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78화 - 한 중이 객점으로 들어가다 (一僧入店)

 

한 중이 시주를 받기 위해

바랑을 짊어지고

이 고을 저 고을로 돌아다니는데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에 중이 잠 잘 곳을 둘러보니,

마침 저 멀리로 주점 하나가 보이기에

그리로 들어갔다.

 

주인을 만나 묵을 방을 정하고

밖을 내다보니,

화로를 앞에 놓고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나 미인인지라,

순간 욕정이 치솟아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내 오늘밤 겁탈을 해서라도

저 여자와 재미를 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중은

계속 그 여자의 거동을 주시했다.

 

그리하여 밤이 되니

모두들 잠 잘 준비를 하는데,

그 여자는 한 방에서

혼자 잠을 자는 것이었다.

 

밤이 이슥해지자

중은 그 여자의 방 앞으로 가서

옷을 모두 벗어 바랑에 넣고,

그것을 방문 밖 시렁에 걸어 놓았다.

만약 여자가 말을 듣지 않고

소리를 쳐서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재빨리 바랑을 집어 도망치려는 계산이었다.

곧 중은 그런 경우를 생각해서,

몇 차례에 걸쳐 바랑을 집어 들고

도망치는 연습을 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연습한 것이 몸에 익자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가니,

여자가 깜짝 놀라

일어나면서 '누구냐'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에 놀란 중은 얼른 되돌아 나와,

조금 전에 연습했던 대로

바랑을 집어 들고 무조건 뛰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조용한 들판에 이른 뒤

손에 들고 나온 것을 보자,

그것은 놀랍게도 바랑이 아니었다.

너무 급히 서두르는 바람에,

자신이 걸어 둔 바랑을 집는다는 것이

그만 오래 전부터 거기 있던,

암탉이 알을 품는 둥지를 집어 가지고

나왔던 것이다.

 

이에 중은 옷까지 모두 잃은 채

맨 몸으로 들판을 걸었다.

이로 인해 세상에는

이런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여자를 간통하려다 음호도 못 보고,

의복과 바랑만 헛되이 잃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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