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75화 - 서로 팔고 마시다 (相互賣買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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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에 파락호(破落戶)1) 1)파락호(破落戶) - 부랑자.
주오(朱伍)와 김삼(金三)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먼저 주오가 김삼에게 말했다.
"우리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까지 생업이 없으니
실로 세상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네.
술을 한 번 팔아보는 것이 어떠한가?
그리고 비록 우리 둘 사이일지라도
맹세코 외상은 주지 말 것이며,
외상주는 일을 악귀 보듯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좋네, 그렇게 하세."
이내 주오와 김삼은 각자 술 한 동이씩을 마련해서
길가에 자리를 벌이고 앉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손님이 들지 않던 차에
마침 김삼에게 엽전 세 닢이 있는지라
그것을 주오에게 건네주고 술 한 잔을 사 마시니,
이윽고 한참 있다가 주오 또한 그 돈을 김삼에게 주고
술 한 잔을 사 마셔 이를 반복하며 술을 팔고 마셨다.
날이 저물자 주오가 말했다.
"비록 자네와 나 사이라 할지라도
외상으로 술을 준 적이 없었는데
술은 이미 바닥이 나고 가진 돈은 겨우 엽전 세 닢뿐이니
어떤 놈이 우리 돈을 훔쳐갔는지 모르겠네."
둘은 이내 홧김에 술동이를 깨고 술에 잔뜩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와 버렸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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