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72화 - 엎드려 잠을 잔 것이 유죄 (伏眠有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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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인이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갔는데

한 젊은이가 먼저 들어와 갇혀 있기에 노인이 물었다.

"대장부가 젊었을 때 감옥에 한 번쯤 들어오는 것은

보통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젊은이는 무슨 죄로 들어왔나?" 하니

젊은이가 빙긋이 웃으면서,

"엎드려 잠을 잔 것이 이리 되었답니다.

 

헌데 노인장께서는 무슨 일로

그 연세에 감옥에 들어오게 되었습니까?" 하니

"아! 나는 말일세, 길가에 놓여있는 새끼 한 토막을 주워 온 것이

죄가 되어 이리 되었네." 하고 노인이 대답하므로

둘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인이 다시 묻기를,

"여보게 젊은이, 엎드려 잠을 잤다고 해서

감옥에 가두는 그런 법도 다 있나?

거참 이상도 하네 그려"

"노인장 들어 보십시오. 아 글쎄 제가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데,

그 때 제 배 밑에 어떤 부인이 옷을 홀랑 벗고 가랑이를 벌리고

반듯이 누워있는 것을 미쳐 몰랐지 뭡니까?"

이에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이윽고 노인도,

"여보게, 내 얘기도 한 번 들어보게나.

내 길을 가는데 길가에 새끼 한 토막이 놓여있지 않겠나?

그래서 그 새끼 토막을 집어 들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니 하필이면 그 새끼 끝에 소 한 마리가 매어져

따라오고 있는 줄을 누가 알았겠나?" 하고 말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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