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0화 - 폐단을 우려해 가격을 다투다 (念弊爭價)

 

옛날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재상이 한 사람 있었다.

마침 지붕을 수리할 일이 있어 일꾼을 구해 일을 시켰는데,

기와장수가 소문을 듣고 좋은 기와를 싣고 와서

사라는 것이었다.

 

값을 묻자 1장에 4푼을 달라는데,

재상은 미리 값을 알아본 터라 3푼 가치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1푼 차이로 서로 다투면서 오래 승강이를 벌이니,

집안 일을 감독하는 문객(文客)이 

조용히 재상에게 아뢰는 것이었다.

"대감, 기와 값 1푼 차이로는 재물의 손해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문제로 대감께서 친히 기와장수와 오래 다투시면,

체면에 손상이 될까 두렵습니다.

그만 달라는 대로 주고 사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이에 재상은 정색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먼.

내가 어찌 1푼을 아껴 이러는 것이겠는가.

내가 만약 3푼 값인 이 기와를 4푼으로 사게 되면

저 장사꾼은 다른 데 가서 아무 재상이 4푼으로 샀으니

역시 4푼으로 사라고 할 테니까,

그 폐해가 막대해진단 말일세.

보통 가정에서는 별 것 아니지만,

이 일의 파급 효과는 실로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단 말이네."

 

이 말을 들은 문객은 크게 감탄했다.

이 일은 세상 사람들이 값도 묻지 않고 사치품을 사면서,

세간의 폐해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풍조에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한 처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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