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83화 - 군자는 몸에서 옥을 떼어놓지 않는다 (君子不玉去身)
중종(中宗)조의 문신(文臣)이요
학자인 박순(朴淳)은 거동과 용모가 아름답고 신선 같았으며
성품 또한 청렴하고 결백하였지만,
여종 범하는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여
밤만 되면 여종의 방을 드나들었다.
부인이 시집을 올 때 데리고 온 옥(玉)이라는 여종이 있었는데
생김새가 지극히 추한지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유독 박순만이 그녀를 범하였다.
혹자(或者)가 그 사실에 대해 비난하자
박순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 아이는 진실로 가련하오.
내가 아니라면 누가 추물인 그 애를 가까이 해주겠소?'
박순의 장인이 출가한 딸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는 날
박순은 부인을 친정에 보내지 않았으며 땅문서도 받지 않았다.
박순의 벗이 이 일을 전해 듣고 희롱하여 말했다.
"공(公)은 처가의 재물에 대해서는 이처럼 결백하면서,
유독 처가에서 보내온 옥이라는 여종만은
끔찍이 가까이 하는 연유(緣由)가 무엇인가?"
그러자 박순이 성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네는 예기(禮記)도 읽지 않았는가?
군자는 몸에서 옥을 떼어놓지 않는 것(君子不玉去身)이
바른 몸가짐이기 때문에 가까이 하는 것일세."
이 말을 듣고 한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껄껄 소리내어 웃었더라 한다.
'고전문학 > 국역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85화 - 모자를 쥐고서 꿈이라 여기다 (握帽疑夢) (0) | 2016.01.05 |
---|---|
제184화 - 말이 울지 않았다고 아들들이 축하하다 (子慶馬不鳴) (1) | 2016.01.05 |
제182화 - 벌거벗은 여종은 과연 감추기 어렵습니다 (難匿赤婢) (1) | 2015.12.31 |
제181화 - 아침에 대령한 훈도를 물리치다 (朝却訓導) (0) | 2015.12.31 |
제180화 - 내가 가고자 해야 가는 것이지 (我欲行之動) (0) | 2015.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