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36- 인색한 관장 시험하기 (吏弄吝嗇)

 

옛날에 어떤 고을

관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몹시 인색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부임길에 오르는 날,

새 관장을 모시고 내려갈

이방이 인사를 드리니,

관장은 감상(監嘗)1)을 불러서

이렇게 이르는 것이었다.

1)감상(監嘗 : 관장의 음식을 관장하는 관리.

 

"내 식성은 생선이나 육미 등

비린내 나는 음식은

일절 먹지 않으며

채소 같은 담백한

음식만 좋아하니,

잊지 말고 반드시

명심해야 하느니라.

만약에 어겨서는

벌을 면치 못하리라."

 

그리고 떠나기 직전에도

다시 여러 아전들과 관노들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내 부임길 도중

점사(店舍)의 식사에서도

생선이나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올리지 말 것이며,

두부나 채소 등속을 이용한

반찬만 마련하도록 하라.

 

그리고 고을에 부임한 다음에도

늘 비린내 나는 고기가 아닌,

담백한 채소류만

반찬으로 마련해야 하느니라.

이 점 각별히 명심해야 할지니라."

아전들이 길게 대답을 하고

물러나와 출발 준비를 하면서

가만히 살피니,

관장은 성품이 인색하여

값비싼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전들이 내려가는

부임길 도중에

한번 시험해 보기로 작정했다.

 

드디어 출행 길에 올라

서울을 떠나 내려가는데,

날이 저물면 점사에 들러

밤을 지내곤 하면서도

며칠 동안 계속

5,6푼 밥상1)으로 대접을 했다.

1)5,6푼 밥상:정식 관장의 밥상에서 고기 종류를 제하고 10분의 5,6 정도로 줄여 차린 상.

그러다가 하루는 저녁 밥상에

슬그머니 양볶이2) 한 그릇과

생선구이 한 접시를 올렸다.

2)양볶이:소의 위에 양념을 하여 기름에 볶은 요리.

 

그랬더니 관장은 크게 놀라면서

감상을 불러 추궁했다.

"내 평소 어육 반찬을 싫어해

비린내를 맡으면 구역질이 나는고로

담백한 음식만 마련하라고

서울에서부터 일렀거늘,

어찌하여 분부를 따르지 않고

고기 반찬을 올렸느냐?"

", 사또나리!

그 동안 분부 받자와 연일

채소 반찬으로만 식사를 올렸사온데,

여러 날 행차에

사또나리 기력이

약화될까 걱정되옵고,

게다가 밥상에 올린

그 두 가지 반찬은

돈을 들이지 않고

얻은 것이기에 올렸사옵니다."

 

"뭐라고? 돈을 들이지 않고

어디서 얻었단 말이냐?"

", 아뢰옵니다.

양볶이는 이 고을 관아에서

이방에게 보내온 것이오며,

생선은 이 점사 앞 냇물에

물고기가 많아

조금 전 호송 관노들이 내려가

두 손으로 움켜잡은 것이오니

돈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은 것이옵니다."

 

그러자 관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 그렇다면

내 비록 즐기지 않는 것이나

너희들의 성의를 생각하여

어찌 물리치겠느냐?

먹도록 하겠노라."

이러면서 관장은

올려진 생선과 양볶이 그릇을

모두 비우니,

호송하는 관노들이

서로 보며 입을 가리고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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