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84화 - 말이 울지 않았다고 아들들이 축하하다 (子慶馬不鳴)
어떤 서생(書生) 형제가 각자 사랑하는 기생이 따로 있었는데
항상 부친이 엄하게 기생집 출입을 금하였다.
아들들은 틈만 나면 몰래 자기가 사랑하는 기생에게 가고자 하였으나
말안장을 채울 때마다 말이 크게 울어댔으므로
부친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감히 출타를 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형제가 저녁에 말에 안장을 채우니
다행스럽게도 말이 아무 소리고 내지 않는지라
말을 타고 기생에게로 갔다.
부친이 다음날 새벽 바깥채에 나와 보니 두 아들이 모두 없는지라,
아들 방에 들어가 누워서 엿보니,
두 아들이 들어와서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던 탓에
방안이 어두워 부친이 방에 있는 사실을 미쳐 알아채지 못하고
신이 나서 서로 축하하였다.
"오늘은 우리가 운수대통했지.
하늘은 비를 내리지 않았고 말도 울지 않았으며
부친께서도 알아채지 못하셨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부친이 그 말에 화답하여 천천히 말했다.
"너희들이 읊은 글귀가 무슨 말이냐?
다시 외워봐라. 내 자세히 들어보겠다."
두 아들은 부끄럽고 두려워하며
방금 서로 축하한 말을 다시 애써 외웠는데,
부친은 이에 그치지 않고 종일토록 큰 소리로
외우라고 명하였다.
이에 두 아들이 외우는 소리를 창밖을 오고가며 엿듣는 자들은
모두 배를 움켜쥐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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