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37- 부친의 구원을 흥정하다 (求父爭價)

 

옛날 한 시골에

아버지와 아들이 살았는데,

두 사람 모두 재물에 인색하여

도리에 벗어난 행동을 많이 했다.

 

하루는 부자(父子)가 함께

이웃 고을에 가다가

마침 소나기를 만나

냇물이 크게 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냇물을 건느려니

물이 많이 불어 쉽지 않았는데,

부친이 먼저 시험해 보겠다면서

냇물 속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들어가 가운데쯤 이르자

물이 목에까지 차고 물살이 너무 세니,

부친은 그만 중심을 잃고

떠내려가는 것이었다.

 

이 때 마침 근처에

월천군1)이 있기에

아들이 급히 달려가서,

1)월천군(越川軍) : 사람을 업어서 건네 주고 돈을 받는 사람.

"부친께서 내를 건너다가

그만 물살에 휩쓸려

생명이 위급한 상태입니다.

속히 구출해 주시면

후하게 값을 쳐드리겠습니다."

하고 다급하게 요청했는데

 

그러자 월천군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냇물이 불어 물살이 매우 센지라,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 생명 또한 매우 위태로운 일입니다.

그러니 돈 3냥을 준다면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뭐라고요?

당신은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인데,

잠시 들어가 구출하는 걸 가지고

그렇게 많이 달라고 합니까?

내 돈 1냥을 드릴 테니

빨리 부친을 구해 주십시오."

 

아들은 그의 요구가

너무 과하다고 하면서

이렇게 제의하자,

월천군은 그 돈으로

이렇게 위험한 물속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들과 월천군이

값을 놓고 다투는 사이,

떠내려가던 부친이

물속에서 머리를 들고

돌아보며 소리쳤다.

"얘야! 3냥이라고?

그건 너무 비싸니

절대로 응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러다 결국 부친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렇게 되니

그 애비에 그 자식이란 욕을 듣게 되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