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79화 - 기생의 손님 평가 (妓家評客)

 

한 고을에 매우 영리한 기생이 있었다.

그녀는 고을에서도 이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그 집은 항상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하루는 기생이 늘 찾아오는 한 선비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조금 뒤 두 손님이 들어오자

다시 반갑게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오늘 제 일진이 좋은가 보군요.

마장군(馬將軍)과 우별감(禹別監)이

오래간만에 이렇게 오셨네요.

어서 올라오시지요."

기생은 두 손님을 들이면서

먼저 와 있던 선비와

합석을 시키고는 술상을 내왔다.

 

그런데 먼저 와 있던 선비는

지금 온 두 사람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몇 번 만난 적은 있어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는 되었다.

따라서 그들의 성씨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기생이 말하던 '마씨'와 '우씨'는

아니었던지라

의문을 가졌지만

그 자리에서 물어보지는 않았다.

 

기생이 그들에게 술을 권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또다시 두 사람이

대문을 밀고 들어섰다.

 

이에 기생은

역시 반가운 얼굴로 뛰어나가며,

"여초관(呂哨官)과

최서방(崔書房)도 오시는군요."

라고 말하면서

술자리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이 때, 제일 먼저 와 있던 선비는

또다시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들어온 두 사람도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라

그들의 성씨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역시 기생이 부르던

'여씨'와 '최씨'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다.

네 사람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성씨와

다르게 부르는데,

이 기생이 무슨 은어(隱語)를 쓰는 건가?

아니면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선비는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역시 그 자리에서 물어보기 쑥스러워

함께 술만 마시면서 잠자코 있었다.

 

이리하여 기생은 선비와 네 손님에게

많은 술과 좋은 안주를 권하여

모두들 얼큰하게 취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즐겁게 어울리다가,

뒤에 왔던 네 사람이

먼저 일어나 가면서,

"우리들은 먼저 물러갑니다.

생원은 재미 많이 보구려." 하고는

야릇한 웃음을 남기고 물러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돌아가자

선비는 기생에게 물었다.

"내 아무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아

한 가지 물어봐야겠네.

자네는 조금 전 왔다간

그 네 사람의 성씨를

잘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

내 일찍이 그들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는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성씨와

자네가 부르던 성씨가

모두 달라서 하는 말일세."

 

이렇게 선비가 진지하게 묻자,

기생은 깔깔대고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 분들은 모두 소녀와 여러 번

잠자리를 해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소녀가 그 경험을 가지고

붙인 성씨 들이지요.

이제 그 설명을 해드릴 테니

한번 들어 보십시오."

그리고 기생은 선비에게

술을 한 잔 권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 '마장군'이란 분은

몸집도 크고 양근 또한 어지간히 커서

말 물건만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고,

'여초관' 이란 분은 몸집은 작은데

물건은 엄청나게 커서 당나귀와 비슷하니

'여(驢)초관'이라 한 것인데,

그 글자의 성씨가 없어

다만 음이 같은 '여(呂)'로 바꾼 것입니다.

1)여(驢) : 나귀 려.

 

그리고 '우별감'이란 분은

내 배 위로 올라가서

일을 시작하자마자

그대로 끝내 버리니,

소를 닮았다2)하여

'우(牛)별감'이라 불렀는데,

2)소는 삽입과 동시에 사정이 일어남

역시 음이 같은 우(禹)로 바꾼 것이며,

 

나머지 한 분은

계속 내 배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불안해 하니,

참새를 닮았다 하여

'작(雀)3)서방'이라 불렀는데,

글자가 닮은 최(崔)로 바꾼 것이랍니다."

3)작(雀) : 참새 작.

 

이에 선비는 한 참 동안 웃다가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어찌되는지 말해 주게나."

"예, 서방님은 실속은 전혀 없으면서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히 왔다가 공연히 돌아가는,

다시 말해서 허송세월만 하시는 분이니

당연히 '허(虛)4)생원'이라 부르고 있지요.

4)허(虛) : 빌 허.

그러나 이 글자 역시 성씨가 없어

'허생원(許生員)으로 바꿨답니다."

하면서 기생은 선비를 바라보고 웃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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