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가인(佳人)
-두보(杜甫;712-770)
絶代有佳人
(절대유가인), ;당대엔 더문 아름다운 사람 있어
幽居在空谷
(유거재공곡). ;빈 산골에 혼자 산다오
自云良家子
(자운량가자), ;스스로 말하길, 양가의 자식인데
零落依草木
(령낙의초목). ;집안이 망하여 초근목피에 생계를 의지한다고
關中昔喪亂
(관중석상난), ;관중에 난리가 나서
兄弟遭殺戮
(형제조살륙). ;형제자매 다 죽었다네
官高何足論
(관고하족논), ;벼슬이 높았음을 어찌 따지리오
不得收骨肉
(부득수골육). ;가족의 골육도 거두지 못했거늘
世情惡衰歇
(세정악쇠헐), ;세상인심은 몰락은 싫어하고
萬事隨轉燭
(만사수전촉). ;세상만사 바람 따라 움직이는 촛불 같은 것
夫婿輕薄兒
(부서경박아), ;남편은 경박하여
新人美如玉
(신인미여옥). ;새 사람 들여와 옥같이 여긴다오
合昏尙知時
(합혼상지시), ;합혼꽃도 오히려 때를 알고
鴛鴦不獨宿
(원앙부독숙). ;원앙새도 혼자는 잠 못 자는데
但見新人笑
(단견신인소), ;남편은 새 사람의 웃음만 보고
那聞舊人哭
(나문구인곡)! ;어찌 나의 울음은 듣지도 못 하는가
在山泉水淸
(재산천수청), ;산에 있는 샘물은 맑지만
出山泉水濁
(출산천수탁). ;산을 나서면 흐려진다오
侍婢賣珠回
(시비매주회), ;몸종은 구슬 팔아 돌아와
牽蘿補茅屋
(견나보모옥). ;덩굴을 끌어다 띠풀집을 고치네
摘花不揷發
(적화부삽발), ;꽃을 꺽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采柏動盈掬
(채백동영국). ;잣을 따와 손에 가득 움켜쥐었소
天寒翠袖薄
(천한취수박), ;날씨가 차가워져 푸른 소매가 엷어 보여도
日暮倚修竹
(일모의수죽). ;저물도록 대숲에 기대어 기다립니다
010
아름다운 사람
세상에 뛰어난
미인이 잇어
쓸슬한 골짜기에
그윽히 살아간다.
스스로 말하기를
양가집 딸이나
이제는 영락하여
초목에 의지하오.
옛날에 관중에서
난리를 만나
형제들 모두 다
죽임을 당하였소.
벼슬이 높다고
어찌 족히 말하리오?
골육도 거두어
묻지 못하는데.
세상 인심은
몰락하면 미워하고
일만 가지 일들은
바람따라 흔들리는 촛불.
남편이라 만났더니
경박한 사내.
[몰락한 처가 보더니]
새 사람 사귀어
옥 같이 여긴다오.
합환꽃도
오히려 대를 알고
원앙새도
혼자서 자지 않는데.
다만 보이나니
새 사람의 웃음뿐
어찌 들으리오?
옛 사람의 울음소리.
산에 있으면
샘물은 맑아지지만
산을 나서면
샘물은 탁해진다오.
여종은
구슬 팔아 돌아와
덩굴을 끌어다
띠집을 보수한다.
꽃을 꺾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잣을 따고
손 가득 움켜쥔다.
날씨 차가와
푸른 소매 엷어지는데
날 저문 사립문에
홀로 기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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