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1화 - 안주로 김치를 달라고 하다 (求菜安酒)
어떤 사람이 술을 좋아해
안방 아랫목에는
늘 술독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근래 들어
술을 담가 놓고 보면,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술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이었다.
몇 번을 살펴봐도
번번이 그렇기에 하도 이상해서,
하루는 담근 술이 잘 익은 뒤
그 방을 비워 놓고 밖으로 나와
창문을 통해 가만히 살폈다.
그랬더니 이제 겨우
두 살밖에 안된 아들 녀석이
술독을 열고
완전히 거꾸로
매달리다시피 한 채
술을 빨아 마시는데,
한꺼번에 반 독이나
해치우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놀라
아내에게 얘기하고
이렇게 의논했다.
"우리 아이가 필시 요물이니,
이대로 두었다가는
집안에 큰 재앙이 있을 것이요.
일찍 죽여 없애야겠소."
이러고는 곧 큰 독에
대여섯 말의 술을 빚어 익힌 다음,
그 아이를 거꾸로 밀어 넣고
뚜껑을 단단히 봉해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튿날 아침,
아이가 죽었으면
산에 갖다 묻으려고
뚜껑을 열어 보니
술은 다 마셔
한 방울도 남지 않았고,
아이는 흠뻑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채
독안에 앉아서 아빠를 쳐다보며,
"아빠! 나 술안주로
김치 한 조각만 줘.
아이, 취한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놀란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아이를
죽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후로 그 사람은
그렇게 좋아하던 술을 완전히 끊고
담그지도 읺았더니,
아이 역시 술을 마시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랐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모두 기이하게 생각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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