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26화 - 몸에 좋은 누룽지 (補身灼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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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총각 둘이서 매우 친하게 지냈는데

한 친구가 어쩐 일인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야, 나 기운없어 죽겠다"

 

"젊은 녀석이 만나기만 하면

죽는 소리나 해대고 참 안됐다.

대체 왜 그러냐?"

 

"너도 내 입장이 되어봐라.

너야 부모님 밑에서 잘먹고 지내지만

나야 어디 그러냐?

아버지 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형수 밑에서 얻어 먹는데"

 

"형수가 굶기기라도 하냐?"

 

"굶기기야 하겠냐마는

밥을 준다는 게 맨날 누른 밥이야.

이젠 누룽지만 보면 신물이 난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잠시 조용히 생각하더니

좋은 꾀를 하나 궁리해냈다.

"너 걱정하지 마라. 좋은 수가 있다"

"어떻게 하는데?"

 

"아무 말 말고 내일 아침 내가 네 집에 갈테니까

미리 측간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기나 해라.

그리고 내가 묻는 말에

시키는대로 대답이나 하면 돼"

 

친구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이른 후에 돌아갔다.

 

다음날 그 친구가 칮아왔다.

"아주머니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얘는 어디 갔습니까?"

"도련님은 측간에 가신 모양인데 좀 기다리시지요."

 

"아닙니다.

제가 볼일이 좀 급해서요.

제가 거기 가서 얘기하면 되겠네요."

 

친구는 측간 앞에 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야, 너 물건 한번 되게 크다

요새 무얼 먹는데 그러냐?'

 

"맨날 누룽지지 뭐."

 

"야 너 눌은 밥 한 해 먹고 이렇게 커졌으니,

한 해만 더 먹으면 방망이만 하겠다."

 

형수는 부엌에서 밥을 짓다가 이 말을 다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다시는 시동생에게 누룽지를 주지 않았다.

그 좋은 누룽지는 매일 매일 형님 차지가 되고 말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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