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93화 - 세 아들이 의견을 말하다 (三子獻見)
옛날에 한 노인이 자수성가하여
집은 매우 넉넉했으나
성품이 인색했다.
이 노인은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아들들이 장례 비용을
너무 많이 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세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차례대로 묻는 것이었다.
먼저 큰아들을 불러 이렇게 물었다.
"네 생각에는 내가 죽었을 때
초종(初終) 장례비용이 대강
얼마나 들 것으로 생각되느냐?
잘 계산하여 말해 보아라."
"예, 아버님!
제 생각에는 수의며 상복이며
관에 드는 비용과,
산소를 마련하여
봉분을 짓는 비용 등을 합쳐서
적어도 3,4백 냥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옵니다."
"뭐? 그렇게 많은 돈을 써?
너는 집안을 망칠 놈이로다."
노인은 장남의 말에
눈을 흘기면서 야단을 쳤다.
이어서 둘째아들에게
얼마나 들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소자 생각으로는
사람이 한번 죽는다는 것은
곧 흙으로 돌아가는 일이오니,
여러 가지 치장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 필의 포목과
얇은 나무 판자가 있으면 되기에
많아야 4,5십 냥 정도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 대답에 노인은
약간 노여움을 풀고서 말했다.
"응, 그래. 너는 조금 낫구나.
허나 더 절약해야 하느니라."
이어 마지막으로
노인은 셋째 아들을 불러
말해 보라고 하니,
그의 대답은 엉뚱했다.
"예, 소자 생각으로는
비용이 들기보다
잘하면 얼마간의 돈을
벌게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노인은 귀가 솔깃하여
기뻐하며 그 방법을 물었다.
"응, 그래?
너에게 무슨 좋은 계획이 있는지
말해 보아라."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님 사후에
그 몸을 깨끗이 씻어서
푹 삶아 고기를
시장에 내다팔 계획입니다.
그러면 장례비용도 들지 않고
오히려 4,5냥의 돈을
벌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셋째아들의 말에 노인은
기뻐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네 생각이 가장 합당한 계책이로다.
그러나 시장에 내다팔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으니,
결코 외상으로 주는 일이 없도록 해라.
그래야만 뒤에 돈을 거둬들이는
어려움이 없느니라.
이 점 명심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놀라 혀를 내둘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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