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38화 - 계책으로 빼앗은 벼슬 (計奪實職)
옛날에 한 재상이 나이가 많아,
참찬1)에 오른 뒤에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1)참찬(參贊 : 조선 시대 의정부의 정2품 벼슬)
원래 참찬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맡는 한직이었다.
어느 날 이 재상의
친구 한 사람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참 만에 이런 농담을 했다.
"대감은 참찬 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혼자 차지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 오질 못하니,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더군.
웬만하면 물러나야지
그렇게 오래 버티나?"
"아, 그런 소리가 들리다니?
이 자리가 워낙 한직이라
오래 있었던 것일세.
허나 그렇게 비난한다면
내 물러나야지."
이렇게 말하고
그 재상은 이튿날
사직서를 제출해 물러났다.
그런데 뒤이어
그 쓴소리를 하던 친구가
참찬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얼마 후,
앞서 참찬으로 있다가 물러난 재상이
지금 참찬으로 임명된 친구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이 사람아,
내가 너무 오래 참찬 자리에 있어
비난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런 사람이 누구였는가?
알고나 있고 싶어 그런다네."
그러자 새로
참찬의 자리에 오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다.
"대감, 내 이 나이가 되도록
온전한 직책 한번
맡아 보질 못해서 괴로웠다네.
그 때 대감을 비난했다는 사람은
바로 나일세.
내가 이 자리에 오르고 싶어 그랬으니
무어라 시비하지 말게나."
이렇게 말하니,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껄껄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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