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53화 - 나온 곳으로 돌아간다 (出處反處)
옛날에 한 방백이
성질이 괴팍하여 임지에 도착한 후
여러 기생들을
주위에 빙 둘러앉히고는,
얼굴이 예쁜 기생을 가까이 불러
입을 맞추고 껴안고 여러 곳을 만지며
온갖 음탕한 짓을 다했다.
그리고 밤마다 기생들을
번갈아 불러 잠자리를 하는데,
간혹 방백과
가까운 사람을 모시는 기생이
그 사실을 얘기하고
방백의 부름에 응하지 않으려고 하면,
"너희 기생은 여관방에 비치된
요강과 같은 것이니,
아무와 친하다고 한들
무슨 상관이 있느냐?"
라고 하면서 불러들이니,
기생들이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이처럼 방백이
친한 친구가 데리고 있는 기생일지라도
전혀 꺼리지 않고 불러서 잠자리를 하자,
그를 받드는 책방(冊房)1)이 화가 났다.
1)책방(冊房) : 지방 관장의 자문역.
그리하여 곧 울분을 금치 못하고,
방백이 가장 사랑하는 기생에게
많은 비단과 재물을 주고서
보란 듯이 여러 번 잠자리를 했다.
그러자 방백이 알고 크게 화가 나서
책방을 불러 꾸짖었다.
"자네는 내가 사랑하는
수청 기생을 불러 동침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던데,
이것은 짐승의 행동과 다름이 없느니라.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이냐?"
이에 책방은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소인이 비록 어리석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친척이나 친구와
가까이 하는 여인과는
아무리 기생일지라도
감히 접근하지 않고
예의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사또께서 여러 기생들에게
'너희 무리는 여관방 요강이라' 하시면서
친한 사이의 사람이 데리고 있는,
당연히 피해야 할 기생도
거리낌 없이 불러
동침하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생도 기생들을
'여관방 요강'으로 알고
그렇게 하였사온데,
혹시 요강에도
무슨 상하의 차별이 있는 것인지요?"
이렇게 비꼬니
듣고 있던 사람들이
책방을 크게 칭찬했다.
이후로 무뢰배들 사이에서 기생을 두고
'여관방 요강'이라 부르는 말이 번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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