회의 바퀴가 연기(緣起)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고뇌의 길을 걷는다.
가장 뛰어난 일체지자이신 여래께서는
이처럼 무지 때문에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세간 속에 자비롭고 훌륭한 의사로 나타나신다.
방편에 뛰어난 이 의사는 바른 가르침을 설하시며
최고의 탈것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위없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설하신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중간 정도의 지혜가 있는 자에게는
중간 정도의 깨달음을 설하시며
윤회를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거기에 맞는 깨달음을 설하시기도 하신다.
삼계로부터 벗어난 성문은
‘이리하여 나는 더러움 없는
상서로운 열반을 얻었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그것은 열반이 아니다. 영원한 열반은
일체의 법을 깨달았을 때 얻어진다’라고 설한다.
그것은 마치 선천적인 장님이었지만
시력을 회복한 장님에게 위대한 여래께서
자비심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는 것과 같다.
‘그대는 어리석은 자이다. 그대는 결코 자신이
지혜 있는 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담으로 둘러싸인 집 속에서는
그대와 같은 한치의 지혜로는
밖에서 생기는 일을 알 수가 없다.
밖에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당장 알 수 있지만
안에 있으면 당장 알 수가 없다.
지혜가 얕은 그대가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겠는가?
5요자나 정도 떨어진 곳의 소리라도
그대는 들을 수 없다.
하물며 더 떨어진 곳의 소리는 어떻겠는가.
그대는 자신에게 호의를 품는 사람과
악의를 품는 사람을 가려낼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지혜 있는 자라는
교만한 마음을 가지는가.
그대는 1크로샤의 거리조차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지 않으면 갈 수 없으며
모태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있다.
다섯 가지 신통을 지닌 분을
이 세상에서는 일체지자라고 한다.
그대는 미망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데
스스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인가?
만일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신통을 얻어야 한다.
신통을 얻고 싶다면 숲에서 살며
청정한 가르침에 대해 사색하여야 한다.
그리하면 그대는 신통을 얻을 수 있다’라고.
그는 이 가르침대로 숲으로 들어가
마음을 평정하게 하며 사색한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여러 가지 덕성을 갖추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자가 된다.
모든 성문들은 이처럼
자신은 열반을 얻은 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때 여래께서는 그들에게
‘그것은 정지(靜止)이지 열반은 아니다’라고
설하신다.
성문들에게 알맞게 설해진 이 도리는
부처님의 방편이다.
일체를 알지 못하고는 참된 열반은 없다.
일체를 아는 지혜를 얻도록 노력하라.
과거, 미래, 현재의 삼세에 관한 무한한 지혜와
맑은 여섯 가지 완성의 행인 육바라밀과
모든 것은 공성이며 무상이며 무원이라는 것과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라.
번뇌의 더러움이 있는 유루(有漏)와
더러움이 없는 무루의 그 어떤 것도
허공과 같은 적정이라고 설해지고
이 밖에 여러 가지 열반으로 인도하는
가르침이 설해진다.
즉 네 가지 청정한 경지에 있다는
사범주[四攝四]가 설해진다.
그 모두가 뛰어난 여래들께서
중생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설하시는 것이다.
그것들을 얻도록 노력 수행하라.
모든 존재는 환상이나 꿈과 같으며
파초의 줄기처럼 심이 없으며
메아리와 같다고 아는 사람
또 삼계에 속하는 모든 것은 환상이나 꿈과 같아서
속박된 것도 아니며 해탈한 것도 아니라고 알고
열반도 식별하지 않는 사람
또 모든 존재는 평등하고 공이며
서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대상화하지 않고
어떤 실체도 보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분이시며
남김없이 존재의 전체를 보는 분이시다.
세 가지 탈것이라는 것은 없고
이 세상에는 오직 한 가지 탈것인
일승(一乘, 一佛乘)만이 존재한다.
모든 것은 언제나 참으로 평등하다고 안다면
영원하고 상서로운 열반을 아는 것이다.
제 6장 성불의 예언(授記品)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하시고는 비구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알리노니 가섭 비구는 장래 3만 코
티의 부처님들을 공경, 공양하며 찬양해서 그 부처님들의 바른
법을 지킬 것이다. 그는 윤회의 마지막 몸으로, ‘광덕(光德)’
이라는 세계에서 ‘대장엄(大莊嚴)’이라는 겁을 만날 때, ‘광명
(光明)’이라는 이름의 존경받는 여래로 이 세상에 나타날 것
이다.
그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
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 될 것이다. 수명은 12중겁으로,
그의 바른 가르침은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며, 바른 가르침
과 유사한 가르침도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 부처님의 국토는 맑고 깨끗하며, 돌이나 기왓조각, 자갈
은 물론 깊은 웅덩이나 낭떠러지도 없으며, 도랑이나 분뇨가
차는 일도 없고 평탄하고 쾌적하며 청아해서 보기에도 아름다
울 것이다. 대지는 유리로 된 데다가 보석나무로 장식되어 있
고, 금실이 바둑판처럼 이어져 있으며, 꽃이 뿌려져 있을 것이
다. 그곳에는 수백 수천의 많은 보살과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ㅤ
의 무량한 성문들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악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며 그의 무리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설
령 그곳에 악마나 그 무리가 있다 해도, 그들은 광명여래의 가
르침 밑에서 바른 가르침을 익히는 데 전념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부처님의 눈으로 볼 수가 있다.
가섭 비구는 미래의 무수한 겁 동안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들을 공양한 뒤
부처님이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가섭은 3만 코티나 되는 부처님들을 뵐 것이다.
그리고는 그 밑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얻기 위해
순결한 생활인 범행을 행할 것이다.
부처님들께 공양한 뒤
최고의 지혜를 완성하여
윤회전생하는 마지막 몸으로
비할 데 없는 위대한 분이시며
세간의 보호자인 부처님이 될 것이다.
그 부처님의 국토는 아주 훌륭해서
아름답고 청아하며 빛나
보기에도 아름다울 것이다.
그 모습은 언제나 상쾌하며
길은 금실로 장식되어 있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 국토에는
보옥으로 된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들은 바둑판 모양의 한 구획마다
한 그루씩 서서 쾌적한 향기를 뿜을 것이다.
그곳은 여러 종류의 꽃으로 장식되며
다채로운 꽃으로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그곳에는 깊은 웅덩이나 낭떠러지 같은 곳은 없으며
평탄하고 평화로워 보기에도 아름다울 것이다.
수천 코티의 보살들이 그곳으로 올 것인데
그들의 마음은 잘 제어되어 있으며
그들이 지닌 신통력은 뛰어날 것이다.
또 부처님들의 광대한 경전을 지니고 있는
많은 보살들이 수없이 있을 것이다.
또 그곳에는 부처님의 제자인 성문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윤회의 마지막 몸으로
번뇌의 더러움을 완전히 떠나 있을 것이다.
그 수 또한 대단히 많아
비록 천상의 지혜로 수겁 동안 헤아린다 해도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부처님께서는 12중겁 동안
이 세상에 머무르실 것이며
바른 가르침은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또 바른 가르침과 유사한 가르침도
20중겁 동안 이 광명불을 빛낼 것이다.
그때 목건련 존자와 수보리 존자와 가전연 존자는 몸을 떨면
서 눈 한 번 움직이지 않고 세존을 우러러보았다. 그리고는 각
자 목소리에 맞추어 한마음으로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아아, 존경받으실 위대한 용자시여
최고의 분이신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시여
부처님의 수기를 들려주시옵소서.
사람 가운데 최고자시여
분명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아시어
마치 감로를 뿌리시는 것처럼
저희들에게도 수기를 주시옵소서.
자재하신 세존이시여.
기근이 든 곳에서 온 어떤 남자가
우연히 좋은 식사를 하게 되어
손으로 먹으려 할 때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시다.
그처럼 저희들은 갈망하고 있사오며
소승의 가르침에 대해 생각한 뒤
기근 때문에 먹을 것을 찾는 남자처럼
부처님의 지혜를 얻으려 하옵니다.
바른 깨달음을 얻으신 위대한 성자께서
아직 저희들에게 수기를 주지 않으신 것은
마치 손 위에 얹힌 음식을
아직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용자시여 이처럼
부처님이 될 것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저희들은 더 불안에 떨고 있사옵니다.
만일 저희들에게 직접 수기를 주신다면
저희들의 불안은 없어지고
마음도 평안해질 것이옵니다.
위대한 용자시여ㅤ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자애로운 분이시여
부디 수기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의 가난한 마음이 없어지도록
위대한 성자시여.
그래서 세존께서는 이 위대한 비구들의 마음을 분명히 아시
고, 다시 비구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수보리 비구는 3백만 코티 니유타의 부처님들
을 공경, 공양, 찬양하며 그 부처님 밑에서 순결한 생활을 한
뒤 깨달음을 완성할 것이다. 여러 부처님들을 모신 뒤, 윤회하
는 마지막 몸으로 ‘명상(名相)’이라는 이름의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로서 세간에 나타날 것이다. 그분은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
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
시며, 세존이 될 것이다.
그 부처님의 국토 이름은 ‘보생(寶生)’일 것이며 그 겁은
‘유보(宥寶)’라고 불릴 것이다. 그 국토는 평탄하고 쾌적하며
수정으로 되어 있고, 보석나무로 채색되어 있으며, 깊은 웅덩
이나 낭떠러지도 없고, 오물이 차는 일 없이 상쾌하며 늘 꽃이
뿌려져 있을 것이다. 또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훌륭한 누각에서
향락을 누릴 것이다. 그 부처님께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제자
들이 있으며, 또 수천 코티의 많은 보살들도 있을 것이다. 그
존의 수명은 12중겁이며, 바른 가르침은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 세존께서는 공중에 멈춰서서 쉴 새 없이 법을 설하
실 것이며, 수백 수천의 많은 보살과 수백 수천의 많은 성문들
도 지도 하실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알리노니
내 말을 잘 들으라.
수보리 비구는 후세에 부처님이 될 것이다.
그는 30코티 니유타나 되는
커다란 위력을 가진 많은 부처님들을 뵙고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해 적절히 수행할 것이다.
용자인 그는 윤회하는 마지막 몸으로
32상을 갖추고 황금기둥처럼 위대한 부처님이 되어
세상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자애로운 분이 될 것이다.
그 국토는 대단히 훌륭하고 아름다우며
많은 사람들이 소망하는 곳일 것이다.
세간의 친척인 그는 수코티 니유타의 인간들을
제도하여 그곳에서 살게 할 것이다.
또 그곳에는 커다란 위력을 가진
많은 보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불퇴전인 가르침의 바퀴를 굴릴 것이며
뛰어난 근기로 여래의 가르침을 받아
이 부처님의 국토를 빛나게 할 것이다.
또 그곳에는 많은 성문들이 있는데
도저히 그 수를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여섯 가지 신통과 세 가지 영지를 갖춘
위대한 신통력의 소지자이며
여덟 가지 해탈 속에 사는 이들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최고의 깨달음을 설하신
부처님의 신통력에 도저히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천신과 인간이 언제나 그에게 합장할 것이다.
그는 12중겁 동안 이 세상에 머무를 것이며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은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고
바른 가르침과 유사란 가르침도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다시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알리노니 가전연 비구는 80만 코
티의 부처님들을 공경, 공양하며 찬양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실 때, 한 분 한 분을 위해 높이가 천 요자ㅤ
나에 주위가 50요자나나 되는 금, 은, 유리, 수정, 빨간 진주,
마노, 호박의 칠보로 된 탑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 탑을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 승리
의 깃발로 공양할 것이다. 그 뒤, 다시 그는 20코티의 부처님
을 마찬가지로 공경, 공양하며 찬양할 것이다. 그는 인간으로
윤회하는 마지막 몸으로, 이 세상에서 ‘염부나제금광(閻浮那提
金光)’이라는 이름의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 그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
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
시며, 세존이 될 것이다. 그 부처님의 국토는 아주 청정하고
평탄하며, 쾌적하고 청아해서 보기에도 아름다울 것이다. 또
수정으로 되어 있고 보석나무로 장식되어 있으며, 금실로 채워
져 있고 꽃이 깔개처럼 깔려 있을 것이다. 지옥, 축생, 야마세
계의 무리나 아수라의 무리는 없을 것이며 천신과 인간으로 가
득한데, 수백 수천의 많은 성문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으며, 수
백 수천의 많은 보살들이 그를 장엄하게 할 것이다. 그 부처님
의 수명은 12중겁이고, 바른 가르침은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
이며, 바른 가르침과 유사한 가르침도 20중겁 동안 계속될 것
이다.”
그때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비구들이여, 모두 내 말을 들으라.
가전연 비구는 세간의 인도자이신
부처님들께 공양을 올릴 것이다.
그는 세간의 인도자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경하고
부처님들께서 열반에 들어가신 뒤에는
탑을 만들게 하여 꽃이나 향으로 공양할 것이다.
윤회하는 마지막 몸을 얻은 뒤에는
아주 청정한 국토에서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이 될 것이다.
부처님의 지혜를 완성하여
수천 코티의 인간들에게 설할 것이다.
그는 천신을 포함한 이 세간에서
존경받는 빛나고 위력 있는 부처님이 될 것이다.
그 이름은 ‘염부금광(閻浮金光)’이라 하며
수코티의 천신과 인간의 구제자가 될 것이다.
그 국토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들과 성문들이 있을 것이며
그들은 모두 존재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난 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장식할 것이다.
세존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알리노니 목건련 비구는 2만 8천의
부처님을 뵙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처님을 여러가지로 공
경, 공양하며 찬양할 것이다. 그 부처님들께서 열반에 들어 가
신 뒤에는 금, 은, 유리, 수정, 빨간 진주, 마노 호박의 칠보
로 된 탑을 만들게 할 것인데, 그 높이는 천 요자나이며 주위
는 5백 요자나이다. 그리고 탑에는 꽃, 훈향, 향수, 화만, 도
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 승리의 깃발로 여러가지 공양
을 올릴 것이다. 그 뒤, 그는 마찬가지로 2백만 코티의 부처님
들을 공경, 공양하며 공양할 것이다. 그래서 윤회하는 마지막
몸을 얻었을 때, 타말라나무 잎이나 전단의 향기가 있는 ‘다마
라발전단향’이라는 이름의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
로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그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
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 될 것이
다. 그 부처님의 국토는 ‘의락(意樂)’이라는 이름이며, 그 겁
은 ‘희만(喜滿)’이라는 이름일 것이다. 또 그 국토는 아주 청
정하고 평탄하며 쾌적하고 청아하여 보기에도 아름다우며, 수
정으로 되어 있고 보석나무로 장식되며 꽃이 뿌려져 있을 것이
다, 그곳은 천신과 인간으로 가득할 것이며, 수백 수천의 성문
이나 보살들이 즐기는 곳일 것이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24중
겁으로, 바른 가르침은 4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며, 바른 가르
침과 유사한 가르침도 4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설하셨다.
성이 목견련인 그는 인간으로서의 삶이 끝난 뒤
2만 명의 승리자와 8천 명의 더러움을 벗어나신
부처님을 뵐 것이다.
그는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면서
그 부처님들 밑에서 순결한 생활을 할 것이다.
그때 인간의 최고자들을
여러 가지 방벙으로 공양할 것이다.
수천 코티 겁 동안
그 부처님들의 절묘하고 바른 가르침을
보존할 것이며
그분들께서 열반에 들어간 뒤에는
그 탑을 공경할 것이다.
그는 최고의 승리자들을 위하여
승리의 깃발을 세운 보옥으로 된 탑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부처님들을 찬양해서
꽃이나 향을 공양하거나
음악을 연주하여 공양할 것이다.
그는 ‘의락’이라는 국토에서
윤회의 마지막 몸으로
타말라나무 잎이나 전단의 향기가 나는
‘다마라발전단향’이라는 이름의
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부처님이 될 것이다.
수명은 24중겁으로
그 동안 내내 천신과 인간에게 가르침을 설할 것이다.
그 승리자께는 여섯 가지 신통과
세 가지 지혜를 갖춘
위대한 신통력을 가진 성문들이 있는데
그 수는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수천 코티나 될 것이며
그들은 선서의 가르침 밑에서 신통을 얻을 것이다.
또 많은 불퇴전의 보살들이 있어
언제나 정진노력하고 바르게 인식해서
선서의 가르침에 전념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수는 수천이나 될 것이다.
그 승리자께서 열반에 드신 뒤
바른 가르침은 40중겁 동안 계속될 것이다.
바른 가르침과 유사한 가르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대신통력을 가진 5명의 성문들에게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수기를 주었는데
그들은 장래 승리자가 될 것이다.
그들에 대해서 나에게 물어보라.
제 7장 신통력으로 만든 성(化城喩品)
“비구들이여, 먼 옛적 이루 다 셀 수 없이 광대하고 무량하
며, 생각할 수도 없고, 추량도 측량도 초월한 과거세에, 아니
그보다 훨씬 먼 이전에 ‘대통지승(大通智勝)’이라는 존경받는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 세계는 ‘호성(好成)’이라는
세계이고, 그 겁은 ‘대상(大相)’이라는 겁인데, 그 여래께서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시는 위없는 분이
시며,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
시며, 불타시며, 세존인 분이셨다. 비구들이여, 그 여래께서는
얼마나 먼 과거에 출현하신 것인가?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흙을 모두 가루로 내어, 그 속에서 한 원자의 티끌을 집어서
동쪽으로 일천세계 떨어진 곳에 둔다고 하자. 그리고 두 번째
원자의 티끌을 집어서 거기로부터 다시 일천세계 떨어진 곳에
둔다고 하자. 이런 식으로 동쪽에 흙의 티끌을 전부 둔다고 하
자.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쪽에
있는 그러한 여러 세계의 끝이나 한계를 계산할 수 있겠는가?”
비구들이 대답했다.
“불가능하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선서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그 원자의 티끌들이 놓이거나 놓이지
않은 동쪽의 여러 세계의 수는, 수학자가 계산한다면 알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지승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뒤에 경과한 겁, 그러니까 수백 코티니유타 겁은 결코 계산해
낼 수가 없다. 그만큼 길고 그만큼 생각이 미치지 않으며 그만
큼 수량을 초월한 시간이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나는 여래의
지견으로 그 여래께서 그만큼 먼 과거에 완전한 열반에 드신것
을, 마치 오늘이나 어제 열반하신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릴수가
있다.”
그때 세존께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나는 수코티나 되는 옛적에 나타나신
인간의 최고자이신 대통지승이라는
위대한 현자의 일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있다.
그분은 그 당시 위없는 승리자셨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삼천세계의 흙을
원자 크기의 티끌로 하여
한 알의 원자를 집어
일천 국토 떨어진 곳에 둔다고 하자.
이런 식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원자도
놓아둔다고 하자.
그가 티끌상태인 흙가루를 전부 놓아두어
분말이 다 없어졌다고 하자.
그 세계에 있는 흙분말의 티끌 양은 알 수 없지만
남김없이 티끌로 해서
백 겁 지날 때마다 표적으로 한다고 하자.
그 선서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의 겁은
이처럼 헤아릴 수 없는 수코티로
모든 원자를 표적으로 해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겁이 지났다.
이렇게 먼 과거에 열반에 드신
부처님과 성문들과 보살들에 관한 모든 것을
나는 오늘이나 어제 일처럼 떠올리고 있다.
여래들의 지혜는 이와 같다.
비구들이여, 여래의 지혜는 이처럼 무한하다.
나는 더러움 없는 정확한 기억으로
백 겁이 지난 옛날 일을 깨달았다.
“비구들이여,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대통지승여래의
수명은 5백 4십만 코티 니유타 겁이었다.
일찍이 아직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했던 때의 대통지
승여래께서는 최고로 훌륭한 깨달음의 자리에 오르셔서 악마의
군세를 모두 물리쳐 이기셨다. 그리고 ‘나는 위없는 바른 깨달
음을 얻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셨다. 그러나 그때에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셨다.그분은 보리수 밑의 깨달음의 자리에
앉은 채 1중겁을 보내셨다. 두 번째 중겁도 그렇게 보내셨지만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다.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 열째 중겁도 보리수 밑의 깨
달음의 자리에 앉아서 처음의 결가부좌 자세 그대로 도중에 일
어서는 일도 없이 계속 앉아 계셨다. 마음도 몸도 움직이지 않
고 계셨으나 그때에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셨다.
그런데 비구들이여, 33천(三十三千)의 신들이 위없는 깨달음
을 얻으시도록 높이가 백천 요자나나 되는 거대한 사자좌를 마
련하였다. 대통지승여래께서 그자리에 앉으시자. 범천에 속하
는 천자들이 깨달음의 자리 주위에 모여 천상의 있는 꽃비를
내리고 공중에 바람을 일으켜 지상의 시든 꽃을 치웠다. 이처
럼 깨달음의 자리에 계신 대통지승여래께 끊임없이 꽃비를 뿌
렸는데, 꼭 10중겁 동안이었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실 때도 마
찬가지로 꽃비를 뿌려 여래를 덮었다. 한편 사대천왕에 속하는
천자들은, 훌륭한 깨달음의 자리에 오르신 여래께 경의를 표하
기 위하여 천상에 있는 신들의 큰북을 꼭 10중겁 동안 끊임없
이 울렸고, 다시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실 때까지 그 천상
의 악기를 쉴 새 없이 울렸다.ㅤ
비구들이여, 그 뒤 10중겁이 지나서 존경받는 세존이신 대통
지승여래께서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으실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여래께서 깨달음을 얻자마자 16명의 왕자들이 그
것을 알고는 – 실은 아직 태자였을 때 이 여래께는 16명의 친
아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장남은 ‘지적(智積)’이라는 이름
이었다.
비구들이여, 16명의 왕자들은 각자 재미있고 아름다우며 보
기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존경받는 여래이신 대통지
승여래께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것을 알고는 –
재미있는 장난감을 내버려둔 채 흐느끼는 모친과 유모, 대왕과
전륜성왕과 신하들 그리고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나 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대통지승여래가 계신 곳으로 갔다. 그들은 대통
지승여래를 공경, 공양하며 찬양하고 존승하기 위해 여래께로
다가가 여래의 두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며 합장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여래를 칭송
했다.”
당신께서는 위대한 의사시며 위없는 분이시며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무량한 겁 끝에
깨달음에 이르셨사옵니다.
당신의 훌륭한 서원은 이제 이루어졌사옵니다.
10중겁 동안 당신께서는 같은 자리에 앉으신 채
힘든 수행을 하셨사옵니다.
그 동안 당신께서는 한 번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시고
수족은 물론 다른 부분도 움직이지 않으셨사옵니다.
당신의 마음은 적정이고 아주 안정되어 있으며
언제나 부동의 상태여서 동요되는 일이 없사옵니다.
당신께서는 언제 어떤 경우에도
마음이 산란되는 일이 없으시며
더러움을 벗어나 완전히 적정한 경지에 계시옵니다.
당신께서는 다행히 안일함에 빠지지 않으시고
무사히 최고의 깨달음을 얻으셨사옵니다.
그 때문에 저희들에게도 이로움이 있게 되니
저희들은 행복하옵니다.
인왕(人王)의 사자(獅子)시여.
눈이 없는 이들이 불행한 것처럼
지도자의 눈이 없어서
인간은 모든 괴로움을 겪는 것이옵니다.
그들은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을 모르며
해탈을 얻기 위해 정진노력하지 않았사옵니다.
오랫동안 나쁜 일만 늘었고
천신의 무리는 줄었사옵니다.
승리자의 말씀은 전혀 들리지 않고
이 세상은 모두 어둠이 되고 암흑이 되었사옵니다.
세간을 잘 아시는 분이시여
오늘 이곳에서 당신께서는
더러움이 없는 최고의경지에 이르셨사옵니다.
저희들도 세간도 은혜롭사옵니다.
보호자이시여, 저희들은 당신을 귀의처로 하옵나이다.
“그런데 비구들이여,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16명의 왕자들은
존경받는 대통지승여래를 이와 같이 아주 적절한 게송으로 칭
송한 뒤에, ‘여래시여, 제발 가르침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선
서시여, 가르침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많은 이들의 행복과 안
락을 위하여 세간을 불쌍히 여기시어, 천신과 인간 등 대중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위하여’라고 하며, 세존께 가르침의 바
퀴를 굴리시도록(轉法輪) 간청하였다. 그때 그들은 이와 같이
게송을 읊었다.”
백 가지 복덕의 상서로운 상을 갖추신 분이시여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인도자이시여, 비길 데 없는 분이시여
위대한 성선이시여
당신께서 얻으신 극히 뛰어난 탁월한 지혜를
천신들을 포함한 세상사람들에게 설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저희들과 중생들을 구제해 주시옵소서.
저희들과 중생들이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여래의 지혜를 설해 주시옵소서.
당신께서는 인간의 모든 수행과 지혜를 알고 계시며
소원과 과거에 쌓은 복덕과 믿음도 알고 계시옵니다.
그러하오니 위없고 뛰어난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또 비구들이여, 존경받는 대통지승여래께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으셨을 때, 시방의 각 방향에 있는 5백만 코티 니
유타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거대한 광명으로 빛났다.
그 세계들 사이에는 ‘중간세계’가 있는데, 비참하며 괴로움에
싸인 깊은 암흑의 세계여서 위대한 초자연의 힘과 위력을 지닌
태양과 달도, 자신의 빛과 광채와 찬란함으로도 두루 비칠 수
가 없었다. 그런 중간세계에 거대한 광명이 출현하였다. 그래
서 그 세계에 있던 중생들은 ‘아아, 다른 중생들도 있다. 아
아, 다른 중생들도 여기에 있다’라고 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확
인하였다.
모든 세계에서 신들의 궁전이나 하늘의 탈것이, 범천의 세계
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거대한 광명으로 빛
나 신들의 위력을 압도하였다. 비구들이여, 이처럼 그 여래께
서 깨달으셨을 때 모든 세계에서는 대지의 큰 진동과 광대한
광명이 세간에 출현하였다.
그런데 동쪽으로 5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 있는 범천의
탈것은, 한층 더 강하게 번쩍이며 찬란한 광휘와 광명을 내뿜
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범천들은 그것을 보고 ‘도대체 이것이
무슨 전조인가’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구들이여, 그들은 모
두 서로의 궁전을 찾아가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모든 중생의 구제자’라는 이름의 범천이
있었는데, 그는 범천들에게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마치 환희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훌륭한 하늘의 탈것은
오늘 한층 더 강하게 번쩍이며
찬란한 광휘와 광명으로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한다.
도대체 어떤 까닭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자. 그 이유를 알아보자.
어쩌면 오늘 어떤 천자가 태어나서
그 천자의 위신력 때문에
이같이 일찍이 없었던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왕 중의 왕이신 부처님께서
오늘 어떤 세계에 출현하셔서
그때의 상서로운 상 때문에
시방세계가 광휘로 빛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구들이여, 그때 5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 있는 대범천
들은 모두 각자의 성스러운 탈것에 천상의 꽃을 수미산만큼
싣고 사방을 돌다 서방으로 향해 갔다.
비구들이여, 대범천들은 대통지승여래께서 보리수 밑의 사자
좌에 앉으시어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
라, 마후라가, 인간 그리고 인간 이외의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
며, 또 16명의 왕자가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줄 것을 간청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광경을 본 그들은 세존이 계신 곳으로
다가가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고, 세존의 둘레를
오른쪽으로 수백 수천 번이나 돈 뒤, 수미산만큼의 꽃을 세존
의 위와 보리수에 뿌렸다. 꽃을 다 뿌리자 그들은 이렇게 말하
였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시어 이 범천의
탈것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선서시여,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
시어 이 탈것을 사용해 주시옵소서.’
그러면서 자신들의 탈것을 세존께 바쳤다.
비구들이여, 그 대범천들은 각자의 탈것을 세존께 바친 뒤,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세존을 칭송했다.”
드물게 나타나시며 헤아릴 수 없는
행복과 자비로움을 베풀어주시는 승리자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당신께서는 저희들의 보호자로 교사로
스승으로 태어나셨사옵니다.
오늘 시방에 있는 것들은 은혜를 입었사옵니다.
저희들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꼭 5만 코티의 세계로부터ㅤ
승리자께 경배하기 위하여
모든 즐거움을 버리고 왔사옵니다.
하늘의 탈것들은 저희들이 과거세에 행한
선행의 결과로 장식되어 있사옵니다.
이것들을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거두어주시옵소서.
세간을 잘 아시는 분이시여
마음껏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비구들이여, 대범천들은 이와 같이 적절한 게송으로 대통
지승여래를 직접 칭송한 뒤,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선서시
여, 세간에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열
반을 설해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중생들을 구제해 주시옵소
서. 세존이시여, 세간에 은혜를 베풀어주시옵소서. 법의 왕의
신 세존이시여, 천신들과 마왕과 범천을 포함한 이 세간을 위
하여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그 가르침이야말로 많은 사람
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한 세간의 자비가 될 것이오며, 천신이
나 인간 등 대중에게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가져다주는 것이
될 것입니다.’
비구들이여, 그때 5백만 코티 니유타의 범천들은 각자 소리
를 맞추어 제창하는 것처럼,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세존께 말
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을 설해주시옵소서.
인간의 최고자시여,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자애의 힘을 보여주시옵소서.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구제해 주시옵소서.
우담바라꽃처럼 세간의 광명이신
부처님을 뵙기는 어려운 일인데
위대한 용자이여, 당신께서는 출현하셨사옵니다.
저희들은 여래이신 당신께 간청하옵나이다.
가르침을 설해 주시기를.
“비구들이여, 그때 세존께서는 대범천들에게 침묵으로 승낙
하셨다.
또 비구들이여, 같은 때에 동남쪽으로 5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 있는 범천들의 탈것이 한층 더 강하게 번쩍이며 찬란한
광휘와 광명을 내뿜고 있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범천들은 ‘도
대체 이것이 무슨 징조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비구들
이여, 그들은 모두 서로의 궁전을 찾아가 거기에 대해 이야기
했다.
비구들이여, 그때 ‘대비(大悲)’라는 이름의 범천이 다른 범
천들에게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벗이여, 모든 하늘의 탈것이
오늘 한층 더 강하게 번쩍이며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징조이겠는가?
복덕을 갖춘 천자가 오늘 세상에 오셨으므로
그 위신력 때문에 모든 하늘의 탈것이
빛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으므로
그 위신력 때문에 하늘의 탈것이
오늘 이처럼 빛나는 것인가?
모두 함께 가보자.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이런 상서로운 상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자, 우리들은 사방으로 가서
수코티의 국토를 편력해 보자.
오늘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비구들이여, 그때 5백만 코티 니유타의 범천들은 모두 각자
의 성스러운 탈것에 천상의 꽃을 수미산만큼 싣고, 사방을 이
리저리 돌다 서북쪽으로 향해 갔다. 그리고 비구들이여, 그 대
범천들은 대통지승여래께서 서북쪽에서 보리수 밑의 사자좌에
앉으셔,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마후라가,
인간 그리고 인간 이외의 것들에 둘러싸여 숭앙받으며, 또 그
의 아들들인 16명의 왕자가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실 것을 간
청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광경을 본 그들은 대통지승여래
가 계신 곳으로 다가가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고
세존의 둘레를 오른쪽으로 수백 수천 번이나 돈 뒤, 수미산만
큼의 꽃을 세존의 위와 보리수에 뿌렸다. 꽃을 다 뿌리자 그들
은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시어 이 범천들의
탈것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선서시여,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
시어 이 탈것을 사용해 주시옵소서.’
그리고는 자신들의 탈것을 세존께 바쳤다.
비구들이여, 대범천들은 각자의 탈 것을 세존께 바친 뒤, 다
음과 같은 게송으로 세존을 칭송했다.”
비할 데 없는 위대한 성선이시여
신들 중에서 최고의 신이시여
칼라빈카 새처럼 상쾌한 음성을 지니신 분이시여
당신께 경례하옵나이다.
천신들을 포함한 세간의 지도자시여
저희들은 당신께 경배하옵나이다.
보호자시여
드물게 밖에는 나타나시지 않는 당신께서는
극히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
드디어 세간에 출현하셨사옵니다.
꼭 1백 80겁 동안 이 인간계에는
부처님이 계시지 않으셨사옵니다.
꼭 1백 80겁 동안 인간의 최고자께서
계시지 않으셨기 때문에
삼악도는 가득 차고
신들의 무리는 줄었사옵니다.
그러나 이제 저희들의 눈이시며
의지처이시며 집이시며 구제자시며
아버지시며 친족이신 분
행복을 바라는 자애 깊은 법왕께서
저희들의 복덕을위해 이 세상에 출현하셨사옵니다.
“비구들이여, 대범천들은 이와 같이 적절한 게송으로 대통
지승여래를 직접 칭송한 뒤, 세존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선서시
여, 세간에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열
반을 설해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중생들을 구제해 주시옵소
서. 세존이시여, 이 세상에 은혜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세존이
시여, 신과 마왕, 범천을 포함한 이 세간을 위하여, 또 사문과
바라문을 비롯해 천신, 인간, 아수라를 포함한 생명 있는 것들
을 위해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그 가르침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한 세간의 자비가 될 것이며, 신들
이나 인간 등 대중에게 이익과 행복, 안락을 가져다주는 일이
될 것이옵니다.
비구들이여, 그때 5백만 코티 니유타의 범천들은 각자 소리
를 맞추어 제창하는 것처럼, 다음의 적절한 두 게송으로 세존
께 말씀드렸다.”
위대한 현자시여
뛰어난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시방에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고뇌하는 중생들을 주제해 주시옵소서.
육신 있는 것들에게
기쁨과 환희가 생기도록 해 주시옵소서.
그 가르침을 들으면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며
천상계에 오르기도 할 것이옵니다.
모두가 아수라의 몸을 버리고 적정하며
유화롭고 안락하게 될 것이옵니다.
“비구들이여, 그때 세존께서는 대범천들에게 침묵으로 승낙
하셨다. 또 비구들이여, 같은 때에 남쪽으로 5백만 코티 니유
타의 세계에 있는 범천들의 탈것이 한층 더 강하게 번쩍이며
찬란한 빛과 광명을 내뿜고 있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범천들
은 그것을 보고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구들이여, 그들은 모두 서로의 궁전을 찾아가 이 일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묘법(妙法)’이라는 이름의 대범천이 다른
범천들에게 두 게송을 읊었다.
벗이여, 오늘 여기 있는 하늘의 탈것이
모두 강하게 빛을 내뿜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히 이유나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 세간의 어떤 상서로운 상을 보이고 있다.
자, 그 이유를 찾으러 가자.
지난 1백 겁 동안
이같이 상서로운 상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이 세상에 천자가 태어나셨든가
아니면 부처님께서 출현 하셨을 것이다.ㅤ
“비구들이여, 그때 5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 있는 대범천
들은 모두 각자의 성스러운 탈것에 천상의 꽃더미를 수미산만
큼 싣고, 사방을 돌다 북쪽을 향해 갔다. 그리고 비구들이여,
그 대범천들은 대통지승여래가 북쪽에서 보리수 밑의 사자좌에
앉으시어, 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
후라가, 인간 그리고 인간 이외의 생명 있는 것들에 둘러싸여
숭앙받으며, 또 그의 아들들인 16명의 왕자가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줄 것을 간청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광경을 본 그들은
세존이 계신 곳으로 다가가 세존의두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
하고, 세존의 둘레를 오른쪽으로 수백 수천 번 돈 뒤, 수미산
만큼의 꽃더미를 세존의 위와 보리수에 뿌렸다. 꽃을 다 뿌리
자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시어 이 범천의
탈것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선서시여,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
시어 이 탈것을 사용해 주시옵소서.’
그러면서 자신들의 탈것을 세존께 바쳤다.
비구들이여, 그 대범천들은 각자의 탈것을 세존께 바친 뒤,
다음과 같이 적절한 게송으로 직접 세존을 칭송했다.”
세존을 뵙기는 아주 어렵나이다.
생존에 대한 애착을 끊으신 분이시여
당신의 출현을 기뻐하옵나이다.
참으로 오랜 세월 뒤인 오늘
당신께서는 세간에 출현하셨사옵니다.
저희들은 수백 겁 동안 당신을 뵙지 못했사옵니다.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이시여
생명 있는 것들의 갈망을 풀어주시옵소서.
여태껏 뵙지 못했던 당신을
저희들은 드디어 뵙는 것이옵니다.
우담바라꽃이얻기 힘든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마침내
당신을 뵐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탈것은
오늘 당신의 위신력 때문에
광휘를 내뿜었사옵니다.
널리 두루 보는 눈을 지니신 분이시여
이 하늘의 탈것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저희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데 써주시옵소서.
“비구들이여, 그 대범천들은 이와 같이 적절한 게송으로 대
통지승여래를 직접 칭송한 뒤, 세존께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세간에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열반을 설해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중생들을
구제해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세간에 은혜를 베풀어주시옵
소서. 세존이시여, 신, 마왕, 범천을 포함한 이 세간을 위해,
또 사문과 바라문을 비롯해 천신, 인간, 아수라를 포함한 생명
있는 것들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그 가르침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한 세간의 자비가 될 것
이오며, 신들이나 인간 등 대중에게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가
져다주게 될 것이옵니다.’
비구들이여, 그때 그 5백만 코티 니유타의 범천들은 각자 소
리를 맞추어 제창하는 것처럼, 다음과 같이 적절한 두 게송으
로 세존께 말씀드렸다.”
존귀하신 지도자 부처님이시여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가르침의 북을 울려주시옵소서.
또 법라(法螺)를 울려주시옵소서.
세간에 바른 가르침의 비를 내려주시옵소서.
미묘하게 울리는 훌륭한 설법을 해주시옵소서.
간청을 들으시어 가르침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수코티 니유타의 중생들을 해탈하게 해주시옵소서.
“비구들이여, 그때 세존께서는 범천들에게 침묵으로 승낙하
셨다.
이는 남서쪽에서도 서쪽에서도 서북쪽에서도 북쪽에서도 북
동쪽에서도 아래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구들이여, 그때 위쪽으로 5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 있
는 범천들의 탈것이 한층 더 강하게 번쩍이며 찬란한 광휘와
광명을 내뿜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범천들은 그것을 보고 ‘이
것이 도대체 무슨 징조인가’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모
두 서로의 궁전을 찾아가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시기(尸棄)라는 이름의 대범천이 다른 범
천들에게 게송을 읊었다.”
벗이여, 무슨 까닭에 우리의 탈것이
밝게 빛나고 있는가.
무슨 까닭에 탈것이 광명과 광채와 광휘를
한층 더 강하게 뿜고 있는가.
탈것이 광명으로 가득해서 강하게 빛나는 일은
일찍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여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맑은 업을 닦으신 천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셨든가
아니면 부처님께서 출현하셨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때 5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 있는 대범천
들은 모두 각자의 성스러운 탈것에 천상의 꽃더미를 수미산만
큼 싣고, 사방을 돌다 아래쪽으로 향해 갔다. 그리고 비구들이
여, 그 대범천들은 대통지승여래께서 아래쪽에서 보리수 밑의
사자좌에 앉으시어,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 인간 그리고 인간 이외의 생명 있는 것들에
둘러싸여 숭앙받으며, 또 그의 아들들인 16명의 왕자가 가르침
의 바퀴를 굴려줄 것을 간청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광경을
본 그들은 세존이 계신 곳으로 다가가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고 , 세존의 둘레를 오른쪽으로 수백 수천 번 돈
뒤, 수미산만큼의 꽃더미를 세존의위와 보리수에 뿌렸다. 꽃
을 다 뿌리자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시어 이 범천의
탈것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선서시여,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
시어 이 탈것을 사용해 주시옵소서.’ 그리고는 자신들의 탈것
을 세존께 바쳤다.
비구들이여, 그 대범천들은 각자의 탈것을 세존께 바친 뒤,
다음과 같이 적절한 게송으로 세존을 칭송했다.”
세간의 보호자시며 여실한 분이신
부처님을 뵙는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삼계에 속박되어 있는
중생들을 해탈하게 하시는 분이시옵니다.
두루 비춰보는 눈을 지닌 세간의 왕이신
부처님들께서는 시방을 남김없이 보시며
영생의 감로문을 열어 많은 사람을 제도하시옵니다.
부처님께서 안 계신
생각할 수도 없는 많은 겁이 흘렀사옵니다.
승리자의 왕이신 부처님들을 뵐 수 없어서
시방세계는 암흑이었사옵니다.
무서운 지옥과 축생과 아수라가 늘었으며
수천 코티나 되는 사람들이
아귀의 세계에 떨어졌사옵니다.
한편 신들의 무리도 줄었사옵니다
그들은 죽어서 악도로 가옵니다.
부처님들의 가르침을 듣지 못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악도뿐이옵니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이
청정한 수행과 이해하는 지혜와 안락
그리고 안락이라는의식을 잃었사옵니다.
그들은 예의 범절을 모르고
바르지 못한 가르침에 의지하며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없어
악도에 떨어지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세간의 광명이시여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마침내 당신께서는 나타나셨사옵니다.
모든 중생을 위하여 자비로운 분으로
출현하신 것이옵니다.
당신께서는 무사히
위없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으셨사옵니다.
천신을 포함한 이 세간과 함께
저희들은 기뻐하옵니다.
위력 있는 분이시여
당신의 위신력 때문에 저희들의 탈것은
아주 밝게 빛나고 있사옵니다.
위대한 용자시여, 당신께 그것을 바치겠사옵니다.
위대한 현자시여, 거두어주시옵소서.
지도자시여,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시여
사용해 주시옵소서.
저희들과 모든 중생들은
최고의 깨달음에 이르고 싶사옵니다.
“비구들이여, 그 대범천들은 이와 같은 게송으로 대통지승
여래를 칭송한 뒤,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선서시
여, 부디 세간에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세존이시
여, 열반을 설해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들을 구제
해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이 세간에 은혜를 베풀어주시옵소
서. 세존이시여, 사문과 바라문을 비롯해 천신, 인간, 아수라
를 포함한 생명 있는 것들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
서. 그 가르침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한 세
간의 자비가 될 것이오며, 천신이나 인간 등 대중에게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가져다주는 것이 될 것이옵니다.
비구들이여, 그때 5백만 코티 니유타의 범천들은 각자 소리
를 맞추어 제창하는 것처럼, 다음의 두 게송으로 세존께 말씀
드렸다.”
위없는 훌륭한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죽지 않는 불사의 큰북을 울려주시옵소서.
중생들을 수많은 괴로움에서 해방시켜 주시옵소서.
또 열반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시옵소서.
저희들의 간청을 받아들이시어ㅤ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저희들과 이 세간에 은혜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수천 코티 겁 동안 닦으신
감미롭고 미묘한 가르침의 소리를 들려주시옵소서.
“그래서 비구들이여, 대통지승여래께서는 시방의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범천들과 아들인 16왕자의 간청을 아시고, 세
가지 경지와 열두 가지 형태를 가진 가르침의 바퀴를 굴리셨
다. 그것은 사문이나 바라문, 신들이나 마왕, 범천이나 그 밖
의 누구에 의해서도 아직까지 세간에 굴려진 적이 없는 가르침
이었다. 즉 이것은 괴로움이며,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며, 이
것은 괴로움의 소멸이여,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
라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설하셨다. 또 연기의 과정을 다
음과 같이 자세하게 설하셨다.
‘비구들이여, 무지(無知)로 인하여 생성하는 작용이 생기
며, 생성작용이 조건이 되어 식별하게 되며, 식별이 조건이 되
어 심적이고 물적인 존재가 있게 되며, 심적․물적 존재가 조
건이 되어 여섯 가지 인식기관이 있으며, 인식기관이 조건이
되어 접촉이 있으며, 접촉이 조건이 되어 감수가 있으며, 감수
가 조건이 되어 갈애가 있으며, 갈애가 조건이 되어 집착이 있
으며, 집착이 조건이 되어 생존하게 되며, 생존이 조건이 되어
태어나게 되며, 태어나는 것이 조건이 되어 늙음과 죽음, 괴로
움과 슬픔, 걱정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 전부가 괴로움인 거대한 괴로움 덩어리가 생기
는 것이다. 또 반대로도 성립한다. 무지가 없어지면 생성작용
이 없어지고, 생성작용이 없어지면 식별작용이 없어지고, 식별
작용이 없어지면 심적․물적인 존재가 없어지고, 심적․물적존
재가 없어지면 여섯 가지 인식기관이 없어지고, 인식기관이 없
어지면 접촉이 없어지고, 접촉이 없어지면 감수가 없어지고 감
수가 없어지면 갈애가 없어지고, 갈애가 없어지면 집착이 없어
지고, 집착이 없어지면 생존이 없어지고, 생존이 없어지면 태
어나는 것이 없어지며, 태어나는 것이 없어지면 늙음과 죽음,
괴로움과 슬픔, 걱정이 없어진다.
이렇게 하여 전부가 괴로움인 거대한 괴로움 덩어리가 없어
진다’라고.
