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97화 - 남산가를 부르다 (唱南山歌)

 

어느 마을에

매우 영특한 처녀가 있었다.

그 처녀는 혼사가 정해져

혼례를 마치고

첫날밤 신랑을 맞아 이야기를 해보니,

매우 어리석고

사리 분별에 어두운 것 같았다.

 

그래서 내일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놀 때

실수를 할까 걱정되어,

곧 신랑에게 살그머니 물었다.

 

"내일 마을 청년들이 와서

새신랑 다루기를 하면서 놀 때

노래를 부르라고 할 터인데,

서방님은 아는 노래가 있는지요?"

 

"아, 나는 노래를 부를 줄 모르니

아는 노래도 하나 없소."

"예, 그러시다면

제가 지금 노래를 하나

가르쳐 드리겠으니,

잘 외우고 있다가

내일 부르도록 하십시오."

"알았소,

노래를 부르지 못해

걱정이었는데 잘되었구려."

 

신랑이 노래를 못 부른다는

말을 들은 신부는

크게 걱정되어 가르쳐 주겠다면서,

낮은 목소리로

남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곧 첫마디로,

"남산~에~" 하니까,

신랑 역시 큰 소리로

'남산에~'하고 따라 불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너무 크니,

신부는 밖에 들린다고

작은 목소리로 하라며

가만히 이렇게 일러 주었다.

 

"너무 시끄러워요."

이에 신랑은

이 말 역시 노래 가사인 줄 알고

목소리를 높여,

"너~무~ 시끄러~워~요~"

하고 크게 노래처럼 외치는 것이었다.

 

이에 놀란 신부가 엉겁결에

'건넌방에 다 들리겠어요!' 하며

다시 조용히 하라고 손을 내저으니,

신랑은 더욱 신이 나서

그 말을 노래처럼 불렀다.

"건넌~ 방에~ 다~ 들리~겠어~요."

 

그러자 신부는 너무 화가 나서

'정말 개새끼로구나!' 하며

돌아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날이 밝자

마을 청년들과 손님들이 놀러 와서

술잔을 돌리며 환담을 나누다가

신랑에게 물었다.

 

"장가를 오면

노래를 부르게 되어 있으니,

새신랑 노래 한번 듣도록 합시다.

새신랑은 노래를 부를 줄 아는지요?"

"아, 저는 본래 노래를 부를 줄 모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가를 왔는데 노래는 불러야 합니다.

잘못하더라도 좋으니

한 곡 불러 봐요."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한번 불러 보라고 조르자

신랑은 몇 번 기침을 한 다음 큰소리로,

"남산~에~"

하고 외쳤다.

 

이에 듣고 있던 좌중이

모두 잘한다면서

손뼉을 치고 왁자지껄 환호하니,

신랑은 더욱 큰소리로 외쳤다.

"너~무 시끄러~워~요~"

 

신랑은 이렇게 노래로 부른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자신들의 환호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줄 알고,

원래 새신랑 다루기는

시끄러운 것이라면서

상관없으니 계속 부르라고 했다.

 

이 말에 신랑은 계속 더 큰 목소리로,

"건넌~ 방에~ 다 들리~겠어~요."

하고 외쳤다.

이 때 건넌방에 있던 장인이

이 소리를 듣고 내다보면서,

잘 듣고 있으니

계속 부르라고 독려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신랑은 더욱 신이 나서

큰소리로 계속 노래했다.

"정~말 개새끼로~구나~"

 

이에 사람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면서 웃었으나,

장인은 무안하여 몸을 피해 숨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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