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52화 - 나쁜 음식 풍자 (一朝官金姓者)
김씨 성을 가진 한 조정 관리가
삼가현(三嘉縣)에 갔더니,
관장이 대접을 하느라고
술상을 차려 내왔다.
한데 그 술을 보니
색깔이 검고
맛 또한 시금털털했다.
게다가 함께 내놓는 국 또한
차갑게 식어 맛이 없었다.
관장은 이런 음식을 내놓고
자꾸 먹으라고 권하니,
김씨는 먹기 힘들어
술잔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얼룩말이 물어뜯고
발로 걷어차기까지 하니,
어찌 많이 먹을 수 있겠는지요?"
"아니, 그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입니까?"
"아, 들어 보시구려.
술 색깔이 주황빛이니
얼룩말의 색깔 같고,
그 맛 또한 시고 떫으니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톡톡 물어뜯는 듯하며,
거기다 차갑기까지 합니다, 그려."
'차갑다'의 '차다'는
발로 '차다'는 말과 발음이 같아
결부시킨 것이었다.
이에 관장은 큰 소리로 웃으며
술상을 내가라고 했다.
또 정씨 성을 가진 조정 관리 하나는
볼일을 보러 춘천부에 가서 머물렀는데,
관장이 대접을 하느라고
밤중에 기생을 넣어
천침(薦枕)을 들게 했다.
그런데 들어온 기생이
키가 작고 얼굴도 추해
보기 싫은데다가,
빛바랜 자주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이에 정씨는 그만 내보내고 싶었지만,
잠자리를 받드는 데에는
아주 적극적이고 온 정성을 쏟으니
차마 물리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정씨는
기생이 들어올 때
입을 가리고 손을 저으면서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 감동 새우젓이 또 나타나는구먼.'
대체로 젓갈을 담그는
'자하(紫蝦)' 새우는 크기가 작고
그 빛깔이 기생의 치마 색처럼 바랬으며,
그 새우로 담은 젓은
심한 냄새가 나니
비유해서 한 말이었다.
한편, 근래 문사(文士) 하나가
조정의 명령을 받들어 황주(黃州)에 갔다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太守慇懃유馬酒 관장은 은근히 얼룩말 술을 권하고
(태수은근유마주)
佳人珍重紫蝦裙 애써 받드는 고운 기생 감동 새우 치마로구나.
(가인진중자하군)
半감大臥靑樓上 반쯤 취해 아름다운 누각에 쭉 뻗고 누우니
(반감대와청루상)
今日風情十分到 오늘의 풍치 어린 정서 극치에 이르렀도다.
(금일풍정십분도)
이 시에는 대체로 관장을 비꼬아
비난하는 뜻이 담겨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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