비구들이여, 대통지승여래께서 신과 범천, 사문과 바라문,
천신, 인간, 아수라를 포함한 생명 있는 것들이 모인 곳에서
가르침의 바퀴를 굴리시자마자, 그 순간에 6백만 코티 니유타
의 사람들이 집착을 떠나게 되고 마음이 번뇌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세 가지 지혜와 여섯 가지 신통을 갖추고,
여덟 가지의 해탈을 위하여 선정에 힘썼다.
또 비구들이여, 대통지승여래께서는 순서대로 두 번재, 세
번째, 네 번째 설법도 하셨다. 그래서 그 설법 때마다 강가 강
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백천 코티 니유타의 인간들이 집착을
떠나게 되고, 마음이 번뇌에서 해방되었다. 비구들이여, 그 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세존의 제자가 되었다.
또 비구들이여, 그때 16왕자들은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맑은
신앙으로 집을 떠나 출가생활을 시작했다. 사미가 된 그들은
모두 박식하고 총명하고 유능했으며, 모두 과거세에 수백 수천
이나 되는 많은 부처님들 밑에서 수행했으며, 위없는 바른 깨
달음을 구했다. 그때 비구들이여, 그 16명의 사미들은 대통지
승여래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나 되는 이 제자들은 세
존의 설법 덕분에 위대한 신통과 위대한 위신력과 위대한 위엄
을 얻게 되었사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여래를 본받으려 하오
니, 부디 저희들을 자비로이 여기시어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대한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의
지견을 얻고자 하옵니다. 세존이시야말로 이런 바람을 가진 저
희들의 증인이시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의 바
람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옵니다’라고.
비구들이여, 그때 어린 왕자들이 출가해서 사미가 된 것을
본 전륜왕의 시종 중 반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출가했다.
비구들이여, 그때 대통지승여래께서는 사미들의 소원을 아시
고 2만 겁이 지난 뒤,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 즉
모든 부처님께서 존중하는 광대한 경전이며, 보살을 위한 가르
침을 사부대중 모두에게 자세하게 설하셨다.
또 비구들이여, 그때 왕자였던 16명의 사미들은 세존의 가르
침을 듣고 분명히 이해하고 기억하며 만족하였다.
비구들이여, 그곳에서 대통지승여래께서는 16명의 사문들에
게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이르리라는 수기를 주셨다. 대통지승
여래께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하셨을 때, 제
자들과 16명의 사미들 모두가 그 가르침을 믿고 이해했으나 수
백 수천 코티 니유타나 되는 인간들은 도리어 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비구들이여, 대통지승여래께서는 ‘바른 가르침의 백
련’이라는 법문을 8천 겁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설하신 뒤, 선
정을 닦기 위해 승원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는 8만 4천 겁 동
안 승원에서 선정에 들어 계시었다.
그때 비구들이여, 16명의 사미들은 대통지승여래께서 선정
에 드신 것을 알고 각자 설법의 자리인 사자좌를 마련하여 그
위에 앉아 대통지승여래께 절한 뒤,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
라는 법문을 8만 4천 겁 동안 사부대중을 향하여 자세히 설하
였다. 비구들이여, 그곳에서 보살의 위치에 있는 사미들은 6백
만억 니유타나 되는 많은 인간들을 위없는 깨달음에 이르도록
성숙시키고 인도하여 깨닫게 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 뒤 대통지승여래께서는 8만 4천 겁이 지나자
새로운 마음으로 삼매에서 깨어나셨다. 그리고 설법의 자리에
다가가시어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이여, 대통지승여래께서는 그 자리에 앉으시자마자
먼저 청중들 모두를 보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16명의 사미들은 훌륭하고 보기 드문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지혜가 있으며,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부처
님을 섬기고 수행하며, 부처님의 지혜를 존숭하고 몸에 익혀
사람들을 그 속으로 인도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가르치기 때문
이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이 16명의 사미에게 몇 번이라도
봉사하여야 한다. 비구들이여, 성문의 길을 걷는 이든 독각의
길을 걷는 이든 보살의 길을 걷는 이든 이 사미들의 설법을 단
념하지 않고 물리치지 않는 자는, 누구라도 모두 빨리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며 여래의 지혜를 이를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16명의 아들들은 세존의 가르침 밑에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되풀이 설할 것이다. 또 비구들이
여, 16명의 보살대사는 각자 6백만억 니유타나 되는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 중
생들은 모두 16명의 보살이며 대사인 사미와 함께 다시 태어날
때마다 출가하여, 그들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 이
렇게 하여 그 중생들은 4만 코티의 부처님들을 기쁘게 하여 왔
으며, 그중 어떤 이는 오늘도 기쁘게 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16명의 어린 왕자들은 모두 세존 밑에서 사미가
되고 설법자가 되었는데, 그들은 그 뒤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
음을 얻었으며, 지금은 시방에 있는 여러 부처님의 국토에서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많은 성문과 보살들에게 가르침을 설
하고 계신다.
비구들이여, 동쪽에서는 ① ‘묘희(妙喜)’세계에 ‘아촉여래’
가 계시며 ② 수미산의 산정인 ‘수미정(須彌頂)여래’가 계시며
③ 동남쪽에는 사자의 포효인 ‘사자음(師子音)여래’와 ④ 사자
의 표시인 ‘사자상(師子相)여래’가 계시며 ⑤ 남쪽에는 허공에
안주하는 ‘허공주(虛空住)여래’와 ⑥ 언제나 완전한 열반에 들
어 계시는 ‘상멸(常滅)여래’가 계시며 ⑦ 남서쪽에는 제석천의
표시인 ‘제상(帝相)여래’와 ⑧ 범천의 표시인 ‘범상(梵相)여
래’가 계시며 ⑨ 서쪽에는 무량한 수명인 ‘아미타(阿彌陀)여
래’와 ⑩ 모든 세계의 재난과 고뇌로 부터 벗어난 ‘도일체세간
고뇌(度一切世間苦惱)여래’와 ⑫ 수미산과 같은 ‘수미상(須彌
相)여래’가 계시며 ⑬ 북쪽에는 구름소리의 등불인 ‘운자재(澐
自在)여래’와 ⑭ 구름소리의 왕인 ‘운자재왕(雲自在王)여래’가
계시며 ⑮ 북동쪽에는 모든 세간의 공포나 두려움을 없애는
‘괴일체세간포외(壞一切世間佈畏)여래’가 계신다. 그리고 중앙
에 있는 이 사바세계에는 열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석가모니라
는 이름의 여래가 위없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비구들이여, 그때 중생들은 사미인 우리에게서 가르침을 들
었으며, 우리는 대통지승여래의 가르침 밑에서 위없는 깨달음
에 이르도록 중생을 인도했는데, 그 수는 우리 16명의 보살대
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였다. 비구들이여, 그 사람들은 지금 성문의
단계에 있어 , 점차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향하여 성숙하게 될
것 이다. 이것은 그들이 위없는 깨달음에 이르기 위하여 밞아
야 하는 순서이다.
왜냐하면 비구들이여, 여래의 지혜는 이와 같이 믿고 따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비구들이여, 보살이었던 내가 세존의 가
르침 밑에서 일체지자의 가르침을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
은 수백 수천 코티의 중생들에게 설했는데, 그 중생들이란 과
연 누구이겠는가?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그때 그곳의 중생들이
었다.
또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들어간 미래세에도 성문들이 있을 것
인데, 그들은 이 경을 설하는 보살의 가르침을 듣고도 ‘우리는
보살’이라고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잘못된 소승적인 ‘완전한
열반’의 관념을 가지고,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내가 각각 다른 이름으로 다른 세계에
있을 때, 그들은 다시 그곳에 태어나 여래의 지혜를 구할 것이
다. 그때 그들은 다시 ‘여래들의 완전한 열반은 오직 하나며,
그 밖에 제2의 열반은 없다’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제2, 제3의 열반을 설하는 것은 여래
들의 절묘한 방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구들이여, 여래
께서는 자신이 완전한 열반에 들어갈 시기를 아시므로, 모인이
들이 청정하고 믿고 따르는 마음이 굳으며, 공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선정에 노력하며, 위대한 선정을 몸에 익히고 있
는 것을 똑똑히 보신다면 ‘지금이야말로 설법할 때이다’고 느
끼시고, 모든 보살과 성문들을 모이게 하시어 이 경의 의미를
설하실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 세상에 제2의 탈것이나 제2의 열반은 절대
로 없다. 하물며 제3의 것은 어떻겠는가’라고.
비구들이여, 여래께서는 중생들이 오랫동안 파멸에 떨어져
천한 것을 즐기며, 애욕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그들이 믿고 이해할 수 있는 열반을 설하신다. 이것은 여래의
절묘한 방편이다.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여기 5백 요자나의 밀림이 있다고 하
자. 보물섬에 가기 위해 사람들의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들 중
밀림의 사정을 잘 아는 길 안내자가 있어, 사람들이 밀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쓴다고 하자. 그런데 사람들은 지쳐서 두
려워 떨며 말한다.
‘길을 안내하는 벗이여 , 지도자여, 우리들은 지쳤고 두려워
떨며 불안에 시달리고 있소. 그러니 되돌아 갑시다. 밀림은 계
속될 것이오.’
비구들이여, 그때 방편에 뛰어난 길 안내인은 사람들이 되돌
아가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저 훌륭한
보물섬에 갈 수 없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자비로운
마음에서 방편을 쓴다. 그는 신통력으로 그곳에서 1요자나나 2
백 요자나 혹은 3백 요자나 떨어진 밀림 속에 성을 만들어 사
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되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저곳에서 쉬도록 합시다. 볼일이 있는 사람은 저곳에서 해주십
시요, 저곳에서 편안히 푹 쉰 뒤, 보물섬에 가시다.’
비구들이여, 그때 밀림에 들어선 사람들은 놀라고 신기해하
며 그곳에서 쉬기로 하였다. 사람들은 신통력으로 된 성으로
들어가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으며 밀림을 다 벗어났다고 생각
하여, ‘이제 살았다’고 한다. 그 뒤 그들의 피로가 풀린 것을
안 안내인은 다시 그 성을 없애버린 뒤 사람들에게 말한다.
‘여러분, 보물섬은 이 근처입니다. 이 성은 여러분들이 쉴
수 있도록 내가 신통력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비구들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여래께서는 그대들과 모든 중
생들의 안내인이시다. 그래서 여래는 이렇게 생각하신다.
‘번뇌의 밀림은 거대하다.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나 중생들
은 부처님의 지혜는 오직 하나(一佛乘)라고 듣고 두려워 되돌
아가려고 한다. 또 부처님의 지혜를 얻는 데는 무수한 어려움
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진해서 부처님께 다가가려고 하
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그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이 의지가 약한 것을 아시고, 마치
길 안내인이 사람들을 쉬게 하기 위하여 신통력으로 성을 만들
어 쉬게 한 뒤 ‘이것은 신통력으로 만든 성이다’라고 한 것처
럼, 여래께서도 위대하고 절묘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쉬게 하시
려고 도중에 두 가지 열반의 경지를 설하신다. 즉 성문의 경지
와 독각의 경지이다. 그리고 비구들이여, 중생들이 그 경지에
안주한다면, 그때 여래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실 것이다.
‘비구들이여, 아직 그대들은 할 일을 다 끝낸 것이 아니며,
해야 할 의무를 다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래의 지혜는 그다
지 머지 않았으니 똑똑히 관찰하여라. 주의 깊게 관찰하여라.
그대들의 열반은 진실한 열반이 아니다. 오직 하나의 탈것이
있을 뿐인데, 세 가지 탈것을 설한 것은 여래의 절묘한 방편인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그때 세존께서는 이 의미를 더 자세히 말씀하시려고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세간의 지도자이신 대통지승여래께서
깨달음의 자리에 앉아 계실 때
최고의 진리를 보셨지만
꼭 10중겁 동안 위없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셨다.
천신, 용, 아수라, 야차 들은
그 승리자를 공양하는 데 애썼으며
깨달음을 얻으셨을 때
그분의 위와 그 장소에 꽃비를 뿌렸다.
그들은 승리자를 숭앙하고 공양하느라고
공중에서 큰북을 울렸는데
승리자께서 위없는 경지를 깨달으시는 데
너무 시간이 걸리므로 마음을 졸였다.
10중겁 뒤 대통지승여래께서는
위없는 깨달음에 이르셨다.
그때 천신, 용, 아수라 들은
모두 기쁨에 넘쳤다.
16명의 아들들은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덕이 높은 용자로
수천 코티의 사람들의 안내를 받으며
인간 중 최고자이신 왕께 다가갔다.
그리고 세존의 두 발에 조아려 절하고 난 뒤
‘부디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사람 중의 왕이시여
설법으로 저희들과 세상사람들에게
만족을 주시옵소서’라고 간청했다.
위대한 지도자께서 오랜 세월 뒤에
마침내 출현하신 것은
이 시방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간들에게 상서로운 상으로 알리기 위하여
그분께서는 범천의 탈것을 진동시키셨다.
동쪽에 있는 5만 코티의 국토가 진동하였고
그곳에 있는 범천의 훌륭한 탈것이
한층 더 강한 빛을 내뿜었다.
범천들은 이와 같은 조짐을 알고
세간의 지도자이신 왕께 다가가 말씀드렸다.
그들은 지도자께 여러 가지 꽃을 뿌리고
하늘의 탈것을 모두 바쳤다.
그들은 가르침의 바퀴를 굴리시도록 간청하고
세송으로 찬탄하였다.
왕 중 왕께서는
‘아직 내가 설할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시고 침묵을 지키셨다.
남쪽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서쪽이나 북쪽
또는 천상이나 천하 각 방위의 중간인
사유(四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수천 코티의 범천들이 그곳으로 와서
꽃을 뿌리고 두 발에 조아려 절하며
탈것을 모두 바치고 찬탄한 뒤
다음과 같이 간청하였다.
‘무한을 꿰뚫어보는 눈을 지니신 분이시여
가르침의 바퀴를 굴려주시옵소서.
수코티의 겁이 지나도 당신을 뵙기는 어렵사옵니다.
과거부터 지니신 자애의 힘을 드러내주시옵소서.
불사인 감로의 문을 열어주시옵소서.’
무한을 꿰뚫어보는 눈을 지니신 분께서는
이 간청을 아시고 여러 종류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즉 네 가지 거룩한 진리와 연기를 자세히 설하셨다.
무한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신 분께서는
무지를 비롯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무한한 괴로움을 설하셨다.
‘이 모든 잘못은 태어남에서 생긴 것으로
인간의 죽음도 이 같은 것이라고 알아야 한다’라고.
여래께서 여러 가지로 무한한 종류의
가르침을 설하자
그것을 들은 80코티 니유타의 사람들이
즉시 성문의 경지에 이르렀다.
또 그 뒤 승리자께서 여러 가르침을 설하셨을 때는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청정한 사람들이
즉시 성문이 되었다.
그래서 승단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가 되었다.
한 사람씩 헤아리려면 수코티 겁이지나도
끝이 없을 정도였다.
여래의 친아들인 16명의 왕자들은
모두 출가해서 사미가 되었는데
그들이 승리자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최고의 가르침을 설해 주시옵소서.
모든 승리자들의 최고자시여
당신처럼 저희들도 세간을 잘 아는
지혜있는 부처님이 되리라는 것을.
용자시여, 당신께서 맑은 눈을 지니신 것처럼
모든 중생들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승리자께서도 자신의 어린 친아들의
이와 같은 바람을 아시고
수코티 니유타의 많은 비유로
가장 뛰어난 최고의 깨달음을 설하셨다.
또 수천 가지 이유를 들어 가르침을 설하셨고
신통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세간의 보호자께서는 수행에 절묘한 보살처럼
진실한 수행을 보이셨다.
이렇게 해서 세존께서는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광대한 경전을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수천의 게송으로 설하셨다.
승리자께서는 이 경전을 설하신 뒤
승원에 들어가셔서 같은 자리에서
꼭 84겁 동안 삼매에 드셔서 고찰하셨다.
한편 사미들은 여래께서 승원에 앉으신 채
밖으로 나오지 않으시는 것을 알고
수코티의 많은 인간들에게
더러움 없는 부처님의 지혜를 설해 주었다.
그때 그들은 각자 설법의 자리에서
중생들에게 이 경전을 설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그분을 도왔다.
그때 그들은 각자 강가 강의 모래알수처럼 많은
6만이나 되는 무량한 사람들에게
이 경전을 설해 주었으며
무수한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뒤에도
그들은 수행을 거듭하여 수코티의 부처님을 뵈었다.
그때 그들은 자신들이 설법한 중생들과 함께
인간의 최고자를 공양했다.
16명의 아들들은 광대하며 훌륭한 수행을 해서
시방에서 깨달음을 얻었으며
모든 방향에서 각각 두 사람씩 승리자가 되었다.
그 당시 그들의 가르침을 들은 중생들은
모두 16명의 승리자들의 제자(성문)였는데
승리자께서는 그들을 여러 가지 방편으로
점차적으로 최고의 깨달음에 이르게 하셨다.
나도 승리자들 중 한 사람으로 그 속에 있었는데
그대들은 모두 그때 나의 가르침을 들은 자이다.
이런 까닭에 지금은 내 제자인 그대들을
나는 절묘한 방편으로 최고의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과거의 이와 같은 이유와 연(緣)으로
나는 지금 그대들에게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가르침을 설하며
이 가르침으로 그대들을 최고의 깨달음으로 이끈다.
비구들이여, 이런 상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아무도 없는 두렵고 무서운
숲이 있다고 하자.
피난처도 없고 은신처도 없으며
많은 맹수가 살며 식수도 없어
그곳에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참으로 두려운 곳이라고 하자.
또 그곳에는 여행을 떠난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아무것도 없는 숲은
거리가 5백 요자나나 된다고 하자.
인덕이 있으며 주의 깊고 현명하며
또 침착하고 훈련을 거듭해서
노련한 남자가 이 무서운 숲을 통과하기 위한
안내인이 되었다고 하자.
수코티의 사람들은 너무 지쳐서
안내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벗이여, 우리는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소.
우리들은 되돌아가고 싶소.’
그때 노련하고 현명한 지도자는
‘만약 되돌아간다면 보물을 포기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생각해서
방편을 쓰기로 했다.
‘나는 지금 신통력으로 수천 코티의
아름다운 집과 절과 유원지로 된
큰 도시를 만들어내야겠다.
연못과 강도 있고 숲과 꽃들도 아름다우며
성벽과 성문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선한 남녀들이 사는 곳을 만들어내자’라고.
신통력으로 도시를 만든 뒤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기뻐하시오.
우리들은 큰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쉬도록 합시다’라고.
또 ‘여기서 마음 편히 쉬십시오.
우리들은 이제 숲을 다 지났습니다’라는
격려의 말을 했으므로 모두 힘이 났다고 하자.
그리고 모두가 충분히 휴식한 것을 알고
모두 모이게 한 뒤 이렇게 말했다.ㅤ
‘자,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도시는 내가 신통력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당신들이 피로한 것을 알고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만든 것입니다.
이 도시는 나의 절묘한 방편입니다.
그러니 이제 보물섬으로 가기 위해 노력합시다’라고.
비구들이여,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수천 코티나 되는 사람들의 안내인이며
지도자로서 그들이 지쳐서
번뇌의 껍질을 부수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래서 나는 ‘중생들이 열반의 평온을 얻는다면
피로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것은 모든 괴로움의 적멸로
그대들은 아라한의 경지를 얻었으며
할 일은 다했다’라고 설했다.
그 뒤 그대들이 평온한 상태에 안주해서
모두가 아라한이 된 것을 확인하고
모두를 불러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가르침대로
대승의 진실한 뜻을 밝힌다.
위대한 여래께서 세 가지 가르침을 설한 것은
여래의 절묘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탈것은 오직 하나지만
중생들을 휴식시키기 위해
다른 두 가지 탈것을 설하신다.
비구들이여, 이런 까닭에 나는 오늘
그대들에게 진실을 설한다.
‘그대들은 일체지자의 지혜를 얻기 위해
전념해서 정진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참된 열반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일체지자의 지혜와
승리자의 덕인 10덕을 얻을 때
32상을 지니신 부처님이 되어
참된 열반을 얻을 것이다.
여래들의 가르침은 이와 같다.
중생을 휴식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열반을 얻을 것이라고 하신 뒤
충분한 휴식을 하면 참된 열반을 얻게 하기 위해
일체지자의 지혜로 이끄신다’라고.
제 8장 오백 제자에게 수기(五白弟子授記品)
그때 부루나 존자는 세존으로부터 친히 절묘한 방편지견(知
見)과 깊은 의미의 가르침을 들었으며, 또 위대한 성문들에 대
한 말씀과 과거의 인연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세존의
위엄이 이와 같음을 알고는, 경이로운 마음으로 감동하여 세속
적인 생각을 떠난 순수한 기쁨과 환희의 마음으로 가득 찼다.
그는 커다란 기쁨과 환희의 마음,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경의
의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 아래에 엎드려 다음
과 같이 생각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옵나이다. 각각 다른 근기를 가진 세상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방편으로 가르침을 설하시고, 또 집착해
있는 중생들을 해탈케 하시니, 이는 바른 깨달음을 얻으신 여
래들께서 하신 아주 어려운 일이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
들은 아무런 능력도 없사옵니다. 오직 여래께서만이 저희들의
바람과 과거세의 일과 수행을 아시옵니다’라고.
그는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나서, 세존께 경
의를 표하면서 조금도 눈을 움직이지 않고 세존을 우러러 보면
서 한쪽에 멈춰섰다.
그때 세존은 부루나 존자가 원하는 바를 꿰뚫어보시고 비구
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부루나를 보라. 부루나 존자는 내가
비구 승단의 설법자 가운데 제1인자라고 해서 많은 덕을 칭찬
한 이이며, 또 내 가르침 밑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른 가
르침을 익히고자 전념한 이이다. 즉 그는 사부대중들에게 가르
침을 전하며 분발하고 환희하게 하는 이이며, 가르침을 설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으며, 또 가르침을 해설하는 능력이 있으며,
동료 수행자들을 도울 수 있는 이이다.
비구들이여, 여래를 제외하고는 가르침의 의미나 문자의 지
식에 관해 부루나를 능가할 이는 없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단지 나의 바른 가르침을
지키는 이가 아니다. 결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
면 나는 과거에 출현하신 99코티의 부처님들에 대해 바른 가르
침을 익혔다. 그는 늘 설법자 중의 제1인자였으며, 어디서나
공성(空性)을 터득한 이였으며, 어디서나 네 가지의 명석한 지
혜, 즉 사무애지(四無碍智)를 터득하고 있었다. 또 어디서나
보살의 신통을 터득해서 아주 적절하게 가르침을 설했고, 아무
런 의심도 없이 가르침을 설하는 이였으며, 청정한 가르침을
설하는 이였다.
또 그는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순결한 생활인 범행을 해서, 모든 곳에서 진실로 ‘가르침을 듣
는자, 즉 성문’이라고 여겨졌다. 그는 진실로 성문이라고 여겨
지는 방편에 의해 무량하고 무수한 백천 코티 니유타의 중생들
을 이롭게 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도록 했다. 또 모든 곳에서 중생들을 위한 부처님의 교화
를 돕고, 모든 곳에서 자신이 있는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
고, 중생들을 성숙시키는 일에 전념했다.
비구들이여, 비파신을 비롯한 과거 일곱 분의 여래들 밑에서
도 부루나야말로 설법자 중의 제1인자였다.
또 비구들이여, 미래세에 현겁(賢劫)사이에 네 분의 과거불
만이 빠진 천 명의 부처님께서 나타나실 것인데, 부루나야말로
그들의 가르침 밑에서도 설법의 제1인자가 될 것이며, 바른 가
르침을 지키는 이가 될 것이다. 그는 미래세에도 헤아릴 수 없
는 부처님들의 바른 가르침을 지키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
에게 이익을 가져오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위없는 깨달
음을 이룰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쉼 없이 자신이 있는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
며, 중생들을 성숙시키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보살의 수행을 성취해서 헤아릴 수 없는 겁 뒤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는 ‘법명(法明)’이라는 이름의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 즉 지혜와 덕행을 함께 갖춘 선서
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 되어
이 세상에 나타나 자신의 국토에 출현하실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그때 이 부처님은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
은 삼천대천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부처님의 국토로 할 것이다.
이 부처님의 국토는 손바닥처럼 평탄하며, 칠보로 되어 있고
기복이 없으며, 칠보로 만든 누각으로 가득할 것이다. 천신들
은 하늘의 탈것을 타고 허공에 나타날 것이므로, 천신들도 인
간을 볼 수 있고, 인간도 천신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그때 이 부처님의 국토에는 어떤 악도 없고
나쁜 결과도 없으며 부녀자도 없을 것이다. 모든 중생들은 자
연히 발생한 것(化生)으로 순결한 생활을 보내며, 신체는 마음
으로 되어 있어서 스스로 빛을 발하며, 신통을 갖추어 중천을
날며, 정진노력에 힘써 사려가 깊고 지혜가 있으며, 몸은 금색
이며 위대한 인물이 지닌 32가지 상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그때 그 부처님의 국토에 있는 중생들의 식
량은 가르침의 기쁨이라는 ‘법희식(法喜食)’과 선정의 기쁨이
라는 ‘선열식(禪悅食)’의 두 종류뿐일 것이다. 또 헤아릴 수
없는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이 있어 신통력과 명석한 지혜
로 중생들을 절묘하게 깨닫게 할 것이다. 또 이 부처님께는 큰
신통력과 위대한 위신력을 가지며 여덟 가지 해탈을 위해 선정
에 힘쓰는 많은 성문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그 부처님의 국
토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공덕을 갖춘 곳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겁의 이름은 ‘보명(寶明)’이고, 그 세계의 이름은
‘선정(善淨)’일 것이다. 또 이 부처님의 수명은 헤아릴 수 없
는 겁일 것이다. 바른 깨달음을 얻은 법명여래가 완전한 열반
에 들어가신 뒤에도 바른 가르침은 아주 오래 계속될 것이며,
그 세계는 ‘보옥(寶玉)’으로 된 탑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그 부처님의 국토는 사유를 초월한 공덕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으셨다.
비구들이여,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라.
절묘한 방편을 잘 터득한 나의 아들이
어떻게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수행을 했는지에 대해.
나의 아들인 이 보살들은
중생들이 천한 것을 바라고 지향하며
큰 탈것을 아주 두려워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방편으로 성문이 되거나
독각의 깨달음을 나타내 보이는 등
갖가지 절묘한 방편으로 많은 보살들을 성숙시킨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들은 성문이므로
최고의 깨달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수코티의 중생이
그들을 따라 수행해서 대승에 이른다.
천한 것을 바라고 지향하던 아주 태만했던 그들도
마침내 모두 부처님이 된다.
또 그들은 남몰래 보살 수행을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적은 성문이다’
라고 한다.
윤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이면서
자신이 있는 국토를 정화한다.
그들은 자신이 애착하고 증오하며
어리석은 것도 보이며
중생들이 잘못된 견해에 집착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 견해에 따르기도 한다.
나의 제자인 성문들은 이와 같은 절묘한 방편으로
중생들을 해탈시킨다.
만일 그들이 행한 여러 가지 방편을 밝힌다면
무지한 사람들은 머리가 이상해질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의 제자 부루나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기 위하여
이제까지 수천 코티의 부처님들 밑에서
수행해 왔으며
그분들의 바른 가르침을 익혀왔다.
그는 어디에서나 최고의 성문이었다.
박식하며, 매력적인 언변가였으며
두려움 없이 자신있게 중생들을 기쁘게 하는
언제나 지칠 줄 모르는 이였다.
또 언제나 부처님께서 교화하시는 일을 도와왔다.
언제나 위대한 신통력과 사무애지를 갖추었고
중생들의 여러 가지 상황을 잘 알았으며
언제나 청정한 가르침을 설한다.
그는 최선의 바른 가르침을 설해서
수천 코티의 중생들을
최고의 탈것으로 이르게 했으며
자신이 있는 국토를 훌륭히 정화해 왔다.
그는 미래세에도 수천 코티의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최선의 바른 가르침을 익혀
자신이 있는 국토를 정화할 것이다.
두려움이 없고 자신에 찬 그는
언제나 수천 코티의 절묘한 방편으로
가르침을 설하는데
많은 중생들을 더러움이 없는 일체지자의 지혜에
이르게 할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지도자인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언제나 최선의 바른 가르침을 수지한 뒤에
시방에 이름이 알려진
법명이라는 부처님이 될 것이다.
또 그가 부처님이 되었을 때
그 국토는 아주 청정할 것이며
칠보로 되어 있어 언제나 두드러질 것이다.
또 그 겁은 보명이라는 이름이며
그 세계의 이름은 선정일 것이다.
이 선정이라는 세계는 위대한 신통을 가진
수천 코티의 보살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들은 청정하고 위대한 신통인
위덕력을 갖춘 보살들이다.
마찬가지로 그때 그 지도자들에게는
수천 코티의 성문들도 있을 것이다.
그 성문들은 위대한 신통을 갖추고
여덟 가지 해탈을 위하여 선정에 힘쓰며
명석한 지혜를 터득한 이들일 것이다.
또 그 부처님의 국토에서는
모든 중생이 청정하고 순결한 생활을 하며
그들은 모두 자연히 발생한 화생으로
몸은 금색이고 32상을 갖출 것이다.
또 그 부처님의 국토에서는
‘가르침의 기쁨’과 ‘선정의 기쁨’이라는 식량 외에는
따로 식량이 필요 없을 것이다.
또 거기에는 부녀자도 없으며
나쁜 일도 없고
나쁜 일에 대한 두려움도 없을 것이다.
완전한 덕을 갖추고 있는
부루나의 뛰어난 국토는 이 같은 것으로
아주 훌륭한 중생들이 모여 있을 것이다.
이상은 극히 일부분을 말한 것이다.
그때 자재를 얻은 1천 2백 명의 아라한들에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들은 놀라웁고 신기할 뿐이다. 만일 세존께서 다른 위
대한 성문들에게 수기해 주신 것처럼,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에게도 수기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세존께서는 위대한 성문들의 마음을 꿰뚫어보시고, 가섭 존
자를 향하여 말씀하셨다.ㅤ
“가섭이여, 1천 2백 명의 자재를 얻은 이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에게 수기를 주겠다. 가섭이여, 그중에서 대성문 교진여
비구는 620만 코티 니유타의 부처님들 뒤에 ‘보명(普明)’이라
는 이름의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 즉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신 분
이 될 것이다. 가섭이여, 그곳에는 보명이라는 같은 이름의 5
백 분의 여래들이 계실 것이다. 그리고 5백 명의 위대한 성문
들이 순서대로 계속해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어 모두가 보
명이라는 이름의 여래가 될 것이다. 그 대성문이란 가야가섭,
나제가섭, 우루빈나가섭, 가라, 가유타이, 아니루다, 이바타,
겁빈나, 박구라, 주타, 사가타를 비롯한 5백 명의 자재자들
이다.”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성이 교진여인 이 제자는 무한겁이 지난 미래에
세간의 보호자인 여래가 되어
수천 코티의 인간들을 교화할 것이다.
그는 무수히 많은 부처님들을 뵌 뒤
무한겁이 지난 뒤
미래에 보명이라는 승리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처님의 국토는 청정할 것이다.
그는 빛을 발하며 부처님의 힘을 갖추어
시방에 울려퍼지는 명성을 지니고
수천 코티의 인간들로부터 숭앙받아
가장 뛰어난 최고의 깨달음에 대해 설할 것이다.
또 거기에 있는 보살들은 아주 근면하며
훌륭한 하늘의 탈것을 타고 소요, 고찰하면서
청정한 계를 지니고 언제나 선행에 힘쓴다.
그들은 인간 중 최고자의 가르침을 듣고
언제나 다른 부처님의 국토를 방문해서
수천의 부처님을 예배하고
그들에게 큰 공양을 올린다.
그때 그들은 한 순간에
자신들의 지도자인 보명이라는
사람 가운데 최고자의 국토에
돌아올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선서의 수명은 꼭 6만 겁으로
이 부처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뒤
그의 바른 가르침은 수명보다 두 배나 길게
이 세상에서 존속할 것이다.
바른 가르침과 유사한 가르침은
다시 그 세 배 정도 긴 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의 바른 가르침이 소멸했을 때
인간도 천신도 괴로워하게 된다.
이 5백 명의 비구들은 계속해서
보명이라는 같은 이름의 지도자가 된 뒤
사람 중에서 최고의 승리자가 되어
후계자로서 나타날 것이다.
5백 명 불타들의 빛의 장엄은 서로 비슷하며
신통력도 국토도 성문이나 보살의 무리도
그리고 바른 가르침도 마찬가지로 비슷하며
바른 가르침이 계속되는 기간도 비슷할 것이다.
내가 조금 전에 사람 중의 최고자인
보명여래를 칭찬한 것과 같이
그때 세간에서는 5백 부처님 모두를 칭찬할 것이다.
내가 지금 세간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비로운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이분은 내 바로 뒤에
보명여래가 될 것이다’라고 수기할 것이다.
가섭이여, 그대는 5백 명의 자재를 얻은 이들과
다른 제자들에 대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없는 다른 성문들에게도
이 사실을 말해 주도록 하여라.
그 5백 명의 아라한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수기를 듣고 만족
해서 환희에 넘쳐,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
세존의 두 발에 이마를 대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잘못을 참회하나이다. 저희들은 언제
나 ‘우리는 이미 완전한 열반을 얻었다’라는 생각에 깊이 젖어
있었사옵니다. 그것은 저희들이 무지하고 어리석고 도리를 몰
랐기 때문이옵니다. 여래의 지혜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어야
할 저희들이 다음과 같은 한정된 지식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
옵니다.
세존이시여, 예를 들면 어떤 남자가 친구 집에 가서 술에 취
해 정신을 잃거나 졸고 있을 때, 그 친구가 ‘이 보석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는데’라고 하며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고가의 보
석을 그 친구의 옷 끝에 동여매었습니다. 그 뒤 그 친구는 자
리에서 일어나 여행을 계속하다가, 어떤 곳에서 어려움을 만났
사옵니다. 음식이나 의복을 구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어서, 고
생끝에 겨우 조금이라도 손에 넣게 되면 거기에 만족할 것이옵
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이 남자의 옛 친구로, 그의 옷 끝에
값을 매길 수도 없는 귀중한 보석을 동여매어 두었던 남자가
그를 다시 만나서 이렇게 말했사옵니다.
‘아아, 친구들여, 그대는 왜 음식과 의복을 구하려고 고생하
고 있는가? 나는 그대가 마음대로 편히 지낼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보석을 그대의 옷 끝에 동여매어 두었는데. 아아, 친구
여, 나는 그대에게 이 보석을 선물하였다. 그래서 보석을 옷
끝에 이렇게 동여매어 두었다. 그런데도 그대는 ‘자기 옷에 무
엇이 동여매여 있는지, 누가 동여매어 놓았는지, 무슨 이유로
무엇 때문에 동여매어 두었는지 하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
지도 않았다니. 아아, 친구여, 그대가 고생하며 음식이나 의복
에 만족하고 있다니, 그대는 바보이다. 친구여, 큰 도시로 가
서 이 보석을 돈으로 바꾸어라, 그래서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라.’
세존이시여, 그와 마찬가지로 여래께서 일찍이 보살 수행을
하고 있을 때, 저희들에게도 일체지자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
으켜주셨사옵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그 마음을 몰랐고 알아
차리지도 못했사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은 아라한의 지
위로 열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옵니다. 저희들
은 이와 같은 한정된 지식에 만족해 버렸던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일체지자의 지혜를 바라는 서원이 언
제나 소멸하는 일 없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당신은 ‘비구들이
여, 그대들은 이것을 참된 열반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비
구들이여, 그대들의 마음속에는 일찍이 내가 성숙시켜 둔 선근
이 있다. 그대들이 지금 참된 열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설법에서 열반에 대해 말한 것으로, 그 설법이야말로 나의 절
묘한 방편인 것이다’라고 지금 가르쳐주신 것이옵니다. 저희들
은 세존으로부터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또 나아가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이를 것이라고 수기를 받는 것이옵니다.”
교진여를 비롯한 5백 명의 자재력을 지닌 아라한들은 그때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가장 뛰어난 최고의 깨달음을 이룰 것이라는
최고의 격려를 받고 기뻐서
저희들은 환희에 넘쳤습니다.
지도자 부처님이시여
무한을 꿰뚫어보시는 눈의 소유자시여
당신께 경례하옵나이다.
저희들은 당신 앞에서 잘못을 참회하옵나이다.
마치 어리석고 무학이며 무지인 저희들이
당신의 훌륭한 가르침 속에 있으면서도
단지 자신의 적멸인 열반에 만족해 버렸다는 잘못을.
예를 들면 어떤 남자가 친구의 집에 갔습니다.
그의 친구는 자산가로 유복해서
그에게 여러 종류의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배부를 정도로 음식을 대접한 뒤에
그 친구가 그에게 고가의 보석을 주었습니다.
하의 끝단에 있는 매듭에 동여매어
그에게 주었사옵니다.
그 뒤 그 남자는 그곳을 떠나
여행을 계속했사옵니다.
그는 어려움을 만나 불쌍하게도 결인이 되어
아주 지쳐서 먹을 것을 찾았사옵니다.
그는 호화로운 음식을 바라지 않았으며
형편없는 음식에 만족했사옵니다.
그 보석은 그의 옷에 동여매인 채이지만
그는 그것을 몰랐사옵니다.
그는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그 보석을 그에게 주었던 옛 친구가
나중에 그를 만나서 몹시 나무란 뒤에
옷 끝에 있는 보석을 꺼내 보이옵니다.
그는 그것을 보고 최고의 행복을 느낄 것이며
또 그 보석 때문에 대자산가가 되어
튼튼한 창고를 소유하고
오욕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마찬가지로 저희들은
이와 같은 과거세의 서원이
저희들에게 있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사옵니다.
그 서원은 여러 가지 과거세의 일을 통해
여래께서 가르쳐주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개개인은 지혜가 부족하며
가르침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단지 자신의 열반에 만족해서
그 이상으로는 구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옵니다.
세간의 벗이신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의 눈을 뜨게 해주셨사옵니다.
‘이와 같은 것은 결코 열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시어
지도자시여, 숭고하고 광대하며
다양한 위없는 수기를 받고
커다란 기쁨과 감동을 느끼옵니다.
제 9장 유학․무학의 제자에게 수기(授學無學人記品)
그런데 그때 아난 존자는 ‘우리에게도 이런 수기를 해주셨으
면’ 하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깊이 생각한 끝에 간절한 마음으
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 아래에 엎드렸다. 그때 라후라
존자도 같은 마음으로, 세존의 발 아래에 엎드려 함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도 지금 수기를 해주시옵소서. 세존
께서는 저희들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버이시며 안식처이시
며 보호처이시옵니다. 또 세존의 가르침을 잘 간직하고 있다’
는 것만으로 천신, 인간, 아수라를 포함한 이 세간으로부터 유
달리 존경받고 있사옵니다. 그러하오니 세존이시여, 저희들에
게도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란 수기를 주시옵소서.”
또 더 배울 것이 없는 성문(無學)과 아직 배울 것이 있는 성
문(有學)가운데 2천 명이나 되는 다른 비구들도 자리에서 일어
나, 한쪽 어깨에 상의를 걸치고 합장하며 세존을 우러러보면서
아난과 같은 생각을 했다. 즉 ‘부처님의 지혜는 참으로 무량한
데, 우리에게도 위없는 깨달음을 이룰 것이라는 수기를 해주셨
으면’ 하는 생각으로 잠시 멈춰서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미래세에 ‘산해혜자재통왕 (山海慧自通
王)’이라는 이름의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 지혜와 덕행을
모두 갖춘 분이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을
잘 인도하는 분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 될 것이다. 즉 그대는 6억 2천만의 부처님을 공경, 공
양, 존경하며 그분들의 바른 가르침을 간직하고 교훈을 명심해
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아난이여,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그대는 강가 강의 모
래알 수의 20배나 되는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그 국토는 번영
할 것이며, 유리로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상립
승번(常立勝幡)’이라는 이름이며, 그 겁은 ‘묘음편만(妙音遍
滿)’이라는 이름일 것이다. 또 그 산해혜자재통왕여래의 수명
은 백천 코티 니유타라는 헤아릴 수 없는 겁이어서, 도저히 계
산할 수가 없을 것이다.
또 아난이여, 산해혜자통왕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뒤, 바른 가르침은 수명의 두 배 동안 계속될 것이다. 바른 가
르침과 유사한 가르침도 바른 가르침의 두 배 동안 계속될 것
이다. 또 아난이여,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백천 코티 니
유타나 되는 시방에 계신 부처님들께서 산해혜자재통왕여래를
매우 칭찬하실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알리노니
내 가르침을 간직한 아난 대덕은
60코티의 선서들을 공양한 뒤
미래세에 부처님이 될 것이다.
그는 언제나 서 있는 승리의 깃발이라는
아주 아름답고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에서
바다와 같은 지혜를 지닌 분이며
신통을 터득한 분으로 영예가 높을 것이다.
그는 그 국토에서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보살들을
다시 그 이상으로 강한 자로 성숙시킬 것이다.
또 그 승리자는 위대한 신통을 갖추며
그 명성을 시방의 세간에 퍼질 것이다.
그때 세간에 행복을 가져오는
자애로운 부처님의 수명은 무량할 것이다.
이 승리자가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뒤
그의 바른 가르침은 수명의 두 배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 승리자의 바른 가르침과 유사한 가르침도
다시 그 두 배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때도 강가 강의 모래알 수 처럼 많은 중생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덕을 쌓을 것이다.
그때 그 장소에 나와 있던 8천 명의 보살들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보살들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광대한 수기는 아직까
지 들은 적이 없다. 하물며 성문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
다. 도대체 이런 광대한 수기가 성문들에게 주어진 것은 어떤
이유와 인연에서일까.’
그때 세존께서는 보살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보살
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일찍이 ‘공왕(空王)이라는 바른 깨달음을 얻
은 존경받는 여래 앞에서 나와 아난은 함께 같은 순간, 같은
시각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일으켰다. 선남자들
이여, 아난은 언제나 한결같이 가르침을 많이 듣는 일에 전념
했으나, 나는 정진노력에 전념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아주 빨
리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었으며, 아난은 보살들이 깨달음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여래의 바른 가르침을 듣고 기억하는 보유
자가 된 것이다.”
그때 아난 존자는 친히 세존으로부터 자신이 위없는 바른 깨
달음을 이룰 것이라는 수기와 자신의 불국토의 공덕의 광휘,
그리고 과거세의 서원과 수행에 대해 듣고는 환희에 넘쳐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많은 부처님들과 바른 가르침과 자신의 과
거세의 서원을 상기했다.
그래서 그때 아난은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신 위대한 여래들
그분들이 나에게 그 설법을 생각나게 해주셨다.
나는 그것을 마치 오늘이나 어제의 일처럼 떠올린다.
나는 의혹이 없어져
대승의 깨달음을 향하여 굳게 섰다.
나의 절묘한 방편은 다음과 같다.
선서의 시종이 되어
보살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바른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라후라 존자를 향해 말씀하셨다.
“라후라여, 그대는 미래세에 ‘답칠보화(踏七寶華)’라는 이름
의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며,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시는 위없는 분이시며, 사람들을 잘 이끄시는 분
이시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시며, 불타시며, 세존이 될 것이
다. 즉 그대는 10계를 구성하는 원자 수처럼 많은 바른 깨달음
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들을 공경, 공양하며 찬탄해서 지금 나
의 장자인 것처럼 그 부처님들의 장자가 될 것이다.
또 라후라여,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산해혜자재통왕
여래에게 헤아릴 수 없는 수명과 모든 종류의 공덕을 갖춘 불
국토의 공덕이 있는 것처럼, 답칠보화여래에게도 그와 같은 길
이의 수명과 모든 종류의 공덕의 완성이 있을 것이다. 라후라
여, 그대는 산해혜자재통왕여래의 장자도 될 것이다. 그 뒤 그
대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였다.
라후라는 나의 장자로
내가 태자였을 때의 친아들이다.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이 아이는 나의 아들이며
가르침의 유산을 이을 위대한 성선이다.
미래세에 그는 헤아릴 수 없는 코티의
많은 부처님들을 뵐 것이다.
그는 쉼 없이 깨달음을 구하므로
모든 승리자의 아들이 될 것이다.
라후라의 이 같은 수행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밀행(密行)이지만
보살로서 세운 그의 서원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세간의 친구인 부처님을 찬미해서
‘나는 여래의 아들이옵니다.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나의 친아들인 라후라가 지닌 공덕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그는 대승의 깨달음을 향하여 굳게 섰다.
또 세존께서는 더 배울 것이 없는 성문과 아직 배울 것이 있
는 성문 가운데 2천 명이나 되는 다른 성문들도 맑고 온화하며
부드러운 마음으로 앞에서 세존을 우러러보고 있는 것을 보았
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그대 아난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그대는 저 더 배울 것이 없는 성문과 아직 배울
것이 있는 성문들 가운데 2천 명을 보고 있는가?”
