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47화 - 상반된 꿈과 현실 (俗言夢不潔者)
세상에 흔한 말로,
꿈에 똥을 묻히면
술과 음식이 생긴다고 한다.
선비 이합(李合)이
항상 야위고 힘없는 말을
타고 다니다가,
잘못하여 오물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머리까지 똥물을 뒤집어쓴 채
그대로 일어나지 않고
종을 불러 말했다.
"만약 이 상태를
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꿈을 깬 뒤 음식이 생길 것이니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자 종이 소리 높여 대답했다.
"주인어른께서 오늘밤 반드시
쫄쫄 굶는 꿈을 꾸실 것이옵니다.
대낮에, 게다가 꿈도 아닌 생시에
번듯이 누워 똥을 묻혔으니,
반대로 된다면
밤에 꿈을 꿀 때는
음식을 얻어먹지 못하는 꿈이 되는 게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요."
이에 선비는 껄껄대고 웃으면서,
"이제 종놈도 제법
주인을 희롱할 정도가 되었구먼."
이라고 한마디 던지면서
천천히 일어났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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