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344화 - 갯 수를 말해 아내를 감싸다 (改數庇婦)
한 시골에 사는 노인이
일찍이 상처하고
딸 하나를 애지중지 길러
출가를 시켰는데,
그 사위가 매우 어리석고 소견이 없었다.
노인은 그 사위를 사랑하여
딸과 함께 데리고 살았는데,
하루는 딸에게 떡을 만들어
사위에게 주라고 했다.
이에 딸이 떡을 만들어
부친에게는 다섯 개를 담아 드리고,
제 남편에게는 일곱 개를 담아
방에 들어가 먹으라면서 주어 보냈다.
그런데 떡 그릇을 받아든
남편은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장인에게로 가서는,
"장인어른, 이 떡이 아주 맛있는데요.
누구 떡이 더 많은지 비교해 볼까요?"
하면서 장인의 떡을 세고 난 뒤,
자신의 떡도 세어 보고는
좋아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헤헤, 장인어른 떡은 다섯 개이고
내 떡은 일곱 개네요.
기분 좋은 걸요."
그러자 부엌에서 이 말을 들은 딸은
부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얼굴을 붉히면서,
어리석은 남편을 원망했다.
밤이 되어,
남편과 단둘이 앉은 노인의 딸은
소견 없는 남편을 나무라며 말했다.
"여보 서방님,
내가 서방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
부친께는 다섯 개만 드리고
서방님께는 일곱 개를 드렸는데,
그것을 일일이 세어 밝히니
내가 부친을 뵐 낯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좀 생각하여 처신해 주십시오."
이에 남편은 겸연쩍어 하면서,
"당신 말이 옳구려, 내가 잘못했소.
다시 그것을 밝혀
당신의 무안함을 풀어 주겠소."
라고 말했으나
노인의 딸은 그저 흘려듣고 말았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남편은 장인의 침소로 급히 달려가서
해명을 하는 것이었다.
"장인어른, 어제 그 떡 말입니다.
제 것은 일곱 개인 줄 알았는데
다섯 개였습니다.
제가 잘못 세어 그리된 것이고,
다섯 개가 틀림없습니다."
이에 노인의 딸은 더욱 부끄러워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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