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90화 - 영감 속히 물러가시오 (耉也速去)

 

한 산골에 부부가 살았는데,

금슬이 매우 좋아서

늘 한방에 기거하며 평생을 해로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니,

홀로 남은 노파는

통곡을 하면서 매우 슬퍼했다.

 

남편의 장례를 끝낸 뒤에도

노파는 계속 애통해 하면서,

"여보 영감!

날 좀 속히 데려가 주시오.

속히 데려가오!"

해가며 습관처럼 우는 것이었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계속 울고 있으니,

이웃 사람들이 매우 싫어했다.

 

그리고는 서로 의논하여

정말 슬퍼서 우는지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곧 이 노파의 집과

이웃해 사는 한 청년이

그 일을 자청하고 나섰다.

 

어느 날 저녁때는

구름이 많이 끼어 음침하고

보슬비까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아 때 젊은이는,

'오늘밤이야말로

노파를 시험해 보기에

매우 적당한 때로다.'

라고 생각하면서,

몸에 우장을 입고 양손에는

절구공이를 쥔 채 집을 나섰다.

그리고 노파의 집 지붕에

사다리를 걸쳐 놓고 올라갔다.

 

이 날 밤 역시 노파는 남편을 부르며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울고 있었다.

곧 젊은이는 지붕 위에서

양손에 쥐고 있던

절구공이를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면서 크게 외쳤다.

 

"할멈! 할멈!

내 이제 때가 되어서

데려가려고 왔으니,

속히 나와 함께 가도록 합시다.

어서 빨리 방에서 나와

나를 따르시오!"

 

그렇게 여러 번 소리를 치자,

그 말을 들은 노파는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크게 놀라면서

손뼉을 탁탁 치며 말했다.

"여보 영감! 어서 물러가요!

저리 물러가라고요!

그리고 다신 오지 마세요!"

 

이렇게 소리치면서

두려워 몸을 떨며

이리저리 오락가락했다.

 

그리고는 숯을 잘게 부숴

오줌에 섞은 뒤

사립문을 열고

냅다 뿌린 다음,

발을 구르며

역시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영감! 물러가시오!

속히 물러가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이런 일이 있고부터

노파는 두 번 다시 울면서 영감을 불러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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