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88화 - 사위가 장인을 속이다 (壻欺聘父)

 

어떤 사람이 어릴 때부터

글공부를 많이 하니,

한문 문장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여

늘 남과 겨루기를 좋아했다.

 

이 사람이 딸을 시집보내

사위를 보았는데,

그 사위가 별로 말이 없고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어

왠지 어리석어 보였다.

 

그러자 하루는

이 사람이 사위를 앉혀 놓고

글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사위는

실제로는 문장에 능통했으나

이를 숨기고서

글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사람은 개탄하면서 말했다.

"지금 사방의 오랑캐 나라 사람들이

언어가 탁 트이지 못하고

의복 제도가 중국과 다르지만,

그래도 이들이 서로 만나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한자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니라.

사람이 되어서 글을 읽지 못한다면

담장에 얼굴을 갖다 대고

서 있는 것과 같으니,

어찌 사물의 이치를 통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꾸짖듯이 훈계하고는,

이어서 다음 내용을 질문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사철 푸른 까닭을 알고 있느냐?

 

학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잘 우는 까닭은 아느냐?

 

길가에 서 있는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이유는 아느냐?"

 

이에 사위가 모두 모른다고 대답하자,

이 사람은 또한 유창하게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이었다.

 

松柏祉長春中心固

(송백지장춘중심고)

"소나무와 잣나무가

늘 청청하게 푸른 것은

중심이 단단해서 그런 것이니라.

 

鶴之善鳴長頸故

(학지선명장경고)

학이 잘 우는 것은

목이 길어서 그러니라.

 

路樹之昻藏閱人故 "

(로수지앙장열인고)

길가에 서 있는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만지고 접촉을 해서 그런 것이니라.

 

그리고는 한숨을 쉬면서,

"자네도 만약 글을 알게 되면

이런 것들을 모두 알 수 있을 텐데,

글을 모르는 것이 한스럽구나."

하고 한탄했다.

 

이에 사위는 천천히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竹之靑靑亦中心固耶

(죽지청청역중심고야)

"속이 비어 있는

대나무가 늘 청청하게 푸른 것

역시 그 중심이 단단해서 그렇습니까?

 

蛙之善鳴亦長頸故耶

(와지선명역장경고야)

목 짧은 개구리가 잘 우는 것 역시

목이 길어 잘 우는 것입니까?

 

岳母昻藏亦閱人故耶

(악모앙장역열인고야)

장모님 키가 작은 것 또한

사람들이 많이 만지고

접촉을 해서 그리 된 것입니까?

 

이와 같은 반박에

이 사람은 글을 모른다는

사위의 말에 속은 줄 알고,

얼굴을 돌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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