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 벌거벗은 여종은 과연 감추기 어렵습니다 (難匿赤婢)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이

장인인 권율(權栗) 도원수1)의 집에서

처가살이를 하였는데,

주1)도원수(都元帥) - 고려. 조선때, 전쟁이 났을 때 군무를 총괄 지휘하던 임시 무관직.

미모가 수려한

한 여종을 눈여겨보고는

권율에게 청하였다.

"조용한 곳에서

전심전력 독서하기를 원하옵니다."

권율은 그리 하라고 허락하였다.

 

이항복은 마침내 계획을 이루었는지라

후미진 별채에서

매일 여종을 은밀히 불러

사통(私通)하였다.

 

어느 날 밤도

여종과 잠들었다가

아침에 늦게 일어났는데,

권율이 그 사실을 알고

청지기와 하인들을 데리고서

이항복이 있는 방에 이르렀다.

 

이에 당황한 이항복은

이불로 여종을 감싸

방 한 모퉁이에 밀쳐 두었는데

이윽고 권율이 말했다.

"방이 협소하니

저 이불은 시렁 위에 두자꾸나."

청지기와 하인들에게 시켜

이불을 당겨 들어 올리게 하니,

알몸의 여종이 이불 안에서

방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를 본 이항복이

겸연쩍은 얼굴을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벌거벗은 여종은

과연 감추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허리를 잡고 웃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