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78화 - 유행하는 전염병 (流行時病)

 

한 선비가 종을 거느리고 여행중

촌가(村家)에 투숙하게 되었을 때

어떤 이웃집 여자가

잠시 주인집에 와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데

얼굴이 자못 예뻤다.

 

선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심히 바라보다가

종을 뒤돌아보며 물었다.

"저 예쁜 여인네가

내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하는 것은 왜일까?"

 

종이 대답하기를,

"그 여인네를 본 소인의 마음도

역시 편치 않습니다.

나리의 마음이 편치 않은 까닭은

틀림없이 여러 남정네들에게

이처럼 유행하고 있는

전염병 같사오니

크게 심려할 일은

아닌 줄로 아뢰옵니다."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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