아난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보고 있사옵니다. 선서시여, 보고 있사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이들 2천 명의 성문은 모두 한결같이 보살의 수
행을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50계를 구성하는 원자 수처럼 많
은 부처님들을 공경, 공양, 찬탄하고 또 바른 가르침을 간직한
윤회하는 마지막 몸으로 같은 순간, 같은 시각에 시방의 각각
다른 세계에 있는 각자의 불국토에서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
이다. 그들은 ‘보상(寶相)’이라는 이름의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 그들의 수명은 꼭 1겁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 불국토
의 공덕의 광휘는 모두 한결같을 것이다. 성문들도 보살들도
그들의 완전한 열반도, 그리고 그들의 바른 가르침도 모두 평
등하게 계속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아난이여, 내 앞에 서 있는 이들 2천 명의 성문들
이 현자들에게 나는 그들이
미래세에 여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원자의 비유에서처럼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들께
최고의 공양을 올린 뒤
윤회하는 마지막 몸으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들은 같은 이름으로 시방세계에서 같은 순간에
또 같은 시각에 성스러운 나무 밑에 앉아
지혜를 얻어 부처님이 될 것이다.
또 그들은 ‘보상’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위대한 불국토도 평등이며
성문이나 보살도 평등할 것이다.
다양한 신통을 가진 그들이
모두 이 세간에서 널리 가르침을 설한 뒤
한결같이 열반에 들어간 뒤에도
그들의 바른 가르침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 더 배울 것이 없는 성문들과 아직 배울 것이 있는 성문
들 모두가 세존으로부터 친히 자신에 관한 수기를 듣고 환희에
넘쳐, 세존께 두 게송으로써 말씀드렸다.
세간의 광명이시여
저희들은 수기를 듣고 마음으로 만족하였나이다.
여래시여
저희들은 감로가 뿌려진 듯이 행복하게 되었나이다.
저희들이 사람 중의 최고자이신
부처님이 되리라는 수기에 대해
저희들은 아무런 의심도 미혹도 없사옵니다.
수기를 받고 지금 저희들은 행복하나이다.
제 10장 설 법 자 (法師品)
그때 세존께서는 약왕보살을 비롯한 8만 명의 보살들을 향
해 말씀하셨다.
“약왕이여, 이 자리에 많은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
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그리고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
들, 또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들,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
에 속하는 자들이 있어 여래인 나로부터 직접 이 법화경의 법
문을 듣고 있는 것이 보이는가.”
약왕보살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보고 있사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약왕이여, 그들은 모두 보살이며, 이 자리에서 법화경의 법
문 중 한 게송만이라도 듣거나, 단 한 번이라도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일으켜 이 경전을 마음으로 기뻐한다면, 이 대중들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약왕이여, 여래인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에도 선남자, 선
여인이 이 법문 중 한 게송만이라도 듣거나, 또는 단 한 번이
라도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일으켜 이 경전을 마음으로 기뻐한
다면, 그 사람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약왕이
여, 그 사람은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에 가득한 부처님을 섬긴
자가 될 것이다. 약왕이여, 그 사람은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
의 부처님 아래서 서원을 세운 자가 될 것이다. 그들은 중생들
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에 이 사바세계에서 인간들 속에 재생한
것이다.
또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 중 한 게송만이라도 수지 독송
하고 설명하고 체득하며, 옮겨 적고 기억하여 때때로 주의 깊
게 음미한다고 하자. 또 그렇게 옮겨 적은 경전을 여래나 스승
을 대하는 것처럼 공경하고 존중해서 공양한다고 하자. 또 꽃
이나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깃발, 기, 음
악이나 경례, 합장으로 이 경전을 공양한다고 하자. 약왕이여,
이 법문 중 단 한 게송이라도 수지하거나 이 법문을 마음으로
기뻐한다면, 그들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약왕이여, 어떤 남자나 여자가 ‘도대체 어떤 중생들이 미래
세에 바른 깨달음을 얻은 존경받는 여래가 되는 것입니까’하고
묻는다면, 약왕이여, 그 남자나 여자에게는 선남자, 선여인을
예로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 중 사구(四句)로 된 게송을 단
하나라도 기억해서 다른 이에게 들려주거나 가르쳐주거나 이
법문을 공경하는 마음을 품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미래세에
바른 깨달음을 얻어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약왕이여,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 중 단 한 게
송이라도 수지한다면 그를 여래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며, 천신
들을 비롯한 세간사람들로부터 여래를 대하는 것과 같이 공경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물며 이 법문을 완전히 파악해서 수
지 독송하거나 설명하며, 옮겨 적거나 또는 옮겨 적게 하며,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깃발, 기, 음악
으로 예배하며 이 경전을 찬양하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약왕이여, 그 선남자, 선여인은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완
성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들은 여래와 동등하며, 세간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행복을 바라며, 과거에 세운 서원때문에 이 염
부주의 인간들 속에서 이 법문을 설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가르침을 실행하는 일도
불국토에 태어나는 일도 스스로 버리고, 이 법문을 설해 중생
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이곳에 태어난 것이다.
약왕이여, 그 선남자, 선여인은 여래의 사자이다. 약왕이여,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에도 이 법문
을 설한다면, 그 사람은 여래가 할 일을 하는 것이며 여래가
보낸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약왕이여, 어떤 중생이 사심과 악심과 잔인한 마음으
로 여래를 향해 1겁 동안 험담을 한다고 하자. 또 어떤 이가
재가 혹은 출가의 설법자들 그리고 이 경전의 수지자들에게 진
심에서건 아니건 한마디라도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고 한다면,
이 두 사람 중 후자 쪽이 훨씬 심한 악행이 된다. 왜냐하면 약
왕이여, 선남자, 선여인은 여래의 장신구로 장식되어 있기 때
문이다.
약왕이여, 이 법문을 옮겨 적어 지니는 사람들은 여래를 모
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딜 가더라도 중생들로부터 합
장과 존경을 받는다. 천계나 인간계의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깃발, 기, 음악, 딱딱한 음식물, 부드
러운 음식물, 탈것 그리고 천계에서 제일가는 보옥의 산으로
그 설법자는 공경받는다. 천계의 보옥의 산은 이 설법자에게
헌상될 만하다. 단 한 번이라도 이 법문을 설하면, 그 말을 듣
고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중생들이 신속히 위없는 바른 깨달음
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세존께서는 그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이
부처님의 지혜를 바라는 이
그는 이 경전을 수지하는 사람들을
공경해야 할 것이다.
일체지자가 되기를 바라
‘어찌하면 빨리 그리 될까’하고 생각하는 이
그는 이 경전을 수지해야 하며
이 경전의 수지자를 공경해야 할 것이다.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이 경전을 설하는 사람
그는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보내신 이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
그는 의지가 굳으며 불국토에 태어나는 것을
마다하고 이곳에 왔다.
후세에 그가 이 무상의 경전을 설할 수 있는 것은
자유로이 태어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설법자를 천계나 지계의 꽃과
온갖 향으로 공경하고
천의(千依)로 덮어 보옥을 뿌려야 할 것이다.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그 무서운 후세에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에게
승리자의 왕인 여래에게처럼
언제나 합장해야 할 것이다.
보살이 단 한 번이라도 이 경전을 설한다면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음식물, 수코티의 정사(精舍)
침대, 좌구, 옷을 헌상해야 할 것이다.
후세에 이 경전을 옮겨 적어
수지하고 청문하는 이는 여래가 할 일을 하는 이
그는 내가 인간계로 보낸다.
이 세상에서 승리자의 면전에서
악심을 품고 눈쌀을 찌푸리고
꼭 1겁 동안 험담을 하는 자
그는 죄 많은 자.
경전의 수지자들이
이 세상에서 이 경전을 설할 때
그들에게 험담이나 잡담을 하는 자
그의 죄는 훨씬 무겁다.
누군가 최고의 깨달음을 구해
꼭 1겁 동안 나에게 합장하고
수코티 니유타의 많은 게송으로
나를 찬미한다면
그는 그 기쁨으로 많은 복덕을 얻을 것이다.
누군가 이 경전의 수지자들을 찬미한다면
그는 훨씬 많은 복덕을 얻을 것이다.
누군가 1만 8천 겁 동안
이 경전에 음성과 색채, 맛
천계의 향기, 천계의 감촉으로 공양한다면
만일 단 한 번이라도 이 경전을 듣는다면
그는 크고 드문 이익을 얻을 것이다.
“약왕이여, 실로 나는 많은 법문을 과거에도 설했으며, 현재
에도 설하고 있으며, 또 미래에도 설할 것이다. 약왕이여, 그
모든 법문 중 이 묘법연화경의 법문이야말로 모든 세간사람들
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우며, 쉽게 믿기 어려운 것이다.
약왕이여, 이 법문은 여래인 나의 내심의 법의 비밀이며, 여
러 여래의 힘으로 지켜지며, 여태껏 드러난 적이 없는 것이다.
이 법의 입장은 여태껏 설해진 적도 설명된 적도 없다. 약왕이
여, 이 법문은 여래인 내가 지금 눈앞에 있는데도 많은 이들로
부터 비방을 받았다. 그러니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는 어떻
겠는가.
그러나 약왕이여,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인 내가 완전한 열
반에 든 뒤, 이 법문을 믿고 독송해서 옮겨 적고 공경하며 다
른 이들에게 들려준다면, 그들은 여래의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은 지금 다른 세계에 계시는 여래들의 보호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각자 믿음의 힘이 있으며, 선근(善
根)의 힘과 서원의 힘이 있을 것이다. 약왕이여, 그 선남자,
선여인들은 여래의 정사에서 여래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또
여래는 그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을 것이다.
그런데 약왕이여, 지상의 어떤 장소에서 이 법문이 설해지거
나 옮겨 적거나, 옮겨 적은 것이 책이 되거나, 독송되거나 제
창된다고 하자. 약왕이여, 그곳에는 높이 우뚝 선 보석으로 된
거대한 여래의 탑(佛塔)이 세워져야 하겠지만, 반드시 여래의
유골인 사리가 모셔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이미
여래의 완전한 신체(全身)가 완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지상
의 어떤 장소에서 이 법문이 설해지거나 읽히거나 제창되거나
혹은 옮겨 적거나 옮겨 적은 것이 책이 된다고 하자. 거기서는
탑과 같이 공경과 공양과 찬양이 행해질 것이며, 모든 꽃, 훈
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 승리의 깃
발로써 모든 노래, 음악, 무용, 악기, 심벌즈, 합창, 합주로써
공양이 행해 질 것이다.
그런데 약왕이여, 그 여래의 탑에 경계하거나 공양하거나 참
배할 수 있는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 가까이 다
가가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약왕이여, 재가나 출가의 많은
이들이 보살의 수행을 하지만, 이 법문을 보거나 듣고나 옮겨
적거나 혹은 공양할 수 없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법문을
듣지 못하는 한, 그들의 보살수행은 바르지 못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 법문을 듣고 믿고 따르며(信順), 이해하고 변별하며
회득하는 사람들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가까이한 이, 가까이
다가간 이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약왕이여, 어떤 이가 물을 찾아다닌다고 하자. 물
을 얻기 위해 황폐한 곳에 우물을 파게 한다고 하자. 마른 흙
이 나오는 동안은 ‘아직 물이 나오기는 멀었다’고 생각할 것이
다. 그러나 물기를 머금은 진흙이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나오는
것을 보거나 우물을 파고 있는 사람들의 손발이 진흙으로 더러
워져 있는 것을 본다면, 그 사람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곧 물
이 나올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약왕이여, 실로 이처럼 보살들
이 이 법문을 듣지 않고 파악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고 통찰하
지 않고 숙고하지 않는 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은 멀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왕이여, 보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파악하며
수지 독송하고 이해하고 숙고하며 수습할 때, 그들은 위없는
깨달음에 가까이 간 이가 될 것이다.
약왕이여, 이 법문으로부터 중생들의 위없는 바른 깨달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 법문에는 최고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 법문에는 보살을 위없는 바른 깨달음으로 완성시키기 위해
존경받는 여래들의 깊은 법문이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왕
이여, 어떤 보살이 이 법문을 두려워해 공포에 빠진다면, 그는
새로이 부처님의 탈것에 뜻을 세운 보살로 여겨질 것이다. 그
러나 성문에 속하는 자가 이 법문을 두려워해 공포에 빠진다
면, 그는 성문에 속하는 우쭐해는 자(增上慢者)로 여겨질 것이
다.
약왕이여, 만일 어떤 보살이 여래가 열반에 든 뒤, 어느 때
에든 이 법문을 대중에게 설한다고 하자. 약왕이여, 그 보살은
여래의 방으로 들어가 여래의 옷을 몸에 걸치고 여래의 자리에
앉아 이 법문을 대중에게 설할 것이다.
약왕이여, 여래의 방이란 무엇인가 하면, 모든 중생들에 대
한 자비야말로 여래의 방이다. 선남자, 선여인은 거기로 들어
가야 할 것이다. 또 약왕이여, 여래의 옷이란 무엇인가 하면,
위대한 인내와 마음의 부드러움이야말로 여래의 옷이다. 선남
자, 선여인은 그것으로 몸을 감싸야 할 것이다. 약왕이여, 여
래의 법좌란 무엇인가 하면, 모든 존재의 공성을 깨닫는 것이
야말로 여래의 법좌이다. 선남자, 선여인은 거기에 앉아 이 법
문을 대중에게 설해야 할 것이다.
보살은 마음을 쉬지 않고 보살의 탈것에 뜻을 세운 대중을
향해 이 법문을 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약왕이여, 다른 세
계에 있는 나는 설법자인 선남자, 선여인을 위해 신통력으로
사람을 만들어 청중을 모을 것이다. 또 신통력으로 비구, 비구
니, 신남, 신녀 들을 만들어 그 법문을 듣도록 보낼 것이다.
그들은 그 설법자의 말을 부정하거나 비방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가 숲으로 간다면 나는 거기서도 그들을 위해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들에게
그의 설법을 듣도록 할 것이다. 또 약왕이여, 다른 세계에 있
는 나는 그들을 위해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법
문의 구절을 잊어 버리고 있다면, 다시 그들에게 설해 줄 것이
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이런 경전은 모든 악한 마음을 버리고 들어야 한다.
듣기도 어렵거니와 믿기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이가 물을 얻으려고
황폐한 토지에 우물을 판다고 하자.
파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마른 흙이 나오는 것을 본다고 하자.
그때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직 물은 멀리 있다.
마른 흙이 그 증거다’라고
그런데 축축하고 부드러운 흙이
나오는 것을 본다고 하자.
그때 그는 이렇게 확신할 것이다.
‘곧 물이 나올 것이다’라고.
그와 마찬가지로 이 경전을 듣지 않고
되풀이 수습하지 않는다면
그런 보살들은 부처님의 지혜로부터는
멀리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성문들을 위해 의문을 확실히 해결하는
심원한 의미를 설하는
이 경전 중의 왕을 듣거나
여러 번 숙고한다면
그런 현자들은 부처님의 지혜 가까이에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축축한 흙이 나왔을 때
‘곧 물이 나올 것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현자는 승리자인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옷을 몸에 두르고
내 자리에 앉아 두려워하지 말고
이 경전을 설해야 할 것이다.
자비의 힘이 내 방이며
인내와 마음의 부드러움이 내 옷이며
공성이 내 자리이다.
거기에 앉아 현자는 이 법문을 설해야 할 것이다.
이 법문을 설하는 이에게
흙덩이나 막대기, 창
혹은 비난이나 협박이 있다고 하자.
그럴 때는 나를 염하여 이겨내야 할 것이다.
나의 몸은 수천 코티의 불국토에 있으므로 견고하며
생각도 미치지 않는 수코티의 겁 동안
나는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한다.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에도
이 경전을 설하는 용기 있는 이들을 위해
나는 많은 이들을 만들어 보낼 것이다.
내가 만들어 보낸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들인 사중들은
다 같이 그 설법자에게 공양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 보낸 사중들은
누군가가 흙덩이나 막대기로
설법자를 치고 비난, 협박, 회욕하려 한다면
그를 지킬 것이다.
황야든 산악이든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가 혼자 살며 독송할 때
나는 그를 위해 빛나는 내 몸을 드러낼 것이다.
또 그가 독송하다 말이 막히면
나는 그를 위해 다시 설할 것이다.
그가 홀로 숲에서 수행하며 생활한다면
그의 친구로서 많은 천신들이나
야차들을 보낼 것이다.
사중에게 이 법문을 설하는 설법자에게는
이런 공덕이 있을 것이다.
그가 홀로 숲의 동굴에서 생활하며 독송한다고 하자.
그는 나를 볼 것이다.
그의 웅변력은 막힘이 없으며
그는 많은 해석과 가르침을 알고 있다.
또 그는 수천 코티의 생명 있는 것들을
설법으로 만족시킨다.
왜냐하면 그는 부처님의 가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설법자에게 의지하는 중생들은
모두 빨리 보살이 될 것이며
그와 깊이 사귀며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부처님을 뵙게 될 것이다.
제 11장 불탑의 출현(見寶塔品)
그때 세존 면전의 한가운데 땅이 갈라지면서 땅속으로부터
높이가 5백 요자나(由旬)에 둘레도 그 정도 되는 칠보로 된 탑
이 나타나 공중으로 올라가 공중 한가운데서 멈추었다. 그 탑
은 밝게 빛나 보기에도 매우 아름다우며, 꽃으로 가득 찬 5천
의 난간으로 장식되고, 수천의 많은 아치형의 문이 있으며, 수
천의 깃발이 장식되고, 수천의 보석으로 된 장식끈과 수천의
색색의 천과 방울이 드리워져 있었다. 또 타말라나무의 잎과
전단의 향기를 내뿜고 있으며, 그 향기는 온 세계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탑에는 칠보로 된 해가리개들이 우뚝 솟아
사대왕천의 궁전에까지 이르렀다. 그 탑 위에는 삼십삼천(三十
三天)에 속하는 천자들이 있어 하늘꽃인 만다라바의 거대한 꽃
을 그 탑 위로 이리저리 뿌렸다. 한편 그 보석으로 된 탑 속에
서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좋사옵니다. 아주 좋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이 ‘바
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훌륭히 설하셨습니다. 법문대
로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자 사중은 보석으로 된 거대한 탑이 하늘 높이 공중에
멈추어 있는 것을 보고, 기쁨과 믿음으로 가득 차 자리에서 일
어나 합장하며 서 있었다.
그때 대요설(大樂說)이라는 보살은 천신과 인간, 아수라 등
이 이러한 기적이 일어난 까닭을 꼭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런 보석으로 된 거대한 탑이 세간에 나타난
원인은 무엇이옵니까? 무슨 까닭이옵니까? 또 세존이시여, 어
떤 분이 탑 속에서 저런 소리를 내는 것이옵니까?”
이런 질문을 받고 세존께서는 대요설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대요설이여, 이 탑 속에는 여래의 신체가 완전하게 안치되
어 있다. 본디 이것은 여래의 신체를 안치하기 위한 탑이다.
그러므로 거기서 소리가 나온 것이다.
대요설이여, 아래 방향으로 백천 코티 니유타의 무수한 세계
를 지나가면 ‘보정(寶淨)’이라는 이름의 세계가 있다. 거기엔
‘다보(多寶)’라는 여래가 계신다. 그 여래의 서원은 이러하다.
‘내가 일찍이 보살의 수행을 하고 있을 때, 보살을 위한 가
르침인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듣지 못한 동안은 위
없는 바른 깨달음이 완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법문을 들은
뒤에는 완성되었다.’
대요설이여, 다보여래께서는 완전한 열반에 드실 때, 천신과
마왕, 범천을 포함한 세간과 사문, 바라문을 포함한 생명 있는
것들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에 여래의 완전한 신
체를 모시기 위해 보석으로 된 거대한 탑을 하나 세워라. 또
나를 위해 다른 많은 탑도 세워라.’
또 대요설이여, 다보여래께서 지니신 신통력은 이런 것이었
다.
‘시방의 모든 세계에 있는 불국토에서 이 바른 가르침의 백
련이라는 법문이 설해질 때는, 그 어떤 불국토에도 나의 전신
을 모신 탑이 나타날 것이다. 또 여러 세존께서 이 바른 가르
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하고 계실 때, 법회의 바로 위 공중
에 그 탑이 멈출 것이다. 그리고 그 법문을 설하고 계신 세존
들을 향해 찬탄의 말을 할 것이다.’
대요설이여, 이런 이유로 다보여래를 모신 이 탑은 지금 내
가 이 사바세계에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할
때, 법회의 한가운데 나타나 하늘 높이 공중에 멈춰 나를 찬탄
한 것이다.”
그때 대요설보살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존의 위신력에 의해 다보여래의 모
습을 뵙고 싶사옵니다.
이렇게 말씀드렸을 때, 세존께서는 대요설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대요설이여, 다보여래의 서원은 참으로 중요한 것으로 다음
과 같은 것이다.
‘다른 여러 불국토의 세존들께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하실 때, 나의 전신을 모신 탑을 그 여래들께 나타나
게 하자. 또 그 세존들께서 내 전신인 탑을 열어 대중들에게
보이려 하실 때, 여래들께서는 그 여래의 신체에서 나온 화신
이 있어 서로 다른 이름으로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하고 계신
다. 그리고 함께 그 탑을 열어 사중에게 보이실 것이다.’
대요설이여, 이런 이유로 시방의 각각 다른 불국토인 수천의
세계에서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많은 화신여래는
이 모임에 오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때 대요설보살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엇보다도 먼저 저희들은 여래께서 만드신 모
든 여래의 분신(화신)께 예배하고 싶사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간에 있는 백호로부터 광명을 뻗치셨다.
그 순간 그 광명에 의해 동방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5
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 계신 세존들이 보였다. 또 수정으
로 된 불국토도 보였다. 그 불국토는 보석나무로 눈부시게 빛
나며, 아름다운 가지각색의 천으로 장식되어 있고, 수백 수천
의 보살로 가득 차고, 천계의 휘장이 둘러져 있고, 칠보를 박
은 황금그물로 덮여 있는 것이 보였다. 각각의 불국토에서 세
존께서는 감미롭고 신묘한 소리로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하고
계시고, 그 불국토가 수백 수천의 보살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동남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남쪽과 남서쪽, 서쪽, 서북
쪽, 북쪽, 북동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래쪽에서도 위쪽에서
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널리 시방의 각 방향에서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
은 백천 코티 니유타의 많은 불국토와 거기에 계신 세존들이
보였다.
그때 시방에 계신 여래들께서는 각자의 보살들에게 말씀하
셨다.
“선남자, 선여인이여, 우리들은 다보여래를 모신 탑에 예배
하기 위해 사바세계에 계신 석가여래께 가야 할 것이다.”
또 세존들께서는 시종을 두세 명씩 거느리시고 이 사바세계
에 오셨다.
이런 이유로 그때 이 사바세계 전체가 보석나무로 장식되고,
대지는 유리로 되고, 칠보를 박은 황금그물로 덮였으며, 커다
란 보석향로의 향기로 싸이고, 만다라바꽃이 온통 뿌려져 있으
며, 작은 방울이 붙은 그물과 금실로 바둑판 무늬처럼 장식되
었다. 마을, 도성, 시골, 왕국, 왕성의 구별도 없고, 칼라 산
도 없고, 무칠린다 산도 대무칠린다 산도 없고, 차크라바다 산
도 대차크라바다 산도 없고, 수미산도 없고, 그 밖에 큰 산도
없고, 큰 바다도 없고, 하천이나 큰 강도 없고, 천신들이나 인
간, 아수라의 무리도 없고, 지옥이나 축생도, 야마의 세계도
없도록 정연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그때 이 사바세계에서
육종의 경계에 태어난 중생들은, 이 모임에 모인 이들을 제외
하고는 모두가 다른 세계로 옮겨졌다.
그때 세존들께서는 한 둘씩 시종을 데리고 이 사바세계에 오
셨다. 도착하시자 여래들께서는 보석나무 아래에 있는 사자좌
에 앉으셨다. 그 보석나무의 높이는 각각 5백 요자나이고, 정
연하게 가지와 큰 잎, 작은 잎으로 덮여 있었으며, 꽃과 과실
로 장식되어 있었다. 각각의 보석나무 밑둥치에는 큰 보석으로
장식된 높이 5요자나의 사자좌가 마련되어, 거기에 여래께서
한 분씩 결가부좌로 앉으셨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삼천대천세계
에 여래들께서 모든 보석나무 밑둥치에 결가부좌로 앉으셨다.
그때 이 삼천대천세계는 여래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석가여
래의 분신인 화신여래들은 아직 어떤 곳에서도 도착하지 않았
다. 그래서 석가여래께서는 신통력으로 여래의 분신들을 위해
앉을 곳을 만드셨다. 즉 널리 팔방에서 2백만의 불국토가 유리
로 되고, 칠보가 박힌 황금그물로 덮이고, 작은 방울이 달린
그물로 장식되고, 만다라바꽃이 온통 뿌려지고, 천계의 휘장이
쳐지고, 천계의 꽃들로 된 영락이 드리워지고, 천계의 향로의
향기로 싸였다. 그리고 그 2백만의 불국토는 모두 마을, 도성,
시골, 왕국, 왕성의 구별도 없고, 칼라 산도 없고, 무칠린다
산도 대무칠린다 산도 없고, 차크라바다 산도 대차크라바다 산
도 없고, 수미산도 없고, 그 밖에 큰 산도 없고, 큰 바다도 없
고, 하천이나 큰 강도 없고, 천신들이나 인간, 아수라의 무리
도 없고, 지옥이나 축생도, 야마의 세계도 없도록 정연하게 되
었다. 또 그 많은 불국토 전체를 평탄하고 쾌적하며 칠보로 된
수목으로 풍부하게 장식된 유일한 불국토로 해서 하나로 이어
지는 대지처럼 정연하게 했다. 또 그 보석나무들은 높이나 둘
레가 5백 요자나씩이며, 정연하게 가지, 잎, 꽃, 과실이 열리
고, 그 모든 보석나무의 밑둥치에는 천계의 보석으로 된 가지
각색의 아름답게 보이는 사자좌가 마련되었다. 계속해서 도착
한 여래들이 보석나무의 밑둥치에 있는 사자좌 위에서 결가부
좌를 하고 앉았다.
이런 식으로 석가여래께서는 각각의 다른 방향에서 2백만 코
티 니유타의 세계를 청정하게 하셨다. 계속해서 도착하는 여래
들에게 앉을 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각 방향에 있는 2백만 코티
니유타의 세계도 각각 그렇게 정연하게 되었으며, 그곳의 모든
중생들이 다른 세계로 옮겨졌다. 이 불국토들도 또한 유리로
로 되었으며, 칠보를 박은 황금그물로 덮여, 작은 방울이 달린
그물로 장식되고, 만다라바꽃이 온통 뿌려지고, 천계의 휘장이
쳐지고, 천계의 꽃들의 영락이 드리워져 있고, 천계의 향료의
향기로 싸이고, 보석나무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보석나무는 크기가 5백 요자나며, 밑둥에 5요자나의 큰
사자좌가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서 여래들은 각자 따로 결가부
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또 그때 동쪽에 있는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백천 코티
니유타의 불국토에서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하고 있던 석가세
존의 화신인 여래들이 모두 한꺼번에 왔다. 마찬가지로 시방으
로부터도 화신여래들이 와서 팔방에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해
서 그때 각각의 방향에 있는 3백만 코티의 세계는 팔방에 걸쳐
널리 여래들로 가득했다.
그 뒤 그 여래들은 각각 자신의 사자좌에 앉아, 시종을 석가
세존께 보냈다. 그들은 보석으로 된 꽃받침을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다.
“선남자, 선여인이여, 그대들은 그리드라쿠타 산으로 가거
라. 거기서 석가세존께 예배하고 우리들을 대신하여 여래께 그
리고 보살과 성문들께 무병무재하신지 건강하신지 평안하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여쭈어라. 그리고 수많은 보석의 꽃받침을
깔며 이렇게 말씀드려라. ‘존귀하신 여래께서는 보석으로 된
이 거대한 탑을 열어보는 데 동의하셨사옵니다’ 라고.”
그렇게 여래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시종들을 보냈다.
그때 석가세존께서는 자신의 분신인 화신여래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여서 각자 사자좌에 앉은 것과 그 시종들의 와서
안부를 여쭙는 것을 아시고, 법좌에서 일어나 하늘 높이 공중
에 섰다. 대중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세존의 얼굴
을 올려보며 멈춰섰다. 그때 세존께서는 공중에 솟아 있는 보
석으로 된 거대한 탑의 한가운데를 오른손가락으로 여셨다. 마
치 큰 성문이 열릴 때 반구형의 커다란 두 문이 좌우로 열리는
것처럼, 세존께서는 탑을 오른손가락으로 중앙을 여셨다. 그러
자마자 다보여래께서 사지를 움츠렸으면서도 완전무결한 신체
로 사자좌에 결가부좌로 앉아 계셨는데 삼매에 들어 있는 것처
럼 보였다. 다보여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옵니다. 아주 훌륭하옵니다. 석가세존이시여, 당신은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훌륭히 설하셨사옵니
다. 당신께서 이 법문을 설하시는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이옵니
다. 세존이시여, 나는 이 법문을 듣기 위해 온 것이옵니다.”
그러자 대중은 다보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지 백천 코
티 니유타의 많은 겁이 지났는데도 그렇게 설하시는 것을 보고
불가사의하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들은 다
보여래와 석가여래께 천계와 인간계의 보석으로 된 꽃받침(寶
華聚)을 깔아드렸다.
그때 다보여래께서는 석가여래께 사자좌의 자리 반을 양보하
시며, 보석으로 된 거대한 탑 속에서 석가세존을 향해 “석가세
존께서는 여기 앉으십시요”라고 했다. 그래서 석가세존은 다보
여래와 함께 공중에 떠 있는 탑의 사자좌에 앉으셨다.
그때 대중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두 분 여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 여래의 위
신력을 빌려 우리들도 공중으로 오르도록 하자’고.
그러자 석가세존께서는 마음으로 대중의 생각을 아시고 위신
력으로 대중을 공중으로 데려오셨다.
그때 석가세존께서는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 가운데 사바세계에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하려고 애쓰는 자는 누구인가? 여래가
눈앞에 있는 지금이 바로 그런 맹세를 할 때이다. 지금이 바로
그 기회이다. 비구들이여, 여래인 나는 지금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위촉하고 완전한 열반에 들고자 한다.”
세존께서는 그때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비구들이여, 이미 열반에 드신 위대한 지도자이신
성선조차도 보석으로 된 탑에 계시면서
이 가르침을 듣기 위해 오셨는데
가르침을 위해서 누가 애쓰지 않겠는가.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많은 겁이 지났는데도
그 여래께서는 지금도 가르침을 듣고 계신다.
가르침을 듣기 위해 이리저리 가신다.
이런 가르침은 참으로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세에 세운 이 여래의 서원은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에도 가르침을 듣기 위해
시방의 모든 세계를 편력하시는 것이다.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수천의 여래들은
모두 나의 분신으로
그들은 법을 수행하기 위해
이미 완전한 열반에 든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어떻게 하면 법으로 사람들을
오래 이끌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서
바른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불국토도 제자들도
인간이나 천신들도 모두 두고 달려온 것이다.
이 부처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나는 신통력으로 천 코티의 세계를 청정하게 하고
또 모든 중생들을 다른 세계로 옮기기도 했다.
‘이 법의 가르침을 어떻게 설하면 좋을까’ 하고
늘 생각했다.
한편 이 무량한 여래들은 연꽃 처럼
보석나무 밑동에 편히 앉아 있다.
그 사자좌에 앉아 있는 지도자들은
마치 불이 암흑을 비추는 것처럼
수천 코티의 보석나무 밑동을
밝게 비추면서 앉아 있다.
그 세간의 지도자들의 상쾌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항상 이 세상에서 시방으로 퍼지므로
그 향기에 취해 모든 중생들은 자신을 잊는다.
내가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수지하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세간의 지도자들 앞에서
어서 그 맹세의 말을 하여라.
다보여래께서는 이미 완전한 열반에 드셨지만
이 법문을 굳게 수지하겠다는
결의의 사자후를 들으실 것이다.
또 나와 이 자리에 모인
수천 코티의 지도자들도
이 가르침을 설하는 데 애쓰는
승리자의 아들(보살)로부터
그 결의를 들을 것이다.
그런 승리자의 아들은
언제나 나를 공양한 것이 되며
마찬가지로 이 가르침을 듣기 위해
사방으로 가시는 자기존재자인
다보여래도 공양한 것이 된다.
또 이 자리에 모인 세간의 지도자들이
대지를 밝게 채색하고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데
이 경전을 설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무수히 광대한 공양을
올린 것이 된다.
또 이 경전을 설하는 것은
나나 탑의 중앙에 계시는
다보여래를 뵙는 것이 되며
또 수백의 많은 국토에서 온
많은 세간의 보호자를 뵙는 것이 된다.
선남자, 선여인이여
지도자들은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겨
아주 곤란한 상황을 참고 견디시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이가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수천의 많은 경전을 설한다 해도
그것은 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이가 수미산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수천의 국토 저편으로 던졌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이가 이 삼천대천세계를
한쪽의 엄지발가락으로 진동하게 한 뒤
수천의 국토 저편으로 차버렸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또 어떤 이가 최고의 존재계(有頂)에 서서
다른 수천의 경전에 대해 설법한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세간의 왕인 부처님의 열반에 드신 뒤
아주 먼 후세에 이 경전을 수지하든가 설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어떤 이가 허공계 전체를 한 주먹 속에 넣어
어디론가 가지고 갔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열반에 든 후세에
이 경전을 옮겨 적거나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어떤 이가 땅의 전부를
발톱 위에 올려놓고
범천의 세계에까지 오른다고 하자.
이 세상의 모든 세간사람들 앞에서
그런 난행을 보이더라도
어려운 행위를 한 것은 아니며
그 노력도 그다지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이보다도 내가 열반에 든 뒤에
한 순간이라도 이 경전을 설하려고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세간이 겁화에 타오르고 있을 때
어떤 이가 불에 타지 않으면서
그 한가운데를 마른풀단을 이고 지나간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어려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이보다도 내가 열반에 들었을 때
이 경전을 수지해서
단 혼자라도 설한다면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8만 4천의 가르침을
수지하고 해석하여 그 가르침대로
수천 코티의 생명 있는 것들에게 설해서
비구들을 교화하고
내 제자들에게 5신통을 얻게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어려운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거기에 비해 이 경전을 수지하거나
믿거나 따르거나 되풀이 설한다면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수천 코티의 6신통을 갖춘 아주 뛰어난 이들을
아라한의 지위에 오르게 했다 하더라도
그런 이보다도 내가 열반에 든 뒤
이 훌륭한 경전을 수지하는 최고의 사람 쪽이
훨씬 더 많은 어려운 행위를 한 것이 된다.
나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도록
지금까지 수천의 세계에서
많은 가르침을 설해 왔으며
지금도 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전은
모든 경전 가운데 최고라 불리며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승리자의 신체를 보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선남자, 선여인들이여
그대들 가운데 후세에 이 경전을
수지하고자 하는 이는
여래가 눈앞에 계실 때 맹세하여라.
수지하기 어려운 경전을
한 순간이라도 수지하는 이는
빠짐없이 모든 세간의 보호자들에게
큰 기쁨을 드린 것이 된다.
그는 어떤 때라도
세간의 보호자들로부터 칭찬받을 것이며
긍지가 높은 용자이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신속히 신통을 지닌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
그는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이이며
세간의 보호자의 친아들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경지에 도달한 이이다.
인간의 지도자가 열반에 든 뒤
이 경전을 설한다면
그는 천신들이나 인간을 포함한
세간의 눈이 된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후세에
이 경전을 한 순간이라도 설한다면
그는 모든 중생들로부터ㅤ
존경받는 대상이 될 것이다.
제 12장 제바닷타(提婆達多品)
그때 세존께서는 보살과 천신, 아수라를 포함한 세간에게 이
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옛적 과거세의 일로 나는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겁 동안 싫증도 내지 않고 쉬지도 않고 ‘바른 가르침
의 백련’이라는 경전을 찾았다. 또 나는 옛적 무량겁 동안 국
왕을 지낸 적이 있었는데,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겠다는 서
원을 세워 마음이 물러서는 일이 없었다. 나는 육바라밀을 성
취하려고 애썼으며 무량한 보시를 했다. 즉 금, 보주, 진주,
유리, 나패, 수정, 산호, 사금, 은, 마노, 호박, 붉은 진주,
마을, 도성, 시골, 왕국, 왕성, 아내, 아들, 딸, 노예, 기술
자, 시종, 코끼리, 말, 탈것, 심지어는 내 몸까지 희사했으며
손, 발, 머리, 신체의 각 부분 및 생명까지 주었다. 아까워하
는 마음을 한 번도 품은 적이 없었다. 또 그 당시 세간의 사람
들은 장수했었으며, 나는 그때 국정을 맡고 있었는데, 그것은
법을 위해서였지 욕망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나는 연장의 왕자
를 왕위에 세우고는 훌륭한 가르침을 구하는 데에 전념해서,
사방으로 사람을 보내 방울을 울리며 포고하게 했다.
‘누군가 나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설하고 그 뜻을 가르쳐준다
면, 나는 그의 노예가 되겠다.’
그러자 그때 한 사람의 성선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가장 뛰어난 가르침
을 설하는 경전이 있사옵니다. 만일 당신께서 내 노예가 되겠
다면 그 가르침을 들려드리겠사옵니다.’
나는 그 성선의 가르침을 듣고 기뻐 만족해하며 성선의 곁으
로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성선의 노예가 되어 풀이나 나뭇조각, 마
실 물, 풀뿌리, 나무열매 등을 따는 일과 문지기의 일까지 했
다. 낮에는 노예의 일을 하고 밤에는 자고 있는 성선의 잠자리
를 지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피로하지 않았고,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동안 꼭 천 겁의 세
월이 흘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뜻을 분명히 알리시려고 이런 게송을 읊
으셨다.
과거 수겁의 일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법에 따르는 경건한 국왕으로
국정을 맡고 있었는데 그것은 법을 위해서지
애욕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가장 뛰어난 가르침을 얻기 위해
나는 사방으로 이런 포고를 냈다.
‘누군가 나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설해 주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의 노예가 되겠다.’
그때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경전을 설하는
성선이 있었다.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일 당신이 가르침을 원한다면
내 노예가 되시오.
그렇게 하면 훌륭한 가르침을 설해 주겠소.’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그의 노예가 되었다.
노예가 되었지만 그것은
바른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로와 싫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때 나에게는 서원이 있었는데
그것은 중생을 위한 것이지
나 자신이나 애욕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 당시 국왕이었던 나는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경전을 얻기 위해
정진노력했는데
다른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않았으며
사방으로 다니기를 꼭 천 겁 동안 했지만
싫증난 적이 없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 그
곳의 국왕이었던 이를 딴사람으로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해
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때 그곳의 국왕이었기 때
문이다. 또 비구들이여, 그때 그곳의 성선이었던 이를 딴사람
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이 데바닷타 비구야말로 그때 그 곳
의 성선이었기 때문이다.
실로 비구들이여, 데바닷타 비구야말로 나의 선지식이며, 그
의 덕분에 나는 육바라밀을 이루었으며, 자비희사(慈悲喜捨)라
는 보살의 사덕과 32상과 80종호, 금색 피부, 불타의 십력(十
力), 네 가지 두려움 없는 자신(四無畏), 사람들을 포용하는
네 가지 사항(四攝事), 열 여덟 가지의 불타의 특유한 성질(十
八不共法), 대신통력, 시방의 중생을 구제하는 것, 이 모든 것
을 나는 그의 덕분에 이룰 수가 있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알리겠다. 이 데바닷타 비구는 미래
세에 무량겁 뒤에 ‘천도(天道)’라는 세계에서 ‘천왕(天王)’이
라고 불리는 여래로 나타날 것이다. 그는 지혜와 덕행을 두루
갖춘 선서이며, 세간을 잘 아는 더 이상 위없는 이이며, 사람
들을 잘 인도하시는 분이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며, 세존이
다. 또 비구들이여, 이 천왕여래의 수명은 20중겁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세하게 가르침을 설할 것이다. 또 강가 강의 모
래알 수와 같은 중생들이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의 지위를
얻을 것이며, 많은 중생들이 독자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마
음을 일으키며,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중생이 위없는 깨
달음을 향해 발심해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확신을 얻을 것이다.
또 비구들이여, 이 천왕여래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에도, 그
의 바른 가르침은 20중겁 동안 존속할 것이다. 그의 몸은 유골
로서 나누어지지 않고 완전한 채로 칠보로 된 탑 속에 모셔질
것이다. 그 탑은 높이가 60요자나이고 한쪽이 40요자나일 것이
다. 천신들이나 인간은 모두 그 탑을 향해 꽃, 훈향, 향수, 화
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깃발로써 공양을 올리며, 시송과
찬가로 칭찬할 것이다. 또 그 탑 주위를 오른쪽으로 돌거나 경
례하는 이들 중에 어떤 이는 아라한과를 얻을 것이며, 어떤 이
는 이 위없는 깨달음을 향해 발심해서 물러서는 일이 없을 것
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누구든지 미래세에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
는 경전을 펼쳐 의심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청정한 마음으로 믿
고 따른다면, 지옥과 축생, 야마의 문은 닫혀서 그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방의 불국토에서 생을 받아 태
어날 때마다 같은 경전을 들으며, 천신들이나 인간세계에 태어
나서는 훌륭한 지위를 얻을 것이다. 또 어떤 불국토에 태어나
더라도 그는 여래 앞에서 자연히 나타난(化生) 칠보로 된 연꽃
속에서 태어날 것이다.”
그러자 그때 다보여래의 불국토에서 온 ‘지적(智積)보살’이
다보여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우리의 불국토로 돌아갑시다.”
그러자 석가여래께서는 지적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잠깐 기다리시오. 나의 보살인 문수사리와
함께 법에 대해 논의를 한 뒤 자신의 불국토로 돌아가시오.”
그러자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크기가 차바퀴 정도이며 잎이
천 개인 연꽃 속에 있는 사가라용왕의 궁전으로부터 하늘 위로
올라가 허공을 지나 기사굴산에 계신 세존께로 왔다. 문수사리
보살은 연꽃에서 내려와 석가세존과 다보여래의 두 발에 머리
를 대고 예배한 뒤, 지적보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지적
보살과 다정하고 정중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때 지적보살은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렇게 물었다.
“문수여, 대해의 한가운데 있는 용궁에서 당신은 얼마나 많
은 중생을 교화하였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을 교화했습니다. 그것은 말로 나
타낼 수도 마음으로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량하며 무수합
니다. 선남자들이여, 그 증거를 보게 될 때까지 잠시 기다리십
시오.”
문수사리보살이 이 말을 하자마자 수천의 열꽃이 바다 한가
운데에서 하늘 위로 올라왔는데, 그 속에는 수천의 보살이 앉
아 있었다. 그 보살들은 마찬가지로 허공을 지나 그리드라쿠타
산의 상공에 멈추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문수사리
보살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으로 교화한 이들로, 그들 가운데
이전에 대승으로 뜻을 세운 보살들은 대승의 여러 공덕과 육바
라밀을 칭찬했으며, 성문이었던 보살들은 성문의 길을 칭찬했
는데, 그들 모두가 모든 것이 공(空)인 것과 대승의 여러 공덕
을 잘 알고 있었다.
그대 문수사리보살은 지적보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남자들이여, 이 중생들은 모두 내가 대해(大海)한가운데
에 있을 때 교화했습니다. 그 성과가 지금 나타난 것입니다.”
그때 지적보살은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런 게송을 읊으며 질
문했다.
아주 행복하신 분이여
지혜로 용자의 이름을 떨치는 분이여
여기 있는 무수한 중생을
당신은 어떤 가르침으로 교화하였습니까?
인간의 신이여, 거기에 대해 말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싶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어떤 가르침
어떤 깨달음의 길을 교시하는 경전을 설했기에
그것을 들은 중생들이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일으켜
일체지자에 대한 확신을 얻었습니까?
문수사리가 답했다.
“내가 대해의 한가운데에서 설한 것은 다름 아닌 ‘바른 가르
침의 백련’이라는 경전입니다.”
지적보살이 말했다.
“그 경전은 대단히 심원하고 현묘해서 설명하기 어렵고, 이
경전과 대등한 다른 경전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경전의 핵심
을 회득하고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중생이 있습
니까?”
문수사리가 답했다.
