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화 - `아함' 할 때가 가장 좋아요 (阿咸最好)
개성(開城)과 금천(金川) 사이에는
뾰족하게 솟은 산이 하나 있다.
이 산은 매우 높았는데,
그 산 아래에는
부자로 사는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에게는 딸이 하나 있어,
힘이 세고 건장한 젊은이를 골라
사위로 삼기 위해
다음과 같은 소문을 널리 퍼뜨렸다.
"팥 한 섬(한 말의 열 갑절) 위에
내가 앉아 있을 테니,
그 팥을 그대로 등에 지고
저 산꼭대기까지 `아함' 하고
힘들어서 내는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단숨에 올라가는 힘센 사람이 있으면
내 사위로 삼겠노라."
이에 힘깨나 쓴다는 총각들이
모두 와서 도전해 보았지만,
하나같이 산꼭대기 조금 못 미친
약간 평평한 곳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아함, 힘들어!'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모두 그 지점에 이르러
실격을 당하고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 때 매우 힘센 젊은이가
이 산꼭대기까지 혼자 걸어서
사전 답사를 해보고는
나름대로 계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노인에게 와서
자신이 한번 시험해 보겠다고 제의하니,
노인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팥이 가득 든
섬 위에 올라앉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노인이 앉아 있는
팥 섬을 등에 지고
거뜬히 산을 올랐다.
그리고 앞서 총각들이 모두 힘들어
'아함' 하고 소리를 냈던
그 지점에 이르렀다.
땀도 흐르고 숨도 차서
'아함' 하고 기합 한번 넣으면서
다시 힘을
가다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니 앞서 도전했던 총각들도
모두 여기에서 실격을 당한 것이었다.
이에 젊은이는
자신이 꾸민 계책에 따라
노인을 불렀다.
"어르신, 여기에서 모두들 힘이 들어
이렇게 '아아함' 하면서
숨이 차 소리를 질렀습니까요?
'아아함' 하고 말입니다."
이 말을 하면서
'아아함' 하는 소리를
특별히 크게 질러 힘을 가다듬고
다시 팥 섬을 추켜올리니
한결 숨쉬기가 나아졌다.
노인은 젊은이의 술책에 속아,
앞서 젊은이들이
모두 이 지점에서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노인을 속인
젊은이는 다시 한번 더,
"어르신,
소인은 이렇게 '아아하함' 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올라왔으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나은 편이지요?"
하고 역시 그 소리에
한껏 기합을 넣어
숨을 돌리는데,
노인은 또 다시 그 술책도 모르고
그렇다면서 칭찬을 해 주는 것이었다.
이러는 사이 산꼭대기에 이르니,
노인은 과연 힘이 세다고 하면서
사위로 삼았다.
혼례를 치른 첫날밤이었다.
젊은이는 신부의 몸을 안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다음,
힘차게 솟구친 양근을
신부의 음호에 접속시켜
굳세게 밀어붙이면서 말했다.
"내 오늘밤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 '아아함' 소리를
교묘하게 잘 활용했기 때문이로다.
아아함!"
젊은이는 팥 섬을 지고
산에 오르던 때를 떠올리면서
주기적으로 기합을 넣어
'아아함' 소리를 연발하니,
신부는 감흥이 고조되고
정신이 몽롱해져 신음하듯 말했다.
"서방님! '아아함' 하는
소리를 할 때마다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신부는 그 소리에 담긴
내막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 때마다 강하게 눌려지는
힘만을 좋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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