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03화 - 생신날의 망발 (生辰妄發)

 

한 선비가 성격이 매우 경박하고 해학을 좋아해

망발을 자주 하는 편이라, 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하루는 그 부친의 생신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하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오늘은 내 웅친(雄親) 생신날이라오.

그래서 우리 집에 약간의 음식을 장만했으니

꼭 와서 마음껏 즐기기 바라오.'

초청을 받은 친구들이 와서 둘러앉았다.

 

음식상이 나와 술을 권하면서 환담을 하는데,

한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물었다.

"이 사람아, 자네가 돌린 편지에 보면

'엄친(嚴親)'이라 쓰지 않고

'웅친(雄親)'이라 썼데그려.

그 '웅친'이라 한 것은 출처가 어디인지 알고 싶네.

어디에 그런 말이 있는가?"

 

그러자 이 선비는 다음과 같이 해명을 하는 것이었다.

"그 출전 말인가? 잘 들어 보게.

모친을 자친(雌親)이라 하지 않는가?

(사랑할 자인 '慈'로 써야 할 것을 음이 같은 암컷 자인 '雌'로 바꾸어서 쓴 것임)

그래서 부친은 '雌'의 대칭에 해당하는 '雄'자를 써서

'웅친'이라고 한 것이라네.

어떤가? 내가 만들어 쓴 말과 설명이 그럴듯하지 않은가?"

 

이에 여러 친구들이 크게 한바탕 웃으면서,

"이는 자네의 재담에 해당하지만, 어른에 대한 망발일세.

오늘 자네 망발 잔치도 겸해야겠네 그려."

하면서 이 선비를 놀려 주었다.

 

몇 시간이 지나 친구들이 잔치를 마치고 나오는데,

툇마루 밑에 생선과 고기 뼈가 널려 있으니

강아지가 앉아 꼬리를 흔들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를 본 선비는 또다시 웃으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옳거니, 오늘이 바로 우리 강아지 생일날이로구나.

맛있는 음식을 포식하고 있네 그려."

이 말 역시 부친의 생신날을

강아지 생일날에 결부시켰으니

버릇없는 망발이었다.

 

그러자 친구들은 헤어지면서

망발이 너무 심하다고 웃으며

이 선비를 조롱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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