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99화 - 마구간에 들어 망발을 하다 (入廐妄發)
옛날에 한 이름난 선비가
아들에게 외출을 못하게 하고는,
꼭 붙잡아 앉혀 놓고
글공부를 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아들은 밖에 나가서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지만,
선비가 집에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
독서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선비가 외출하는 날이면
아들에게는 곧 해방의 날이 되었다.
선비는 늘 놀지 말고
독서를 하라 이르고 나가지만,
아들은 곧 이웃 친구들을 불러
놀이를 하면서 마음껏 노는 것이었다.
하루는 선비가 외출을 한다기에,
아들은 이웃에 있는
친구 서너 명을 불러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친구들을 밖에 세워 놓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선비가 거처하는
사랑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마구간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보고는,
"아버지 안 계신다! 어서들 들어와!
아버지가 계시면
절대 그런 놀이는 할 수가 없단 말이야.
지금 아버지는 안 계셔!"
하고 손짓하여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이렇게 놀렸다.
"야! 너는 마구간을 들여다보고
아버지가 안 계신다고 하니,
이 마구간의 말이
곧 너의 부친이 되는 셈이로구나."
이에 친구들이 일제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선비는 항상 말을 타고
외출을 하기 때문에,
마구간에 말이 없으면
부친이 타고 나갔을 것이라 판단하여
아들이 아버지가 안 계시다고 한 것은
특별히 이상한 말은 아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큰 망발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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