“선남자들이여, 있습니다. 사가라용왕의 딸로 여덟 살이지만
지혜가 뛰어나고 예민한 능력을 갖추었으며, 몸과 입과 마음의
움직임이 지혜에 의하고 모든 여래께서 설하신 말씀과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 다라니를 얻고 있습니다. 또 그녀는 모든 사물
이나 중생에게 정신을 집중하는 삼매를 한 순간에 얻었으며,
깨달음에의 마음을 일으켜 물러서는 일이 없고, 광대한 서원을
지니며, 모든 중생을 자기 자신처럼 생각하며, 공덕을 발휘하
고, 나아가 그 공덕이 부족한 적이 없었습니다. 얼굴에는 미소
를 머금었으며 몸에는 가장 청정한 색을 띠었고, 자비심을 지
녔으며 자애 깊은 말을 합니다. 그녀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적보살이 말했다.
“석가세존께서 아직 보살로서 깨달음을 얻고자 정진하고 계
실 때, 많은 복덕을 쌓고 수천 겁 동안 한 번도 정진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 여래께서 중생을 위해 몸을 던지지 않
았던 곳은 삼천대천세계에 겨자씨만큼도 없습니다. 그런 뒤 비
로소 깨달음을 얻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딸이 위없는 바
른 깨달음을 한 순간에 얻으리라는 것을 도대체 누가 믿겠습니
까?”
그러자 그때 사가라용왕의 딸이 앞에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한 뒤, 한쪽에 섰다.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읊었다.
여래의 복덕, 그 심원한 복덕이
온 시방에 넘쳐흐르며
그 신체는 32상으로 아름답게 장식되고
80종호를 갖추고
모든 중생으로부터 존경받으며
마치 마을의 시장처럼
모든 중생이 찾아가려고 한다.
그 여래야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깨달음을 얻는 증인이시다.
나는 사람들을 괴로움에서 해방하는
광대한 가르침을 설할 것이다.
그때 사리불 존자는 사가라용왕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여인이여, 당신이 깨달음을 향해 마음을 일으키고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갖추고 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여성의 경우, 정진노력을 소홀히 하지않고,
수백 수천 겁 동안 많은 복덕을 쌓고, 육바라밀을 완성했다 하
더라도 아직 부처님이 된 이는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지
금까지 여성은 다음의 다섯 경지에조차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
입니다. 그 다섯 가지란, 첫째 범천(梵天)의 경지, 둘째 제석
(帝釋)의 경지, 셋째 대왕(大王)의 경지, 넷째 전륜왕의 경지,
다섯째 불퇴전의 보살의 경지입니다.”
그때 사가라용왕의 딸은 삼천대천세계 전체와 맞먹을 가치가
있는 보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보석을 세존께 선물하자 세
존께서는 자비로움을 보이시고 그 보석을 받으셨다.
그리고 사가라용왕의 딸은 지적보살과 사리불 존자에게 이렇
게 질문했다.
“제가 세존께 선물한 보석을 세존께서는 바로 받으셨습니까,
받지 않으셨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했다.
“그대도 바로 선물했고 세존께서도 바로 받으셨소.”
사가라용왕의 딸이 말했다.
“사리불이시여, 제가 바른 깨달음을 얻는 것은 더 빠릅니다.
만일 제가 대신통을 지녔다면 보석을 받으신 분보다 더 빠를
것입니다.”
그때 사가라용왕의 딸은 모든 사람들과 사리불 존자 앞에서
여성 성기를 없애고 남성 성기를 나오게 해 자신이 보살인 것
을 보이고 남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남쪽의 ‘무구(無垢)’라는
세계에서 칠보로 된 보리수 아래에 앉아 깨달음을 얻고 32상과
80종호를 갖추어 광명으로 시방을 비추며 가르침을 설하고 있
는 모습을 나타내 보였다. 또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
라, 가루다, 긴나라, 인간과 인간 이외의 모든 것들로부터 존
경받으며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것을, 사바세계에 있는 중생들
이 모두 보았다. 그 여래의 설법을 들은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음에서 물러서지 않게 되었으며, 무구세계와 사바세
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다. 석가세존의 법회에 모인 삼천의
생명 있는 것들은 ‘사물은 본래 생기는 것이 아닌것을 아는 지
혜(無生法忍)’을 얻었으며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
는 예언을 받았다.
그때 지적보살과 사리불 존자는 침묵했다.
제 13장 한결같은 노력(持品)
그때 ‘약왕(藥王)보살’과’대요설(大藥說)보살’은 2백만 명의
보살들과 함께 여래 앞에 있었는데, 이런 맹세를 하였다.
“부디 세존께서는 가르침을 펴는 일 때문에 걱정하시지 마시
옵소서.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에는 저희들이 이 법
문을 중생들에게 설하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시대에는 중
생들이 기만적이며 선근을 잘 쌓지도 않고 교만하며, 이익과
명예에 집착하며, 선하지 못한 행위를 하며, 교화하기 어렵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고, 믿고 따르려는 마음도 강하지 못할 것
이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인내를 가지고 그런
시대에도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하며 존중하며 공양하겠사옵니
다. 또 저희들은 몸과 마음을 바쳐 이 경전을 설하겠사옵니다.
그러니 세존께서는 걱정하시지 마시옵소서.”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아직도 배울 것이 있는 비구와 더 배
울 것이 없는 비구들 가운데 꼭 5백 명의 비구들이 세존께 이
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법문을 널리 펴는 데 힘쓰겠사옵
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이 사바세계 이외의 다른 세계에서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그러자 세존으로부터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룰 것이라고
수기를 받은 8천 명의 비구들은, 아직 더 배울 것이 있는 비구
든 더 배울 것이 없는 비구든 모두 세존이 계신 곳을 향해 합
장 경례하며 이렇게 말씀드렸다.
“부디 세존께서는 아무런 걱정도 마시옵소서. 여래께서 완전
한 열반에 드신 뒤에도 저희들은 이 법문을 펴겠사옵니다. 그
러나 그것은 다른 세계에서 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
바세계에 있는 중생들은 선근도 얕고 교만해서 언제나 나쁜 마
음을 품으며, 기만적이고 본래의 마음이 뒤틀린 자들이기 때문
이옵니다.”
그때 세존의 어머니 쪽으로 숙모뻘 되는 교담미는 더 배울것
이 있는 비구니와 더 배울 것이 없는 비구니 6천 명과 함께 자
리에서 일어나 세존이 계시는 곳을 향해 합장 경례하고, 세존
을 우러러보면서 서 있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교담미에게 말씀하셨다.
“교담미여, 그대는 깨달음에 이를 것이라는 수기를 받지 못
했다고 낙담하면서 선 채로 여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러나 교담미여, 그대는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
게 준 예언으로 이미 예언을 받은 것이오. 교담미여, 그대는
여래인 나를 비롯한 380만 코티 니유타의 부처님 아래에서 공
경, 공양하며 찬양했으므로, 설법자인 보살대사가 될 것이오.
또 6천 명의 비구니들도 그대와 함께 여래들 아래에서 설법자
인 보살이 될 것이오. 그 뒤 그대는 보살의 수행을 완성해서 ‘
일체중생희견(一切衆生喜見)여래’가 되어 이 세상에 나타날 것
이오. 그대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이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며, 부처님이며, 여래일 것이오. 그리고 교담미여,
그 일체중생희견여래는 저 6천 명의 보살들 한 사람씩에게 위
없는 깨달음에 이를 것이라고 수기할 것이오.”
그때 라후라의 어머니인 야쇼다라비구니는 이런 생각이 들었
다.
‘세존께서는 나에게 예언해 주시지 않으셨다.’
세존께서는 마음으로 야쇼다라 비구니의 마음을 아시고, 이
렇게 말씀하셨다.
“야쇼다라여, 그대에게 말하겠다. 그대도 또한 1만 코티의
부처님을 공경, 공양하며 찬양한 뒤 설법자인 보살이 될 것이
다. 그리고 이윽고 보살의 수행을 완성해서 ‘선국(善國)’이라
는 세계에서 ‘구족천만광상(具足千萬光相)여래’가 되어 이 세
상에 나타날 것이다. 그대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이며, 세
간을 잘 아는 위없는 이이며, 사람들을 잘 인도하는 이이며,
천신들과 인간의 스승이며, 부처님인 세존이 될 것이다. 그 세
존의 수명은 무량할 것이다.”
그때 6천 명의 비구니를 거느린 교담비 비구니와 4천 명의
비구니를 거느린 야쇼다라 비구니는, 세존으로부터 친히 위없
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수기를 받고 기뻐하며 이런
게송을 읊었다.
세존이시여, 당신께서는
인도자나 지도자, 천신들을 포함한
세간의 스승으로 나타나시옵니다.
인간이나 천신들의 공양을 받아주시며
중생들을 격려해 주시옵니다.
보호자시여, 저희들도 이제
마음이 흡족하옵니다.
그때 그 비구니들은 이 게송을 읊은 뒤, 세존께 이렇게 말씀
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후세에 이 법문을 널리 펴기 위해 애
쓰겠사옵니다. 그러나 다른 세계가 될 것이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8백만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이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셨다. 그 보살들은 모두 다라니를 얻었으며 불토전의
가르침의 법륜을 굴리는 이들이었는데, 세존께서 보시자 그들
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이 계시는 곳을 향해 합장 경례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우리들이 이 법문을 널리 펴기를 바라고 계신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 뒤 동요하며 서로 언쟁했다.
“세존께서는 우리들이 미래세에 이 법문을 널리 펴기를 바라
고 계신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때 그 선남자들은 세존에 대한 존경심과 과거의 수행과 서
원이 있었기 때문에 세존을 향해 맹세의 말씀을 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미래세 저희
들은 시방세계에서 세존의 위신력에 힘입어 이 법문을 모든 중
생들에게 옮겨 적게 하고 독송하게 하고 고찰하게 해서 널리
펴겠사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다른 세계에 계시더라도 저희
들을 지켜보아 주시옵소서.”
그리고서 그 보살들은 일제히 이런 게송을 세존께 읊었다.
세존이시여, 아무런 걱정도 마시옵소서.
당신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악세(惡世)에 저희들은 최고의 경전을
널리 펴겠사옵니다.
지도자시여, 저희들은 어리석은 자들이
욕을 하거나 위협하거나 몽둥이를 휘두르더라도
참고 견디겠나이다.
또 그 악세에 비구들은 악의를 품고
마음은 비뚤어지고 기만적이며
어리석고 우쭐대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면서도
얻었다고 망상할 것이옵니다.
지혜가 부족한 그들은 숲속생활을 하고
누더기를 걸치면서 스스로
‘우리들은 청빈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옵니다.
미각의 즐거움에 탐닉하고 있는 자가
재가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설하며
6신통을 갖춘 아라한처럼
존경받을 것이옵니다.
우리를 비방하는 그들의 마음은
흉폭함과 증오가 끓고 있고
가정이나 재산에 마음을 뺏기고 있으면서도
숲속이라는 외딴 곳에 숨어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옵니다.
‘이 비구니들은 이교도로 이익과 명예에 빠져
자기 멋대로 가르침을 편다’고.
또 ‘이익과 명예를 구해서
자신이 경전을 편찬하여
모임의 한가운데서 설교한다’고
우리들을 욕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옵니다.
국왕들이나 왕자들, 대신들이나 바라문들, 가장들
나아가 다른 비구들도
우리들을 비난해서
‘이교의 가르침을 펴는 자’라고 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위대한 성선들을 존경하므로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디겠사옵니다.
또 그 후세에 어리석은 자들이
저희들을 업신여기고
‘그들이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하더라도
저희들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하겠사옵니다.
세상이 무서운 시대에 큰 공포 속에서
야차의 형상을 한 많은 비구들이
저희들을 매도하더라도
저희들은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이 세상에 머물며 극히 어려운 일을 하며
인내라는 허리띠를 두르고
이 경전을 널리 펴겠사옵니다.
지도자시여, 저희들은 몸도 마음도
아깝지 않사옵니다.
저희들은 오직 깨달음을 구하는 자이며
당신께 부여받은 일을 하는 자이옵니다.
후세에 이렇게 깊은 뜻이 담긴 말을 모르는
나쁜 비구들이 있으리라는 걸
세존께서는 아실 것이옵니다.
눈총을 받고 자리를 얻지 못하고
정사로부터 추방되고
온갖 욕설과 비아냥을 듣더라도
저희들은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디겠사옵니다.
저희들은 후세에 세간의 보호자이신
당신의 부촉을 떠올리고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모임의 한가운데서
이 경전을 설하겠사옵니다.
지도자시여, 이 세상에서
이 가르침을 구하는 이가 있다면
도성이든 마을이든 어디라도 찾아가서
당신에게서 받은 이 가르침을
그 사람에게 전하겠사옵니다.
세간의 왕이시여
저희들은 당신께서 주신 임무를 다하겠사옵니다.
위대하신 성선이시여
당신께서는 정적에 싸여 고요한 열반에 드시어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시옵소서.
시방에서 나오신 모든 세간의 광명이시여
저희들은 진실된 말만을 하겠사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들의 타오르는 정열을
잘 아실 것이옵니다.
제 14장 안락한 삶(安樂行品)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보살들이 세존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 법문
을 널리 펴기 위해 한결같은 노력을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 보살들이 어떻게 하면 후세에 이
법문을 널리 펼 수 있겠사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사법으로 자신을 확립한다면, 보살은 후세에
이 법문을 널리 펼 수 있다. 문수사리여, 사법은 무엇인가. 첫
째로 이 세상에서 보살이 선행(善行)과 바른 교제범위에 안주
할 수 있는가 하면, 보살이 인내심 깊고 온화하며 마음이 다스
려진 경지에 이르러 부들부들 떨거나 분노를 나타내는 일이 없
고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모든 모습(相)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때, 비로소 모든 것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지 않고 분별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보살의 선행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보살의 바른 교제범위란 어떤 것인가 하면, 보
살은 국왕이나 왕자, 대신, 그리고 그 시종들과 사귀거나 방문
하거나 섬기거나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또 유행자, 아지바
카 교도, 니르그란타 교도 등의 이교도들이나 시서(詩書)나 세
속의 논서에 탐닉하는 사람들이나 세상일에 관한 주문을 신봉
하는 로카야타 교도와도 사귀거나 방문하거나 섬기거나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찬달라, 마우슈티카, 돼지고기점,
새고기점, 사냥을 하는 자, 도살꾼, 배우, 예능인, 봉술을 하
는 자, 격투를 하는 자와도 가까이하지 않고, 오락이나 유흥장
에도 가까이 가지 않으며, 그들이 다가오면 그때 그때에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가르침을 설할 뿐, 그들과 친하지 않
는 것이다. 또 성문에 속하는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들과
도 사귀거나 방문하거나 섬기거나 친하게 지내지 않으며, 그들
이 다가오면 그때 그때에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가르침
을 설할 뿐, 경행(經行)의 장소든 정사 안이든 그들과 만나지
않는다면, 이것이 보살대사의 교제범위이다.
문수사리여, 또 보살은 언제나 여성의 환심을 사려고 가르침
을 설하지도 않으며, 여성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품지 않으
며, 남의 집을 방문해서 젊은 처녀와 말을 나누고 싶은 생각도
하지 않으며, 그녀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다. 또 거세당한 자
에게 가르침을 설하지 않으며, 그들과 친하게 지내지도 않으
며, 인사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래의 억념(億念)을 수습하
고 있는 자를 제외하고는, 밥을 얻기 위해서도 혼자는 남의 집
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설사 여성에게 가르침을 설하게 되더
라도, 그는 본래 가르침에 집착해서 설해서는 안 되며, 부인에
게 집착해서 설해서도 안 되며, 설할 때 웃느라고 이빨을 보이
는 일조차 없으므로 얼굴에 감정의 변화를 보이는 일도 없다.
그는 가만히 앉아 선정을 닦는 데 전념하며, 항상 선정 속에
잠겨 생활한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보살의 첫번째 교제범위라
고 불린다.
문수사리여, 또 보살은 모든 것을 공(空)이라고 관찰한다.
즉 모든 것은 바르게 확립되어, 무도착(無倒錯)의 상태에 있으
며,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며, 자타에 의해서도 움직이
지 않고 역전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고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며, 허공과 같은 본성으로 말의 해석이나 표현을
떠나 생기지 않으며, 만들어진 것도 아니며 만들어진 일이 없
는 것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닌, 말로 나타
낼 수 없는 집착을 떠난 상태에 있는, 관념의 도착에 의해 나
타내어진 것이라고 관찰한다.
문수사리여, 보살은 언제나 모든 것을 이처럼 관찰하며 생활
한다. 이렇게 사는 보살은 바른 교제범위에 안주하고 있는 것
이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보살의 두 번째 교제범위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상세히 알리시려고 이런 게송을 설
하셨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 무서운 시대에
보살이 겁내지 않고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 경전을 널리 펴려고 한다면
그는 선행과 바른 교제범위를 지키고
세속적인 교제를 끊고
몸을 청정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즉 언제나 국왕이나 왕자들과의 교제를
끊어야 할 것이다.
왕의 시종들, 찬달라, 마우슈티카, 주정뱅이
이교도들과도 사귀어서는 안 된다.
소승의 율이나 경전에 집착해
자신을 아라한이라고 생각하는
교만한 비구들과도 사귀지 말며
파계한 비구들도 피하는 것이 좋다.
마음이 들떠 웃거나 수다를 좋아하는
비구니들은 언제나 피하며
속악한 것에 빠진 재가의 여성도
피해야 한다.
현세의 안온한 상태를 구하는
재가의 여성들과도 교제를 끊어야 한다.
이것이 보살의 선행이라고 불린다.
그들 중 최고의 깨달음을 구해 보살을 찾아와
가르침을 구하는 자가 있다면
현자는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언제나 가르침을 설하는 것이 좋다.
부인이나 거세된 사람들과의 교제를 끊고
타인의 집에 있더라도
젊은 처녀나 딸들을 피해야 한다.
정중하게 안부를 물으며
그녀들과 말을 나누어서도 안 된다.
돼지고지점이나 양고기점과의 교제도
끊어야 한다.
향락을 위해 여러 가지 산 것을 죽이거나
도살장에서 고기를 파는 자들과의 교제도
끊어야 한다.
포주, 연예인, 몽둥일을 휘두르는 자
격투하는 자, 그와 유사한 자들과의 교제도
끊어야 한다.
유녀나 쾌락을 팔아서 생계로 삼는 자들과도
사귀어서는 안 되며
인사조차도 해서는 안된다.
현자는 여성에게 가르침을 설할 때
혼자 그 방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며
웃음을 띠어서도 안 된다.
탁발을 하려고 마을로 들어갈 때는
동반의 비구에게 동행을 부탁하거나
부처님을 억념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것이 첫째 선행과
바른 교제범위라고 나는 설한다.
이런 경전을 수지하는 지혜를 갖춘 사람들은
이것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보살은 영등한 자, 뛰어난 자, 보통인 자
만들어진 것, 만들어지지 않은 것
진실한 것, 허망한 것에도
결코 집착하지 않아야 하며
‘이 사람은 여자다’
‘이 사람은 남자다’라고
분별해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은 불생(不生)이므로
그것을 구하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
이것이 보살들의 선행이라고 불리는 전부이다.
보살의 바른 교제범위란 어떤 것인가?
설명할 테니 그대들은 들으라.
이 모든 것은 실재가 아니며
나타난 것도 아니며
생긴 것도 아니며
공이며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서
언제나 현존하고 있다고 설해졌다.
이런 것이 현자들의 바른 교제범위라고 불린다.
그런데 도착된 생각을 지닌 자들은
이 모든 것이 실재하지 않는데도 실재로 여기며
허망한데도 진실이라고 여기며
생기지도 않는 것을 생겼다고 망상해서 분별한다.
한편 보살은 언제나 마음을 한 점에 집중해서
선정을 들고 수미산처럼 부동으로 안주하며
모든 것을 허공처럼 관찰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언제나 허공과 같으며
내실이 없으며 움직이지 않으며
망상을 떠나면서도 언제나 현존해 있다고 관찰한다.
이것이 현자들의 바른 교제범위라고 불린다.
내가 열반에 든 뒤
나의 행동을 지키고 따르는 비구야말로
세간에서 이 경전을 설해야 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안으로 생각을 집중하고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이 문의 근본을 관찰한 뒤
선정으로부터 깨어나
두려워하지 말고 가르침을 설하라.
그로부터 가르침을 듣는 국왕이나 왕자들은
이 세상에서 그를 비호할 것이며
다른 가장이나 바라문들도
항상 그를 섬길 것이다.
“문수사리여, 또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후 오백년
동안에 바른 가르침이 소멸하고 있을 때(末法), 이 가르침을
널리 펴려고 애쓰는 보살은 안락한 경지에 있을 것이다. 그는
안락한 경지에서 신체에 집착하지 않으며, 경전에 나타난 가르
침을 설하며, 타인에 대해 말할 때에도 그들의 결점을 들추는
일이 없으며, 다른 설법자인 비구를 욕하거나 비난하는 일도
없으며, 책망하는 일도 없다. 또 다른 성문에 속하는 비구들의
이름을 들추어 비난하는 일도 없고, 책망하는 일도 없으며, 그
들에 대해 적대심을 품는 일도 없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안락한 경지에 안주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법화(法話)를
듣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고 친절한 태도로 가
르침을 설한다. 말싸움을 하는 일도 없고, 질문받더라도 성문
의 길에 의해 답하는 일이 없으며, 어떻게 해서든 부처님의 지
혜를 깨닫기를 바라면서 답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설하셨다.
현명한 이는 언제나 안락한 경지에 들어
깨끗하고 상쾌한 장소에 높은 자리를 마련해서
그 위에 편안히 앉아 평온한 가르침을 설한다.
그는 아주 좋은 염료로 잘 염색된 법의를 두르고
마찬가지로 검은 옷도 몸에 걸치고
또 헐거운 속옷도 입고
여러 색의 천을 아름답게 겹치고
발 디딤대가 붙은 자리에 앉아
발을 씻고 머리나 얼굴에도 기름을 바르고
자리에 올라가
법좌에 앉아
모인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비구들에게도, 비구니들에게도
신남, 신녀, 왕, 왕자 들에게도
그 현자는 언제나 아주 친근한 태도로
여러 가지 뜻을 지닌 매력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그때 그들의 질문을 받더라도 그들에게
적절한 의미를 한 번 더 설명해 주어라.
그것도 그들이 들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 의미를 모두 설해 주는 것이 좋다.
현자는 나태한 마음을 없애며
권태로운 생각을 하지 않으며
청중에게 자비로운 힘을 발휘해야 한다.
현자는 저녁에 수많은 비유로써
최고의 가르침을 설해
청중을 기쁘게 하고 만족시켜라.
그러나 그는 그 일에 대해
결코 어떤 것도 바라서는 안 된다.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식사, 의복, 침대, 자리, 법의
혹은 병을 낳게 하는 약에 신경 쓰지 말아라.
청중에게 아무것도 바라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현명한 이는
‘나와 같이 이 중생들도 함께 부처님이 될지어다.
내가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을
세간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설한다면
나에 의해 모든 안락을 가져오는 도구가 된다’고
언제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내가 열반에 든 뒤, 남을 원망하지 않고
오직 이 가르침을 설하는 비구는
괴로움도 장애도 근심도 망설임도
모두 없어질 것이다.
누구도 그를 두렵게 하거나 때릴 수도 없으며
비난하는 이도 없다.
그는 결코 추방당하는 일도 없다.
그는 확고한 인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가 말한 대로 처신해서
안락한 경지에 든 현자에게는
수없이 많은 공덕이 있어서
수백 겁이 지나더라도
그것을 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수사리여, 또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바른 가르
침이 소멸할 최후의 시대에 이 경전을 수지하고 있는 보살은,
남을 원망하거나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으며, 남을 비난하지
않고 욕하지 않고 경멸하지 않는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자는
성문의 길에 속하는 이든 독각의 길에 속하는 이든 보살의 길
에 속하는 이든, 그들은 다른 비구나 비구니, 신남, 신녀 들에
게 마음의 곤혹을 일으키게 하는 일이 없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대들에게 깨달음이 나타나는 일은 없다. 그
대들은 완전히 나태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여래의 지혜를 깨
달을 수는 없다’고 해서 보살의 길에 속하는 자에게도 마음의
곤혹을 일으키는 일은 없다. 또 가르침에 대한 논쟁을 좋아하
지도 않고, 싸우려고 하지도 않고, 모든 중생들에 대한 자비로
운 힘을 버리지 않는다. 모든 여래에 대해 아버지라는 생각을
품고 모든 보살에 대해 스승이라는 생각을 품는다. 또 세간에
있는 모든 보살들을 깊은 뜻과 존경심으로 끊임없이 경례한다.
또 가르침을 설할 때도, 그는 가르침을 평등히 사랑하므로 가
르침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설한다. 또 그는 이 법문을 설할
때, 어느 누구에게도 호의를 품지 않는다.
문수사리여, 이상의 세 번째 방법을 갖춘 보살이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바른 가르침이 소멸하려는 최후의 시대
에 이 법문을 널리 편다면, 그는 기분 좋은 만남 속에서 살며
어떠한 해로움을 받지 않고 이 법문을 널리 펼 수가 있다. 그
가 가르침을 읊을 때에는 함께 읊는 이가 생길 것이다. 또 그
의 주위에는 가르침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며, 그
들은 그로부터 법문을 듣고 믿고 수지하며, 옮겨 적고 남에게
도 옮겨 적게 해 책으로 만들어서 공경하며 공양할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처럼 설하신 뒤, 이렇게 게송을 읊으셨다.
이 경전을 널리 펴려고 하는 설법자는
기만과 교만한 마음과 나쁜 생각을 버려야 하며
질투심도 지녀서는 안 된다.
그는 결코 어떤 사람도 책망해서는 안 되며
견해를 세워서 논쟁해서도 안 된다.
또 ‘당신이 위없는 지혜를 얻는 일은
없겠지요’라고 해서
남의 마음을 곤혹하게 해서도 결코 안 된다.
그 선서의 아들은 언제나
올바르며 부드럽고 인내심이 강하다.
이 가르침을 계속해서 몇 번이나 설하여라.
그렇다고 해서 그가 권태를 느끼는 일은 전혀 없다.
‘중생을 자비롭게 여겨
세간에 돌아다니는 보살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다’라고 생각해서
이 현자는 그들에게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품어야 한다.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을 마음에 염해서
그 승리자들을 언제나 아버지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교만한 마음을 모두 끊는다면
그때 그에게는 장해는 없다.
이렇게 방법을 듣고
현자는 그때 그 방법을 지켜야 한다.
안락한 경지를 얻는 데 마음을 집중한 이는
수많은 생명 있는 것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는다.
‘문수사리여, 또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바른 가
르침이 소멸할 최후의 시대에 이 법문을 수지하는 비구는, 재
가의 사람들이나 출가한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자비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우
지 않은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를 품고 이렇게 발심해야 한
다.
‘아아, 이 중생들은 참으로 지혜가 떨어지는 이들이다. 그들
은 여래의 절묘한 방편인 깊은 뜻이 담긴 말을 듣지 못하고 알
지 못하고 묻지 못하고 믿지 못하고 따르지 못한다. 더욱이 이
중생들은 이 법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한다. 그러
나 나는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뒤, 어느 곳에 중생이
있든 그곳에서 그들을 신통력으로 회심시켜, 믿게 하고 깨달음
으로 들어가게 하고 성숙시킬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상의 네 번째 방법을 갖춘 보살은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법문을 널리 펴고 있을 때, 남을 상
처 입히는 일이 없으며,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국왕, 왕
자. 대신, 고관 들이나 마을사람들, 바라문, 가장들에게도 공
경받고 공양받을 것이다. 중공(中空)에 사는 천신들은 청정한
믿음으로 가르침을 듣기 위해 그의 뒤를 따를 것이며, 천자들
도 호위하며 따르고 있을 것이다. 마을에 있든 정사에 있든 가
르침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밤낮으로 그를 방문할 것인데, 그
들도 그의 설법을 듣고 만족해서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문
수사리여, 많은 세계에서는 이 법문을 설하는 소리나 곡조, 그
이름을 듣는 일도 드물다.
예를 들면 문수사리여, 군대를 통솔하는 전륜왕이 있어 무력
으로 자신의 왕국을 평정한다면, 그와 대적하는 왕들도 그와
싸우게 된다. 그때 전륜왕에게는 많은 전사가 있어서 적과 싸
운다. 그러면 전륜왕은 전사들이 분전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
뻐한다. 그는 즐거이 전사들에게 여러 가지 상을 준다. 예를
들면 마을이나 마을의 토지를 주거나 도성이나 도성의 토지를
주거나 의복을 주거나 허리띠, 팔찌, 목걸이, 귀고리, 황금,
진주 목걸이, 금괴, 보석구슬, 진주, 유리, 나패, 수정, 산호
를 주거나 코끼리, 말. 전차, 보병, 노비를 주거나 탈것이나
가마를 준다. 그러나 상투에 붙인 보석구슬은 누구도 받지 못
한다. 왕의 머리를 장식하는 상투에 달린 보석구슬은 단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만일 왕이 상투에 달린 그
보석구슬마저 준다면, 왕의 군대는 모두 놀라서 감명받을 것이
다.
그와 마찬가지로 문수사리여, 법의 소유주이며 법의 왕이신
여래께서도 복덕의 힘이라는 군대로 얻은 법에 의해 삼계에서
법의 왕국을 통치하고 계시는 것이다. 한편 마왕 파순이 그의
세계에 침입할 때, 여래의 성스러운 전사들도 마군과 싸운다.
문수사리여, 그때 여래께서는 성스러운 전사가 싸우는 것을 보
시고 사중들을 기쁘게 하시기 위해 백천 가지 경전을 설하시
며, 열반의 도성이라는 위대한 법의 도성을 주시며, 열반의 안
락함을 주시어 그들을 깨달음으로 이끄신다. 그러나 묘법연화
경과 같은 법문은 설하시지 않으셨다.
문수사리여, 군대를 통솔하는 전륜왕은 분전하고 있는 전사
들의 영웅적 행위에 놀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것을 모
두 주는데, 이는 세간사람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일이다. 왕의
상투를 장식했던 보석구슬은 오랫동안 왕이 지녔던 것이어서
더 그렇다. 문수사리여, 그와 마찬가지로 여래께서는 삼계의
법의 왕이시며 법으로써 왕국을 통치하고 계시므로, 성문이나
보살들이 오온과 번뇌라는 마(摩)와 싸우고 있으며, 또 애착이
나 증오, 미혹의 삼독(三毒)을 멸하고, 삼계의 모든 것으로부
터 떠났으며, 모든 마를 물리치는 위대한 영웅적인 행위를 했
을 때, 여래께서도 전륜왕처럼 만족하셔서 그 전사들에게 이
세간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믿기 어렵고 지금까지 설
한 적이 없는 법문을 설하시는 것이다. 모든 중생들에게 일체
지자인 것을 보이는 이 법문을, 여래께서는 제자들에게 선물하
신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것이야말로 여래들의 최고의 설법이
며 최후의 법문이다. 이 법문은 모든 법문 중에서 가장 심원하
며, 모든 세간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다. 문수사
리여, 지금 여래께서는 마치 전륜왕이 오랫동안 지녔던 보석구
슬을 전사에게 주는 것처럼, 오랫동안 비장되어 온 이 법의 깊
은 뜻을 모든 법문의 최고위에 놓으시며, 여래의 의해서만 알
려진 이 법문을 설하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상세히 알리시려고 이런 게송을 설
하셨다.
언제나 자비로운 힘을 발휘하고
언제나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겨
미래의 보살은 선서들께서 찬탄하신
훌륭한 경전인 이 가르침을 설해야 할 것이다.
후세에 재가든 출가든
깨달음을 구하지 않는 이든
모든 이들에게 자비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 좋다.
그들이 가르침을 듣고 비방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니까.
‘내가 깨달음을 얻어 여래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그들에게 여러 가지 황금으로 된 장식이나
코끼리, 말, 전차, 보병, 도성, 마을을 줄 것이다.
전륜왕은 어떤 이에게는 팔찌, 은, 황금실, 진주
보석구슬, 나패, 산호, 노예를 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전사가 최고로 공훈을 세우면
왕은 거기에 경탄해서 왕관을 풀어
보석구슬을 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인 나는 법의 왕으로
인내심을 갖추며 많은 지혜를 지녔으며
세간의 행복을 원해 자애 깊게 자비심을 품으며
이 세간을 모두 법으로 다스린다.
나는 고뇌하는 중생들을 보고
수많은 경전을 설한다.
이 세상에게 번뇌를 끊은 청정한 중생들이
용맹 정진하는 것을 알고
그때 위대한 의사이며 법의 왕인 나도 또한
수많은 법문을 설하며
중생들 역시 능력도 있고 지혜도 갖춘 것을 알아
상투에 달린 보석구슬과 같은
이 경전을 설한다.
나는 최후의 이 경전을 이 세상에서 설한다.
이것은 나의 모든 경전 가운데에서 최고의 것으로
내가 비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설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것을 지금 설할 테니 그대들은 들으라.
내가 열반에 든 뒤
가장 훌륭한 최고의 깨달음을 구해
나를 위해 일을 하는 이들은
앞에서 말한 네 가지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실행하는 이는
걱정하거나 방해받는 일도 없고
추해지지도 않고 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피부가 검어지는 일도 없으며
참혹한 마을에 사는 일도 없다.
그 위대한 성선은
언제 보아도 기쁜 모습을 하고
여래처럼 공양을 받는다.
그에게는 천자들의 시종이 있을 것이다.
칼이나 독약, 몽둥이, 흙덩이가
어느 때에도 그의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다.
그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자는
입이 막히게 될 것이다.
내가 열반에 든 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이 세상에서 생명 있는 것의 친족이다.
그는 광명으로 가득 차 수많은 사람들의
어둠을 제거하면서 지상을 돌아다닌다.
그는 꿈속에서 상서로운 환영을 본다.
즉 비구나 비구니를 보며 자신의 신체가
사자좌에 올라 그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것을 본다.
또 그는 꿈속에서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천신들, 야차, 아수라, 용을 보며
합장하고 있는 그들에게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것을 본다.
또 그는 꿈속에서 여래를 본다.
즉 수많은 생명 있는 것들에게 가르침을 설하며
수천의 광명을 뿜으며 감미로운 소리를 내시는
금색의 신체인 보호자를 본다.
또 꿈속에서 그는 합장하여
인간의 최고자이신 현자를 칭찬하며
한편 그 위대한 의사이신 승리자는
사중에게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신다.
그는 그 가르침을 듣고 기쁨으로 가득 차
여래께 공양한다.
또 꿈속에서 불퇴전의 지혜를 신속히 얻고
다라니를 얻는다.
세간의 보호자는 그의 뜻을 아시고
그에게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리라고 예언하신다.
‘선남자여, 그대도 또한 이 미래세에
위없는 훌륭한 지혜를 얻을 것이다.
그대의 불국토는 광대할 것이다.
그리고 사중은 나의 경우처럼
참으로 경건하게 합장하며
광대한 맑은 가르침을 들을 것이다’라고
또 그는 꿈속에서 자기 자신을 본다.
즉 동굴 속에서 법을 닦아
본래의 모습에 이르러 삼매를 얻고
그 속에서 승리자를 뵙고 있는 자신을 본다.
꿈속에서 몸은 금색이며
백 가지 상서로운 복덕의 상을 갖춘
부처님을 뵙고 가르침을 들은 뒤
그것을 법회에서 설한다.
실로 그의 꿈은 이런 것이다.
꿈속에서조차도 그는 왕의 지위도
후궁도 친족도 모두 버리고
모든 애욕을 끊고 출가해서
깨달음의 자리로 다가간다.
보리수의 밑동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
깨달음을 구하는 그는
이렇게 해서 7일 간을 보낸 뒤
여래의 지혜를 얻을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뒤 그 자리에서 일어나
더러움이 없는 가르침의 바퀴를 굴리고
생각을 초월한 여러 겁 동앙
사중들에게 가르침을 설한다.
더러움 없는 가르침을 설해
수많은 생명 있는 것들을 제도시킨 뒤
기름이 다한 등잔불처럼 열반에 든다.
그가 꾸는 꿈은 이런 것이다.
문수사리여, 내가 절묘하게 설한
최고의 가르침인 이 경전을
후세에 설하는 이에게는
언제나 무한한 공덕이 있을 것이다.
제 15장 수많은 보살의 출현(從地涌出品)
그때 다른 세계로부터 온 보살 중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세존을 향해 합장
경례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ㅤ
“세존께서 허락하신다면, 저희들은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사바세계에서 이 법문을 설하고 독송하며, 옮겨 적
게 해서 공양하는 등 이 법문을 위해 애쓰려고 하옵니다. 그러
하오니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이 법문을 설하는 것을 허락해 주
시옵소서.”
세존께서는 그 보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그만두어라. 그대들이 그 일을 한다 해서 무
엇 하겠는가. 나의 이 사바세계에는 6만의 강가 강의 모래알수
와 같은 보살들이 있다. 또 그 보살 하나하나에 6만의 강가 강
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인 보살들이 있으며, 그 각각의 보살
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시종들이 있다. 그들 모두가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후세에, 이 법문을 수지해서 독송하며 설할 것이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마자, 사바세계는 곳곳이 갈라지
고, 그 틈새에서 수많은 보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몸은 금색
이고 위대한 인물이 지니는 32상을 갖추었으며, 이 사바세계를
주처로 하여 대지 아래에 있는 허공계에 머물러 있었는데, 세
존의 말씀을 듣고 지하로부터 나타난 것이었다. 그 보살들은
각각 육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을 시종으로 하
며, 집단을 거느리고 통솔하는 스승이었다.
그런 보살들이 이 사바세계의 대지의 틈새에서 나타났으므
로, 오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들을 데리고 나타
난 보살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사십이나
삼십, 이십, 십, 오, 사, 삼, 이, 일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들을 시종으로 하는 보살에 대해서도 말할 필요가 없
다. 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의 반, 사분의 일, 육분의 일, 팔
분의 일, 십분의 일, 이십분의 일, 삼십분의 일, 사십분의 일,
오십분의 일, 백분의 일, 천분의 일, 백천분의 일의 많은 보살
들을 시종으로 하는 보살에 대해서도 말할 필요가 없다.
또 백천의 시종, 천의 시종, 오백, 사백, 삼백, 이백, 백,
오십, 사십, 삼십, 이십, 십, 오, 사, 삼, 이, 일의 보살을 시
종으로 거느린 보살들에 대해서도 말할 필요가 없다. 하물며
시종 없이 홀로인 보살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또
이 사바세계의 대지의 틈새에서 나타난 보살들에 대해서는 숫
자와 계산을 물론, 비유되거나 비교될 만한 것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나타나서는, 하늘 높이 정지하고 있
는 거대한 보석탑 속의 사자좌에 앉아 계신 다보여래와 석가여
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두 분 여래의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했다. 그리고 그 여래들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수백 수천번
돌며 온갖 찬양의 말을 올린 뒤 한편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합
장해서 석가여래와 다보여래를 우러러보면서 경례했다.
꼭 50중겁이 걸려 보살들이 대지의 틈새에서 나타나 여래들
을 예배하며 찬탄하고 있는 동안 석가여래께서는 침묵하셨다.
사중도 모두 침묵한 채 있었는데 세존의 신통력 때문에 사중은
50중겁을 오후의 짧은 시간으로 생각했으며, 백천의 허공으로
둘러싸인 이 사바세계가 보살로 가득한 것을 보았다.
또 그 보살들 중에는 지도자로서 ‘상행(上行)’ ‘무변행(無邊
行)’ ‘정행(淨行)’ ‘안립행(安立行)’이라는 네 보살이 있었다.
이 네 보살은 여러 보살들의 앞에 서서, 세존을 우러러 합장하
며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병무재하게 지내시고 계시옵니까? 세존의 중
생들은 마음씨가 곱고 인도하기 쉬우며 교화해서 청정하게 하
기가 쉬우므로 세존께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겠지요.”
그리고 이 네 보살은 세존께 다음의 두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보호자시여
광명을 비추시는 분이시여
편안하게 지내시옵니까?
완전하신 분이시여
심신이 상쾌하시며 걱정은 없으시옵니까?
세존의 중생들은 마음씨 곱고
쉽게 교화해서 청정하게 할 수 있으므로
세간의 지도자이신 당신께서 설법을 하실 때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없겠지요?
세존께서는 보살들의 지도자인 네 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
다.
“그렇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기분 좋게 지내며 무병무재하
다. 또 중생들은 마음씨가 곱고 인도하기 쉬우며, 쉽게 교화해
서 청정하게 할 수가 있어 나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다.
나의 중생들은 과거에 부처님 아래에서 자기를 닦은 이들이어
서, 나를 보거나 내 가르침을 듣기만 해도 나를 믿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해서 깨달음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 성문이나
독각의 경지에서 수습하고 있는 이들은 다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도 이제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시키고 최고의 진리를
들려줄 것이다.”
네 보살들은 다시 두 게송을 읊었다.
훌륭하시옵니다.
참으로 훌륭하시옵니다.
위대한 용자시여, 저희들도 당신의 중생들이
마음씨 곱고 쉽게 교화되어
청정하게 됨을 기뻐하옵니다.
또 지도자시여
그들이 당신의 심원한 지혜를 듣고 믿어
깨달음으로 들어감을 기뻐하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네 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도다, 그대들이 여래의 일을 기뻐하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그때 미륵보살과 다른 세계에서 온 여덟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보살들이 대지의 틈새에서 나와 세존 앞에 서
서 세존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세존의 안부를 묻고 있지만, 우
리들은 여태껏 그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도대체 이 보살
들은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미륵보살은 자신도 궁금하거니와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
도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는 합장해서 다음의 게송으로
세존께 그 까닭을 여쭈었다.
이 수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이들이온데
최고자시여, 설명해 주시옵소서.
이 위대한 신통을 지닌 이들은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온 것이옵니까?
체구가 큰 이 보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이옵니까?
신심이 견고하며 사려 깊고
용모도 단정한 이 위대한 성선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옵니까?
세간의 왕이시여, 이 현명한 보살들은
각각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이 훌륭한 보살들이 거느린 시종들의 수는
꼭 육십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으며
모두가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웠사옵니다.
사중을 거느린 이런 여실(如實)한 용자들은
그 수가 육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사옵니다.
다른 보살들은 그보다 훨씬 많으며
그들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즉 오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리며
사십이나 삼십의 경우는 더욱 많사옵니다.
이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곳곳에 빠짐없이 나타나며
십이나 오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그보다 많사옵니다.
지도자시여, 부처님의 아들인
여실한 이들 각각의 시종이 이와 같사온데
이런 이들의 오늘 어디서 나타난 것이옵니까?
또 각각 사, 삼, 이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더욱 많사옵니다.
그 시종들은 그 보살을 보고 배우는
친구들이옵니다.
하나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들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오며
여러 겁이 걸리더라도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또 용자시며 여실한 보살들은
강가 강의 모래알 수의 반, 삼분의 일,
십분의 일, 이십분의 일과 같은
시종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이들보다 더 적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아 하나하나 헤아린다면
여러 겁이 지나도 알 수가 없사옵니다.
적어도 시종을 거느리지 않은 보살들은
그보다도 많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이분의 일 코티의 시종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그 밖의 위대한 성선들은
훨씬 더 많아 계산할 수가 없는데
그 보살들은 모두 위대한 지혜를 갖추었으며
정중하게 서 있사옵니다.
천의 시종을 거느리거나
백, 오십의 시종을 거느린 보살들은
백 코티 겁이 지나더라도
다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또 어떤 용자들은 이십, 십, 오, 사, 삼, 이의
시종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들 역시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홀로 다니거나
홀로 정적을 누리는 이로서
지금 여기에 모인 용자의 수 또한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설령 손에 자를 쥐고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겁을 헤아리더라도
다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모두 위대한 덕성을 갖추었으며
정진노력하며 여실한 이이며 용자인
이 보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옵니까?
누가 이 보살들에게 가르침을 설하며
누가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우게 하며
또 그들은 누구의 가르침을 기쁨으로 하며
누구의 가르침을 수지하옵니까?
위대한 지혜와 신통을 갖춘 현명한 그들은
이 대지를 가르고 널리 사방에 나타나옵니다.
현자시여, 이 세계는 두려움 없고
자신감을 가진 보살들에 의해
남김없이 갈가리 갈라졌사옵니다.
저희들은 이 보살들을 언제 어디서도
아직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사옵니다.
지도자시여, 그들의 있었던 세계의 이름을
저희들에게 가르쳐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시방을 돌아다녔으나
한 번도 이 보살들을 보지 못했사옵니다.
저희들은 당신의 아들들을
혼자로서 만난 적이 없사온데
오늘 갑자기 이 보살들이 나타난 것이옵니다.
현자시여, 그러하오니 그들의 과거의 수행에 대해
말씀해 주시옵소서.
저희들 수백 수천 니유타의 보살들은
모두 말씀을 듣고자
인간의 최고자이신 당신을
우러러보고 있사옵니다.
위대한 용자시며
헤아릴 수 없고 번뇌가 없는 분이시여
설명해 주시옵소서.
