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77화 - 이름에 대해 서로 웃다 (相笑姓名)

 

한 주점에 손님이 들어와 방을 잡았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또 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따로 방이 없어

먼저 들어온 손님과

한방을 쓰기로 했다.

 

두 손님은 서로 인사를 하면서

통성명을 하는데,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입을 열었다.

"우리 서로 초면이지만 인사는 나눕시다.

나는 방필정(方必正)이라고 합니다."

"하, 그거 참 재미있는 성함을 가지셨군요.

나는 홍여광(洪汝廣)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방필정을 쳐다보면서

자꾸만 싱글벙글 웃는 것이었다.

 

그러자 방필정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손님은 자꾸 나를 보면서 웃는데,

그 까닭이 무엇인지요?"

 

"아, 자꾸 웃어서 실례를 했습니다만

그 성함 때문이지요.

그것을 풀이해 보면

'반드시 네모가 반듯하다'는 뜻이니,

어느 한 구석에라도

둥근 것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손님 성함을 새겨 보면

'넓고 넓은 물'만 있으니,

그 어느 구석에

높은 하늘이라도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러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면서

한참 동안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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