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화 - 머리와 가죽과 발은 관아에 바치라 (頭皮足納官)

 

옛날 한 고을에 관장이

새로 부임해 왔는데,

매우 우둔하고

사리분별이 밝지 못했다.

 

하루는 아전이

백성의 소장을 들고 들어와,

"아뢰옵니다,

한 백성이

다리가 부러졌다는 호소이옵니다."

하고 아뢰니,

관장은 이렇게 판결을 내렸다.

"음, 그래. 좋은 곳에다 묻어

장례를 지내도록 처결하라."

 

이날 밤 관장이 안으로 들어가니,

그의 아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

"영감, 오늘은

어떤 공사를 처리했는지요?"

"오늘은 다리가 부러진 사람의

소장이 들어와 잘 처리했소이다."

"그래요? 어떤 조치를 내리셨는지요?"

"응, 좋은 땅에 묻어

장례를 지내라는 판결을 내렸소."

 

이 말을 들은 부인은

남편이 또다시 실수를 할까 걱정되어,

비슷한 사건을 예로 들어가며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영감, 다리가 부러진 소장은

소가 죽어서 호소해 오는 경우와

유사한 점이 있답니다.

뒷날 백성이 소가 죽었다는

소장을 제출하거든,

'머리와 가죽과 발은

관아에 바치고,

나머지 살코기는

나누어 먹을지어다.' 라고

판결을 내리소서."

"음, 내 잘 알았소.

그렇게 판결하리다."

 

며칠이 지났다.

관아에서 일을 보는

아전 하나가 친상을 당하여

휴가를 얻기 위해

관장에게 고했다.

 

그러자 관장은,

"그 머리와 가죽은 관아에 바치고,

남은 고길랑

나누어 먹으라고 처결할지어다."

하고 크게 외치며 수염을 쓰다듬으니,

주위에서 듣고 있던 아전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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