용자이며 두려움 없고 자신감을 가진 이 보살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를 설명해 주시옵소서.
다른 백쳔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서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
하고 있던 석가여래의 분신인 여래들이 그 세계에서 와서 석가
여래의 주위를 팔방으로 둘러싸고 보리수 아래에 있는 거대한
보석의 사자좌에 앉아 있었는데, 이 여래의 시종들도 보살들이
대지의 틈새에서 나와 허공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자신의 여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무량하고 무수한 보살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이옵니까?”
질문을 받은 여래들은 각자 자신의 시종들에게 이렇게 말했
다.
“선남자들이여, 잠깐 기다리거라. 석가세존에 이어 곧 위없
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미륵보살이 세존께 그 까닭을 여쭙고
있으니 세존께서 분명히 설명해 주실 것이다. 그대들은 그 설
명을 잘 듣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참으로 훌륭하도다. 미륵이여, 그대가 나에게
한 질문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서 세존께서는 보살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잘 듣도록 하여라. 그대 보살들은 모두 튼튼
한 갑옷을 입고 불굴의 의지를 가지도록 하여라. 여래의 지견,
위엄, 유희, 신통, 용맹심을 설명하겠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선남자들이여, 내가 바르게 설명할 것이니
세심한 주의를 쏟도록 하여라.
현자들이여, 그대들은 그 말을 듣고
기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여래의 지혜는 생각을 초월한 것이다.
그대들은 모두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생각을 바르게 하고 정신을 집중해서
흔들림 없는 생활을 하여라.
지금이야말로 여태껏 설해진 적이 없는
여래들의 경탄할 만한 가르침을
들어야 할 때이다.
나는 그대들이 최고의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우게 하겠다.
그러니 그대들은 결코
의혹을 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지도자이며 진실을 말하는 이이다.
나의 지혜는 제한이 없다.
선서가 깨달은 심원한 법은
생각을 초월해 있으며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 법을 지금 설하겠다.
그대들은 그 법이 어떤 것인지 듣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읊으신 뒤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그대에게 말하겠노라. 지금 대지의 틈새에서 나
타난, 여태껏 그대가 본 적이 없는 헤아릴 수도 생각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는 보살들은 모두 내가 이 사바세계에서 깨달음
을 얻은 뒤, 깨달음으로 이끌고 정열을 품게 하고 기쁘게 하고
돌아 본 이들이다. 나는 이들을 깨달음의 가르침으로 성숙시키
고 확립시키고 침착하게 하고 안주시키고 깨달음으로 들어가
깨닫게 해서 청정하게 했다. 또 미륵이여, 이 보살은 사바세계
의 지하의 허공계에 살고 있는데, 경전을 독송하고 해설하며,
사색하고 근원적인 사유에 전심수행하며, 사교를 즐기지 않고
교제를 즐기지 않고 무거운 짐을 내리지 않고 정진노력하고 있
는 이들이다. 미륵이여, 이들 선남자는 고독을 즐기고 기뻐하
며 천신들이나 인간 가까이에는 살지 않으며 번잡함을 떠난 수
행과 법열을 기쁨으로 하며 부처님의 지혜를 구해 전념하고 있
다.”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설하셨다.
이 헤아릴 수 없고 생각도 미치지 않는 보살들
그들을 신통, 지혜, 학식을 갖추었으며
오랜 겁 동안 부처님의 지혜를 구해
수행해 온 이들이다.
내가 깨달음을 향해 성숙시킨
이들은 모두 나의 불국토에 살고 있다.
이들 모두를 성숙시킨 것은 나이며
이 보살들은 나의 아들이다.
그들은 모두 숲속에 사는 두타행에 힘쓰며
사람들과 부딪치는 장소는 언제나 피한다.
나의 아들들은 나의 최고의 수행을 본받아
번잡함을 떠나 수행을 한다.
이 용자들은 허공의 주처에 살거나
이 국토의 지하에서 삶을 누리고 있으며
최고의 깨달음을 완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힘쓰고 있다.
그들은 모두 정진노력에 힘쓰며 사려 깊은 이들로
헤아릴 수 없는 지혜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가르침을 설한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들은 모두 나의 아들들이다.
나는 가야의 도성 근처에 있는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위없는 법륜을 굴려 모두를
최고의 깨달음을 향해 성숙시켰다.
나의 청정한 진실의 말을 듣고
그대들은 모두 나를 믿으라.
내가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것은
먼 과거의 일이며
이 모두를 성숙시킨 것도 나이다.
미륵보살과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놀라움과 불가사의
함을 느끼며 이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세존께서는 이 짧은 기
간 동안에 어떻게 저 많은 보살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끄시어
성숙시키신 것일까?”
그리하여 미륵보살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것이옵니까?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태자셨을 때 석가족의 수도 카필라바스투를 떠나 가야 도성에
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리좌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는
데, 그때부터 오늘까지 사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사옵니다. 그
런데 세존이시여, 그 짧은 동안에 어떻게 그 헤아릴 수 없는
일을 하시고, 여래의 위엄과 용맹심을 보이시고 보살들을 깨달
음으로 향하게 하시고, 성숙시키셨사옵니까? 세존이시여, 이
보살들은 수백 코티 니유타의 겁 동안 헤아리더라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오랫동안 순결한 생활을 보냈고 수백 수천
겁 동안 완성된 이들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가령 머리가 검고 아주 젊은 25세의 청년이 백
세가 된 사람을 가리키며, ‘이는 내 아들이다’ 하고, 또 백 세
가 된 사람도 ‘이 사람은 내 친아버지이다’라고 한다고 하면
세존이시여, 그 청년의 말을 세상사람들은 쉽게 믿지 못할 것
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마찬가지로 세존께서는 깨달음을 얻으신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이 많은 보살들을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
의 겁 동안 순결한 생활을 해온 이들로, 오랜 시간이 걸려 부
처님의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백천의 삼매의 문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절묘하며, 위대한 신통의 덕을 닦아 완
성에 달한 이들이며, 부처님의 경지에 밝고 여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데 절묘하며, 세간의 경탄을 불러일으키며, 보기 드
물고 위대한 정진노력과 힘과 위력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런
데 세존께서는 이들에 대해 ‘내가 이들을 처음부터 보살의 경
지로 이끌어 격려하고 성숙시키고 돌보았다’고 말씀하시며, 또
‘위없는 깨달음을 얻은 뒤, 나는 이상의 여러 정진노력의 용맹
심을 보였다’고도 하십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설령 저희들
이 ‘여래께서는 틀림없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므로, 여래께서만
은 그 까닭을 아실 것이다’라고 생각해 여래의 말씀을 믿으려
해도 새롭게 대승에 뜻을 둔 보살들은 의혹을 품을 것이오며,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법문을 들어도 믿지 않고
따르지도 않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문에 그들은 법
을 파괴하는 자가 될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니 저희들이 의혹을
품지 않도록, 또 보살의 길에 속하는 선남자, 선여인들이 미래
세에 들어도 의혹이 없도록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미륵보살은 그때 세존께 이런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보호자시여, 당신께서는
카필라라는 석가족의 나라에 태어나시어
출가해서 가야라는 도성 근처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는데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오래지 않사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 교화하신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진 많은 성자들은
수코티 겁 동안 수행하고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신통을 부리며
동요하는 일 없이 충분히 학습을 끝냈으며
지혜의 힘을 지니고 있사옵니다.
마치 연꽃이 물에서도 더러워지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더러움을 띠지 않고
대지를 가르며 오늘 이곳에 나타난 것이옵니다.
이 세간의 왕의 아들들은 모두
생각을 바르게 하고 합장해서
정중하게 서 있사옵니다.
당신께서 보이신 이 기적을
여기 있는 이 보살들이 어떻게 믿겠사옵니까?
의혹이 풀리도록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 뜻을 있는 그대로 설해 주시옵소서.
예를 들면 여기 검은 머리의 젊은 청년이 있는데
나이는 스물 혹은 조금 위라고 하고
그런 청년에게 백 살 되는 아들이 있다고 했을 때
또 머리는 희고 주름살투성이인 노인도
‘이 청년이 나의 친아버지요’라고 한다면
세간의 보호자시여, 젊은이의 아들이 노인이라니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래께서는 아직 젊으시며
이 많은 현명한 보살들은
수천 코티 겁 동안
가르침을 잘 받아온 이들이옵니다.
그들은 모두 견고한 믿음을 가진 이이며
지혜에 통달해 있으며 기품이 있고 아름다우며
자신감 있게 가르침을 해석하며
세간의 지도자들의 칭찬을 받은 이들이옵니다.
허공계에서 마치 바람처럼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수행을 하며
언제나 어떤 것도 의지처로하지 않는
이 선서의 아들들은 부처님의 경지를 구해
정진노력하고 있사옵니다.
저희들은 세간의 보호자로부터 친히 들었으므로
아무런 의문도 없사오나
세간의 지도자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는
어떻게 믿음을 가지겠사옵니까?
보살들이 이 도리에 의문을 품어
악도에 빠지지 않도록
세존께서는 어떻게 이 보살들을 성숙시키셨는지
부디 설해 주시옵소서.
제 15장 수많은 보살의 출현(從地涌出品)
그때 다른 세계로부터 온 보살 중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세존을 향해 합장
경례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ㅤ
“세존께서 허락하신다면, 저희들은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사바세계에서 이 법문을 설하고 독송하며, 옮겨 적
게 해서 공양하는 등 이 법문을 위해 애쓰려고 하옵니다. 그러
하오니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이 법문을 설하는 것을 허락해 주
시옵소서.”
세존께서는 그 보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그만두어라. 그대들이 그 일을 한다 해서 무
엇 하겠는가. 나의 이 사바세계에는 6만의 강가 강의 모래알수
와 같은 보살들이 있다. 또 그 보살 하나하나에 6만의 강가 강
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인 보살들이 있으며, 그 각각의 보살
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시종들이 있다. 그들 모두가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후세에, 이 법문을 수지해서 독송하며 설할 것이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마자, 사바세계는 곳곳이 갈라지
고, 그 틈새에서 수많은 보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몸은 금색
이고 위대한 인물이 지니는 32상을 갖추었으며, 이 사바세계를
주처로 하여 대지 아래에 있는 허공계에 머물러 있었는데, 세
존의 말씀을 듣고 지하로부터 나타난 것이었다. 그 보살들은
각각 육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을 시종으로 하
며, 집단을 거느리고 통솔하는 스승이었다.
그런 보살들이 이 사바세계의 대지의 틈새에서 나타났으므
로, 오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들을 데리고 나타
난 보살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사십이나
삼십, 이십, 십, 오, 사, 삼, 이, 일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들을 시종으로 하는 보살에 대해서도 말할 필요가 없
다. 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의 반, 사분의 일, 육분의 일, 팔
분의 일, 십분의 일, 이십분의 일, 삼십분의 일, 사십분의 일,
오십분의 일, 백분의 일, 천분의 일, 백천분의 일의 많은 보살
들을 시종으로 하는 보살에 대해서도 말할 필요가 없다.
또 백천의 시종, 천의 시종, 오백, 사백, 삼백, 이백, 백,
오십, 사십, 삼십, 이십, 십, 오, 사, 삼, 이, 일의 보살을 시
종으로 거느린 보살들에 대해서도 말할 필요가 없다. 하물며
시종 없이 홀로인 보살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또
이 사바세계의 대지의 틈새에서 나타난 보살들에 대해서는 숫
자와 계산을 물론, 비유되거나 비교될 만한 것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나타나서는, 하늘 높이 정지하고 있
는 거대한 보석탑 속의 사자좌에 앉아 계신 다보여래와 석가여
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두 분 여래의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했다. 그리고 그 여래들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수백 수천번
돌며 온갖 찬양의 말을 올린 뒤 한편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합
장해서 석가여래와 다보여래를 우러러보면서 경례했다.
꼭 50중겁이 걸려 보살들이 대지의 틈새에서 나타나 여래들
을 예배하며 찬탄하고 있는 동안 석가여래께서는 침묵하셨다.
사중도 모두 침묵한 채 있었는데 세존의 신통력 때문에 사중은
50중겁을 오후의 짧은 시간으로 생각했으며, 백천의 허공으로
둘러싸인 이 사바세계가 보살로 가득한 것을 보았다.
또 그 보살들 중에는 지도자로서 ‘상행(上行)’ ‘무변행(無邊
行)’ ‘정행(淨行)’ ‘안립행(安立行)’이라는 네 보살이 있었다.
이 네 보살은 여러 보살들의 앞에 서서, 세존을 우러러 합장하
며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병무재하게 지내시고 계시옵니까? 세존의 중
생들은 마음씨가 곱고 인도하기 쉬우며 교화해서 청정하게 하
기가 쉬우므로 세존께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겠지요.”
그리고 이 네 보살은 세존께 다음의 두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보호자시여
광명을 비추시는 분이시여
편안하게 지내시옵니까?
완전하신 분이시여
심신이 상쾌하시며 걱정은 없으시옵니까?
세존의 중생들은 마음씨 곱고
쉽게 교화해서 청정하게 할 수 있으므로
세간의 지도자이신 당신께서 설법을 하실 때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없겠지요?
세존께서는 보살들의 지도자인 네 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
다.
“그렇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기분 좋게 지내며 무병무재하
다. 또 중생들은 마음씨가 곱고 인도하기 쉬우며, 쉽게 교화해
서 청정하게 할 수가 있어 나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다.
나의 중생들은 과거에 부처님 아래에서 자기를 닦은 이들이어
서, 나를 보거나 내 가르침을 듣기만 해도 나를 믿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해서 깨달음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 성문이나
독각의 경지에서 수습하고 있는 이들은 다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도 이제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시키고 최고의 진리를
들려줄 것이다.”
네 보살들은 다시 두 게송을 읊었다.
훌륭하시옵니다.
참으로 훌륭하시옵니다.
위대한 용자시여, 저희들도 당신의 중생들이
마음씨 곱고 쉽게 교화되어
청정하게 됨을 기뻐하옵니다.
또 지도자시여
그들이 당신의 심원한 지혜를 듣고 믿어
깨달음으로 들어감을 기뻐하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네 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도다, 그대들이 여래의 일을 기뻐하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그때 미륵보살과 다른 세계에서 온 여덟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보살들이 대지의 틈새에서 나와 세존 앞에 서
서 세존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세존의 안부를 묻고 있지만, 우
리들은 여태껏 그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도대체 이 보살
들은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미륵보살은 자신도 궁금하거니와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
도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는 합장해서 다음의 게송으로
세존께 그 까닭을 여쭈었다.
이 수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이들이온데
최고자시여, 설명해 주시옵소서.
이 위대한 신통을 지닌 이들은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온 것이옵니까?
체구가 큰 이 보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이옵니까?
신심이 견고하며 사려 깊고
용모도 단정한 이 위대한 성선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옵니까?
세간의 왕이시여, 이 현명한 보살들은
각각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이 훌륭한 보살들이 거느린 시종들의 수는
꼭 육십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으며
모두가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웠사옵니다.
사중을 거느린 이런 여실(如實)한 용자들은
그 수가 육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사옵니다.
다른 보살들은 그보다 훨씬 많으며
그들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즉 오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리며
사십이나 삼십의 경우는 더욱 많사옵니다.
이십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곳곳에 빠짐없이 나타나며
십이나 오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그보다 많사옵니다.
지도자시여, 부처님의 아들인
여실한 이들 각각의 시종이 이와 같사온데
이런 이들의 오늘 어디서 나타난 것이옵니까?
또 각각 사, 삼, 이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더욱 많사옵니다.
그 시종들은 그 보살을 보고 배우는
친구들이옵니다.
하나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들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오며
여러 겁이 걸리더라도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또 용자시며 여실한 보살들은
강가 강의 모래알 수의 반, 삼분의 일,
십분의 일, 이십분의 일과 같은
시종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이들보다 더 적은 시종을 거느린 보살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아 하나하나 헤아린다면
여러 겁이 지나도 알 수가 없사옵니다.
적어도 시종을 거느리지 않은 보살들은
그보다도 많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이분의 일 코티의 시종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그 밖의 위대한 성선들은
훨씬 더 많아 계산할 수가 없는데
그 보살들은 모두 위대한 지혜를 갖추었으며
정중하게 서 있사옵니다.
천의 시종을 거느리거나
백, 오십의 시종을 거느린 보살들은
백 코티 겁이 지나더라도
다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또 어떤 용자들은 이십, 십, 오, 사, 삼, 이의
시종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들 역시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홀로 다니거나
홀로 정적을 누리는 이로서
지금 여기에 모인 용자의 수 또한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설령 손에 자를 쥐고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겁을 헤아리더라도
다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모두 위대한 덕성을 갖추었으며
정진노력하며 여실한 이이며 용자인
이 보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옵니까?
누가 이 보살들에게 가르침을 설하며
누가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우게 하며
또 그들은 누구의 가르침을 기쁨으로 하며
누구의 가르침을 수지하옵니까?
위대한 지혜와 신통을 갖춘 현명한 그들은
이 대지를 가르고 널리 사방에 나타나옵니다.
현자시여, 이 세계는 두려움 없고
자신감을 가진 보살들에 의해
남김없이 갈가리 갈라졌사옵니다.
저희들은 이 보살들을 언제 어디서도
아직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사옵니다.
지도자시여, 그들의 있었던 세계의 이름을
저희들에게 가르쳐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시방을 돌아다녔으나
한 번도 이 보살들을 보지 못했사옵니다.
저희들은 당신의 아들들을
혼자로서 만난 적이 없사온데
오늘 갑자기 이 보살들이 나타난 것이옵니다.
현자시여, 그러하오니 그들의 과거의 수행에 대해
말씀해 주시옵소서.
저희들 수백 수천 니유타의 보살들은
모두 말씀을 듣고자
인간의 최고자이신 당신을
우러러보고 있사옵니다.
위대한 용자시며
헤아릴 수 없고 번뇌가 없는 분이시여
설명해 주시옵소서.
용자이며 두려움 없고 자신감을 가진 이 보살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를 설명해 주시옵소서.
다른 백쳔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서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
하고 있던 석가여래의 분신인 여래들이 그 세계에서 와서 석가
여래의 주위를 팔방으로 둘러싸고 보리수 아래에 있는 거대한
보석의 사자좌에 앉아 있었는데, 이 여래의 시종들도 보살들이
대지의 틈새에서 나와 허공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자신의 여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무량하고 무수한 보살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이옵니까?”
질문을 받은 여래들은 각자 자신의 시종들에게 이렇게 말했
다.
“선남자들이여, 잠깐 기다리거라. 석가세존에 이어 곧 위없
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미륵보살이 세존께 그 까닭을 여쭙고
있으니 세존께서 분명히 설명해 주실 것이다. 그대들은 그 설
명을 잘 듣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참으로 훌륭하도다. 미륵이여, 그대가 나에게
한 질문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서 세존께서는 보살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잘 듣도록 하여라. 그대 보살들은 모두 튼튼
한 갑옷을 입고 불굴의 의지를 가지도록 하여라. 여래의 지견,
위엄, 유희, 신통, 용맹심을 설명하겠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선남자들이여, 내가 바르게 설명할 것이니
세심한 주의를 쏟도록 하여라.
현자들이여, 그대들은 그 말을 듣고
기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여래의 지혜는 생각을 초월한 것이다.
그대들은 모두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생각을 바르게 하고 정신을 집중해서
흔들림 없는 생활을 하여라.
지금이야말로 여태껏 설해진 적이 없는
여래들의 경탄할 만한 가르침을
들어야 할 때이다.
나는 그대들이 최고의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우게 하겠다.
그러니 그대들은 결코
의혹을 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지도자이며 진실을 말하는 이이다.
나의 지혜는 제한이 없다.
선서가 깨달은 심원한 법은
생각을 초월해 있으며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 법을 지금 설하겠다.
그대들은 그 법이 어떤 것인지 듣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읊으신 뒤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그대에게 말하겠노라. 지금 대지의 틈새에서 나
타난, 여태껏 그대가 본 적이 없는 헤아릴 수도 생각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는 보살들은 모두 내가 이 사바세계에서 깨달음
을 얻은 뒤, 깨달음으로 이끌고 정열을 품게 하고 기쁘게 하고
돌아 본 이들이다. 나는 이들을 깨달음의 가르침으로 성숙시키
고 확립시키고 침착하게 하고 안주시키고 깨달음으로 들어가
깨닫게 해서 청정하게 했다. 또 미륵이여, 이 보살은 사바세계
의 지하의 허공계에 살고 있는데, 경전을 독송하고 해설하며,
사색하고 근원적인 사유에 전심수행하며, 사교를 즐기지 않고
교제를 즐기지 않고 무거운 짐을 내리지 않고 정진노력하고 있
는 이들이다. 미륵이여, 이들 선남자는 고독을 즐기고 기뻐하
며 천신들이나 인간 가까이에는 살지 않으며 번잡함을 떠난 수
행과 법열을 기쁨으로 하며 부처님의 지혜를 구해 전념하고 있
다.”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설하셨다.
이 헤아릴 수 없고 생각도 미치지 않는 보살들
그들을 신통, 지혜, 학식을 갖추었으며
오랜 겁 동안 부처님의 지혜를 구해
수행해 온 이들이다.
내가 깨달음을 향해 성숙시킨
이들은 모두 나의 불국토에 살고 있다.
이들 모두를 성숙시킨 것은 나이며
이 보살들은 나의 아들이다.
그들은 모두 숲속에 사는 두타행에 힘쓰며
사람들과 부딪치는 장소는 언제나 피한다.
나의 아들들은 나의 최고의 수행을 본받아
번잡함을 떠나 수행을 한다.
이 용자들은 허공의 주처에 살거나
이 국토의 지하에서 삶을 누리고 있으며
최고의 깨달음을 완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힘쓰고 있다.
그들은 모두 정진노력에 힘쓰며 사려 깊은 이들로
헤아릴 수 없는 지혜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가르침을 설한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들은 모두 나의 아들들이다.
나는 가야의 도성 근처에 있는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위없는 법륜을 굴려 모두를
최고의 깨달음을 향해 성숙시켰다.
나의 청정한 진실의 말을 듣고
그대들은 모두 나를 믿으라.
내가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것은
먼 과거의 일이며
이 모두를 성숙시킨 것도 나이다.
미륵보살과 백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놀라움과 불가사의
함을 느끼며 이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세존께서는 이 짧은 기
간 동안에 어떻게 저 많은 보살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끄시어
성숙시키신 것일까?”
그리하여 미륵보살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것이옵니까?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태자셨을 때 석가족의 수도 카필라바스투를 떠나 가야 도성에
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리좌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는
데, 그때부터 오늘까지 사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사옵니다. 그
런데 세존이시여, 그 짧은 동안에 어떻게 그 헤아릴 수 없는
일을 하시고, 여래의 위엄과 용맹심을 보이시고 보살들을 깨달
음으로 향하게 하시고, 성숙시키셨사옵니까? 세존이시여, 이
보살들은 수백 코티 니유타의 겁 동안 헤아리더라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오랫동안 순결한 생활을 보냈고 수백 수천
겁 동안 완성된 이들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가령 머리가 검고 아주 젊은 25세의 청년이 백
세가 된 사람을 가리키며, ‘이는 내 아들이다’ 하고, 또 백 세
가 된 사람도 ‘이 사람은 내 친아버지이다’라고 한다고 하면
세존이시여, 그 청년의 말을 세상사람들은 쉽게 믿지 못할 것
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마찬가지로 세존께서는 깨달음을 얻으신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이 많은 보살들을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
의 겁 동안 순결한 생활을 해온 이들로, 오랜 시간이 걸려 부
처님의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백천의 삼매의 문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절묘하며, 위대한 신통의 덕을 닦아 완
성에 달한 이들이며, 부처님의 경지에 밝고 여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데 절묘하며, 세간의 경탄을 불러일으키며, 보기 드
물고 위대한 정진노력과 힘과 위력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런
데 세존께서는 이들에 대해 ‘내가 이들을 처음부터 보살의 경
지로 이끌어 격려하고 성숙시키고 돌보았다’고 말씀하시며, 또
‘위없는 깨달음을 얻은 뒤, 나는 이상의 여러 정진노력의 용맹
심을 보였다’고도 하십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설령 저희들
이 ‘여래께서는 틀림없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므로, 여래께서만
은 그 까닭을 아실 것이다’라고 생각해 여래의 말씀을 믿으려
해도 새롭게 대승에 뜻을 둔 보살들은 의혹을 품을 것이오며,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법문을 들어도 믿지 않고
따르지도 않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문에 그들은 법
을 파괴하는 자가 될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니 저희들이 의혹을
품지 않도록, 또 보살의 길에 속하는 선남자, 선여인들이 미래
세에 들어도 의혹이 없도록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미륵보살은 그때 세존께 이런 게송을 읊었다.
세간의 보호자시여, 당신께서는
카필라라는 석가족의 나라에 태어나시어
출가해서 가야라는 도성 근처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는데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오래지 않사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 교화하신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진 많은 성자들은
수코티 겁 동안 수행하고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신통을 부리며
동요하는 일 없이 충분히 학습을 끝냈으며
지혜의 힘을 지니고 있사옵니다.
마치 연꽃이 물에서도 더러워지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더러움을 띠지 않고
대지를 가르며 오늘 이곳에 나타난 것이옵니다.
이 세간의 왕의 아들들은 모두
생각을 바르게 하고 합장해서
정중하게 서 있사옵니다.
당신께서 보이신 이 기적을
여기 있는 이 보살들이 어떻게 믿겠사옵니까?
의혹이 풀리도록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 뜻을 있는 그대로 설해 주시옵소서.
예를 들면 여기 검은 머리의 젊은 청년이 있는데
나이는 스물 혹은 조금 위라고 하고
그런 청년에게 백 살 되는 아들이 있다고 했을 때
또 머리는 희고 주름살투성이인 노인도
‘이 청년이 나의 친아버지요’라고 한다면
세간의 보호자시여, 젊은이의 아들이 노인이라니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래께서는 아직 젊으시며
이 많은 현명한 보살들은
수천 코티 겁 동안
가르침을 잘 받아온 이들이옵니다.
그들은 모두 견고한 믿음을 가진 이이며
지혜에 통달해 있으며 기품이 있고 아름다우며
자신감 있게 가르침을 해석하며
세간의 지도자들의 칭찬을 받은 이들이옵니다.
허공계에서 마치 바람처럼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수행을 하며
언제나 어떤 것도 의지처로하지 않는
이 선서의 아들들은 부처님의 경지를 구해
정진노력하고 있사옵니다.
저희들은 세간의 보호자로부터 친히 들었으므로
아무런 의문도 없사오나
세간의 지도자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는
어떻게 믿음을 가지겠사옵니까?
보살들이 이 도리에 의문을 품어
악도에 빠지지 않도록
세존께서는 어떻게 이 보살들을 성숙시키셨는지
부디 설해 주시옵소서.
제 16장 무량한 여래의 수명(如來壽量品)
그때 세존께서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나를 믿으라. 진실의 말을 하는 여래를 믿으
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세 번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들은 미륵보살을 선두로, 서서 합장하며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여래의
말씀을 믿사옵니다.”
이렇게 미룩보살이 세 번 아뢰자, 세존께서는 보살들의 간청
을 들어주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까닭을 말할 테니 그대들은 들으라. 내가 신통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 천신들이나 인간, 아수라 그리고 세간
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석가여래가 출가 후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
다. 내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지는 수백 수천 코티 니
유타의 겁이 지났다.
선남자들이여, 예를 들면 여기 어떤 남자가 수많은 세계에
있는 흙 속에서 한 개의 흙알갱이를 집어들고 동쪽으로 오백만
의 무수한 세계를 지난 뒤, 그 흙알갱이를 내려놓는다고 하자.
이런 식으로 해서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겁이 걸려 모든 세
계의 흙을 다 없앴다고 하자. 그대들은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
는가? 누가 그 세계의 수를 생각하거나 헤아려보거나 짐작할
수가 있겠는가?”
미륵보살과 다른 모든 보살들은 세존께 이렇게 답했다.
“세존이시여, 그 세계들은 헤아릴 수도 없으며, 생각도 미치
지 않사옵니다. 성스러운 지혜를 갖춘 성문이나 독각들조차 그
것을 생각하거나 헤아리거나 짐작할 수 없사옵니다. 세존이시
여, 저희들처럼 불퇴전의 경지에 있는 보살들도 헤아릴 수가
없사옵니다.”
이 대답을 들으시고 세존께서는 그 보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에게 진실을 알리겠다. 그 남자가 흙
알갱이를 둔 세계 혹은 두지 않았던 세계, 그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모든 세계 속에 있는 흙알갱이일지라도 내가 깨닫고
난 뒤의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겁 정도로 많지는 않다. 그
때부터 나는 이 사바세계와 다른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세
계에서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해 왔다.
선남자들이여, 그러는 동안 나는 연등(燃燈)여래를 비롯한
여러 여래들을 찬탄하며 설했고, 그 여래들이 완전한 열반에
드시는 것도 설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한 열반이 아니라, 내
가 절묘한 방편으로 설한 것이다. 여래께서는 계속해서 나타나
는 중생들에게 능력과 정진노력에 우열의 다름이 있는 것을 아
시고, 각각의 세계에서 각각 다르게 자기 이름을 말하며, 여러
법문과 여러 방법으로 중생들을 만족시킨다. 그 가운데에서 선
근이 부족하고 번뇌가 많고 서로 다르게 믿고 따르는 중생들에
게는, ‘비구들이여,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출가하
였다. 비구들이여, 나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래가 훨씬 이전에 깨달았는데 ‘나는
얼마 전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법문은, 중생들을 깨달음
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그 모든 법문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자신이나 타인의 모습을 보인다. 여래가 그 동안 무엇을 설하
더라도 여래가 설한 모든 법문은 진리이며 거짓은 없다.
여래는 삼계를, 태어나지 않고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나타나지 않고, 윤회하지 않고 열반하지 않고, 진실도 아니며
허망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며, 이런 방
법도 아니며 다른 방법도 아니며, 허위도 아니며 진리도 아닌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이다. 여래는 어리석은 범부들이 보는
대로 삼계를 보지 않는다. 여래는 이런 도리에 대해 있는 그대
로 말하므로, 여래가 어떤 말로 설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진리
이지 허위가 아니다. 그러나 온갖 행위와 갖가지 생각을 하고
잘못된 행동이나 관념, 망상에 싸여 있는 중생들에게 선근이
생기도록 여러 가지 법문을 설한다.
선남자들이여, 여래는 여래의 일을 한다. 여래는 먼 과거에
깨달음을 얻어 헤아릴 수 없는 수명을 지니고 언제나 현존해서
완전한 열반에 든 적은 없으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완전한
열반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선남자들이여, 수명의
길이도 다하지는 않았다. 그뿐 아니라 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는 지금까지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겁
이 걸릴 것이다.
또 나는 아직 완전한 열반에 들지 않았는데도, 나는 늘 ‘완
전한 열반에 든다’고 알린다. 그것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즉 금방 열반에 들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이 세상에
있다면 중생들은 나를 언제나 만날 수 있으므로 선근을 심지도
않고 복덕을 쌓지도 않고 빈궁해지거나 애욕에 빠지고, 장님이
되거나 잘못된 견해의 그물에 덮여, ‘여래는 언제나 계신다’고
생각하거나 또 언제든지 여래를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
나, ‘우리들은 여래의 근처에 있다’고 생각해서 삼계를 벗어나
기 위한 정진노력을 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까닭에 여래는 절묘한 방편으로 각각의 중생들에게 ‘비구
들이여, 여래가 출현하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다’라고 설한
다. 왜냐하면 그 중생들은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겁이 지나
더라도 여래를 만날 수 있을 지 어떨지 모르지 때문이다.
선남자들이여, 그래서 나는 그것을 근거로 해서 여래의 출현
이 드문 일이라고 설한다. 그러면 중생들은 여래의 출현에 대
해 경이로운 마음과 비탄의 마음을 품을 것이며, 여래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래를 만나기를 갈망할 것이다. 그래서 생긴
선근은 그들에게 오랫동안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가져다줄 것
이다. 이런 것을 고려해서 여래는 완전한 열반에 들지 않은
채, 중생들을 교화할 목적으로 ‘완전한 열반에 들어간다’고 알
리는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그렇게 설하는 것이 여래의 법문
이며,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선남자들이여, 예를 들면 학문도 있고 머리도 좋고 현명하며
모든 병을 낳게 하는 명의가 한 사람 있다고 하자. 그 의사에
게는 십, 이십, 삼십, 오십 혹은 백 명의 많은 아들들이 있다
고 하자. 그런데 그 의사는 외국에 있고, 그의 아들들은 독약
때문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친다고 하자. 그때 아버지인 의사가
외국에서 돌아왔다고 하자. 어떤 아들은 독약 때문에 괴로워하
다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또 어떤 아들은 아직 정상이라고 하
자. 그들은 모두 고통에 시달릴 대로 시달렸으므로 아버지를
보고 기뻐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아버지께서 무사히 돌아오셨다. 우리들을 이 독약으로부터
구해 주세요. 아버지, 우리들의 목숨을 구해 주세요’라고. 의
사는 아들들이 고통 속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색
과 향과 맛이 좋은 약을 만들어 돌절구에 넣어 부순 다음, 아
들들에게 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아들들이여, 색과 향과
맛이 좋은 이 약을 먹어라. 이 약을 먹으면 당장 해독이 되고
기분이 좋아져 건강을 되찾게 될 것이다’라고.
그의 아들들 중 정상인 아들은 약의 색을 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조금 본 다음 바로 먹을 것이며, 그로 인해 고통에서 완
전히 해방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들들 중 정신착란을 일으
킨 아들은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기쁘게 맞이 하겠지만
약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정신착란 때문에 약
이 색은 물론 향기나 맛도 좋지 않게 느끼기 때문이다. 의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아이는 독약 때문에 정신착란이 되
었다. 약은 먹지 않으려 하지만, 나를 기쁘게 맞이해 주었다.
절묘한 방편으로 이 아이가 약을 먹게 하자’라고.
그래서 그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아들들이여’ 나는
나이를 먹어 죽을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들은 슬
퍼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된다. 너희들에게 약을 줄 테니 먹고
싶을 때 먹도록 하여라.’ 이렇게 말하고는 여행을 떠나서 그곳
에서 아들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린다고 하자. 그러면 아들들
은 슬픈 나머지 통곡을 할 것이다. ‘아버지이며 우리를 보호하
고 자애를 베풀어준 유일한 분이셨는데 돌아가시고 말았다. 이
제 우리를 보호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의지할 곳
없는 자신을 돌이켜보고 아주 슬퍼할 것이다. 그로 인해 정신
을 되찾고 좋은 색과 향과 맛을 갖춘 약을 제 맛 그대로 먹을
것이다. 약을 먹고 아들들의 병이 나은 것을 알고 그 의사는
다시 아들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이것을 그대들은 어떻게 생
각하는가? 선남자들이여, 그 의사가 방편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비난을 하겠는가?”
보살들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깨닫고 난 뒤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헤아릴 수 없는 겁이 지났으나,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절묘한 방편을 보인 것이다. 그것을 거짓말이라
고 할 수 있겠는가?”
세존께서는 이 뜻을 상세히 알리시려고 다시 게송을 설하셨
다.
사고를 초월한, 헤아릴 수 없는
수천 겁 전에 깨달음을 얻은 이래로
나는 줄곳 가르침을 설하고 있다.
많은 보살들을 격려해서 부처님의 지혜로 이끌고
많은 겁 동안 수코티 니유타의 중생들을
최고의 깨달음으로 이끌어 성숙시켰다.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절묘한 방편으로
열반의 경지를 나타내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때 열반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신비로운 힘에 의해 이곳에 있는데
정신이 착란된 어리석은 사람들은
내가 여기 있는데도 나를 보지 못한다.
내 몸이 완전히 사멸한 것을 보고
그들은 유골에 온갖 공양을 올리지만
나를 볼 수 없으므로 갈망하며
그로 인해 그들의 마음은 정상이 된다.
그 중생들이 정상으로 돌아와
부드럽고 온화해져 애욕을 떠났을 때
나는 성문들을 데리고 이곳
그리드라쿠타 산에 나타난다.
그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설한다.
‘그때도 그곳에서
나는 열반에 든 것이 아니었다.
비구들이여, 열반에 들어 소멸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의 절묘한 방편 때문이다.
나는 이 세상에 몇 번이고 다시 나타났다.
가르침을 들으려는
다른 훌륭한 중생들의 존경을 받으며
나는 그들에게 최고의 깨달음을 설했다.
그러나 이미 세간의 보호자는 열반에 들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너희들은 내 말이
귀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중생들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보지만
금세 나타나지는 않는다.
먼저 그들에게 나의 모습을 갈망하게 하고
그 뒤 바른 가르침을 설해 준다.
나의 신비로운 힘은 언제나 이러하다.
수천 코티의 사고를 초월한 겁 동안
수코티의 좌석을 떠난 것을 빼면
이 그리드라쿠타 산을 떠난 적이 없다.
또 중생들이 이 세계가 겁화(劫火)에 의해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거나 망상하고 있을 때도
나의 불국토는 천신들이나 인간으로 가득하다.
그들 천신이나 인간은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며
나의 국토에는 유원과 누각, 궁전이 수없이 많은데
그것들은 보석으로 된 산이나
꽃, 과실이 열린 수목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하늘에서는 천신들이 악기를 울리면서
만다라 꽃비를 내려
나와 성문들,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운 현자들에게
뿌리고 있다.
나의 국토는 언제나 이러한데
다른 중생들은 이 국토가
겁화에 타오르고 있다고 망상하고
이 세계가 아주 무섭고 고난과 온갖 걱정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은 많은 겁 동안
여래나 가르침, 승단이라는 말조차 듣지 못한다.
악행의 결과는 이런 것이다.
그러나 부드럽고 온화한 중생들은 선행의 결과로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내가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나는 여태껏 그들에게
‘부처님의 수명은 무한하다’라는 사실을
설한 적이 없다.
가까스로 오랜만에 나를 보는 이에게는
‘승리자는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고 설한다.
내 지혜의 힘은 이러하며
밝게 빛나며 한계가 없다.
또 나의 수명은 무한 겁이며
나는 그것을 이전의 수행으로 얻었다.
현자들이여, 그대들은 이 말에
의문을 품어서는 안 된다.
의혹을 남김없이 끊으라.
나는 진실을 말한다.
내 말은 언제 어떤 때에도 결코 거짓이 아니다.
그것은 방편에 정통한 의사가
정신 착란을 일으킨 아들들에게
살아 있으면서 자기는 죽었다고 하더라도
현명한 이는 의사에게
거짓말한 죄를 묻지 않는 것과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세간의 아버지이며
보호자이며 의사이며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보호자로서
범부들이 착란된 생각을 품고 어리석은 것을 알고
열반에 들지 않지만 들어가 보인 것이다.
왜냐하면 어리석고 무지한 이들은
언제나 나를 만나므로 신심이 부족하고
내가 있는 것을 믿고 애욕에 빠지거나
사려를 잃어 악도에 빠지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중생들 각자의 수행을 알고
‘어떻게 하면 깨달음으로 이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이 부처님의 덕성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침을 설한다.
제 17장 공덕의 차이(分別功德品)
이처럼 ‘여래의 수명에 대한 법문’이 설해지는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이 이익을 얻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을 향해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여래의 수명에 대한 법문’이 설해지는 동안 68
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수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이
사물이 본래 생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지혜(無生法忍)을 얻었
다.
그 천 배의 보살들이 다라니를 얻었다.
도 일천세계의 띠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거리낌이 없는 웅변력(樂說無碍弁才)을 얻었다.
이 밖에 이천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살들이 수천
코티 니유타의 회전하는 다라니를 얻었다.
삼천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살들이 이 법문을 듣
고 불퇴전의 가르침의 바퀴를 굴렸다.
또 중천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청정한 가르침의 바퀴를 굴렸다.
또 소천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여덟 번 바뀌어 태어난 뒤, 꼭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는 이가 되었다.
또 네 가지 사대주로 된 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
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네 번 바뀌어 태어난 뒤, 꼭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는 이가 되었다.
또 두 가지 사대주로 된 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
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두 번 바뀌어 태어난 뒤, 꼭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는 이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사대주로 된 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다른 보
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한 번 바뀌어 태어난 뒤, 꼭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는 이가 되었다.
또 팔천대천세계의 티끌의 수와도 같은 보살들이 이 법문을
듣고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향해 발심했다.
세존께서 이 보살들을 위하여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
를 설하시자마자, 하늘에서는 만다라바와 대만다라바의 꽃비가
내렸다. 그리고 수천 코티 니유타의 세계에서 보석나무의 밑동
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 있던 수많은 부처님에게도 꽃비가 내렸
다. 또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서 앉아 계시는 사자좌 위에도
꽃비가 내렸다. 이 밖에 하늘의 전단과 침향의 가루가 뿌려졌
으며 하늘 높은 데서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기분 좋고 감미롭고
심원한 큰북 소리가 울렸다. 또 수천의 천의(天衣)가 하늘에
서 여러 방향으로 떠다녔다. 또 수천의 보석구슬로 된 향로가
저절로 움직였다. 또 하늘에서는 보살들이 한 분 한 분의 여래
께 보석구슬로 된 우산을 떠받치며 범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줄을 섰다.
이렇게 해서 그 보살들은 수천 코티 니유타의 헤아릴 수 없
는 모든 부처님들을 위해 하늘에서 우산을 떠받치며 줄을 섰
다. 그들은 각자 진정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는 게송을 준비해서
여래들을 찬미했다.
그때 미륵보살은 이런 게송을 읊었다.
보기 드문 가르침을 선서께서는 설하셨다.
부처님들이 얼마나 위대하시며
그 수명이 얼마나 무한한지
우리들은 여지껏 들은 적이 없다.
지금 선서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듣고
수천 코티의 보살들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이들은 불퇴전의 최고의 깨달음에 안주하며
어떤 이들은 훌륭한 다라니에 안주한다.
어떤 이들은 거리낌 없는 웅변력에 안주하며
또 어떤 이들은 수천 코티나 회전하는
다라니에 안주한다.
또 국토의 띠끌의 수만큼이나 되는 다른 이들은
지고한 부처님의 지헤를 향해 뜻을 세우며
어떤 이들은 여덟 번 바뀌어 태어난 뒤
무한을 보는 승리자가 될 것이다.
한편 지도자로부터 이 가르침을 듣고
어떤 이들은 네 번 생애를 마친 뒤
어떤 이들은 세 번 혹은 두 번 바뀌어 태어난 뒤
최고의 진리를 보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한 생애가 끝나 다시 태어나서는
일체지자가 될 것이다.
지도자의 수명이 얼마나 긴지 듣고는
더러움이 없는 과보를 얻을 것이다.
이 가르침을 듣고 훌륭한 깨달음을 향해 발심한
중생들의 수는 여덟 국토의 티끌처럼 무한 할 것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설하시는 위대한 성선은
훌륭한 일을 하셨다.
그것은 끝도 한계도 없어 허공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일이다.
수천 코티의 많은 천자들은
만다라바의 꽃비를 내렸다.
강가 강의 모래알 수처럼 많은 제석천이나 범천들은
수천 코티의 국토로부터 왔다.
그들은 전단의 향기로운 가루와 침향 가루를
승리자에게 알맞도록 뿌리면서
공중을 새처럼 돌아다닌다.
또 그들은 공중에서 큰북을 두드리지 않고도
감미로운 소리를 내게 하며
수천 코티의 천의를
지도자들에게 던져 나부끼게 한다.
그리고 값을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바싼 보석향로가
세간의 통치자인 여실한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해
공중을 저절로 돌아다녔다.
또 현명한 보살들은
무한하며 길고 거대한 보석으로 된 우산을
범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받쳐들고 있다.
선서의 아들인 보살들은 기쁨에 넘쳐
지도자들을 위해 깃발이 달린
아름다운 승리의 깃발을 세워
수천의 게송으로 그들을 찬탄한다.
세상의 지도자들이여
여지껏 없었으며 드물고 훌륭한일이
지금 여러 가지로 드러났고
모든 중생들은 기쁨을 얻었다.
지금 시방에는 광대한 이익이 생기고
지도자들의 소리도 들린다.
수천 겁의 생명 있는 것들은 만족해서
깨달음을 위한 선근을 갖추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을 향해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여래의 수명에 대한 법문’이 설해지고 있는 동
안, 중생들은 단 한 번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키거나 신
앙심을 일으켰다고 하자. 그 선남자, 선여인들은 어느 정도의
복덕을 쌓겠느냐? 이것을 바르게 듣고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
여라. 그들이 어느 정도의 복덕을 쌓는지 들려주겠다.
미륵이여, 그것은 이와 같다.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구해 백천 코티 니유타의 겁 동안 지혜의 완성
을 제외한 보시, 계율, 인내, 정진노력, 선정의 완성이라는 다
섯 가지 완성으로 수행한다고 하자.
