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77화 - 방사흉내 (房事模倣)
한 포졸(捕卒)이 있었는데 날씨가 몹시 추운 날 밤에
순라(巡邏)를 돌다가 으슥한 거리에 있는 긴 행랑방에서
촛불이 휘황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방에서 남녀가 요란하게 희롱하는 소리가 들려와
숨을 죽이고 창밖에서 구멍난 틈새로 안을 엿보니
나이 젊은 미남 미녀가
방사(房事)를 치르고 있는 것이었다.
맛있는 음식에 향기로운 술상을 차려놓고
벌거벗은 채 여자는 암말이 되고
남자는 숫말이 되어
퉁소소리 같은 말울음 소리를 토해내는 등
철철 넘치는 운우(雲雨)를 즐기고 있었다.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향기로운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혹은 발로 가볍게 차기도 하며 노는데,
촛불 그림자가 휘황한 가운데
여자의 눈같이 흰 피부가
더욱 풍만하고 탐스러웠다.
포졸은 마음속으로 부러워하면서 말했다.
"나도 집에 가서 당장 해 봐야지!"
포졸이 집에 들어와서 보니
그의 집에 늘어놓을 것이라고는
짧은 촛대뿐이었고
음식이라고는 볶은 콩 뿐이었다.
아내에게 옷을 벗게 했더니
삼복 더위에 김매기만 한 몸인지라
피부색은 거칠고 검게 그을려
쪼그라져 있는 지경이었으니,
예쁘게 몸단장을 하여
저절로 음란한 생각을 들게 하는
순라를 돌 때 보았던 그 여자와 자기 아내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포졸은 아내의 살결을 보자
십분(十分) 깊었던 정염(情炎)이
구분(九分)쯤 사그라져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시작한 일을
중도에서 그만두기도 어려웠는지라
그는 말울음 소리를 내며 발로 차는 놀이를
아내에게 가르쳐 주고
인하여 아내를 타고 방사를 치렀다.
그러자 아내는 질탕한 정염이 점점 고조되어
흥분 끝에 부지불식중(不知不識中)
맹렬한 발길질을 해대었다.
아내의 발길질에 맞아 아픔을 못 견딘 포졸은
몹시 화가 나서 주먹을 쳐들어
아내를 때리면서 말하기를,
"내가 괜한 짓을 했지."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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