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1화 - 아침에 대령한 훈도를 물리치다 (朝却訓導)

 

송언신(宋言愼)이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각 고을을 순행하였는데,

이르는 고을에

기녀(妓女)가 없으면

저녁에 반드시 훈도1)를 불러

주1)훈도(訓導) - 고을 사또 아래 500호 이상되는 큰 마을에 둔 종9품의 벼슬.

객침(客枕)이 무료하다는 뜻을 말하였고,

훈도는 그 의미를 알아채고

고을 사또에게 고하여

관비(官婢)들 중에서도

가장 나은 자를 골라

침소에 들게 하여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게 해주었다.

 

하루는 궁벽(窮僻)2)진 고을에 이르렀는데

주2)궁벽(窮僻) - 구석지고 으슥함.

그곳에서도 역시 저녁이 되어

훈도를 불렀으나,

훈도는 마침 산증3)을 앓고 있던 터이라

주3)산증(疝症) - 허리 또는 아랫배가 붓고 아픈 병.

 

관찰사가 묵는

객관(客館)에 나아가지 못하다가

새벽이 되자

간신히 아픈 몸을 이끌고 나아가

아전에게 자신이 왔음을

알리도록 하니

송언신이 말하기를,

"저녁에 대령한 훈도라면

즐겨서 상견(相見)하겠네만

새벽에 대령한 훈도는 보고 싶지 않네."

 

후에 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 사람들마다

허리를 잡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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