또 미륵이여,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의 수명에 대한 법문’
을 듣고, 단 한 번이라도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키거나
신앙심을 일으켰다고 하자. 이 경우 다섯 가지 완성으로 인한
복덕과 선근은 후자인 발심의 복덕과 선근에 비교하면 백분의
일은 물론, 천분의 일, 백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자
의 차이는 헤아릴 수도 나눌 수도 계산할 수도 비유하거나 비
교할 수도 없다. 미륵이여, 이런 복덕을 갖춘 선남자, 선여인
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으로부터 물러서는 일이 없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지혜, 즉 최고의 부처님의 지혜를 구해
어떤 이가 이 세상에서 다섯 가지의 완성을
굳게 지키며 산다고 하자.
팔천 겁 동안 수행한다고 하자.
부처님이나 성문들에게 몇 번씩 되풀이 보시하고
수코티의 독각과 보살들을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음식물, 옷이나 침대, 좌구로 만족시키며
전단으로 된 주거와 정사
또는 산책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숲을
이 세상에 만들게 한다고 하자.
이렇게 온갖 훌륭한 보시를
수천 겁 동안 한 뒤
깨달음을 향해 보시의 공덕을 돌린다고 하자.
또 부처님의 지혜를 얻기 위해
완전한 부처님이 설하시고
현자들이 찬탄한 청정한 계율을 지킨다고 하자.
또 인내하며 마음이 다스려진 경지에 몸을 두고
침착하며 사려 깊고 온갖 치욕을 견딘다고 하자.
또 부처님의 지혜를 얻기 위해
진리를 체득했다고 하는 교만한 중생들의
비난과 경멸을 참는다고 하자.
또 언제나 정진노력에 힘쓰며
열심이고 뜻이 굳으며
수겁 동안 따로 미혹되는 일이 없다고 하자.
또 숲에서 살며 산책으로 무기력과 졸음을 쫓고
수코티 겁 동안 수행한다고 하자.
또 선정을 행하는 대명상가로서 선정을 즐기며ㅤ
마음을 한 점에 집중해서
팔천 겁 동안 선정을 행한다고 하자.
그 선정으로써 용자가
‘나는 일체지자가 될 것이다’
라는 최고의 깨달음을 원해
선정의 완성에 이르렀다고 하자.
이 다섯 가지 완성의 행을 수천 겁 동안 실천했다면
이미 칭찬받은 것처럼 어떤 공덕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든 남자든
나의 수명을 듣고 한 순간이라도 믿는다면
그 복덕은 앞의 공덕보다도 무한할 것이다.
의혹과 동요와 망신(妄信)을 버리고
얼마 동안만이라도 깨달음을 지향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위와 같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또 수겁 동안 수행한 보살들은
생각도 미치지 않는
나의 수명을 들어도 놀라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머리숙여 예배하고
‘미래세에는 나도 이렇게 되어
수코티의 생명 있는 것들을 구제하자.
마치 석가족의 사자(獅子)로
위대한 현자이며 보호자인 석자세존이
보리좌에 앉아 사자후를 하는 것처럼
미래세에 나도 모든 것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보리좌에 앉아 이런 수명에 대해 설하자’
라고 생각할 것이다.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말을 정성껏 수지하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의심을 품지 않는다.
“또 미륵이여, ‘여래의 수명에 대한 법문’을 듣고 이해하여
믿고 따르며 통찰해서 깨닫는 이는 부처님의 지혜로 이끄는 복
덕을 발심의 복덕보다도 훨씬 많이 쌓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런 법문을 듣고, 들려주거나ㅤ독송하거나 수지하거나 옮겨 적
거나 옮겨 적게 하거나 그것을 책으로 해서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 식물성 기름의 등
(燈), 동물성 기름의 등, 향유의 등과 함께 공양하거나 공경하
게 하는 이가 부처님의 지혜로 이끄는 보다 많은 복덕을 쌓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미륵이여, 선남자, 선여인이여, ‘여래의 수명에 대한
법문’을 듣고, 깊은 정성으로 믿고 따른다면 그 깊은 정성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즉 그러한 사람은 내가
그리드라쿠타 산에서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존경받으며 성문들
가운데에서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또 유리로
되었고 표면이 평탄하며, 금실로 바둑판 무늬처럼 장식되고,
보석나무로 아름답게 장식된 사바세계인 나의 불국토를 볼 것
이다. 또 거기서 보살들이 누각의 향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미륵이여, 이것이 깊은 정성으로 믿고 따르는
선남자, 선여인이 지니는 깊은 정성의 특징이다.
또 미륵이여, 여래인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듣고 비방하지 않고 오히려 환희하는 사람들을 나는 깊은 정성
으로 믿고 따르는 선남자, 선여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이 법
문을 책으로 해서 가지고 다니는 이는 여래를 모시는 이가 될
것이다. 미륵이여, 그런 선남자, 선여인은 나를 위해 탑을 세
우거나 정사를 세울 필요도 없고 비구들의 병을 고치는 약과
같은 생활필수품을 보시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미륵이여,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는 선남자, 선여
인은 이미 나의 사리에 유골 공양을 한 것이 되며, 높이가 범
천의 세계에 이르며, 주위가 점점 좁아지며, 우산이 둘러쳐지
고 승리의 깃발이 세워지고 방울이 맑은 소리를 내는 칠보로
된 탑을 세운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그 유골을 안치한 탑에
대해 천계나 인간계의 온갖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
향, 옷, 우산, 기, 깃발, 승리의 깃발로 여러 가지 공양을 올
리며 감미롭고 상쾌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크고 작은 북, 또는
치거나 울리는 악기 소리, 음성, 헤아릴 수 없는 노래와 춤으
로 수백 수천겁 동안 공경을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며 옮겨
적어 설명한다면, 그는 크고 높고 넓으며 붉은 전단으로 된 정
사를 세운 것이다. 그 정사들은 각각 서른두 개의 고각이 있으
며 팔층 건물로 수천 명의 비구를 수용하며, 숲과 화단은 아름
다우며 산책할 수 있는 숲이 있고, 침대와 좌구를 갖추었으며,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음식물, 병을 고치는 약 등의 생활필수품
이 많이 있으며, 모두가 안락한 물건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
고 그 정사의 수는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즉
백천 코티 니유타이다. 그것들은 내 앞에서 성문들에게 제공되
고 나에 의해 누리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륵이여, 이런 까닭에 내가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거나 가르치거나 옮겨 적거나 옮겨 적게 하거나 하는 이
는 유골을 안치하는 탑을 세우거나 승단에 공양을 올릴 필요가ㅤ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법문을 수지해서 보시로 완전
하게 하거나, 계율, 인내, 정진노력, 선정 혹은 지혜로 완전하
게 하는 선남자, 선여인은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의 지혜로 이
끄는 복덕을 쌓게 될 것이다.
미륵이여,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거나 옮
겨 적거나 옮겨 적게 하는 이는 마치 허공계가 동, 서, 남,
북, 상, 하의 각 방향과 그 중간의 방향에서 무한인 것처럼 헤
아릴 수 없는 부처님의 지혜로 이끄는 복덕을 쌓게 될 것이다.
그는 여래의 탑(佛塔)을 공격하기 위해 전심하며, 여래의 성문
들을 칭찬하고 보살대사들이 가진 수많은 덕성을 찬미하며 다
른 사람들에게 설할 것이다. 또 이와 같은 일을 인내해 가며
완성하고 계율을 지키며 선량하고 친근한 이가 될 것이다. 인
내심 깊고 마음이 다스려졌으며 질투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적의를 품지 않는 이가 될 것이다. 또 사려 깊고 기력이 있으
며 정진노력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하는 데 언제나 전심하
는 이가 될 것이다. 선정에 들어 홀로 명상에 잠기는 이가 될
것이다. 질문에 답하는 데 뛰어나며 수많은 질문에 답하는 이
가 될 것이다.
미륵이여, 어떤 보살대사가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수지한다면 내가 지금 찬미한 것과 같은 공덕이 있을
것이다. 미륵이여, 선남자, 선여인은 깨달음의 자리를 향해 뜻
을 세운 이들이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보리수로 향하는 이들
이다. 또 미륵이여, 선남자, 선여인이 서거나 앉거나 산책하는
곳에는 여래를 위한 탑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천신들과 세간
의 사람들은 ‘이것이 여래의 탑’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사람들의 지도자인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가 있다면
그의 복덕을 무한할 것’이라고 나는 되풀이 설했다.
그는 나를 공양한 것이 되며
사리를 안치한 많은 탑을 세운 것이 된다.
그 탑들은 보석으로 되었고
다채롭고 아름답게 빛나며
높이는 범천의 세계와 같고
우산이 늘어서서 광대하고 호화로우며
승리의 깃발이 서 있고
아름다운 실로 장식되고 맑은 방울 소리가 난다.
또 방울은 바람에 흔들리는
승리자의 사리를 안치한 탑 위에서 빛나고 있다.
그 탑들에 꽃, 향수, 도향, 악기, 옷, 큰북으로
커다란 공양이 되풀이 올려진다.
그 탑에서는 악기가 감미롭게 연주되며
향유의 등도 많이 헌상되어 있다.
바른 가르침이 소멸할 때
이 경전을 수지해서 설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나에게 이러한 무한한 공양을 한 것이 된다.
전단으로 된 수코티의 높은 정사를 세운 것이 된다.
그 정사들에는 각각 서른두 개의 고각이 있으며
높이는 팔층 건물이며
침대와 좌구가 갖추어져 있고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음식물이 준비되어 있으며
깔개가 깨끗하게 깔려 있으며
수천의 비구들을 위한 거실이 있다.
꽃밭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숲과 산책길
온갖 형태의 색색으로 훌륭한 것들이 보시되어 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내 앞에서
승단에 여러 가지 공양을 한 것이 된다.
그런 이보다 더 믿음이 굳고
이 경전을 독송하거나 옮겨 적거나 하는 이는
보다 많은 복덕을 얻을 것이다.
또 어떤이가 잘 설해진 이 가르침을 책으로 해서
꽃, 화만, 도향과 함께 공양한다고 하자.
또 훌륭한 연꽃이나 아티무크타카꽃
온갖 참파카꽃과 함께
향유의 등을 언제나 공양한다고 하자.
책에 대해 이와 같은 공양을 한 이는
무한히 많은 복덕을 쌓을 것이다.
마치 허공계가 시방에서 언제나 한이 없는 것처럼
이 복덕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인내심 깊고 마음을 다스려서 제어하고
계율을 지키며 선정에 들어 홀로 명상하며
화내거나 적의를 품지 않으며
여래의 탑에 대해 존경심을 지니고
비구들에게 언제나 머리를 숙이며
교만하거나 게으르지 않고
지혜가 뛰어나며 의지가 굳고
질문에 화내지 않으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각각의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해
가르침을 설하는 이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떤 이가 이 경전을 수지한다면
그의 복덕은 무한할 것이다.
만일 어떤 이가 이 경전을 수지하는
위와 같은 설법자를 만났다면
그는 그 설법자를 공경해야 할 것이다.
그는 하늘의 꽃을 뿌리고
천의로 설법자를 싸야 할 것이다.
설법자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며
‘이 분이 여래이다’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 설법자를 보고
‘이분은 보리수 아래에서 천신들을 비롯한
세간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위없는 깨달음을
얻으실 것이다’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경전의 한 게송이라도 읊으면서
그런 현자가 산책하는 곳,
서거나 앉는 곳, 잠자리에 드는 곳에는
지도자인 부처님을 위해
훌륭하고 아름다운 여래의 탑을 세워야 하며
거기서 훌륭한 공양을 올려야 한다.
부처님의 아들이 있는 그곳에 나는 머물 것이다.
제 18장 법문을 듣는 기쁨(隨喜功德品)
그때 미륵보살은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법문을 듣고 기뻐한다
면, 어느 정도의 복덕을 쌓는 것이 되옵니까?”
이어 미륵보살은 이와 같은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이 같은 경전을 듣고 기뻐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는 얼마만한 미덕이 있는 것이옵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여래인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듣는다고 하자. 비구와 비구니, 신남과 신
녀, 분별 있는 어른과 소년, 소녀가 이 법문을 듣고 기뻐한다
고 하자. 그리고는 정사나 가정, 숲이나 거리, 마을이나 시골
의 어딘가로 가서 이 법문이 설해진 원인이나 이유, 또는 가르
침을 듣고 이해한 대로 자기 능력에 맞게 다른 사람과 친구,
인연 있는 이들에게 전한다고 하자. 이 법문을 들은 이가 기뻐
하며 다시 다른 이에게 전하고, 그것을 들은 이가 또 다른 이
에게 전하는 식으로 오십 명에게 이 법문이 전해지고 그 오십
번 째로 들은 이가 기뻐할 때, 그 복덕이 어떤지 설하겠으니
바르게 듣고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여라.
미륵이여, 그것은 마치 이와 같다. 사백천 야상캐야의 세계
에 살며, 여섯 가지 경계에 태어난 중생들 그러니까 난생이나
태생, 습생이나 화생, 혹은 형태가 있거나 없거나, 의식이 있
거나 없거나, 그 어떤 것도 아닌 것, 발이 없거나 두 개거나
네 개 혹은 많은 것 등의 모든 중생들이 중생계에 함께 모여
있다고 하자. 그때 어떤 이가 나타나 중생들의 복덕과 행복을
원하며, 중생들에게 모든 종류의 쾌락과 놀이, 즐거움과 향락
을 준다고 하자. 각각의 중생에게 황금, 은, 진주, 유리, 나
패, 산호, 말, 수레, 소 수레, 코끼리 수레, 높은 집, 누각을
준다고 하자. 미륵이여, 이렇게 해서 대시주(大施主)인 그가
꼭 팔십 년동안 보시를 한다고 하자. 그때 대시주인 그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하자.
‘나는 모든 중생들이 즐겁고 안락하게 살도록 해왔다. 이제
중생들은 주름이 지고 백발이며, 늙고 쇠약해져 팔십 세가 되
었다. 죽음이 가까웠으니 나는 여래께서 설하신 가르침에 의한
규율로 그들을 깨달음으로 들어가도록 가르쳐야겠다.’
미륵이여, 그가 모든 중생들을 여래의 가르침에 의한 규율로
이끌어 이해시킨다고 하자. 중생들은 그의 가르침을 들을 것이
며, 들은 뒤에는 한 순간에 수다원이 되어 사다함과 아나함의
결과를 얻으며, 나아가서는 더러움이 다하고 선정을 닦는 대명
상가이며 여덟 가지 해탈을 명상하는 아라한이 될 것이다. 미
륵이여, 그대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시주인 그가 그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복덕을 쌓겠느냐?”
질문을 받자 미륵보살은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말씀대로이옵니다. 그런 까닭에 대시주인 그는
많은 복덕을 쌓을 것이옵니다. 그는 그만큼 많은 중생들에게
온갖 안락을 주었으며, 더욱이 아라한의 경지로까지 이끌었으
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옵니다.”
질문을 받자 미륵보살은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말씀대로이옵니다. 그런 까닭에 대시주인 그는
많은 복덕을 쌓을 것이옵니다. 그는 그만큼 많은 중생들에게
온갖 안락을 주었으며, 더욱이 아라한의 경지로까지 이끌었으
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옵니다.”
이렇게 답했을 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그대에게 알리겠다. 대시주인 그가 사백천 아상
캐야의 세계에서 모든 중생들을 여러 가지로 안락하게 하며,
아라한의 경지로 이끌어 복덕을 쌓았다고 하자. 한편 순서대로
이 법문을 듣고 전한 오십 번째의 사람이 그중 한 게송, 한 구
절이라도 듣고 기뻐한다고 하자. 이 경우 후자의 환희의 복덕
과 전자의 보시와 아라한으로 이끄는 복덕을 비교할 때, 후자
의 복덕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미륵이여, 법문을 듣고 환희하
는데 따르는 복덕과 선근 앞에서는, 보시나 아라한으로 이끄는
복덕은 그 백분의 일은 커녕 천분의 일, 백천분의 일에도 미치
지 않는다. 양자의 차이는 셀 수도 나눌 수도 계산할 수도 비
유하거나 비교할 수도 없다. 미륵이여, 오십 번째의 사람이 이
문 중 한 게송이라도 듣고 기뻐할 때 그러할진대 하물며 내 앞
에서 이 법문을 듣고 기뻐하는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복덕은 더더욱 헤아릴 수없을 것이다.
미륵이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법문을 듣기 위해 집을 나
와 정사로 간다고 하자. 그런 이는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현재
의 생이 끝나 다음 생에서 소 수레, 말 수레, 코끼리 수레, 가
마, 황소가 끄는 탈것, 암소가 끄는 탈것, 하늘의 탈것을 얻을
것이다. 또 만일 가르침을 듣는 자리에서 잠시라도 앉아 이 법
문을 듣거나 남에게 자리를 나눠준다면, 그 복덕에 의해 제석
천의 자리, 범천의 자리, 전륜왕의 사자좌를 얻을 것이다.
미륵이여, 또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친구여, 바른 가르침
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들어보라’고 남에게 권유해서 그가 조금
이라도 이 법문을 듣는다고 하자. 권유한 이는 그 선근으로 인
해 다라니를 얻은 보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우둔하지 않
고 근기가 뛰어나며 지혜 있는 이가 될 것이다. 또한 수백 수
천으로 생존할 때도 결코 구취나 악취가 없고, 혀나 입에 병이
없으며, 이가 검게 변하거나 고르지 못하거나 누렇게 되거나
구부러지거나 빠지거나 하는 일이 없다. 또 입술이 축 처지거
나 안으로 굽거나 밖으로 불거지거나 갈라지거나 비틀리거나
검어지거나 추해지는 일이 없으며, 코가 납작해지거나 굽어지
는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얼굴이 길어지거나 굽거나 검어지
거나 보기 흉해지는 일이 없다.
미륵이여, 오히려 그의 혀나 이, 입술은 섬세하고 아름다우
며, 코는 높고 얼굴은 훌륭하며, 눈썹은 보기 좋으며, 이마도
넓다. 완전한 모습(相)을 갖추었다. 또 그에게는 훈계와 충고
를 해주시는 여래가 계실 것이며, 빨리 부처님들을 뵐 수가 있
다. 미륵이여, 보아라. 단 한 사람에게 권유해도 이 같은 복덕
을 쌓게 되는데, 이 법문을 공경해서 듣고 독송하며 설하는 이
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차례로 이 법문을 전해 오십 번째 사람이
이 경전의 한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맑은 마음을 가진다면
그 복덕이 어느 정도인지 설하겠다.
어떤 이가 언제나 수코티 니유타의 중생에게
팔십 년 동안 보시했다고 하자.
중생들이 나이 들어 주름이 잡히고
머리털이 세거나 빠진 것을 보고
그가 ‘아, 착각 속에 사는 중생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훈계해야겠다’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하고
‘모든 존재는 물거품이나 아지랑이와 같다.
어서 모든 존재의 속박에서 벗어나라’고 하며
열반의 경지를 밝힌다고 하자.
모든 중생들이 그 시주의 가르침을 듣고
한꺼번에 더러움이 다하고
몸이 최후의 신체인 아라한이 된다고 하자.
그 보시자보다도 차례로 이 법문을 전해
한 게송이라도 듣고 기뻐한 이에게는
더 큰 복덕이 있을 것이다.
후자에 비해 전자의 복덕은
불과 한 부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게송이라도 전해 듣는 데
이처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복덕이 있을진대
하물며 내 앞에서 듣는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 누군가 ‘이 경전은 수천 겁이 지나도
얻기 어려우니 어서 가서
가르침을 들으시오’라고 권유한다고 하자.
그래서 권유 받은 이가
얼마 동안 이 경전을 듣는다고 하자.
그 권유한 행위로 인해
권유한 이는 결코 입병에 걸리는 일이 없을 것이며
혀가 아플 일도 없고
이가 빠지거나 검거나 누렇거나 혹은 고르지 못하게
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입술이 추해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얼굴이 비틀리거나 홀쭉해지거나 길어지거나
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코가 평평해지는 일도 없고
이마나 이, 입술, 얼굴 생김새 모두가ㅤ
바르고 단정할 것이다.
따라서 언제나 사람들의 눈을 기쁘게 할 것이다.
입에서는 입냄새는 커녕
마치 연꽃의 향기 같은 향내가 날 것이다.
이 경전을 듣기 위해 뜻을 굳게 세운 이가
집을 떠나 정사로 간다고 하자.
거기서 얼마 동안 이 경전을 들어
마음이 맑아진 이의 결과를 말해 주겠다.
뜻을 굳게 세운 이의 몸은 아주 청정할 것이며
마차로 여기저기를 돌거나
보석으로 장식된 코끼리 수레를 타고 다닐 것이다.
그는 여러 사람이 메는
장식이 된 가마를 얻게 될 것이다.
가르침을 듣기 위해 정사로 간 이에게는
이런 훌륭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선행으로 인해
법회에서 제석천의 자리, 범천의 자리,
전륜왕의 자리를 얻을 것이다.
제 19장 설법자의 공덕(法師功德品)
그때 세존께서는’상정진(常精進)’보살을 향해 말씀하셨다.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거나 가르치
거나 옮겨 적거나 한다고 하자. 그들은 8백의 눈의 덕성, 천2
백의 귀의 덕성, 8백의 코의 덕성, 천 2백의 혀의 덕성, 8백의
몸의 덕성, 천 2백의 뜻의 덕성을 얻을 것이다. 이 수많은 덕
성으로 말미암아 그의 여섯 기관은 청정해질 것이다. 이와 같
은 청정한 안근(眼根)과 부모로부터 받은 육안으로 그는 삼천
대천세계의 안팎을, 말하자면 산과 숲은 물론 아래로 아비지옥
에서 위로는 최고의 존재계인 유정천(有頂千)에 이르기까지 두
루 볼 것이다. 또 거기에 태어난 모든 중생들을 본래 타고난
육안으로 볼 것이며, 중생들의 행위의 결과도 알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법회에서 두려움 없이 또 기가 꺾이지 않고
이 경전을 설하는 이의 덕성에 대해 설하겠다.
그의 눈은 8백의 덕성으로 빛나고 있어
더러움 없이 청정하고 탁하지 않다.
그는 부모로 부터 받은 육안으로
산이나 숲이 있는 세계를 본다.
수미산, 세상을 둘러싼 차크라바다 산은 물론
다른 산들을 보며 대해도 본다.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최고의 존재계에 이르기까지
용자는 모든 것을 본다.
그의 육안은 이와 같은 것이다.
그에게 천안(天眼)은 없으며
아직 생기지도 않았지만
그의 육안이 미치는 영역은 이와 같다.
“상정진이여, 또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을 다른 이에게
들려준다면, 천 2백의 귀의 덕성을 갖추어 삼천대천세계 안팎
의 모든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코끼리, 말, 낙타,
소, 산양이 우는 소리,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 수레 소리, 우
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두려워하는 소리이다. 또는 법나패,
방울, 큰북, 작은북의 소리, 놀이 소리, 노랫소리, 춤추는 소
리, 악기 소리, 음악의 가락, 또 남녀, 소년, 소녀의 소리, 바
르거나 그른 소리, 즐겁고 괴로운 소리, 범부나 성인의 소리,
기분이 좋거나 나쁜 소리, 천신들, 용, 야차, 나찰,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 인간과 인간 이외 것들의 소
리이며 불, 바람, 물의 소리, 마을의 소음, 비구, 성문, 독각,
보살, 여래의 소리이다. 그는 어떤 소리라도 삼천대천세계 안
팎에서 생기는 소리를 청정해진 타고난 이근(耳根)으로 들을
것이다. 또 천이를 얻지는 않았지만, 각 중생들의 음성을 알고
이해해서 식별한다. 그리고 중생들의 음성을 들을 때, 그 소리
때문에 그의 이근이 압도당하는 일은 없다. 상정진이여, 이 보
살은 이와 같은 이근을 얻겠지만 아직 천이를 얻은 것은 아니
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시 다음과 같은 게
송을 설하셨다.
그의 이근은 청정해서 더러움이 없지만
아직 타고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이근으로 그는
이 세계의 온갖 음성을 납김없이 듣는다.
그는 코끼리, 말, 수레, 소, 산양, 양의 음성을 들으며
북이나 허리북, 비파, 대나무 피리
밧라키의 음색을 듣는다.
그는 기분이 좋고 감미로운 노랫소리를 듣지만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뜻이 굳은 이이다.
수코티의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산속 동굴에 사는
칼라빈카, 뻐꾸기, 공작, 꿩 등의
아름다운 새소리도 듣는다.
지옥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이 내는 무서운 외침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아귀들의 소리
대해 한가운데 사는 아수라들이 내는
온갖 소리도 듣는다.
그 설법자는 이 세상에 있으면서
모든 소리를 듣지만
거기에 압도되는 일은 없다.
축생도에서 축생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
그런 온갖 소리를 그는 이 세상에서 듣는다.
범천의 세계에 사는 천신들이나
색구경천(色究竟天)이나 광음천(光音天)의
천신들이 서로 나누는 소리
그는 이 모두를 남김없이 듣는다.
이 세상에서 선서들의 가르침 아래 출가해서
경전을 독송하거나 법회에서 가르침을 설하는
비구들의 음성도
그는 언제나 듣는다.
이 세상에서 서로 독송하며 가르침을 널리 펴는
보살들의 온갖 소리도 듣는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보살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잘 이끄시는 분으로
부처님께서 법회에서 설하신
최고의 가르침도 듣는다.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최고의 존재계에 이르는 삼천국토의 안팎에서
중생들이 많은 소리를 내지만
그 모든 소리를 들어도 그의 귀는 끄덕도 없다.
그는 명료한 이근으로
그 소리들의 출처를 밝혀내지만
그의 이근은 아직 타고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그는 천이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으며
그의 귀는 타고난 그대로이다.
두려움 없이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에게는
이와 같은 덕성이 있을 것이다.
“또 상정진이여,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고 설명하며 옮겨 적
은 보살의 비근(鼻根)은 8백의 덕성을 갖추며 청정하다. 그는
그 청정한 비근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안팎에 있는 온갖 냄새,
말하자면 악취나 기분 좋은 향기, 자티카, 맛리카, 참파카, 파
타라와 같은 온갖 종류의 꽃 향기를 맡는다. 또 청련, 홍련,
수련, 백련과 같은 수생 식물의 꽃 향기와 전단, 타말라나무의
잎, 타가라, 침향과 같은 온갖 나무의 꽃과 열매의 향기도 맡
는다. 그는 한 곳에 있지만 수백 수천 종류의 혼합된 냄새도
맡는다. 그는 코끼리, 말, 소, 양과 같은 중생들의 냄새도 맡
는다. 또 축생도에 속하는 것들의 냄새도 맡는다. 남녀, 소년,
소녀의 체취는 물론 멀리 있는 풀, 관목, 약초, 수목의 냄새도
맡는다. 있는 그대로의 냄새를 맡지만 그 냄새 때문에 코의 감
각을 잃거나 마비되는 일이 없다.
그는 이 지상에 있으면서도 신들의 냄새, 그러니까 파리자타
카, 코비다라, 만다라바, 대만다라바, 만주샤카, 대만주샤카라
는 하늘의 꽃 냄새와 침향과 전단 가루의 냄새를 맡는다. 더욱
이 그는 그 꽃들의 이름도 알고있다. 그는 천자들, 즉 천신들
의 왕인 제석천의 몸 향기도 맡는다. 제석천이 바이자얀타 궁
전에서 놀이의 즐거움에 빠져 있든, 수다르마 신전(妙法堂)에
삼십삼천의 신들에게 가르침을 설하고 있든, 유원에 놀러 가
있든 향기로 그것을 안다. 또 그는 다른 천자들의 향기는 물론
신들의 딸이나 아내들, 천신들의 소년이나 소녀들의 향기도 맡
는다. 그러나 그 향기 때문에 그가 코의 감각을 잃는 일은 없
다.
이렇게 해서 이윽고 최고의 존재계에 태어난 중생들에 이르
기까지 몸의 향기를 맡는다. 범천에 속하는 천자들이나 대범천
들의 향기는 물론 성문, 독각, 보살, 여래들의 향기도 맡는다.
그래서 여래들이 어디 계시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비근
은 이런 여러 향기로 인해 방해 받거나 상하거나 고민하는 일
이 없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각각의 향기에 대해 설명하므로
기억력을 잃는 일은 없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그의 비근은 청정하며
그는 이 세상에 있는 온갖 냄새를 맡는다.
자티카나 맛리카의 꽃 향기,
타말라나무의 잎, 전단, 타가라, 침향의 향기
또 온갖 꽃과 열매의 향기를 맡는다.
그는 멀리 있지만 남녀, 소년, 소녀들의 냄새를 알며
그로 인해 그들이 어디 있는지를 안다.
또 그는 사주(四州)를 지배하는 전륜왕
군대를 통솔하는 전륜왕
지방 왕후들의 냄새도 알며
왕자나 대신, 후궁들도 냄새로 안다.
그들이 애용하는 많은 보석과
땅속에 묻혀 있는 금속류
또 전륜왕의 칠보 중의 하나인 여성들도
그 보살은 냄새로 안다.
또 그 보살은 그들이 몸에 단 여러 장식품,
옷과 화만, 도향을 냄새로 안다.
가장 훌륭한 경전을 수지하는 뜻이 굳은 보살은
그들이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
누워 있는지 혹은 놀고 있는지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코의 힘으로 안다.
또 좋은 향이 나는 기름 냄새와
온갖 꽃과 열매의 냄새를
그는 한 번 맡고 가려낸다.
산골짜기에서 꽃피는 많은 전단과 거기 사는 중생들
그 모두를 그는 냄새로 식별한다.
세계를 둘러싼 차크라바다 산록
대해의 한가운데와 대지의 한가운데에 사는
중생들 모두를
그 현자는 냄새로 식별한다.
천신들과 아수라는 물론 아수라의 딸들도 식별하며
아수라들이 놀고 있는 것도 안다.
그의 코의 힘은 이와 같다.
사자, 호랑이, 코끼리, 물소, 소, 들소 등
숲에 사는 네발 짐승이라도
그는 서식처를 냄새로 안다.
또 그는 냄새로
임신한 여성의 태내에
남아가 들었는지 여아가 들었는지를 안다.
그는 사람들의 의도를 식별하며
의도의 냄새를 맡는다.
탐욕한 이, 악한 이, 위선적인 이
마음이 적정한 이의 냄새를 맡는다.
땅속의 보물, 재보, 황금, 금, 은 또는 꽉찬 동그릇을
그 보살은 냄새로 가려낸다.
목걸이, 구슬, 진주, 눈부신 보석구슬
이 모두를 그는 냄새로 가려낸다.
또 하늘에서 신들 곁에 있는
만다라바, 만주샤카, 파리자타카 꽃들을
뜻이 굳은 그는 지상에 있으면서 냄새로 가려낸다.
하늘의 탈것이 어떤 것이며 누구 것인지
큰지 작은지 중간 정도인지
아름답게 장식되었는지 어떤지
그는 지상에서도 코의 힘으로 가려낸다.
또 그는 신들의 유원을 알며
수다르마 신전이나 훌륭한 바이자얀타 궁전에서
신들이 즐겁게 지내고 있는 것을 안다.
이 지상에 있으면서 그는 냄새로
천자들 중 누가 어디서 활동하며
서거나 눕거나 어디로 가는가를 안다.
많은 꽃으로 장식되었으며 화만이나 장식품을 단
천신들의 딸들이 어디서 놀며 어디로 가는지
그는 냄새로 안다.
하늘의 탈것을 타는 천신들, 범천, 대범천들이
선정에 들어 있는지 깨어 있는지를
위로는 최고의 존재계에 이르기까지
그는 지상에 있으면서 냄새로 안다.
천자들이 처음으로 광음천에 와서
거기서 죽거나 태어나는 것을 안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보살의 비근은 이와 같다.
선서의 가르침 아래에서 정진노력하고
강설(講說)하며 독송을 즐기는 비구들에 대해서
그가 어떤 비구인지 그 보살은 모든 것을 안다.
승리자의 아들인 성문들이
수목의 밑동에서 거처한다면
그 현자는 ‘어디어디에는 이런이런 비구가 있다’고
모든 것을 냄새로 안다.
사려 깊고 선정을 하며
언제나 강설이나 독송을 즐기는 보살들이
법회에서 가르침을 설하는 것을
그는 냄새로 안다.
세간의 행복을 바라며
자비 깊은 위대한 현자인 선서가
어떤 방향에서 성문들의 존경을 받으며
가르침을 설하고 계신가를
그는 냄새로 안다.
또 그 세간의 지도자의 가르침을 듣고
기뻐하는 중생 모두를
그 보살은 여기 있으면서 안다.
그의 코의 힘은 이와 같다.
아직 그의 코는 천계의 것은 아니지만
더러움 없는 천계의 코에 선행하는 것이다.
“또 상정진이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법문을 수지해서 가
르치며 옮겨 적는다면, 천 2백의 덕성을 갖춘 혀를 얻게 될 것
이다. 그 혀(舌根)때문에 그가 어떤 맛을 보더라도 모두 천계
의 뛰어난 풍미가 느껴질 것이며 불쾌한 맛은 아닐 것이다. 그
리고 그는 법회에서 가르침을 설해 중생들의 여러 감관(感官)
을 기쁘게 하고 만족시킬 것이다. 그의 달콤하고 아름답고 깊
으며 상쾌한 소리는 중생들의 마음에 즐겁게 울릴 것이다. 중
생들은 그 소리에 만족하며 기뻐할 것이다.
그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 소리를 듣고 신들조차도 그를 만나
경례하고 섬기며 가르침을 듣기 위해 가까이 가야겠다고 생각
할 것이다. 또 천자들이나 천신들의 딸들, 제석천과 범천들,
범천에 속하는 천자들, 용과 용의 딸들, 아수라와 아수라의 딸
들, 가루다와 가루다의 딸들, 긴나라와 긴나라의 딸들, 마후라
가와 마후라가의 딸들, 야차와 야차의 딸들, 악귀와 악귀의 딸
들도 그를 만나 경례하고 섬기며 가르침을 듣기 위해 가까이
가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를 공경해서 공양
할 것이며 찬양하고 존숭할 것이다.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들도 그를 만나기를 원할 것이다. 왕들도 왕자들도 왕의 대신
들도 왕의 고관들도 그를 만나기를 원할 것이며, 군대를 통솔
하는 전륜왕들도 칠보를 갖춘 전륜왕들과 왕자. 대신, 후궁과
시녀들을 거느리고 그를 공경하기 위해 만나기를 원할 것이다.
그 설법자는 그 정도로 훌륭하게 여래께서 설하신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설할 것이다. 다른 바라문이나 가장들, 도시나 시
골 사람들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언제나 그 설법자를 따를 것
이다. 여래의 성문들이나 독각들, 세존들도 그를 만나기를 원
할 것이다. 선남자와 선여인은 어느 방향에 있든 거기서 여래
를 뵙고 여래의 면전에서 가르침을 설하는 이가 될 것이며, 부
처님의 가르침을 담는 그릇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그의 깊고
도 상쾌한 가르침의 소리가 울릴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그의 혀는 훌륭해서
결코 형편없는 맛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맛이라도 그의 혀에 닿자마자
천계의 것이 되어
천계의 풍미를 갖춘 것이 될 것이다.
그는 아름다운 소리로 달콤하고 듣기 쉬우며
원하던 기쁜 말을 한다.
법회에서 언제나 좋고 깊은 소리로 말한다.
또 수많은 비유로 설하는 그의 가르침을 들은 이는
누구라도 최고의 환희가 생겨
그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공양을 올린다.
천신, 용, 아수라 들도 언제나 그를 만나기를 원하며
경의로써 가르침을 듣는다.
그에게는 이 모든 덕성이 있다.
원한다면 그는 이 세계 모든 곳에
그의 소리가 울리게 할 것이다.
그의 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하며
깊고 아름다우며 아주 좋다.
대지의 주인인 전륜왕들은 자식이나 부인과 함께
공양하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가 합장하며
언제나 그의 가르침을 듣는다.
그는 야차로부터 언제나 존경받으며
용이나 건달바의 무리, 악귀의 남녀로부터도
존경과 공양을 받는다.
범천들조차도 그의 지배 아래에 있으며
마헤슈바라. 이슈바라라는 천자들도
제석천과 다른 천자들도
성문들과 함께 그의 소리를 듣고 모습을 드러내어
그를 수호하며 그의 가르침을 듣는 데 만족한다.
세간의 행복을 바라는 자애 깊은 부처님들도
성문들과 함께 그의 소리를 듣고 모습을 드러내어
그를 보호하며 그의 가르침에 만족한다.
“상정진이여,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거나 설하거나 옮겨 적
은 보살은 8백의 몸(身根)의 덕성을 얻을 것이다. 그의 몸은
완전히 청정하며, 피부는 유리처럼 청정해서 중생들의 눈을 즐
겁게 할 것이다. 그는 완전히 청정한 몸 위에서 삼천대천세계
의 모든 것을 볼 것이다. 삼천대천세계에서 죽거나 태어나며,
뛰어나거나 그렇지 못하며, 좋은 색을 하거나 추한 색을 하며,
선한 경계에 있거나 악한 경계에 있는 중생들, 산들의 왕인 수
미산에 사는 중생들, 또 아래로는 아비지옥으로부터 위로는 최
고의 존재계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사는 중생들, 산들의 왕인
수미산에 사는 중생들, 또 아래로는 아비지옥으로부터 위로는
최고의 존재계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사는 중생들, 이 모두를
자신의 몸 위에서 볼 것이다. 또 삼천대천세계에 사는 성문이
나 보살, 독각, 여래의 누구든지 볼 것이며, 그 여래들이 설한
가르침을 모두 볼 것이다. 또 여래들을 섬기는 중생들의 몸을
얻는 것을 그는 자신의 몸 위에서 볼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몸이 완전히 청정하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이 위대한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몸이 완전히 청정하며
마치 유리로 된 것처럼 청정할 것이며
언제나 중생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거울에 모습이 비치는 것처럼
그의 몸에 이 세계가 보일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이것을 보지만
다른 중생들이 보는 일은 없다.
그의 몸의 완전한 청정성은 이와 같다.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 인간, 천신, 아수라,
지옥이나 아귀, 축생에 있는 것들의 모습이
그의 몸에 보인다.
최고의 존재계에 이르기까지 천신들의 탈것,
바위산, 차크라바다 산, 히말라야 산, 수미산 들은
온갖 모습으로 그의 몸에 보인다.
또 그는 몸 위에 성문들을 거느린 부처님들과
홀로 살거나 무리에게 가르침을 설하는 보살인
다른 부처님의 아들들을 본다.
그의 몸의 청정성은 이와 같으며
거기에는 모든 세계가 보인다.
그러나 그는 아직 천계의 몸을 얻지 못했다.
그의 타고난 몸은 이와 같다.
“또 상정진이여, 여래인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법문
을 수지 독송하고 가르치며 옮겨 적는 보살의 뜻(意根)은 천 2
백의 마음작용의 덕성을 갖추어 완전히 청정해질 것이다. 그가
그 청정한 뜻으로 비록 한 게송이라도 듣는다면, 그 게송의 많
은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그 게송을 이해한 뒤, 그는 일 개
월은 물론 사 개월, 일년도 가르침을 설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가르침을 설하더라도 그것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을 것이
다. 통속적인 세간의 일이든 주문이든 어떤 것을 설하더라도
모두 법의 도리와 일치시킬 것이다. 삼천대천세계에서 육도에
윤회하는 어떤 중생이든 있는 그대로 그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알 것이다. 흔들림, 잘못된 믿음, 망상을 알고 분별할 것이며,
아직 성자의 지혜를 얻지는 못했으나 그의 뜻은 이처럼 완전히
청정할 것이다. 이런저런 가르침과 그 해석을 깊이 생각한 뒤
바른 것을 설할 것이며, 모든 여래께서 설하시고 모두 예전에
승리자의 경전에 설해진 것을 그는 말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그의 뜻은 맑고 빛나며 청정해서 탁하지 않다.
그 뜻으로 그는 훌륭하거나 중간 정도거나 낮은
어러 가지 가르침을 이해한다.
비록 한 게송을 듣더라도 뜻이 견고한 이는
거기서 많은 의미를 안다.
사 개월이든 일년이든
언제나 이치에 맞게 바른 가르침을 설한다.
또 이 세계의 안팎에 사는
중생들, 천신, 인간, 아수라, 용, 축생도에 있는 것들
육도에 사는 중생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현자는 한 순간에 전부 이해한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에게는 이러한 이익이 있다.
백 가지 복덕의 상서로운 상을 갖추신 부처님께서
모든 세간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설하실 때
그 맑은 소리를 듣고 그는 그 뜻을 이해한다.
그는 최고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하며
언제나 많은 가르침을 설하나
결코 혼미하는 일이 없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에게는 이러한 이익이 있다.
그는 모든 존재의 관계와 인연을 이해하며
그 개개의 특징과 의미, 해석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아는 대로 말한다.
예전에 세간의 스승들에 의해
오랫동안 여기서 설해진 경전
그 가르침을 그는 법회에서
언제나 두려움없이 설한다.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하는 이는
이와 같은 뜻을 얻을 것이다.
아직 그는 집착이 없는 지혜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의 뜻은 거기에 선행하는 것이다.
선서의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스승의 경지에서 모든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하며
수코티의 해석에 숙달한 이이다.
제 20장 상불경보살의 덕화(常不輕菩薩品)
그때 세존께서는 득대세(得大勢)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득대세여,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장래 이 법문을 비방하
거나, 이 경전을 수지하는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들을 비난
하거나 모욕하며, 거짓되고 조잡한 말로 말을 거는 이들은 좋
지 않은 과보를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말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장래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하며 이해해서 남
에게 상세히 설하는 이들에게는 앞에서 설한 것과 같은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며, 눈, 귀, 코, 혀, 몸, 뜻의 육근이 완전히
청정하게 될 것이다.
득대세여, 예전에 그러니까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하
며 생각도 미치지 않는 과거세에, 아니 그보다 훨씬 먼 이전에
위음왕(威音王)이라는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것은 이
쇠(離衰)겁이며, 대성(大成)세계였다. 그 여래께서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였으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분이셨으며,
사람들을 잘 이끄시는 분이었으며, 천신들과 인간의 스승이었
으며 부처님이셨다.
득대세여, 이 위음왕여래께서는 대성세계에서 천신들과 인
간, 아수라를 포함한 세간사람들을 앞에 놓고 가르침을 설하셨
다. 성문들을 위해서는 생로병사와 비탄, 고뇌, 미혹을 넘어서
는 열반을 목표로 하는 사성제와 곤련된 연기의 과정을 설하셨
다. 또한 보살들을 위해서는 위없는 깨달음에 관한 다섯가지의
완성과 관계된 여래의 지견(知見)에 이르는 가르침을 설하셨다.
그런데 득대세여, 위음왕여래의 수명은 사십 강가 강의 모래
알 수와 같은 수천 겁이었다. 그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잠부 주의 티끌 수와도 같은 수천 겁 동안 바른 가르침(正
法)이 존속했으며, 사대주(四大州)의 티끌 수와 같은 수천 겁
동안 바른 가르침과 비슷한 가르침(像法)이 존속했다.
또 득대세여, 대성세계에서 위음왕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바른 가르침과 비슷한 가르침이 소멸했을 때 또 다른
위음왕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렇게 차례로 2백만 코티
니유타의 위음왕여래들이 이 대성세계에 출현하셨는데, 거기에
는 이 모든 여래들 앞에 출현하신 최초의 위음왕여래께서 계셨
다. 이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바른 가르침은 물론
바른 가르침과 비슷한 가르침도 소멸하고 있었다. 그 가르침은
교만한 비구들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그때 상불경(常不輕)이라
는 보살이 있었다. 득대세여, 왜 이 보살이 상불경이라고 불리
는가 하면, 그 이유는 이러하다. 이 보살은 비구, 비구니, 신
남. 신녀 누구에게나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존자시여, 저는 당신을 깔보지 않사옵니다. 당신이 보살의
수행을 하면 장래 바른 깨달음을 얻어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
이기 때문입니다.’
득대세여, 이처럼 보살은 비구이면서 설법도 독송도 하지 않
고, 멀리 있는 이건 가까이 있는 이건 누구를 보더라도 이렇게
말한다.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누구에게나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부인이시여, 저는 당신을 깔보지 않사옵니다. 당신이 보살
의 수행을 하면 장래 바른 깨달음을 얻어 존경받는 여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이는 거의 대부분 그에게 화를 내며, 악의와
불신에 찬 말로 비난하고 모욕한다.
‘이 비구는 묻지도 않았는데도 왜 깔보지 않는다는 말을 하
는 걸까. 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바라지도 않
는 예언을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자신을 깔보도록 하는 것이
다.
득대세여, 이 보살이 이렇게 비난과 모욕을 받는 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는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고 악의를 품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흙덩이나 몸둥이를 휘
두르는 이에 대해서도, 그는 멀리서 큰소리로 ‘저는 당신을 깔
보지 않습니다’라고 한다. 상불경이라는 이름은 그가 언제나
이렇게 말하던 교만한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들이 그에게
붙인 것이다.
