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67화 - 본즉 별것 아니더라 (吾已見之不足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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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서울 나그네가 먼 길을 가다가
하루 저녁에는 어느 산골 마을에서 투숙하게 되었다.
그 집 여주인을 보니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마침 남자 주인은 밖에 나가고 없었으니
나그네는 그 여인을 안아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방 구조를 살펴보니 아래 위 방 두칸에
중방(中防)만 있을 뿐 벽은 없었다.
밤이 되어 여주인이 중방 옆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된
윗방의 나그네는 지금의 형편으로는
형세가 매우 좋다고 생각하면서
좀 더 밤이 깊어지면 한번 범해 보리라 작정해 놓고
잠깐 잔다는 것이 그만 깊은 잠이 들고 말았다.
그동안에 남자 주인이 밖에서 돌아와서
그의 처를 아랫목에 눕게 하고 자기는 중방 옆에서 잤다.
나그네가 잠이 깬 후 그동안의 남자 주인의 거동을 알지 못하고 있어서,
아직도 여자주인이 그 자리에서 자고 있는 줄 알고
중방 너머로 손으로 누워 있는 사람을 어루만지니,
누운 사람도 또한 그의 손을 마주 잡고 교태를 부린다.
나그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그의 손을 이끌어
자기의 양물(陽物)을 만지게 하였다.
상대방이 그것을 잡으며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으니
나그네는 더욱 기뻐하였다.
자신을 얻은 나그네는 상대의 음문(陰門)을 만져보고자 하여
처음에는 배를 쓰다듬다가 차츰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드디어 손을 뻗쳐 음문 쪽으로 다가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건 음문이 아니고 남자의 장양(壯陽)1)*이 아닌가!
*1)장양(壯陽): 장대한 양물.
나그네는 크게 놀라 곧 손을 당겨 일어나서 황급히 종을 불러,
"얘, 빨리 떠나자." 하고 재촉하였다.
그러자 집주인이 짐짓 제지하면서
"이 깊은 산골에 사나운 짐승들이 많으니
밤중에 가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나그네의 종이,
"행구(行具) 가운데 연장(緣裝)이 많으니 아무 걱정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집주인이,
"나그네여! 나그네여! 연장(緣裝)2)* 행차를 자랑마오! * 2)연장(緣裝)은 속어(俗語)로 양물(陽物)과 통한다.
내가 조금 전에 그 연장을 보니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되더라!"
하고 조롱하니,
나그네는 더욱 부끄러워져 재촉하여 길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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