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01화 - 우신편을 바꾸자 (換牛腎鞭)

 

서울에 사는 한 집에서 형제가

모두 무인으로 무과에 급제를 하고

운 좋게 나란히 선전관에 임명되었다.

 

마침 하루는 왕이

돌아가신 선왕의 능을

참배하러 가게 되어,

이 형제 또한

그 능행 행렬에 참여했다.

그리고 능에 도착해서도

임시로 마련해 놓은 막사에

형제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이들 형제는 모두

우신편(牛腎鞭)이라는

말채찍을 가지고 있었는데,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아우의 것이 좀 값진 것이었다.

그래서 형은 늘

아우의 것과 바꾸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형제는 평소에 따로 일을 보다가,

마침 이 날 오랜만에

능소(陵所)에 마련된 막사에서

나란히 앉게 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형제의 우의를 돈독하게

다질 수 있었다.

 

이 때 형은 문득,

'내 오늘 이렇게 아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의를 다지고 있을 때,

그 우신편을 바꾸자고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아우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얘야, 너도 우신편을 가지고 있고,

나도 우신편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 한번

서로 바꿔서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우 생각은 어떤가?"

 

이에 아우는 자기 것이 더 좋으므로

바꿀 생각이 없었고,

또한 형이

자기 것을 탐낸다는 것을 알고 있어

거절하고 싶었는데,

형의 감정을 상하지 않고

거절하는 방법을 몰라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형님, 형님이 가진 우신편도

진짜가 아닌 조작된 것이고,

제가 가진 것 역시 조작된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 조작된 것을

서로 바꿔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그냥 가지고 있다가

진짜를 구해 보는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이렇게 아우가 거절하는 뜻을 둘러대니,

형은 더 이상 우신편을 바꾸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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