그런데 득대세여, 그 상불경보살은 죽음이 가까워왔을 때, ‘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들었다. 이 법문은 위음왕
여래께서 2백만의 이십 배나 되는 게송으로 설하신 것이다 .상
불경보살은 죽음이 가까워왔을 때, 아무도 설하지 않았는데도
공중에서 들려오는 이 법문을 듣고 알았다. 그래서 그는 눈의
청정, 귀의 청정, 코의 청정, 혀의 청정, 몸의 청정, 뜻의 청
정을 얻었다. 그는 육근의 청정을 얻자마자, 2백만 년 동안 자
신의 생명을 신통력을 써서 늘려 2백만 년 동안 ‘바른 가르침
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했다. 그래서 상불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교만한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들 모두가 그의 광대한
신통의 위력, 설득하는 웅변력, 지혜의 위력을 보고 가르침을
듣기 위해 따르게 되었다. 그는 다시 다른 백천 코티 니유타의
생명 있는 것들 모두를 위없는 바른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득대세여, 이 보살은 대성세계에서 죽은 뒤, 월음왕(月音王)
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많은 여래들을 기쁘게 했으며 항상
이 법문을 설했다. 그는 이어서 마찬가지로 과거의 선근에 의
해 태고음왕(太鼓音王)이라는 이름의 많은 여래들을 기쁘게 했
으며, 항상 이 법문을 사중에게 설했다. 운음왕(雲音王)도 마
찬가지였다. 이 모든 경우에 그는 눈, 귀, 혀, 몸, 뜻의 완전
한 청정성을 갖추고 있었다.
득대세여, 이 상불경보살을 이렇게 많은 수백 수천의 여래들
을 공경 공양하고, 찬양 존승한 뒤, 다시 다른 수백 수천의 많
은 부처님들을 공경 공양하고 찬양 존숭했는데, 그때마다 ‘바
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얻었다. 그뒤 그는 과거의 선
근이 완전히 성숙했기 때문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었다.
득대세여, 그때 그곳의 상불경이라고 불리는 보살은 내가 모
르는 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득대세여, 내가 바로 그 상
불경보살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이전에 이 법문을 이해하
고 수지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빨리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득대세여, 나는 과거의 여래들로부터 직
접 배운 이 법문을 수지 독송하며 설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또 득대세여, 저 상불경보살에게 악의를 품은 이들은 2백만
겁 동안 결코 여래를 보지 못했으며, 가르침이나 승단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1만 겁 동안 아비대지옥에서 심
한 고통을 받았으나, 상불경보살은 그들 모두 위없는 바른 깨
달음으로 이끌었다.
득대세여, 그때 그곳에 상불경보살을 매도하고 조롱한 중생
들을 나는 알고 있다. 이 모임에 온 이들은 발타바라(跋陀婆
羅)를 비롯한 5백 명의 보살들과 사자월(師子月)을 비롯한 5백
명의 비구니들, 사불(思佛)을 비롯한 5백 명의 신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불퇴전의
자리에 있다. 득대세여, 이처럼 커다란 이익이 있는 법문을 수
지 독송하며 교시하면 보살들에게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가져
다줄 수 있다. 그러니 득대세여, 여래인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보살들은 이 법문을 언제나 수지 독송하며 설해야 할
것이다.”
이어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과거세의 생각이 난다.
그때 위음왕이라는 승리자가 계셨는데
인간, 천신, 야차의 지도자시며 대위신력을 지니셨고
인간과 신들의 공양을 받으셨다.
그 승리자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바른 가르침이 혼란에 빠졌을 때
비구로서 상불경이라고 불리는 보살이 있었다.
그때 그는 나는 진리를 체득했다고 생각하는
다른 비구나 비구니들에게 가서
‘나는 당신들을 깔보지 않습니다.
최고의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십시오’라고
언제나 말했다.
그들의 비난과 모욕을 참는 사이
죽음이 가까워졌으며
그는 이 경전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죽지 않고
신통력으로 아주 긴 수명을 얻어
지도자의 가르침 아래에서 이 경전을 설했다.
그리고 스스로 진리를 체득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모두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죽은 뒤는 수천 코티의 부처님들을
기쁘게 했다.
계속해서 쌓은 복덕으로 언제나 이 경전을 설한 뒤
그 승리자의 아들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가 바로 석가모니인 나이다.
그때 스스로 진리를 체득했다고 생각한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들은
그로부터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수코티의 많은 부처님들을 뵌 뒤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은 내 면전에 있는
5백 명의 보살들과 비구, 비구니, 신녀 들이다.
나는 모두에게 최고의 가르침을 들려주었으며
그들 모두를 성숙시켰다.
내가 열반에 든 뒤는 의지가 굳은 그들이
이 최고의 경전을 수지할 것이다.
생각도 미치지 않는 수천 겁 동안
이 같은 가르침은 단 한 번도 들을 수 없었으며
수백 코티의 부처님이 계셨지만
이 경전을 설하신 적은 없다.
그러니 부처님께서 스스로 설하신
이 같은 가르침을 들어서
계속해서 부처님들을 기쁘게 해드리며
내가 열반에 든 뒤는 이 경전을
이 세상에서 내 대신 설해야 할 것이다.
제 21장 여래의 신통력 (如來神力品)
그때 대지의 틈새에서 나온 소천세계의 티끌 수와도 같은 수
천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모두 세존을 향해 합장하며 이와
같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어떤 불국토에서 열반에 드실지 모르
지만, 저희들은 그 뒤 이 법문을 널리 펴겠사옵니다. 세존이시
여, 저희들은 이처럼 위대한 법문을 수지하거나 독송하거나 가
르치거나 옮겨 적기 위해 찾았던 것이옵니다.”
그때 문수사리를 비롯한 사바세계에 사는 수천 코티 니유타
의 많은 보살들, 그리고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인간과
인간이외의 것들, 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많은 보살
들이 다음과 같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또한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법문을 널리 펴겠사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공
중에 서서, 소리를 낼 것이며 아직 선근을 심지 않은 중생들에
게 선근을 심게 하겠사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위대한 지도자이고 스승이며, 대지의 틈새
에서 나온 보살들의 우두머리의 한 사람인 상행(上行)이라는
보살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상행이여,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여라. 이 법문을
위해서 여래께서는 그대들을 이끄신 것이다.”
그때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서는 탑 중앙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계셨다. 두 분 다 미소를 띠시며, 입에서 혀를 내셨는데,
그 혀는 범천의 세계에까지 이르렀으며, 수천 수백의 빛을 발
했다. 그 빛 한 줄기 한 줄기마다 수천 수백의 많은 보살들이
나타났다. 몸은 금색이며, 위대한 인물의 32상을 갖춘 그들은
연꽃 속에 있는 사자좌에 앉았다. 그리고는 사방팔방에 있는
수천의 세계로 가서, 공중에 선 채 가르침을 설했다. 석가여래
와 다보여래께서 혀로 신통력의 기적을 보이신 것처럼 수천의
다른 세계로부터 와서, 보석나무 아래 사자좌에 앉은 여래들은
모두 혀로 신통력의 기적을 보였다.
그때 석가여래와 그 여래들은 꼭 백천 년 동안 신통력을 발
휘했다. 백천 년이 지나자 그 여래들은 혀를 원래대로 넣고,
모두 한 순간에 사자처럼 큰소리를 냈으며, 또 한 순간에 손가
락퉁기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 때문에 시방의 모든 불국토는
진동했다. 그 모든 불국토에 있는 중생들,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인간과 인간 이외
의 것들도 부처님의 위신력 덕분에 거기에 있으면서 사바세계
를 이와 같이 보았다. 말하자면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여래
들께서 보석나무 아래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
으며, 다보여래께서 보석으로 된 거대한 탑 속에 있는 사자좌
에 석가여래와 함께 앉아 계시는 것과 사중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그들은 경이롭고 드문 일이라고 생각해
큰 기쁨을 느꼈는데, 공중에서 이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벗이여,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는 수백 수천의 세계를 지
난 저편에 ‘사바’라고 불리는 세계가 있는데, 그곳에 석가여래
가 계신다. 그분은 지금 모든 부처님께서 지시하시는 광대한
경전이며 보살을 위한 가르침인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보살들을 위해 설하고 계신다. 그대들은 그 법문을 깊
이 바라므로 기뻐할 것이며,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 경례하여
라.”
그때 모든 중생들은 공중으로부터 이와 같은 소리를 듣고 그
곳에서 “석가여래께 경례하옵나이다”라고 하며 합장했다. 또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께 공양했으며,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
는 법문을 공양하기 위해 온갖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 승리의 깃발과 여러 장식품, 목걸
이, 마니구슬을 사바세계를 향해 던졌다. 그것들은 사바세계에
와 여래들의 머리 위 공중에서 하나의 커다란 꽃 휘장이 되었
다.
그때 세존께서는 상행보살을 비롯한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여래들께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위력을 지니
고 계신다. 이 법문을 위촉하기 위해서 수백 수천 겁 동안, 나
는 여러 가르침으로 이 법문의 많은 공덕을 설했다. 그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이 법문 속에서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 모든 존엄, 모든 비밀, 모든 심원한 입
장을 간결히 설했다. 그러니 그대들은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이 법문을 공경 수지해서 가르치고 옮겨 적거나 독송하며
수습해서 공양해야 할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지상의 어떤 곳에서 이 법문이 독송되거나 설
해지거나 옮겨 적거나 책이 된다고 하자. 숲이든 정사든 집이
든 마을이든 나무 아래든 높은 건물이든 방이든 동굴이든, 지
상의 그곳에는 여래를 위한 탑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
면 그곳은 모든 여래들의 보리좌이며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
은 곳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곳에서 모든 여래들께
서 가르침의 법륜을 굴리셨고 열반에 드셨음을 알아야 하기 때
문이다.”
이어 세존께서는 이와 같을 게송을 설하셨다.
신통의 지혜를 지니시고 세간의 행복을 원하시는
부처님들께서 설하신 법의 본성은
생각으로도 미치지 않는다.
무한을 꿰뚫어보는 눈을 지니신 부처님들께서는
이 세상의 중생들 모두를 기쁘게 하려고
신통력을 보이신다.
수천의 광명을 발하시며
범천의 세계에까지 혀를 뻗치신다.
최고의 깨달음을 향해 뜻을 세운 이들을 위해
놀랄 만한 신통력을 보이신다.
부처님들께서는 기침을 하시며
동시에 손가락 퉁기는 소리를 내신다.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에 그 소리가 들린다.
세간의 행복을 원하시는 자애 깊으신
부처님들께서는 선서가 열반에 드신 뒤
‘어떻게 하면 중생들이 그때 기쁘게 이 경전을
수지할까’하고 생각하시어
다른 기적과 공덕을 보이신다.
세간의 지도자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뒤
이 최고의 경전을 수지하는 선서의 아들들에 대해
수천 겁 동안 내가 칭찬한다고 하자.
그들의 공덕은 마치 시방의 허공계처럼
한이 없을 것이다.
이 빛나는 경전을 언제나 수지하는 이들의 공덕은
생각도 미치지 않을 정도이다.
석가여래인 나와
모든 세간의 지도자들과 이미 열반에 든 다보여래를
이 경전의 수지자들은 본다.
또 많은 보살들과 사중들을 본다.
그는 지금 여기서 나를 기쁘게 하며
모든 지도자들과 열반에 드신 다보여래와
시방에 계신 다른 부처님들도 기쁘게 한다.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미래나 과거의 부처님들과
지금 시방에 계신 부처님을 보며
그분들께 잘 공양할 것이다.
진실의 가르침인 이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보리좌에서 깨달으신 인간의 최고자이신
부처님의 비밀스런 지혜를 빨리 생각해 낼 것이다.
이 훌륭한 경전을 수지하는 이는
어디서든 자유로운 바람처럼
무한한 웅변력을 지닌 이가 되어
가르침과 의미와 해석을 알 것이다.
그는 지도자들께서 깊은 뜻을 담아 설하신
여러 경전들의 관계를 이해 할 것이며
내가 열반에 든 뒤에도
여러 경전의 진실된 의미를 알 것이다.
그는 달에 비유되며 태양처럼 빛날 것이며
지상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서
많은 보살들을 격려할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보살들은
이 세상에서 이런 이익을 듣고
내가 열반에 든 뒤
이 경전을 수지할 것이다.
그들이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제 22장 제자들에게 위촉(囑累品)
석가여래께서는 법좌에서 일어나 모든 보살들을 모이게 한
다음 신통력으로 얻은 무수한 오른손으로 보살들의 오른손을
잡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
겁이 걸려 성취한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그대들의 손에 맡
기겠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이 깨달음이 널리 퍼지고 끊
임없이 전해지도록 하여라.”
석가여래께서는 세 번이나 되풀이해서 보살들의 오른손을 잡
은 채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
겁이 걸려 성취한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그대들에게 맡기겠
다. 선남자들이여, 그것을 파악하고 수지하며 독송하고 이해해
서 모든 중생들에게 설해 주어라. 나는 아무것도 아까워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고 두려움 없는 자신을 가지고 부처님의 지
혜를 건네주는 이다. 선남자들이여, 나는 위대한 시주이다. 그
대들도 나처럼 아무것도 아끼지 않고, 여래의 지견과 위대하고
절묘한 방편을 구해 찾아온 선남자, 선여인들에게 이 법문을
설해 주어라. 또 청정한 믿음이 없는 중생들을 이 법문으로 인
도하여라. 이것이 그대들이 여래의 은혜를 갚는 길이다.”
석가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보살들은 큰 기쁨과 깊은
존경심으로 석가여래를 향해 머리숙여 합장하며 일제히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말씀대로 하겠사옵니다. 또 저희들은
모든 여래의 말씀을 실행해서 완수하겠사옵니다. 부디 세존이
시여, 걱정 마시고 편히 지내십시오.”
보살들은 세 번이나 되풀이해서 일제히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걱정 마시고 편히 지내십시오. 저희들은 세존
의 말씀대로 하겠사옵니다. 또 저희들은 모든 여래들의 말씀을
완수하겠사옵니다.”
그러자 석가여래께서는 다른 세계에서 모인 분신인 여래들에
게 돌아가서 편안히 지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보여래의
보석탑을 지하의 본래의 장소에 안치시키고, 다보여래께도 편
안히 지내시라고 하셨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다른 세계로부터 온 보석나무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있던 무수한 여래들과 다보여래, 보살들
그리고 대지의 틈새에서 나타난 상행보살을 비롯한 무수한 보
살들, 위대한 성문들, 사중, 천신들, 인간, 아수라, 건달바를
비롯한 온 세간이 기뻐했으며 여래의 설법을 찬탄했다.
제 23장 약왕보살의 과거인연(藥王菩薩本事品)
그때 숙왕화(宿王華)보살이 다음과 같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약왕보살은 왜 이 사바세계를 편력하는 것이옵니
까? 더욱이 그에게는 수백 수천의 많은 일이 있사옵니다. 부디
여래께서는 약왕보살의 수행 중 한 부분이라도 설해 주시옵소
서. 그것을 들으면 천신,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 다른 세계에서 온
보살대사들, 또 위대한 성문들 모두가 기뻐 만족할 것이옵니
다.”
세존께서는 숙왕화보살의 간청을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
다.
“선남자여, 옛날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겁의 과거세
에 일월정명덕(日月淨明德)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이 여
래께서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시고, 세간을 잘 아시는 위
없는 분이셨으며, 사람들을 잘 이끄시는 분이며 천신들과 인간
의 스승이며 세존이셨다. 이 일월정명덕여래에게는 80코티의
보살들과 72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성문들이 속해 있었
다. 그가 설법하는 자리에는 여성은 없었으며, 지옥, 축생도,
아귀, 아수라의 무리도 없었다. 그 불국토는 손바닥처럼 평탄
하고 시원했으며, 땅은 하늘의 유리로 되었고 보석나무와 전단
나무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보석구슬로 된 그물이 흔들거렸으
며, 나무에는 장식용 끈이 걸려 있었고, 보석으로 된 향로가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또 모든 보석나무 밑동의 화살이 닿는
곳에는 하늘에도 닿을 듯한 보석으로 된 높은 건물이 세워져
있었으며, 그 꼭대기에서는 수백 코티의 천자들이 일월정명덕
여래를 공양하기 위해, 악기와 심벌즈, 합창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존께서는 특히 일체중생희견(一切衆生喜
見)보살과 위대한 성문들, 보살들을 위해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상세히 설하셨다.
숙왕화여, 그 일월정명여래의 수명은 4만 2천 겁이며, 그 보
살과 위대한 성문들의 수명도 그와 같았다. 일체중생희견보살
은 그 세존의 설법을 들으며 어려운 수행을 전념했다. 그는 1
만 2천 년 동안 경행(經行)의 장소에서 대단한 정진노력을 하
며 명상에 전념했다. 1만 2천 년 뒤, 그는 현일체색신(現一切
色身)삼매를 얻었다. 그 삼매를 얻자마자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만족해서 기뻐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
이라는 법문 덕분에, 나는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었다. 그러니
일월정명덕여래와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에 공양을 올
리도록 하자.’
그때 그는 그 삼매에 들었는데 들자마자 머리 위 공중에서
만다라바와 대만다라바의 많은 꽃비가 내렸다. 도 칼라 아누사
린 전단의 구름이 형성되고, 우라가 사라 전단의 비가 내렸다.
숙왕화여, 그런 향의 종류는 1카르샤가 이 사바세계와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
숙왕화여,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새로운 마음으로 삼매에
서 깨어나 이렇게 생각했다.
‘신통력의 기적을 보여 세존께 공양한다 하더라도 자기 몸을
바치는 것보다는 못하다.’
숙왕화여, 일체중생희견보살은 그때부터 침향이나 투루슈카,
쿤두루카의 향을 먹고, 참파카 기름을 먹었다. 항상 이렇게 하
는 사이에 12년이 지났다.
숙왕화여, 일체중생희견보살은 12년이 지난 뒤, 자기 몸에
천을 두르고 향유에 적신 뒤, 여래와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
라는 법문을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불꽃은 80 강
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여러 세계를 비추었으며, 그 세계
에서는 80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부처님들께서 그에게
찬사를 보내셨다.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이것이야말로 보살대사들의 참된 정
진노력의 행위이며, 이것이야말로 여래에 대한 참된 공양이며,
가르침에 대한 참된 공양이다.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에 의한 공양도 생활품에 의한 공양
도, 또 우라가 사라 전단에 의한 공양도 여기에는 미치지 못한
다. 선남자여,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보시로, 왕위를 버리고 하
는 보시도, 사랑스런 자식이나 아내를 버리고 하는 보시도 여
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선남자여, 자신의 몸을 희사하는 일은
가르침에 대한 최고이며 최선의 공양이다.’
숙왕화여, 그때 부처님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침묵하
셨다. 그런데 일체중생희견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빛은 천 2백
년 동안이나 계속되다가 꺼졌다.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이렇게
여래와 가르침에 공양한 뒤, 죽어서 정덕(淨德)왕의 집에 태어
나 양친의 무릎 위에 결가부좌하여 나타났다. 다시 태어나자마
자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자신의 양친에게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가장 훌륭하신 왕이시여
여기는 나의 경행의 장소입니다.
여기 서서 나는 삼매를 얻었습니다.
사랑스런 내 몸을 희사해서
확고한 정진노력을 했고 계율을 지켰습니다.
숙왕화여,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는, 자신
의 양친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어머님, 아버님, 일월정명덕여래께서는 지금도 이 세상에서
가르침을 설하고 계십니다. 그 여래께 공양을 올린 뒤, 저는
모든 음성에 정통한다고 하는 다라니를 얻었으며, 바른 가르침
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80코티 니유타의 칸카라 비바라 아크쇼
비야 배(倍)의 게송을 그 세존으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그러
니 어머님, 아버님, 부디 제가 그 세존께 갈 수 있도록 해주십
시오. 그래서 다시 공양을 올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숙왕화여, 일체중생희견보살은 그때 공중으로 탈라나무의 일
곱 배 높이만큼 올라가, 칠보로 된 누각 위에 결가부좌해서 세
존께 다가갔다. 그리고는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
고 세존 주위를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돈 다음, 세존을 향해 합
장 예배하며 이와 같은 게송으로 찬탄했다.
얼굴은 아름다우며, 의지는 굳으신
사람 중의 왕이시여
당신의 광명은 사방에 빛나고 있사옵니다.
저는 여기로 왔사옵니다.
숙왕화여,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이 게송을 읊은 뒤, 일월정명
덕여래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당신께서는 아직도 이 세상에 계시군요.’
그때 일월정명덕여래께서 일체중생희견보살에게 이렇게 말씀
하셨다.
‘선남자여,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들 때가 되었다. 선남자여,
내 생명이 다할 때가 되었다. 그러니 그대는 가서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들 수 있도록 침구를 갖추어라. 그리고 그대에게 이 가
르침을 위촉하겠다. 또 이 보살들과 위대한 성문들, 부처님의
깨달음, 보석으로 된 높은 전각, 나를 섬기는 천자들도 그대에
게 위촉하겠으며, 내가 완전한 열반에 든 뒤 나의 유골(사리)
도 위촉하겠다. 선남자여, 그대는 내 사리에 성대한 공양을 올
려야 하고 그 사리를 유포시키고 수천의 탑을 세워야 한다.
숙왕화여, 일월정명덕여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그날
밤 가장 늦은 시간에 무여의열반(無餘依悅槃)에 드셨다.
숙왕화여,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우라가 사라 전단을 장
작으로 쌓아서 여래의 몸에 불을 지폈다. 여래의 몸이 다 타서ㅤ
재가 되자 그는 사리를 수습하고는 울부짖으며 슬픔에 빠졌다.
숙왕화여, 그 뒤 일체중생희견보살은 8만 4천 개의 칠보로
된 항아리를 만들게 해서, 그 속에 여래의 사리를 모셨다. 그
리고는 위로는 범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산이 죽 늘어선,
실과 방울로 장식된 8만 4천의 칠보로 된 탑을 세웠다. 그 탑
을 세운 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일월정명덕여래의 사리공양을 했다. 그러니 이제부터
는 더 훌륭하게 여래의 사리에 공양을 해야겠다.’
숙왕화여,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보살들과 위대한 성문
들,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
라가,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에게 말했다.
‘선남자들이여, 모두 세간의 사리에 공양을 올리겠다는 결의
를 하시오.’
숙왕화여, 일체중생희견보살은 그때 8만 4천의 여래의 사리
를 모신 탑 앞에서, 백 가지 복덕에 찬 자신의 팔을 태웠다. 7
만 2천 년 동안 태우면서, 여래의 사리를 모신 탑에 공양했다.
공양을 하면서 그는 모임의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헤아릴
수 없는 성문들을 교화했다. 그로써 보살들과 위대한 성문들은
모두 현일체색신(現一切色身)삼매를 얻었다.
그때 보살들과 위대한 성문들은 일체중생희견보살이 불구가
된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으며, 슬픔에 젖어 서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의 스승이며 교화자인 일체중생희견보
살이 팔을 잃어 이젠 불구가 되어버렸다.’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이 보살들과 성문들에게 말했다.
‘선남자들이여, 내가 불구가 된 것을 보고 울부짖거나 슬퍼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시방의 무량한 세계에 계시는 여러 부처
님들의 증명 아래 그 앞에서 이런 진실의 서언(誓言)을 했다.
내가 여래를 공양하기 위해 내 팔을 희사한다면, 진실과 진
실된 말로 해서 내 몸은 금색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실과
진실된 말로 인해 내 팔은 원래대로 될 것이다, 이 대지도 6종
으로 진동할 것이며 하늘에 있는 천자들도 많은 꽃비를 내릴
것이다라는 서언이다.’
숙왕화여, 일체중생희견보살이 이 서언을 하자마자 삼천대천
세계는 6종으로 진동하고 머리 위 공중에서는 많은 꽃비가 내
렸으며 일체중생희견보살의 팔은 원래대로 되었다. 그것은 일
체중생희견보살이 지혜의 힘과 복덕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때문
이다.
숙왕화여, 그때 그곳의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내가 모르는 이
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 약왕보살이 바로 그 일
체중생희견보살이기 때문이다. 약왕보살은 이렇게 수천 수백의
어려운 일을 했으며 나아가서는 자신의 몸을 희사했던 것이다.
숙왕화여, 보살의 탈것을 타고 나온 선남자, 선여인들이 위
없는 바른 깨달음을 구해 여래의 탑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하
나 혹은 발이나 팔을 태운다고 하자. 그런 선남자, 선여인들에
게는 보다 많은 복덕이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하면 왕국이나 사
랑스런 처자를 희사하는 일, 숲, 바다, 샘, 연못, 강, 우물을
포함한 삼천대천세계를 희사하더라도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숙왕화여, 또 보살의 탈것을 타고 나온 선남자, 선여인들이 이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채워 모든 부처님과 보살, 성문, 독각
에게 보시한다고 하자. 그렇지만 그 복덕은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 중 사구(四句)로 된 게송의 한 구절을 수지
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대해가 모든 샘, 강, 연못 중 으뜸인
것처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여래께서 설하
신 모든 경전 중 으뜸이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산의 왕인 수미산(須彌山)이 모든 흑산
(黑山), 챠크라바다 산(小鐵圍山), 대차그라바다 산(大鐵圍山)
중 으뜸인 것처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여
래께서 설하신 모든 경전의 왕이며 으뜸이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빛나는 달이 모든 별들 중 최고인 것처
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수백 수천의 달빛
보다도 더 훌륭해, 여래께서 설하신 모든 경전 중 최고이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태양이 모든 어둠을 부수는 것처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선하지 못한 모든 암흑을
부순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삼십삼천의 신들 중, 제석천이 신들의
왕인 것처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여래께서 설
하신 모든 경전의 왕이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이 그에 속하는
모든 천신들의 왕이며, 그의 세계에서 부친의 역활을 하는 것
처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배울 것이 있거
나 더 배울 것이 없는 모든 중생들과 성문들, 독각들, 보살의
탈것을 타고 나온 이들의 부친 역활을 한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독각
이 모든 어리석은 이나 범부들을 넘어서 있는 것처럼, 이 ‘바
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여래께서 설하신 모든 경전
을 넘어서 숭고하며, 그중 으뜸임을 알아야 한다. 실로 이 경
전의 왕을 수지하는 중생들도 으뜸임을 알아야 한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보살이 모든 성문이나 독각들의 최고자
라고 불리는 것처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여래께서 설하신 모든 경전 중 최고라고 불린다.
숙왕화여, 예를 들면 여래께서 모든 성문, 독각, 보살 들의
법왕이신 것처럼,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보살
의 탈것을 타고 나온 이들에게 있어 여래와 같은 것이다.
또 숙왕화여,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모든
중생들을 온갖 공포로부터 구하며, 온갖 괴로움으로부터 해방
시킨다. 목마른 이에게는 연못처럼, 추위에 떠는 이에게는 불
처럼, 벌거숭이에게는 옷처럼, 상인들에게는 무역상의 우두머
리처럼, 아이에게는 어머니처럼, 강을 건너려는 이에게는 배처
럼, 환자에게는 의사처럼, 어둠에 묻힌 이에게는 등불처럼, 재
산을 구하는 이에게는 보석처럼, 모든 성주들에게는 전륜왕처
럼, 하천에게는 바다처럼, 모든 어둠을 밝히는 횃불처럼, 숙왕
화여,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모든 괴로움에서
해방되게 하며, 모든 병을 낫게 하며, 모든 윤회의 공포나 속
박의 좁고 가파른 길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그리고 숙왕화여,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듣
은 이, 옮겨 적는 이, 옮겨 적게 하는 이, 그들의 복덕은 부처
님의 지혜로도 헤아릴 수가 없다. 선남자여, 선여인이 이 법문
을 수지하거나 독송하거나 듣거나 옮겨 적거나 가르치거나 책
으로 만들어서 공양하며, 또는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옷, 우산, 기, 깃발, 음악, 입을 것, 합장, 또는 동물성 기름
의 등, 향유의 등, 참파카 기름의 등, 수미산 기름의 등, 파타
라 기름의 등, 바루시카 기름의 등, 나바 말리카 기름의 등으
로 공양한다고 하자. 그는 부처님의 지혜로도 헤아릴 수 없는
복덕을 쌓을 것이다.
숙왕화여, 보살의 탈것을 타고 나온 선남자, 선여인들이 이
‘약왕보살의 과거인연’의 장(章)을 수지 독송하고 듣는다면,
많은 복덕을 쌓을 것이다. 또 만일 여성이 이 법문을 듣고 파
악해서 수지한다면, 그 삶은 여성으로서의 최고의 삶이 될 것
이다. 또 5백 년 뒤에 어떤 여성이 이 장을 듣고 가르침대로
수행한다면, 그녀는 죽은 뒤 안락(安樂)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아미타여래께서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계실 것이
며 그녀는 연꽃 속의 사자좌에 앉은 채 태어날 것이다. 그녀에
게는 탐욕이나 증오, 어리석음, 교만함이나 아까워하는 마음,
성냄, 적의가 없을 것이다. 또 거기에 태어나자마자 다섯 가지
신통력을 얻을 것이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을 것이다. 숙
왕화여, 무생법인을 얻은 보살은 청정한 눈을 가질 것이며, 그
눈으로 72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여래들을 볼 것이다.
그 세존들은 그녀에게 찬사를 보낼 것이다.
‘장하구나 선여인이여, 그대가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
문을 듣고 석가여래 밑에서 강설하고 독송하며 마음을 집중해
서 남을 위해 설법하는 것은 장한 일이다. 그 복덕은 불로 태
울 수도 물로 흘려버릴 수도 없으며, 천 분의 부처님들도 다
말할 수가 없다. 그대는 악마를 물리쳤으며, 생사라는 적군과
싸워 이겼고, 가시나무와 같은 적을 쳐부수었다. 그대는 수백
수천의 부처님들의 가호를 받고 있으므로, 범천과 악마를 포함
한 세간에서, 그리고 사문이나 바라문을 포함한 생명 있는 것
들 중에서 그대와 필적할 만한 이는 없다. 여래를 제외하고는
성문이든 독각이든 보살이든 복덕이나 지혜에서 또는 삼매에서
그대를 능가할 이는 없다.’
숙왕화여, 그 보살은 이렇게 해서 지혜의 힘을 얻게 된다.
숙왕화여, 어떤 이가 이 ‘약왕보살의 과거인연’의 장을 설해
듣고 찬사를 보낸다고 하자. 그러면 그의 입에서는 연꽃의 향
기가 날 것이며, 그의 손발에서는 전단의 향기가 날 것이다.
이 법문에 찬사를 보내는 이에게는 방금 이야기한 대로 이 세
상의 공덕과 이익이 생길 것이다. 그러니 숙왕화여, 후세 5백
년 뒤에 이 잠부 주에서 이 장이 소실되지 않고 널리 퍼지도
록, 그리고 마왕이나 마왕의 부하들, 천신들, 용, 야차, 건달
바, 쿰반다들이 험잡을 수 없도록, 이 ‘일체중생희견보살, 즉
약왕보살의 과거인연’의 장을 그대에게 위촉한다. 숙왕화여,
만일 보살의 탈것을 타고 나온 어떤 이가, 이 경전을 수지하는
비구를 본다고 하자. 그러면 그는 그 비구에게 전단 가루나 연
꽃을 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선남자는 깨달음의 자리에 올라 풀을 베어 깔개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는 악마와 야차를 정복하고, 가르침의 법나팔을
불 것이며 가르침의 북을 울릴 것이다. 이분은 생사의 바다를
건널 것이다.’
숙왕화여, 이처럼 보살의 탈것을 타고 나온 선남자, 선여인
은 이 경전을 수지하는 비구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것
이다. 이렇게 해서 내가 설한 것과 같은 공덕이나 이익이 그에
게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세존께서 ‘약왕보살의 과거인연’의 장을 설하고 계시
는 동안, 8만 4천의 보살들이 모두 음성에 정통하게 되는 다라
니를 얻었다. 또 다보여래께서 찬사를 보내셨다.
“훌륭하구나 숙왕화여, 그대가 이렇게 생각도 미치지 않는
미덕과 공덕을 갖추신 여래께 질문을 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
다.”
제 24장 묘음보살(妙音菩薩品)
그때 석가세존께서는 위대한 모습(相)의 하나인 미간 백호에
서 빛을 발하셨다. 그 빛은 동방에 있는 18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불국토를 밝게 비추었
다. 그 불국토를 지나면 정광장엄(淨光莊嚴)세계가 있는데, 거
기에는 정화숙왕지(淨華宿王知)여래께서 광대한 보살들에 둘러
싸여 존경받으며 가르침을 설하고 계셨다.
석가여래의 백호에서 나온 빛은 이 정광장엄세계까지 아주
밝게 비추었다. 그 정광장엄세계에는 묘음(妙音)보살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선근을 심었으며, 일찍이 많은 여래들의 빛
나는 광명을 본 적이 있었으며, 많은 삼매를 얻고 있었다.
말하자면 묘당상(妙幢相)삼매, 법화(法華)삼매, 정덕(淨德)
삼매, 숙왕희(宿王戱)삼매, 무연(無緣)삼매, 지인(智印)삼매,
월등(月燈)삼매, 해일체중생어언(解一切衆生語言)삼매, 집일체
공덕(集一切功德)삼매, 맑은 마음을 지닌 여인이라는 삼매, 신
통유희(神通遊戱)삼매, 혜거(慧炬)삼매, 장엄왕(莊嚴王)삼매,
정광명(淨光明)삼매, 정장(淨藏)삼매, 물의 편만이라는 삼매,
일선(日旋)삼매였다. 묘음보살은 이렇게 강가 강의 모래알 수
와도 같은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삼매를 얻고 있었다.
그 빛이 자신의 몸을 비추자, 묘음보살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벗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세존을 향해 합장하
고, 정화숙왕지여래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석가여래를 뵙고 경례하고 섬기기 위해,
그리고 문수사리보살과 약왕보살, 용시보살, 숙왕화보살, 상행
보살, 장엄왕보살, 약상보살을 만나기 위해 사바세계로 가겠사
옵니다.”
그때 정화숙왕지여래께서는 묘음보살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
셨다.
“선남자여,, 사바세계로 가서 그 세계가 형편없는 곳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세계는 평탄하지 못하며, 흙으로 되어
있고, 칼라 산(黑山)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분뇨 덩어리로 가
득 차 있다. 또 석가여래와 그 보살들은 키가 작다. 선남자여,
그대의 키는 420만 요자나이고, 내 키는 680만 요자나이다. 또
그대는 청정하고 아름다우며 단정할 뿐만 아니라, 최고로 훌륭
한 색을 띠었으며, 수백 수천의 복덕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남자여, 사바세계로 가서 여래나 보살들이나 그 국토에 대해
형편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들은 묘음보살은 정화숙왕지여래께 이렇게 말씀드렸
다.
“세존이시여, 말씀대로 하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
래의 가호와 여래의 힘을 빌려, 또 여래의 자유로운 활동과 여
래의 장엄과 여래의 훌륭한 지혜에 의해 저 사바세계로 가는
것이옵니다.”
그때 묘음보살은 그 불국토를 떠나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일
어나지도 않은 채 그대로 삼매에 들었다. 삼매에 들자마자 이
사바세계의 그리드라쿠타 산(기사굴산)에 있는 여래의 법좌 앞
에 840만 코티 니유타의 연꽃이 출현했다. 그것들은 줄기는 금
이고 잎은 은이었으며, 파드마나 킹슈카의 받침을 하고 있다.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연꽃의 장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석가
여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줄기는 금이며 잎은 은이고 받침은 파드마나
킹슈카의 모습을 한 이 840만 코티 니유타의 연꽃이 나타난 것
은 무슨 징조이옵니까”
이렇게 여쭙자 세존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
셨다.
“문수사리여, 이것은 정화숙왕지여래의 불국토인 동방의 정
광장엄세계로부터 묘음보살이 840만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에
둘러싸여 존경받으며, 나를 경례하고 섬기기 위해, 또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듣기 위해 이 사바세계로 오기
때문이다.”
문수사리보살은 다시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 선남자는 선근을 거듭 쌓았기 때문에 이처
럼 훌륭한 능력을 얻은 것이옵니까? 도대체 그는 어떤 선근을
쌓았으며, 어떤 삼매에서 수행한 것이옵니까? 세존이시여,ㅤ저
희들은 그 삼매에 대해 듣고 싶으며, 또 그 삼매에서 수행해
보고 싶사옵니다. 또 저희들은 그 보살이 어떤 색이고 어떤 형
태이며, 어떤 특징을 지니고 어떤 모습이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 보살을 보고 싶사옵니다. 그러니 세존이시여, 그 보
살이 당장이라도 이 사바세계로 올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시옵소
서.”
석가여래께서는 곧 완전한 열반에 드신 다보여래께 이렇게
말씀하셨다.
“묘음보살이여, 이 사바세계로 올 수 있도록, 세존께서 말씀
해 주십시오.”
그러자 다보여래께서는 묘음보살에게 이런 말씀으로 신호를
보내셨다.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로 오너라. 문수사리보살이 그대를
만나고 싶어한다.”
그때 묘음보살은 정화숙왕지여래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예
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 840만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
에 둘러싸여 존경받으며, 여러 국토를 진동시키고, 연꽃의 비
를 뿌리고, 수백 수천의 악기를 연주시키며, 정광장엄세계로부
터 이 사바세계에 왔다. 묘음보살은 푸른 연꽃 같은 눈과 수백
수천의 달과 비길 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몸은 금색에다
수백 수천 복덕의 상서로운 상으로 장식되었는데, 영광으로 타
오르며 위엄의 빛으로 빛나 있었다. 또 사지는 여러 가지 뛰어
난 상으로 장식되었으며, 몸은 나라야나처럼 견고했다. 칠보로
된 누각에 올라, 탈라나무의 일곱 배나 되는 높은 공중으로 보
살들에 둘러싸여 존경받으면서 왔다.
그는 이 사바세계의 산중의 왕인 그리드라쿠타 산에 가까워
지자, 누각에서 내려와 수백 수천의 진주 목걸이를 손에 들고,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세존의 두 발에 머
리를 대고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돈 다음 진주 목걸이
를 세존께 드렸다. 그리고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정화숙왕지여래께서는 석가세존께서 무병무재하시며 생활이
나 몸은 어떠신지 또 평안히 지내시는지 안부를 물으셨사옵니
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하셨사옵니다.
‘석가세존이시여, 평안히 잘 지내고 계십니까? 몸은 건강하
신지요? 당신의 중생들은 마음씨 고우며, 쉽게 교화해서 바로
잡을 수 있는지요? 그들의 몸은 청정한지요? 그리고 애착이나
증오나 미혹에 움직이지는 않는지요? 세존이시여, 중생들이 너
무 질투심이 많거나 반항적이거나 부모를 존경하지 않거나 사
문이나 바라문을 존경하지 않거나 잘못된 견해를 믿거나 마음
을 다스리지 못하거나 감관이 다스려지지 않았는지요? 또 악마
라는 적을 무찌르고 있는지요? 세존이시여, 다보여래께서는 완
전한 열반에 드셨지만 가르침을 듣기 위해 사바세계에 오셔서
칠보로 된 탑 중앙에 앉아 계시는지요?’라고 말입니다.
또 정화숙왕지여래께서는 다보여래에 대해 묻고 계시옵니다.
‘세존이시여, 다보여래께서는 평안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이 사바세계에 오래 계시는지요?’라고 말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다보여래의 유체(遺體)를 모두 보고
싶사옵니다. 그러니 모두 저희들에게 보여주시옵소서.”
석가여래께서는 완전한 열반에 드신 다보여래께 이렇게 말씀
하셨다.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대사는 완전한 열반에 드신 다보여
래를 뵙고 싶어합니다.”
다보여래께서는 묘음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그대가 나와 석가여래를 만나려고
이곳에 온 것은 훌륭한 일이다. 또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
는 법문을 듣기 위해 그리고 문수사리보살을 만나기 위해 이곳
에 온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자 화덕(華德)보살이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묘음보살은 이전에 어떤 선근을 심었사옵니까?
또 어느 여래 밑에서 그런 선근을 심었사옵니까?”
석가여래께서 화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옛날 그러니까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하고 무량한
겁의 과거세에 운뇌왕(雲雷王)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
것은 현일체세간(現一切世間)이라는 세계이며, 희견(喜見)이라
는 겁 때였다. 그 여래께서는 지혜와 덕행을 갖추신 선서시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분이며, 사람들을 잘 이끄시는 분이며,
천신들과 인간의 스승이며 세존이셨다.
선남자여, 묘음보살은 이 운뇌왕여래께 수백 수천의 악기로
연주하며 120만 년 동안 공양을 올렸으며, 8만 4천 개의 칠보
로 된 그릇을 헌상했다. 그 여래의 설법을 듣고 묘음보살은 이
런 영광에 도달한 것이다.
선남자여, 운뇌왕여래께 공양을 올리고 8만 4천의 그릇을 헌
상한 그때 그곳의 묘음 보살을 내가 모르는 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여기에 있는 묘음보살이야말로 그때의 묘음
보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묘음보살은 많은 부처님을 섬기고
수백 수천의 부처님 밑에서 선근을 심어, 부처님이 될 준비를
했다. 또 묘음보살은 이미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부처님
을 뵈었다. 화덕이여, 그대는 묘음보살을 보고 있는가?”
화덕보살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보고 있사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데 화덕이여, 묘음보살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른 가
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했다. 말하자면 어떤 때는 범천
의 모습으로, 어떤 때는 루드라의 모습으로, 또 어떤 때는 제
석(帝釋)의 모습으로, 때로는 자재천(自在天), 천대장군(天大
將軍),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 전륜왕, 성주, 무역상의 우두
머리, 가장, 마을사람, 바라문의 모습으로 ‘바른 가르침의 백
련’이라는 법문을 설했다. 또 때로는 비구나 비구니, 신남이나
신녀, 무역상의 우두머리의 아내, 가장의 아내, 마을사람의 아
내, 남자, 여자의 모습으로 묘음보살은 이 ‘바른 가르침의 백
련’이라는 법문을 중생들에게 설했다.
선남자여, 묘음보살은 이렇게 많은 모습으로 중생들에게 ‘바
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했다. 또 어떤 이에게는 야
차의 모습으로, 어떤 이에게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
라가의 모습으로 이 법문을 설한다. 그뿐 아니라 지옥, 축생
도, 야마의 세계나 불행한 세계에 태어난 중생들에게도 이 법
문을 설해 그들을 구제했다. 나아가서는 후궁 속에 있는 중생
들을 위해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 이 법문을 설했다.
이렇게 해서 이 사바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그의 가르침
을 들었으므로, 그는 사바세계에 태어난 많은 모습으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중생들에게 설하지만, 선한 이의
신통력이나 지혜를 손상시키는 일은 없다.
선남자여, 묘음보살은 이렇게 많은 지혜의 빛에 의해 이 사
바세계에 알려져 있다. 또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다른
세계에서도, 보살이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보살의 모습으
로 가르침을 설한다. 마찬가지로 성문이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
게는 성문의 모습으로, 독각이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독각
의 모습으로, 여래가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여래의 모습으
로 가르침을 설하며, 여래의 사리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여래의 사리를 보인다. 완전한 열반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
게는 완전한 열반에 든 자신을 보인다. 화덕이여, 이렇게 해서
묘음보살은 지혜의 힘을 얻은 것이다.”
화덕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묘음보살은 선근을 심은 이이옵니다. 세존이시
여, 묘음보살은 삼매에 들어 이렇게 많은 중생들을 교화했는
데, 그 삼매는 어떤 것이옵니까?”
이런 질문을 받자 석가여래께서는 화덕보살에게 이렇게 말씀
하셨다.
“선남자여, 그것은 현일체색신이라는 삼매이다. 묘음보살은
그 삼매에 들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했다.”
그런데 이 ‘묘음보살’의 장이 설해지고 있는 동안, 묘음보살
과 함께 이 사바세계에 온 840만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이 모두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었으며, 이 사바세계의 수많은 보살들도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었다.
묘음보살은 석가여래와 다보여래의 사리를 모신 탑에 성대한
공양을 올린 뒤, 다시 칠보로 된 누각에 올라 여러 나라를 진
동시키고, 연꽃의 비를 내리게 하고, 수백 수천의 악기를 연주
시키고, 840만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에 둘러싸여 존경받으며
자신의 불국토로 돌아갔다. 묘음보살은 자신의 불국토에 도착
하여 정화숙지여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바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였사
옵니다. 그리고 다보여래의 사리를 모신 탑에 예배하였으며,
석가여래도 뵙고 예배하였사옵니다. 또 문수사리보살과 힘차게
정진노력하는 약왕보살과 용시보살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840
만 코티 니유타의 보살들은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었사옵니다.”
