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39화 - 기생 이별에 우는 감사 (別妓祖哭)
어느 도의 감사(監司 : 관찰사)가
임지에서 재임하는 동안
한 기생을 사랑하여
정이 깊이 들었다.
이 감사가 임기를 끝내고
돌아가게 되니,
상경하는 날 많은 기생들이
따라 나와 인사를 했다.
그 동안 감사와 깊이 정들었던 기생이
가마 앞에 나와 작별 인사를 올리니,
감사는 이별이 슬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비오듯 쏟았다.
이 때 감사를 가까이 모시던
급창(及唱)이 가마 옆에 서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비웃으면서 말했다.
"사또나리!
무슨 언짢으신 일로
그리 우시는지요?"
이에 감사는 뭐라고
둘러댈 말이 생각나지 않아
멍하니 눈을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문득 길가의 한 무덤이 눈에 들어오자
그것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얘야, 저 무덤이 곧
내 먼 방계(傍系) 조상의 산소란다.
내 이곳을 그냥 지나치려니
슬픔이 북받쳐
자연 눈물이 나는구나."
"옛? 사또나리!
잘못 알고 계시는 말씀이옵니다.
저 무덤은 얼마 전에 사망한
소인의 동관(同官)이던
도방자(都房子)의 무덤이옵니다.
저 무덤을 쓸 때
소인이 여기 있었나이다."
이 말을 들은 감사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 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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