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49화 - 정월 초하룻날 풍습 (俗以元日投刺)
세상 풍습 가운데 정월 초하룻날
투자(投刺)1) 행사를
하나의 예절로 여기고 있다.
1)투자(投刺) : 정월 초하룻날 유명인사의 집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던져 넣는 일.
이에 권문세가 집 주변에는
이 행사 때문에
길이 미어지고 막히는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자 재추 박이창(朴以昌 : ? ~ 1451)은
이 행사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원일(元日) 투자 행사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유익함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내 이렇게 시험을 해보았다."
여기에서 그가 해본 경험이란
이러한 내용이었다.
어느 해 정월 초하룻날에는
본격적으로 투자 행위를 해보려고
건장한 말 몇 필을 마련했다.
그리고 종이 몇 권을 사서 이름을 쓴 뒤,
장안에 사는 백만 사대부 집을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다니면서 그 쪽지를 돌렸다.
한데 그 해를 지나며 겪어보니
다섯 차례나 탄핵을 당했고,
마침내는 낙직(落職)을 하고 말았다.
이에 그 징험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전혀 투자 행위를 하지 않았다.
망궐례(望闕禮)2)에 이어서
2)망궐례(望闕禮) : 정월 초하룻날 아침, 임금이 백관들과 중국 황제를 향해 4배 절을 하는 의식.
우리나라 임금에게
세배를 드리는 하례가 끝난 다음,
부친을 찾아뵙고 절을 올린 뒤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기 시작하여
사흘 동안 내리 잠만 잤다.
한데 이 해는
5급이나 뛰어오르는 승진을 했고,
마침내 대관(大官)의 자리에 올랐다.
이와 같이 설명을 한 그는,
"정월 초하룻날 투자 행사는
하지 읺는 것이 좋다."
라는 무용론을 주장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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