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0화 - 내가 가고자 해야 가는 것이지 (我欲行之動)

 

상공(相公) 김명원(金明元)이

일찍이 북관(北關)을 순시하다가

한 고을에 이르러

수청기생에 혹한 나머지,

다음날 아침 삼취1)가

이미 지났는데도

기녀를 끼고 누워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주1)삼취(三吹) - 옛날 군대가 출발할 때에 세 차례 나팔을 불던 행사.

 

호종 군관은

너무 늦게 출발하는 것을 걱정하여

네 번째 나팔을 불게 한 후

문밖에 무릎을 꿇고 앉아

높은 소리로 고하였다.

"사취(四吹)이옵니다."

 

김명원이 말하기를,

"어리석은 놈!

비단 사취가 아니라

십취(十吹)를 해도

내가 가고자 해야 가는 것이거늘." 하니

이 대답을 들은 군관 역시

입을 가리고 웃으면서 물러났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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