이 ‘묘음보살’의 장이 설해지고 있는 동안, 4만 2천의 보살
들이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삼매
를 얻었다.
제 25장 관세음보살의 위신력(觀世音菩薩普門品)
그때 무진의(無盡意)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벗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세존을 향해 합장하며 말씀드렸
다.
“세존이시여, 무슨 이유로 관세음보살은 관세음이라고 불리
옵니까?”
이 질문을 받고, 세존께서는 무진의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
셨다.
“선남자여, 이 세상에서 수백 수천의 중생들이 저마다 괴로
움에 싸여 있는데, 만일 그들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는다
면, 그들은 모두 괴로움에서 해방될 것이다. 또 선남자여, 관
세음보살의 이름을 소중히 하는 중생들은 비록 큰 불덩이 속에
떨어지더라도 관세음보살의 위광(威光)의 힘으로 구출 될 것이
다.
선남자여, 만일 중생들이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을 때에 관세
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그 강은 얕은 여울이 될 것이다. 또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중생들이 배를 타고 금, 금괴, 보석,
진주, 금강석, 유리, 나패, 수정, 산호, 마노, 호박, 붉은 진
주 등을 찾아 바다로 나간다고 하자. 그들이 탄 배가 폭풍으로
나찰이 사는 섬으로 올라갔다 하더라도, 그들 중 한 사람이라
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이가 있다면 그들은 모두 그
섬으로부터 구출될 것이다. 선남자여, 이런 까닭에 ‘자재롭게
관찰한다’는 뜻의 관세음보살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선남자여, 만일 어떤 이가 처형되려고 할 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사형 집행인들의 칼은 부러질 것이며, 삼천
대천세계가 야차나 나찰로 가득하다 하더라도 어떤 이가 관세
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모든 사악한 무리들은 그를 볼 수
가 없을 것이다. 또 선남자여, 죄가 있든 없든 어떤 이가 나무
고랑이나 쇠고랑, 사슬 등에 묶여 있더라도, 관세음보살의 이
름을 부른다면 저절로 풀릴 것이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의
위력은 이와 같다.
선남자여, 이 삼천대천세계가 칼을 든 폭도나 도적으로 가득
차 있는데, 한 상인의 우두머리가 무리를 이끌고 값비싼 보석
을 많이 지니고 지나간다고 하자. 그들이 도중에 칼을 든 도적
들을 만나,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을 때, 우두머리가 ‘두려워
하지말고 모두 일제히 안전을 지켜주시는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불러라. 그리하면 도적들로부터 구출될 것이다’라고 말한다고
하자. 이 말을 듣고 상인들이 일제히 ‘안전을 지켜주시는 관세
음보살께 경례하옵나이다. 경례하옵나이다’라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그 상인들은 바로 위험에서 벗어날 것이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의 위력은 이와 같다.
선남자여, 탐욕에 빠진 중생들이 관세음보살에게 경례하면,
탐욕 없는 이가 되며, 증오에 빠진 중생들이 경례하면 증오 없
는 이가 되며, 무지에 헤매는 중생들이 경례하면 무지하지 않
은 이가 된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은 이렇게 위대한 신통을
지닌 분이다.
또 선남자여, 사내아이를 원하는 여자가 관세음보살에게 경
례하면 사내아이가 생길 것이다. 더욱이 그 사내아이는 용모가
단정하고 품위가 있으며, 귀엽고 남자의 특징을 갖추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선근을 심을
것이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의 위력은 이와 같다.
또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에게 경례하고 그 이름을 소중히 하
는 이들에게는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 선남자여, 여떤 이가
관세음보살에게 경례하고 그 이름을 소중히 한다고 하자. 또
어떤 이는 62의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세존께 경례하고,
그 이름을 소중히 한다고 하자. 또 어떤 이는 지금 계시는 많
은 세존께 법의, 탁발의 음식물, 침대, 좌구, 의약품 등 생활
필수품을 공양한다고 하자.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
가? 그 선남자, 선여인은 얼마나 많은 복덕을 쌓겠는가?”
무진의보살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많을 것이옵니다. 그 선남자, 선여인은
많은 복덕을 쌓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렇게 많은 세존들을 공경해서 쌓은 복덕과 한
번이라도 관세음보살을 공경하고 이름을 소중히 해서 쌓은 복
덕은 같을 것이며, 그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니다. 또 62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세존들을 공경하고 이름을 소중
히 하는 일과 관세음보살을 공경하고 이름을 소중해 하는 일,
이 두 경우의 복덕은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겁이 걸려도 쉽
게 헤아릴 수가 없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소중히
하는 데서 얻어지는 복덕은 이렇듯 이루 헤아릴 수가 없는 것
이다.”
무진의보살은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이 사바세계를 어떻게 편력했으
며, 또 어떻게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설했사옵니까? 관세음보살
의 절묘한 방편의 본질은 어떤 것이옵니까?”
세존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이 부처님의 모습으로 중생들에게 가
르침을 설하는 세계도 있으며, 보살의 모습으로 가르침을 설하
는 세계도 있다. 어떤 중생들에게는 독각의 모습으로 가르침을
설하며, 어떤 중생들에게는 성문의 모습으로, 어떤 중생들에게
는 범천의 모습으로, 어떤 중생들에게는 제석천의 모습으로,
또 어떤 중생들에게는 건달바의 모습으로 관세음보살은 가르침
을 설한다. 야차의 모습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야차의
모습으로, 자재천(自在天)의 모습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
는 자재천의 모습으로 대자재천의 모습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
들에게는 대자재천의 모습으로, 전륜왕의 모습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전륜왕의 모습으로, 악귀의 모습으로 교화해
야 할 중생들에게는 악귀의 모습으로, 비사문(毘沙門)의 모습
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비사문의 모습으로, 장군의 모
습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장군의 모습으로, 바라문의
모습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바라문의 모습으로 집금강
신(執金剛神)의 모습으로 교화해야 할 중생들에게는 집금강신
의 모습으로 가르침을 설한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은 이처럼
사고를 초월한 공덕을 갖추고 있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은
공포를 느끼고 있는 중생들에게 안전을 가져다준다. 그러므로
사바세계에서 관세음보살은 안전을 가져다주는 보살, 즉 시무
외자(施無畏者)라고 불린다.”
그때 무진의보살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관세음보살에게 선물과 공양을 하겠사옵
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지금 그대가 선물하고픈 것을 선물하도록 하여
라.”
그러자 무진의보살은 자신의 목에서 수백 수천 금의 가치가
있는 진주 목걸이를 떼어내서 관세음보살에게 공양하면서 “벗
이여, 이 물건을 받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음보살이 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무진의보살
은 이렇게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진주 목걸이를 우리들에 대한 자비로
서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관세음보살은 무진의보살에게 자비를 보이면서 또 사
중과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긴나라, 마
후라가,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에게 자비를 보이면서 그 진
주 목걸이를 받았다.
그리고는 그 목걸이를 둘로 나누어 하나는 석가세존께 또 하
나는 다보여래를 모신 보석으로 된 탑에 바쳤다.
“선남자여, 관세음보살은 이런 신변(神變)에 의해 이 사바세
계를 편력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런 게송을 설하셨다.
무진의보살이 나에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旗)를 가지신 이, 세존이시여
무슨 이유로 이 승리자의 아들은
관세음이라고 불리옵니까?’라고
그 이름의 의미를 물었다.
그래서 나는 무진의보살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세음의 수행에 대해 들어보라.
관세음이 어떻게 해서 사고를 초월한
수백 수천 겁 동안 수천 코티의 부처님 아래서
서원을 청정하게 했는지 내가 설하겠다.
관세음의 이름을 듣고 그를 마음속에 억념한다면
생명 있는 것들은 현세에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그는 모든 셍존에서 괴로움과 근심을 없애는 이이다.
어떤 사악한 이가 착한 이를 살해하려고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물을 부은 것처럼 불이 꺼진다.
어떤 이가 용, 마카라, 아수라, 귀령(鬼靈)이 사는
바다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그 속에 가라앉지 않는다.
사악한 이가 어떤 이를 살해하려고
수미산 꼭대기로부터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태양처럼 공중에 정지한다.
또 살해하려고 금강석으로 된 산을
그 사람의 머리에 던졌다 하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털끝만큼도 상처 입지 않는다.
살의를 품고 칼을 든 적들에 둘러싸였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적들은 즉시 불쌍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어떤 이가 처형장에서 관세음을 억념하면
사형집행인의 칼은 산산조각이 난다.
나무나 쇠로 된 수갑, 족쇄, 사슬로 묶여 있어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사슬은 즉시 풀린다.
주문, 주법(呪法), 독초, 귀령, 베타다 등
사람의 몸을 파괴하는 것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그것을 사용한 이에게 되돌아간다.
사람들의 정력을 빼앗는
야차, 용, 아수라, 귀령, 나찰 등에
에워싸여 있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털끝만큼도 상처 입지 않는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손톱을 지닌
아주 무서운 맹수에게 에워싸이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그것들은 즉시
사방팔방으로 물러간다.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빛을 내며
노려보기만 해도 독살해 버리는
무서운 뱀에게 에워싸이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그것들의 독이 즉시 없어진다.
천둥 소리를 내는 먹구름이 나타나
번개와 함께 비를 뿌리더라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즉시 먹구름이 물러간다.
수잭 가지 괴로움에 시달리고 고민하는
중생들을 보고 지혜의 힘이 청정한 관세음은
환히 관찰해서 신들을 포함한 세간의 구제자가 된다.
관세음은 신통력을 완전히 갖추었고
광대한 지혜와 절묘한 방편을 다 공부했으므로
시방의 모든 세계, 모든 국토에 남김없이 나타난다.
또 가르침을 들을 수 없는 불우한 처지나
나쁜 처지에 대해 두려움을 품거나
지옥, 축생도, 야마의 지배 아래 있거나
삶과 늙음과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생명 있는 것들의 그런 괴로움음 마침내 소멸한다.
그때 무진의보살은 기쁨과 만족을 느끼며 이러한 게송을 읊
었다.
맑고 자비롭고 지혜로운 눈을 지닌 이여
사랑스럽게 보는 청정한 눈을 지니고
아름다운 얼굴과 눈을 지닌 매력이 넘치는 이여
청정무구하며 더러움 없는 빛
햇빛처럼 어두움이 없는 지혜의 빛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불꽃 같은 빛을 갖춘 이여
당신은 스스로 빛나며 세계를 비춘다.
자애로 된 계율이라는 천둥 소리를 내며
바른 덕과 자비의 마음을 지닌 큰 구름이여ㅤ
당신은 가르침의 감로의 비를 내려
생명 있는 것의 번뇌의 불을 끈다.
싸움, 논쟁, 투쟁을 할 때나
싸움에 대해 심한 공포에 빠져 있을 때에도
관세음을 억념하면 사악한 적의 무리는 물러간다.
천둥 소리와 같은 음성, 큰북과 같은 소리
대해와 같은 소리를 갖추었으며
범천처럼 아름다운 음성과
음성 세계의 완전성을 얻고 있는
관세음을 억념해야 한다.
그대들은 항상 억념하여라.
청정한 분인 관세음을 억념할 것이며
절대 관세음보살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죽음이나 괴로움, 재난을 만났을 때
그는 보호자가 될 것이며 피난처가 될 것이며
최후의 의지처가 될 것이다.
모든 공덕의 완성에 달했으며
모든 중생을 자비로운 눈으로 보며ㅤ
공덕의 대해인 관세음을 예배해야 할 것이다.
이 세간사람들에게 자애가 깊은 관세음은
미래세에 부처님이 될 것이다.
모든 괴로움과 공포, 근심도 없애주는
관세음에게 나는 경례한다.
세자재왕(世自在王)을 지도자로 하는 법장비구는
세간의 공양을 받고 수백 겁 동안 수행해서
더러움을 벗어난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무량광여래가 되었는데
관세음보살은 그 무량광여래를
좌우에서 부채질하면서 모셨고
일체는 환상과 같다는 삼매에 의해
모든 국토로 가서 승리자께 공양을 올렸다.
서쪽 세계에 행복의 원천이며
더러움 없는 극락세계가 있는데
거기에는 중생을 잘 이끄시는
무광량이라는 지도자께서 지금 계신다.
거기서는 여성이 태어나는 일도 없으며
양성(兩性)이 합하는 관습도 없다.
그곳의 승리자의 자식들은 무구하며
자연히 생긴 화생(化生)으로
연화대 위에 앉아 있다.
지도자이신 무광량여래께서도 더러움 없는
아름다운 연화대 속에 있는 사자좌에 앉아
샬라왕처럼 빛나고 계신다.
관세음도 이 세계의 지도자였으며
삼계에서 그와 같은 이는 없다.
그를 찬탄해서 나도
‘복덕을 쌓아 빨리 당신과 같은
인간의 최고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때 지지(持地)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벗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세존을 향해 합장하고 경례하면서 이
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 중 ‘관세음보살의 장’을 듣는 중생들
은 선근을 충분히 쌓지 못한 중생은 아닐 것이옵니다.”
이 ‘모든 방향으로 문이 열린(普門)’장을 세존께서 설하자
그 자리에서 8만 4천의 생명 있는 것들이 위없는 지고한 바른
깨달음을 향해 발심했다.
제 26장 다라니(陀羅尼品)
그때 약왕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벗고 오른 무
릎을 땅에 대고 세존을 향해 합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마음에 간직하거나 경전을 수지한다면 어느 정도의 복
덕이 생기겠사옵니까”
이 질문에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약왕이여,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수백 수천의 여래들을 공경한다고 하자. 약왕이여, 그대
는 어찌 생각하는가? 선남자, 선여인이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복덕을 쌓겠는가?”
약왕보살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많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약왕이여, 그대에게 알려주겠다.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 중 사구(四句)로 된 게송을
하나라도 수지 독송해서 이해하며 수행하여 완성한다고 하자.
약왕이여, 그러면 그들은 더 많은 복덕을 쌓을 것이다.”
그때 약왕보살이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
을 마음에 간직하거나 책으로 만드는 선남자, 선여인들에게 그
들을 수호하는 다라니의 주문(呪句)을 주겠나이다.
아니예, 마니예, 마네, 마마네, 칫테, 차리테, 사메,
사미타, 비샨테, 무크테, 무크타타메, 사메, 아비샤
메, 사마사메, 자예, 크샤예, 아크샤예, 아크시네,
샨테, 사미테, 다라니, 아로카 바셰, 프라티아베크샤
니, 니디르, 아비안타라 니비슈테, 아비안타라 파리
슛디, 무트크레, 무트크레, 아라데, 파라데, 스칸크
시, 아사마 사메, 붓다 비로키테, 다르마 파리크시
테, 상가 니르고샤니, 니르고니, 바야바야 비쇼다니,
만트레, 만트라, 크샤야테, 루테, 루타 캬우샤리예,
아크사예, 아크샤야 바나타예, 밧크레, 바로다, 아마
니야나타예, 스바하
세존이시여, 이 주문의 각 구절은 62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이 경전의
설법자나 수지자와 싸우는 이는 부처님들을 거역하는 것이 되
옵니다.”
세존께서는 약왕보살에게 찬사를 보내셨다.
“장하구나, 약왕이여, 그대는 중생들에게 이로움을 주었다.
중생들에게 자애를 보이고 다라니로 그들을 보호했다.”
그때 용시(勇施)보살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도 설법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다라니를 주
겠사옵니다. 그러면 야차든 나찰이든 푸타나든 크리티야든 쿰
반다든 아귀든 그 누구도 설법자들의 허점을 잡을 수 없을 것
이옵니다.
주바레, 마하 주바레, 웃케, 툿케, 뭇케, 아데, 아다
바티, 누리티에, 누리티야바티, 잇티니, 빗티니, 칫
티니, 누리티야니, 누리티야바티, 스바하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는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도 같은 여
래들께서 설하시고 기뻐하신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이 경전의
설법자들과 싸우는 이는 부처님들을 거역하는 것이 되옵니다.”
그때 비사문천왕이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도 설법자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그리고
자비를 베풀기 위해 그들을 수호하는 다라니를 설하겠사옵니다.
앗테, 탓테, 낫테, 바낫테, 아나데, 나디, 크나디,스
바하
세존이시여, 저는 이 다라니로 백 요자나 동안 설법자를 수
호하겠나이다. 이 다라니에 의해 이 경전의 수지자, 선남자.선
여인들은 수호받을 것이며 더 행복하게 될 것이옵니다.”
그때 증장천왕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 수백 수천 쿰반다들에
게 둘러싸여 시중을 받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벗고 세존을 향해 합장하며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도 많은 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이 경전의 설
법자와 수지자를 수호하는 다라니를 설하겠사옵니다.
아가네, 가네, 가우리, 간다리, 찬다리, 마탕기, 풋
카시, 상크레, 불사리, 시시, 스바하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는 42코티의 부처님들께서 설하신 것
이옵니다, 그러므로 이 설법자들과 싸우는 이는 그 부처님들을
거역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때 란바라고 불리는 나찰녀(羅刹女)와 비란바, 쿠타 단티,
프슈파 단티, 마쿠타 단티, 케시니, 아차라, 마라 다리, 쿤티,
살바 사트보조하리라고 불리는 나찰녀들과 아들, 시종들을 거
느린 귀자모(鬼子母)라고 불리는 나찰녀가 있었는데, 모두 세
존께로 다가가서 일제히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이 경전을 수지하는 설법자들을 수호
하고 더 행복하게 하겠사옵니다.”
이티 메, 이티 메, 이티 메, 이티 메, 이티 메, 니
메, 니메, 니메, 니메, 니메, 루헤, 루헤, 루헤, 루
헤, 루헤, 스투헤, 스투헤, 스투헤, 스투헤, 스투헤,
스바하
어느 누구도 내 머리 위에 올라가더라도 설법자들을 거역해
서는 안 된다. 야차든 아귀든 악귀든 푸타나든 크리티야든 베
타다든 쿰반다든 스타브다든 오마라카든 오스타라카든 아파스
마라카든 야차의 크리티야든 인간 이외의 것의 크리티야든 인
간의 크리티야든 매일 혹은 이틀, 삼일에 한 번씩 열병이든 계
속되는 열병이든 언제 발작할지 모르는 열병이든, 마지막으로
는 꿈을 꾸고 있는 이에게 나타나는 여자의 모습이든 남자의
모습이든 소년의 모습이든 소녀의 모습이든 설법자들을 괴롭혀
서는 안 된다.”
그때 나찰녀들은 일제히 세존께 이와 같은 게송을 읊었다.
이 주문을 듣고도 설법자와 싸우는 이는
머리가 아르자카의 씨앗처럼
일곱 조각으로 갈라질 것이다.
설법자와 싸우는 이는
부모를 죽인 자가 가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설법자와 싸우는 이는
참기름을 짜는 이들, 깨를 짓이기는 이들이
가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설법자왕 싸우는 이는
무게나 부피를 속이는 이들이
가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한 뒤, 쿤티를 비롯한 나찰녀들은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설법자들을 수호하겠사옵니다. 더 행
복하게 하고 벌을 받지 않게 하며 독을 없애겠사옵니다.”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는 나찰녀들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
다.
“좋은 일이다. 나찰녀들이여, 이 법문의 이름만이라도 수지
하는 설법자들을 그대들이 수호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니
이 법문을 완전히 수지하거나 책으로 해서 공경하고, 또 꽃,
훈향, 향수, 화만, 도향, 분향, 옷, 우산, 기, 깃발, 승리의
깃발로 공경하며, 식물성 기름의 등(燈)이든 바르시카 기름의
등이든 연꽃 기름의 등이든 수마나 기름의 등이든 이런 수백
수천의 다양한 공양물로써 공경하는 설법자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다라니’의 장이 설해지는 동안, 6만 8천의 생명 있는 것
들이 사물은 본래 생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지혜(無生法忍)를
얻었다.
제 27장 묘장엄왕의 출가(妙莊嚴王本事品)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헤아릴 수 없는 과거 무량 겁에 운뇌음숙왕
화지(雲雷音宿王華智)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 부처님
이 출현한 세계는 광명장엄(光明裝嚴)세계였으며, 희견(喜見)
이라는 겁이었는데, 그 여래께서는 지혜와 덕행을 갖추신 선서
였으며, 세간을 잘 아시는 위없는 분이었고, 사람들을 잘 이끄
시는 분이었으며, 천신들과 인간의 스승인 세존이셨다.
또 선남자들이여, 묘장엄(妙莊嚴)이라는 왕이 있어, 운뇌음
숙왕화지여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었다. 이 묘장엄왕의 왕비
는 정덕(淨德)이라고 했으며, 두 왕자의 이름은 각각 정장(淨
藏)과 정안(淨眼)이었다. 이 두 왕자는 신통과 지혜를 갖추었
고, 복덕과 지식이 풍부했으며 보살의 수행에 힘쓰고 있었다.
말하자면 보시, 지계, 인내, 정진, 선정, 지혜, 방편의 바라밀
과 자비희사를 비롯한 깨달음을 얻는 데 필요한 37법(三十七品
助道法)에 이르기까지 수행에 힘썼으며, 그 모두에 통달했었
다. 또 무구(無垢)삼매, 일성숙(日星宿)삼매, 정광(淨光)삼매,
정조명(淨照明)삼매, 장장엄(長莊嚴)삼매, 대위덕장(大威德藏)
삼매에도 통달해 있었다.
그때 여래께서는 그 시대의 중생들과 묘장엄왕을 불쌍히 여
기시어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설하고 계셨다.
그래서 정장과 정안 두 왕자는 어머니에게로 가서, 두 손 모
아 합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운뇌음숙왕화지여래를 뵙고 예배드리러 그분께로
가십시다. 그 여래께서는 신들을 포함한 세간사람들 앞에서 바
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상세히 설하고 계십니다. 자,
그 법문을 들으러 가십시다.’
선남자들이여, 정덕왕비는 이 말을 듣고 두 왕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들이여, 아버지이신 묘장엄왕께서는 바라문들에게 호의
를 가지고 계신다. 그러니 그 여래를 뵈러 가는 것은 허락할
수가 없구나.’
그러자 정장과 정안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어머니께 이렇
게 말했다.
‘저희들은 비록 믿음이 다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법의 왕이
신 부처님의 자식입니다.’
그러자 정덕왕비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 알았다. 그러면 아버님이신 묘장엄왕 앞에서 어떤 기적
을 보여라. 그러면 분명히 너희들의 말을 믿으실 것이며 우리
들이 그 여래를 뵈러 가는 것을 허락하실 것이다.’
그래서 정장과 정안은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 묘장엄왕을 생
각하며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기적을 보였다. 말하자면 허공에
서 잠자거나 걸어다니거나 먼지를 뿌리거나, 하반신으로는 물
을 뿌리고 상반신으로는 불덩이를 태우거나, 혹은 그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또 허공에서 커졌다가는 작아지고, 작아졌다가
는 커졌으며, 허공에서 모습을 감추었는가 하면 지상에 나타나
고, 지상에 나타났는가 하면 다시 허공에 나타났다. 이렇게 두
왕자는 자신들의 신통력으로 기적을 보여 아버지인 묘장엄왕을
교화했다.
선남자들이여, 묘장엄왕은 두 아들이 행하는 기적을 보고 만
족하고 기뻐하면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이렇게 물었다.
‘선남자들이여, 너희들의 스승은 누구시냐?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의 제자냐?’
두 왕자가 묘장엄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운뇌음숙왕화지여래께선 지금 보석으로 된 보
리수 아래의 법좌에서 천신들을 비롯한 세간사람들 앞에서 바
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상세히 설하고 계시는데 그 세
존이 저희들의 스승이옵니다. 대왕이시여, 저희들은 그분의 제
자이옵니다.’
그때 묘장엄왕은 두 왕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스승이신 그 분을 뵈러 가자. 우리들도 그 세존께
로 가자.’
그러자 두 왕자는 하늘에서 내려와 어머니에게 다가가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이시여, 저희들은 아버님을 위없이 바른 깨달음을 향
해 교화했사옵니다. 이제 교화가 끝났으니 저희들이 세존 아래
로 출가하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선남자들이여, 정장과 정안은 어머니에게 두 게송을 읊었다.
어머님이시여, 저희들이 출가해서 안주하지 않는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출가하겠사옵니다.
여래는 참으로 뵙기 어려운 분이기 때문이옵니다.
승리자는 우담바라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만나기 어렵사옵니다.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출가하겠사옵니다.
그분을 뵙는 행운은 좀처럼 얻기 힘드옵니다.
정덕왕비가 말했다.
아들들이여, 허락할 테니 가거라.
우리들도 출가할 것이다.
여래는 뵙기 힘든 분이니까.
선남자들이여, 그때 두 아들은 게송을 읊은 뒤, 양친에게 이
렇게 말했다.
‘아버님, 어버님이시여, 모두 함께 가십시다. 운뇌음숙왕화
지여래를 뵙고 경례하고 가르침을 들으러 그 여래께로 가십시
다. 왜냐하면 여래의 출현은 우담바라꽃처럼 드물며, 대해를
표류하는 나무 구멍에 가끔 떠오르는 거북의 머리가 쏙 들어가
는 경우처럼 드문 일이기 때문이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시
여, 세존들께서 출현하시는 것은 드문 일이옵니다. 그러니 우
리들이 그 가르침 아래 태어나 만났다는 것은 최고의 복덕을
얻은 결과이옵니다. 왜냐하면 여래를 뵙기는 어려운 일인데,
지금 법왕을 뵐 수 있도록 태어나는 것은 최고로 어려운 일이
기 때문이옵니다.’
선남자들이여, 그때 묘장엄왕의 후궁으로 8만 4천 명의 비
(妃)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수지할 수가 있게 되었다. 또 정안은 법화삼매로 수행했으며,
정장은 ‘어떻게 하면 모든 중생들이 온갖 악을 제거할 수 있을
까?’하고 생각해서,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겁 동안 이제악
취(離諸惡趣)삼매를 수행했다. 두 왕자의 어머니인 정덕왕비는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과 그 가르침의 깊은 뜻을 알았
다.
선남자들이여, 그때 두 왕자에 의해 여래의 가르침으로 들어
온 묘장엄왕은 그들의 권속을 이끌고 갔으며, 정덕왕비도 권속
을 이끌고 갔고, 두 왕자도 후궁과 시종들 그리고 4만 2천의
생명 있는 것들을 데리고 운뇌음숙왕화지여래께로 갔다. 그 모
두가 여래께로 다가가서 두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하고, 세존
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 한쪽에 섰다.
선남자들이여, 운뇌음숙왕화지여래께서는 묘장엄왕이 시종을
거느리고 온 것을 아시고, 법화(法話)로써 가르치시고 격려하
셨다. 묘장엄왕은 세존의 말씀을 듣고 만족하고 기뻐한 나머지
동생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자신은 왕비, 일족, 시종, 4만 2천
의 생명 있는 것들과 함께 출가했다. 그리고는 시종들과 함께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사색하고 수습하며 완
전히 이해하기 위해 8만 4천 년 동안 애쓰면서 지냈다.
선남자들이여, 그 8만 4천 년이 지나 묘장엄왕은 일체정공덕
장엄(一切淨功德莊嚴)삼매를 얻었다. 이 삼매를 얻자마자 그는
탈라나무의 일곱 배의 높이까지 공중으로 올라갔다. 묘장엄왕
은 궁중에 정지한 채로 운뇌음숙왕화지여래께 이렇게 말씀드렸
다.
‘세존이시여, 저의 두 아들은 저의 스승이옵니다. 신통력으
로 기적을 보여서 저의 크고 잘못된 생각을 깨우쳐주었으며,
여래의 가르침에 안주시켰으며 깨달음을 향해 성숙하게 했고,
깨달음으로 들어가게 했으며 여래를 뵙도록 해주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들은 저의 좋은 벗이었는데 저에게 과거의 선근
을 생각나게 하기 위해 아들의 모습으로 저희 집에 태어난 것
이옵니다.’
이렇게 말씀드렸을 때, 운뇌음숙왕화지여래께서는 묘장엄왕
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그대의 말 그대로요. 선근을 심은 선남자, 선
여인이라면 윤회하는 생존의 어떤 곳에 태어나더라도 그들을
위없는 바른 깨달음으로 이끌고 부처님을 도와드리는 좋은 친
구를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오. 대왕이여, 여래를 만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이가 바로 좋은 친구로 여겨지는 것은 광대한
도리인 것이오. 대왕이여, 이 두 젊은이를 보고 있소?’
묘장엄왕이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보고 있사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이 두 선남자는 65강강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여래들 밑에서 공양을 올릴 것이며, 중생들을 자비로이 여겨
잘못된 견해를 믿는 중생들이 바른 견해를 향해 정진노력할 수
있도록,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수지할 것이오.’
선남자들이여, 묘장엄왕은 하늘에서 내려와 두 손 모아 합장
하며 운뇌음숙왕화지여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쳐주시옵소서. 여래께서는 어떤 지혜
를 가지고 계시옵니까? 머리에는 육계가 빛나고 눈은 맑으며
미간의 한가운데에는 달이나 나패와 같은 번쩍거리는 백호가
빛나며 입 속은 평평하고 치아는 골고루 갖추어져 빛나고, 빔
바의 열매처럼 붉은 입술에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계시옵니다.’
선남자들이여, 묘장엄왕은 이렇게 맑은 공덕과 수백 수천 코
티 니유타의 다른 공덕을 말하며, 운뇌음숙왕화지여래를 찬탄
한 뒤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드문 일이옵니다. 이 여래의 교계(敎誡)가 이
렇게까지 큰 의미를 지녔으며, 여래께서 보여주신 가르침에 의
한 인도가 생각도 미치지 않는 공덕을 갖추었고, 여래의 계율
이 이렇게까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오늘부터 두 번 다시 마음대로 행동하지
는 않을 것이며, 두 번 다시 삿된 가르침에 맹종하지 않을 것
이며, 두 번 다시 화내지 않을 것이며, 두 번 다시 나쁜 마음
을 먹지 않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런 나쁜 성질을
가진 채 세존께 가려고는 생각지 않사옵니다.’
그는 운뇌음숙왕화지여래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한 뒤
하늘로 올라가 머물렀다. 그리고 나서 묘장엄왕과 정덕왕비는
수백 수천 금의 가치가 있는 진주 목걸이를 세존의 머리 위 높
이 하늘로 던졌다. 그러자마자 그 진주 목걸이는 세존의 머리
위에서 사각형에 네 개의 기둥이 있고 각 부분이 조화를 이룬
화려한 누각이 되었다. 그 누각 속에 수백 수천의 아름다운 천
이 겹쳐진 대좌가 나타나고 그 대좌 위에 결가부좌를 한 여래
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 묘장엄왕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마음이 깊고 아름다우며 더없이 훌륭하고 청정한 색
을 갖추신 여래의 모습이 누각 속에 보이는 것은 이 부처님의
지혜가 위대한 위력을 갖추었으며 생각도 미치지 않는 공덕을
갖추셨기 때문이다.’
그때 운뇌음숙왕화지여래께서는 사중을 향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묘장엄왕이 공중에 머물면서 사자후
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가?’
‘세존이시여, 보고 있사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묘장엄왕은 내 가르침 밑에서 비구가 된 뒤
대광(大光)이라는 세계에서 사라수왕(娑羅樹王)이라고 불리는
여래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는 지혜와 덕행을 갖춘 선서이
며, 세간을 잘 아는 위없는 이이며, 사람들을 잘 이끄시는 분
이며 천신들과 인간의 스승이며, 세존이시며, 그 겁의 이름은
대고왕(大高王)이다. 또 비구들이여, 사라수왕여래에게는 헤아
릴 수 없는 보살들과 성문들이 있을 것이며, 대광세계는 손바
닥처럼 평평하며 유리로 되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여래는 사
고를 초월한 공덕을 가진 분일 것이다.’
선남자들이여, 그때 그곳의 묘장엄왕이라고 불리던 이를 내
가 모르는 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화덕(華德)보
살이 바로 묘장엄왕이었기 때문이다. 또 선남자들이여, 그때
그곳의 정덕왕비라고 불리던 이를 내가 모르는 이라고 생각해
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광조장엄상(光照莊嚴相)보살이 바로 그
정덕왕비였기 때문이다. 그는 묘장엄왕과 중생들을 자비로이
여겨 묘장엄왕의 왕비가 된 것이다.
또 선남자들이여, 그때 그곳의 두 왕자를 내가 모르는 이라
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약왕(藥王)과 약상(藥上)보
살이 바로 묘장엄왕의 두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선남자들이여,
이처럼 약왕과 약상 보살은 사고를 초월한 공덕을 갖추었으며
수백 수천 코티 니유타의 많은 부처님들 밑에서 선근을 심어왔
으며 사고를 초월한 복덕을 갖추고 있다. 이 두 보살의 이름을
마음에 간직하는 이들은 모두 신들을 비롯한 세간사람들로부터
경례를 받을 것이다.’
‘묘장엄왕’의 장이 설해지는 동안 8만 4천 명의 생명 있는
것들이 모든 것에 대한 더러움을 씻어버리고 무구하고 청정한
법안을 얻었다.
제 28장 보현보살의 발원(普賢菩薩勸撥品)
그때 보현(普賢)보살은 동방세계에서 헤아릴 수 없는 보살들
과 함께 사람들에 에워싸여 존경을 받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
는 온갖 국토를 진동시키고 연꽃의 비를 내리며 수백 수천의
악기를 연주시키면서 보살의 위대한 위력, 위대한 신변(神變),
위대한 신통력, 위대한 존엄, 위대한 삼매의 힘을 보이고, 위
대한 기적을 보이면서 많은 천신들, 용, 야차, 건달바, 아수
라,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에 둘
러싸여 존경받고 있었다. 이처럼 사고를 초월한 신통력에 의한
기적을 보이면서 보현보살은 이 사바세계에 도착했다.
그는 산의 왕인 그리드라쿠타 산으로 가서 세존이 계시는 곳
에 가까이 가자, 세존의 두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한 뒤 세존
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돈 다음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
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위덕상왕(寶威德上王)여래의 불국토로
부터 왔사옵니다. 이 사바세계에서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
는 법문을 설한다는 말을 듣고 그 법문을 듣기 위해 석가여래
께로 왔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수백 수천의 이 모든 보살들도
그 법문을 듣기 위해 왔사오니, 세존께서는 부디 이 보살들을
위해 그 법문을 설해 주시옵소서.”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는 보현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보살들은 간단히 설명하면 금방 진리를 이해
할 수 있는 이들인데,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은 순
수한 진실이니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 보살들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대로이옵니다.”
그 자리에 모인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들은 ‘바른 가르
의 백련’이라는 법문에 안주시키기 위해 세존께서는 보현보살
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네 가지의 특성을 갖춘 선여인은 이 ‘바른 가르
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손에 넣을 것이다. 네 가지란 세존의
가호를 받게 되는 것, 선근을 심은 이가 되는 것, 바른 방향으
로 결정된 사람들 속에 들어가는 것, 모든 중생들을 수호하기
위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향해 발심하는 것, 이 네 가지다.
선남자여, 네 가지 특성을 갖춘 여성은 ‘바른 가르침의 백련’
이라는 법문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때 보현보살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후세에 5백 년 동안 이 경전을 수지하는
비구들을 수호하고 행복하게 해주며 벌을 받지 않게 하고 독이
퍼지지 않도록 하겠사옵니다. 어떤 이도 그 설법자들의 허점을
노려 덤벼들지 않도록 하고 마왕과 마왕의 아들, 마계에 속하
는 천자들, 마왕의 딸, 마왕의 권속들이 허점을 노려 덤벼들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두 번 다시 마왕의 무리로부터 괴롭힘
을 당하지 않도록 언제나 그 설법자를 수호하겠사옵니다. 또
천자들, 야차, 아귀, 푸타나, 크리티야, 베타다가 설법자의 허
점을 노려 덤벼들지 않도록 언제나 끊임없이 설법자를 수호하
겠사옵니다. 그리고 설법자가 이 법문에 대해 사색의 수행에
전념해서 경행(經行)장소로 갈 때, 저는 상아가 여섯 개인 왕
후같은 흰 코끼리를 타고 보살들에 둘러싸여 이 법문을 지키기
위해 설법자에게로 다가가겠사옵니다. 설법자가 이 법문에 대
한 사색의 수행에 전념하고 있을 때, 이 법문 중 한 구절이나
한 자라도 빠졌다면, 저는 상아가 여섯 개인 왕후 같은 흰 코
끼리를 타고 설법자 앞에 나타나 이 법문을 빠짐없이 복창하겠
사옵니다. 그러면 그 설법자는 제 모습을 보고 이 법문을 빠짐
없이 들었기 때문에, 만족해서 기뻐하며 이 법문에 더욱 정진
노력할 것이옵니다. 저를 보자마자 삼매를 얻을 것이며, 선
(旋)이라는 다라니, 백천만억선(百天萬億旋)이라는 다라니, 법
음방편(法音方便)이라는 다라니를 얻을 것이옵니다.
또 세존이시여, 후세 5백 년 동안 비구, 비구니, 신남, 신녀
의 누구라도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해서 옮겨 적고 이 법문을 위
해 21일 동안 경행 장소에서 노력한다면 저는 모든 중생들이
보고 기뻐하는 저의 몸을 나타내겠사옵니다. 상아가 여섯 개인
흰 코끼리를 타고 보살들에 둘러싸여 꼭 21일째에 그 설법자들
의 경행 장소에 가서 그들을 가르치고 인도해서 기쁘게 하겠사
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라니를 주고, 누구로부터도 폭력을
당하지 않게 하고,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에게 허점이 잡히지
않게 하며, 부인들이 그들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그들을
수호하고 행복하게 해주며, 벌을 받지 않도록 하고, 독이 퍼지
지 않도록 하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설법자들에게
이런 다라니의 주문을 주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다라니의
주문은 이와 같사옵니다.
아단테, 단다 파티, 단다 아발타니, 단다 크샤레, 단
다 수다리, 수다리, 수다라 파티, 붓다 파슈야네, 살
바 다라니, 아발타니, 산발타니, 상가 파리크시테,
상가 닐가타니, 다르마 파리크시테, 살바 삿트바 루
타 카우샬야 아누가테, 싱하 비크리디테, 아누발테,
발타니, 발타리, 스바하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의 주문이 그 보살의 귀에 들리는 것
은 보현보살인 저의 가호력 때문이옵니다.
또 세존이시여,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이 사바
세계에서 퍼져 어떤 보살들의 손에 있다면, 그 설법자들은 보
현보살의 위력과 위광에 의해 이 법문이 우리들 손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중생들은 보현행을 닦
은 이가 될 것이며, 많은 부처님들 아래에서 선근을 심은 이가
될 것이며, 여래께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실 것이옵니다. 세존이
시여, 이 경전을 옮겨 적어 수지하는 이는 저에게 기쁨을 안겨
줄 것이며, 옮겨 적는 이도 그 의미를 깨달은 이도 모두 죽어
서 삼십삼천의 신들의 일원으로 태어날 것이옵니다. 태어나자
마자 8만 4천의 천녀들이 다가올 것이며, 천자가 된 그들은 보
석으로 된 관을 쓰고 천녀들 속에서 지낼 것이옵니다.
선남자들이여, 이 법문을 옮겨 적기만 해도 이런 복덕이 있
을 정도이니, 이 법문을 가르치고 독송하고 사색하며 심혈을
기울이는 이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선남
자들이여,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전심을 기울
여 주의 깊게 옮겨 적어야 할 것입니다. 마음을 흩트리지 않고
옮겨 적는 이에게는 천 분이나 되는 부처님들께서 손을 뻗치실
것이며, 임종 때에는 천 분의 부처님들께서 그의 눈앞에 나타
나실 것입니다. 그는 악도에서 괴로움을 겪지 않고, 도솔천에
태어날 것입니다. 거기서는 32상(相)을 갖춘 미륵보살이 보살
들에 둘러싸여 수백 수천의 천녀들의 존경을 받으며, 가르침을
설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선남자나 선여인은 누구나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경건한 태도로 옮겨 적고
가르치고 독송하고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 법문을
옮겨 적고 가르치고 독송하고 수습하며 마음을 기울이면 헤아
릴 수 없는 공덕이 있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런 까닭에 현자인 선남자, 선여인은 ‘바른 가
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수지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면
그들은 많은 공덕을 쌓을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가호
력으로 이 법문이 사바세계에서 유포되도록 해주시옵소서. 저
는 먼저 이 법문을 수호하겠사옵니다.”
석가여래께서는 보현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구나, 보현이여, 그대가 세상을 자비로이 여겨 그렇
게 많은 이들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 수행하고 사고를 초월한
덕성을 갖추며, 그대가 깊은 서원과 발심으로 이 설법자들을
수호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누구든 보현보살의
이름을 소중히 하는 이들은 석가여래를 뵙는 것이 되며, 석가
세존으로부터 친히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을 들은
것이 되며, 석가여래를 공양하는 것이 되며, 석가여래께서 설
하실 때 칭찬을 받은 것이 되며, 이 법문을 듣고 기뻐한 것이
되며, 석가여래께서 머리를 쓰다듬으신 것이 되며, 석가여래께
서 그들에 의해 법의를 입힌 것이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보현이여, 선남자, 선여인들은 여래의 가르침을 완전히 이해
했으며, 순세외도(順世外道)를 좋아하지 않고, 시서(詩書)에ㅤ
몰두하는 이를 좋게 생각하지 않고, 연예인, 격투하는 이, 권
투하는 이, 술 장사, 양고기 장사, 새고기 장사, 돼지고기 장
사, 매춘숙의 주인들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이런
경전을 듣거나 옮겨 적거나 수지하거나 독송하는 외에는 다른
즐거움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이들은 본성적으로 덕성을 갖추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이들은 각자 독특한 근원적인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복덕의 힘을 얻고, 중생들이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또 이 경전을 수지하는 비구들은
탐욕, 증오, 무지, 질투, 인색함, 모욕, 교만심 잘못된 자책으
로 고통받는 일이 없을 것이다.
보현이여, 그 설법자들은 자신이 얻은 것에 만족할 것이다.
보현이여, 후세 5백 년 동안 ‘바른 가르침의 백련’이라는 법문
을 수지하는 비구들을 보면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것
이다.
‘이 선남자들은 보리좌에 나아가 악마의 사악한 무리들을 물
리치고 법륜을 굴릴 것이다. 이분은 가르침의 큰북을 두드리고
가르침의 법나패를 울리고 가르침의 비를 뿌리며 가르침의 사
자좌에 오를 것이다.’
후세 5백 년 동안 이 법문을 수지하는 비구들은 욕심이 없을
것이다. 법의나 탁발에 욕심부리지도 않고, 마음이 곧으며 세
가지의 해탈을 얻은 분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당장 생기는 현
세의 과보와 점차 생기는 내세의 과보가 있을 것이다. 이 경전
을 수지하는 설법자인 비구들을 미혹하는 이들은 내세에는 장
님로 태어날 것이며, 이 경전을 수지하는 비구들을 비난한 사
람들의 몸에는 금생에 반점이 생길 것이다. 또 이 경전을 옮겨
적는 이들을 놀리고 업신여기는 이들은 이가 부러지고 빠지며,
입술은 엉망이고, 코는 비뚤어지고, 손발과 눈은 거꾸로 될 것
이며, 몸에서는 악취가 나고, 종기나 부스럼, 습진이 온몸에
퍼질 것이다. 이 경전을 옮겨 적는 이, 독송하는 이, 수지하는
이, 해설하는 이에게 진심에서건 그렇지 않건 간에 말을 함부
로 하는 이들은 아주 무거운 죄업을 짓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보현이여, 그러니 사람들은 여래께 경의를 표하는 것과 마찬가
지로 이 법문을 수지하는 비구들을 보면 멀리서 일어나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이 ‘보현보살’의 장이 설해졌을 때, 강가 강의 모래알 수와
같은 보살들이 백천만억선이라는 다라니를 얻었다.
무릇 사물을 원인이 있어 생기지만
그 원인도 여래는 설하셨다.
그리고 그 소멸도.
위대한 사문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숯불이 활활타는 불구멍
깊이 잠겨들고
칼산(劍山)을 밟게 되더라도
선남자는 이 경전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의 법보(法寶)를
옮겨 적으면
그 복덕으로 세상사람들이
이 가르침의 보물을 담는 그릇이 될 것이다.
‘바른 가르침의 백련’은 최상의 법문이고 가장 훌륭한 경전
이며 광대하며 보살을 위한 가르침이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지
지하시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들의 가장 깊은 가르침이며, 모
든 부처님께서 비장(秘藏)하시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께서 설
하신 것이며, 모든 부처님의 비밀의 도리이며, 모든 부처님의
보리좌이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의 바퀴가 도는 것(轉法輪)
이며, 모든 부처님의 완전무결한 유신(遺身)이며, 모든 절묘한
방편이며, 일승(一乘)을 설하는 가르침이며, 최고의 진실을 실
현하는 가르침이다. 이 ‘바른 가르침의 백련(妙法蓮華經)’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