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94화 - 가짜 벙어리 곤장을 맞다 (佯啞受臀)
옛날에 한 포졸이 있었다.
그의 임무는 당연히 도둑이나
법을 위반한 사람을 잡는 것이지만,
그는 특별히
밤거리 순검(巡檢)을 철저히 하여
야금(夜禁)에 걸린 사람은
반드시 잡아 직접 곤장을 때리며
엄하게 다스렸다.
하루는 야간 통행이 금지된 시간에
나다닌 사람을 붙잡아 문초를 하면서
왜 법을 어겼느냐고 호통을 치니,
이 사람은 어물어물거리면서
말을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대장이
이렇게 명령했다.
"보아하니 그 사람은 벙어리 같은데
어찌 문책을 하겠느냐?
불문에 붙이고 속히 풀어 줘라!"
이에 그 사람을 풀어 주고,
야금에 걸린
또 한 사람을 심문하면서
무슨 이유로 밤에 나다니다
잡혀 왔느냐고 묻자,
이 사람 역시 벙어리 행세를 하면서
어물거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보던 대장이
수상히 여겨 그대로 세워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갑자기 그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너는 정말 말 못하는 벙어리냐?"
이 말에 깜짝 놀란 그는
엉겁결에 크게 소리쳤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거짓이 탄로 나
곤장을 더 많이 맞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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