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4화 - 흰머리 대신 검은 머리를 뽑다 (攝白拔黑)
옛날 어떤 재상이 있었다.
이 재상은 나이 예순이 넘어
어린 첩 하나를 얻으니
너무 예뻐서 매우 사랑했다.
그래서 날마다
그 어린 첩의 무릎을 베고 누워,
흰머리를 가려 뽑게 하면서
잠들곤 했다.
하루는 그 첩이
친정으로 가고 없어,
재상은 할 수 없이
부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이렇게 청했다.
"여보 마누라,
내 머리에 점점 흰머리가 많아지니
이제 죽을 날이 가까워졌나 보구려.
내 평생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백발이니,
당신이 그 흰머리를
좀 뽑아 줄 수 없겠소?"
"예, 영감. 그야 어렵지 않습니다."
공손하게 대답한 부인은
손에 쥐고 있던 바늘을
실패에 꽂고는,
재상의 머리에서
반대로 흰머리만 남겨 두고
검은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이러는 사이
재상은
첩의 무릎을 베고
누웠을 때처럼
잠이 들어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여보 영감,
이제 다 뽑았습니다.
나이 지긋하고
권위 있는 재상으로 보여
아주 좋습니다."
부인의 말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재상은
일어나 앉아 거울을 보니
백발노인이 되어 있는지라,
크게 후회하면서도
한탄을 금치 못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재상의 친구들은
처첩의 행동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르다고 하면서
크게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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