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75화 - 서로 팔고 마시다 (相互賣買飮)

http://blog.joins.com/kghkwongihwan/10469094

 

한양에 파락호(破落戶)1)  1)파락호(破落戶) - 부랑자.

주오(朱伍)와 김삼(金三)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먼저 주오가 김삼에게 말했다.

 

"우리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까지 생업이 없으니

실로 세상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네.

술을 한 번 팔아보는 것이 어떠한가?

그리고 비록 우리 둘 사이일지라도

맹세코 외상은 주지 말 것이며,

외상주는 일을 악귀 보듯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좋네, 그렇게 하세."

이내 주오와 김삼은 각자 술 한 동이씩을 마련해서

길가에 자리를 벌이고 앉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손님이 들지 않던 차에

마침 김삼에게 엽전 세 닢이 있는지라

그것을 주오에게 건네주고 술 한 잔을 사 마시니,

이윽고 한참 있다가 주오 또한 그 돈을 김삼에게 주고

술 한 잔을 사 마셔 이를 반복하며 술을 팔고 마셨다.

 

날이 저물자 주오가 말했다.

"비록 자네와 나 사이라 할지라도

외상으로 술을 준 적이 없었는데

술은 이미 바닥이 나고 가진 돈은 겨우 엽전 세 닢뿐이니

어떤 놈이 우리 돈을 훔쳐갔는지 모르겠네."

 

둘은 이내 홧김에 술동이를 깨고 술에 잔뜩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와 버렸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