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39화 - 글자를 더하여 잘못되게 짓다 (添字誤作)
한 시골의 선비가 가난하여
살아갈 길이 없자,
아이들을 모아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선비가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데에는,
근처에 사는 양반 노인의 도움이 매우 컸다.
그런데 글을 가르치면서 보니,
도움을 준 그 노인의 아들이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이해가 늦어 뒤처지는 것이었다.
이에 선비는 그 아이를 특별히 지도하고,
부족함을 덮어 주면서,
보호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아이의 부친인 양반 노인에게는
아들이 영리하고 학업에 열중하여
매우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이에 양반 노인은
아들의 영리함을 친구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
어느 날 선비에게 말했다.
"언제 하루 날을 잡아
선비의 노고도 위로할 겸,
내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의 독서하는 모습을
구경하고자 합니다."
이 말에 선비는 노인의 아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마침내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그리하여 곧 양반 노인의 아들을 불러
단단히 약속을 시켰다.
"네가 네 부친과 그 친구 분들 앞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는데,
네게 그냥 질문을 했다가는
실수를 할 것 같으니
나하고 미리 약속을 해두자.
내가 지금
오언절구(五言絶句)의 시를
한 수 불러 줄 테니,
네가 각 구절마다 2자씩 첨가하여
칠언절구(七言絶句) 시가 되도록
연구해 두어라.
그래서 내가
칠언절구 시를 지어 보라고 하면
금방 외울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연습해 둬야 한다."
선비는 이렇게 말하고,
오언절구 시를 불러 주었다.
白馬白於雪 백마는 눈보다도 하얗고
(백마백어설)
四足如走鐵 네 발은 달리는 철과 같도다.
(사족여주철)
臀上着一鞭 엉덩이에 채찍 한번 가하니
(둔상착일편)
萬里狂風疾 만리를 광풍처럼 질주하도다.
(만리광풍질)
마침내 지정한 날,
양반 노인은 친구들을 데리고
학당을 방문했다.
이에 선비는 아이를 칭찬하고
앞서 약속한 대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지금 부친을 비롯한
여러 어른들이 보고 계시는 앞에서,
칠언절구 시 한 수를 지어서
네 능력을 과시해 보도록 해라."
그러자 아이는 약속한 대로,
모든 구절 앞에
가군(家君) 두 글자를 보태
일곱 자가 되도록 읊는 것이었다.
家君白馬白於雪 아버님의 백마는 눈보다 하얗고
(가군백마백어설)
家君四足如走鐵 아버님의 네 발은 달리는 철과 같도다
(가군사족여주철)
家君臀上着一鞭 아버님의 엉덩이에 채찍 한번 가하니
(가군둔상착일편)
家君萬里狂風疾 아버님은 만리를 광풍처럼 질주하도다
(가군만리광풍질)
이에 양반 노인과 그 친구들은
크게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고,
아이를 가르친 선비는 부끄러워
얼굴색이 노랗게 변했더라 한다.
'고전문학 > 국역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341화 - 그 구멍으로 쥐가 들어가다 (鼠入其穴) (0) | 2016.08.10 |
---|---|
제340화 - 배를 그림으로 그려 성씨를 기억하다 (畵梨記姓) (0) | 2016.08.10 |
제338화 - 그림 속의 폭포를 베로 인식하다 (畵瀑認布) (0) | 2016.08.09 |
제337화 - 다리 밑에는 방이 붙지 않았다 (橋榜不出) (0) | 2016.08.09 |
제336화 - 예기 경서에 글이 있다 (文以禮經) (0) | 201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