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33- 중이 외치니 짜다고 제지하다 (呼僧止鹹)

 

오성 이항복이 젊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가 산속의 절로 들어가

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식사 때가 되면 늘 반찬이 없어

맨밥만 먹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해학을 잘하는 이항복이 생각했다.

'짠맛 나는 반찬을 마음속에 떠올리면,

그 짠맛이 느껴져

저절로 밥이 넘어갈 게 아닌가!'

 

그리고는 절에서

심부름하는 한 동자승을 불렀다.

"스님, 내가 밥을 먹는 동안

옆에 앉아서 밥 한술 뜰 때마다

'계장!'하고 한마디씩 불러 주시오.

그러면 게장의 그 짠맛이 떠올라

밥이 저절로 넘어갈 것 같구려."

 

이에 동자승은 웃으면서 약속을 하고는,

밥 한술을 입에 떠 넣는 순간

'게장!'하고 소리치니,

이항복은 눈을 껌뻑이며

꿀꺽 삼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밥을 반쯤 먹었을 때,

동자승이 잠시 한눈을 팔다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곧 밥 한술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게장! 게장!' 하고

연거푸 두 번을 소리친 것이다.

이 때 이항복은

급히 손을 들어 제지하면서 말했다.

 

"그만! 그만!

그렇게 두 번이나 부르면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지요.

그러면 낭비가 너무 심해 안 된다오."

이 말을 들은 동자승은

깔깔대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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