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302화 - 오줌 소리로 안다 (知溺聲論)
한 시골에 노파가 있었는데,
늦게 둔 딸이 하나 있었다.
이 딸이 자라서
시집갈 나이가 되었지만,
가정 형편도 어렵고
마땅한 자리도 나서지 않아
아직 못 가고 있었다.
하루는 딸이 노파를 불러서 말했다.
"어머니, 참 이상한 일이 있답니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얘야, 무엇을 가지고 그러느냐?
속히 이야기해 보려무나."
노파는 딸이 무엇인가 숨기는 것 같아
다가앉으며 물었다.
그러자 딸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
그러니까 오줌을 누는데요,
얼마 전까지는
그 소리가 '골골골골' 하고 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변해서
'활활활활' 하고 난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노파는 갑자기 놀라면서
눈을 부릅뜨고
말소리를 높여 꾸짖는 것이었다.
"너 그게 정말이냐?
바른대로 말해야 한다.
너 어떤 남자와 어미 몰래
잠자리를 함께 했었지?
날 속이지는 못하느니라."
이에 딸은
손뼉을 치고 감탄을 하면서
크게 웃었다.
"난 어머니가 그렇게
무당 같은 줄은 몰랐어요.
어찌 그렇게 잘 알아맞히지요.
정말 용하십니다."
이와 같이 딸은
요즘 어떤 총각과 깊은 사랑에 빠져
속살을 맞댔던 그 관계를
어머니가 금방 알아내는 데 대해
무당 같다고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노파도
옛날에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상기시켜 이야기한 것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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